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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입문자를 위한 Wine Book - 대한민국 여성 1호 소믈리에의
엄경자 지음 / 아티오 / 2021년 4월
평점 :
바야흐로 화이트 와인의 계절이다. 지금부터 여름까지는 레드 와인에는 손이 안간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유럽에 본사를 두고 있는 곳이라 유럽 아그들이 대부분인데, 프랑스 애들과 이탈리아 애들이 서로 잘났다고 싸우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와인이다. 자기네 와인이 더 훌륭하다고 핏대 세우는 거 보고 있으면 재미있다. 사실 와인 뿐만 아니라 올리브 오일 가지고도 난리다. 여기에 가끔 양념으로 스페인 아이들이 합세하기도 하고.
처음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을 때는 나름 이 책 저 책 많이 읽었는데, 와인에 대한 경험 부족을 이론이 메꿔주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 마시는 게 먼저라는 생각으로 진짜 많이 마신 것 같다. 물론 그래봤자 데일리 와인을 벗어나기는 어렵지만 말이다. 이제 와인 관련 서적들을 읽을 때라고 본다. 그래서 대한민국 여성 소믈리에 1호라는 엄청난 타이틀을 가진 저자의 두툼한 책을 골라보았다. 대부분의 와인 서적들의 그렇 듯 이 책도 기본적인 와인에 대한 상식을 시작으로 나라별 구분법을 따른다. 뭐니뭐니 해도 아직까지는 프랑스가 먼저다. 프랑스 와인에 이어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이탈라이, 스페인 같은 유럽의 다른 지역들의 와인이 다루어지고 그 다음은 미국이나 호주, 뉴질랜드 등 신대륙 와인, 그리고 아시아 와인이 마지막이다.
나라별 와인의 특징과 주로 사용되는 포도 품종은 물론이고 지역별 유명 와이너리에 관한 이야기나 특정 와인과 관련된 에피소들들이 중간 중간 읽을거리로 들어있어 지루하지 않다. 와인에 관한 지식 전달 뿐만 아니라 와인 비평가나 기관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와인 세계의 어두운 면도 다룬다. 그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떼루아의 특성을 무시한 채 와인에 가해지는 획일적이고 인위적인 터치에 대한 우려나 기후의 온난화로 인해 와인의 지도가 바뀌고 있다는 내용도 흥미롭다. 흔히 알고 있는 나라나 지역이 아닌 생소한 곳의 생소한 품종으로 재배되는 와인에 대한 소개에도 지면을 할애하고 있어 와인입문자로서는 차고 넘치는 분량이니 두고두고 참고해 가면서 와인에 대한 나만의 영역을 넓혀갈 수 있겠다.
오늘은 영화 사이드웨이를 다시 보면서 피노 누아를 꺼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