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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미술을 만나다 - 두 번째 오페라 산책
한형철 지음 / J&jj(디지털북스) / 2021년 3월
평점 :
나의 첫 오페라는 학교 다닐 때 교양 과목으로 들었던 '음악의 이해'의 과제로 접했던 베르디의 '아이다'였다. '아이다'는 스케일이 어마어마한 작품이라 무대 장치를 보는 것만으로도 지루할 틈이 전혀 없었고 또 노래가 우리에게 친숙한 곡들이 포진해 있어서 아주 재미있게 첫 오페라의 단추를 잘 끼웠던 기억이 있다. 직접 극장에서 관람하는 오페라 공연은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자주 보지는 못했지만 요즘은 뭐 영상매체가 워낙 잘 되어있으니 실제 무대를 보는 것 만큼은 못하지만 종종 듣고 싶은 노래들을 검색해서 들어보곤 한다.
학교 음악 시간에 무조건 달달 외웠던 내용 중 하나는 '오페라는 종합 예술'이라는 것. 사실 실제 오페라 한번 보고 나면 그런 거 외울 필요도 없이 무슨 의미인지 즉각 알 수 있었을텐데 예전 주입식 교육들은 정말이지 지금 생각하면 헛웃음밖에 안나온다. <오페라, 미술을 만나다>는 오페라에서 연상되는 미술 작품들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묶어서 콜라보 형식으로 구성해 놓은 책이다. 전문가적인 입장보다는 일반 독자를 위한 예능 교양 프로그램 정도의 기대감으로 읽으면 좋겠다. 요즘 음악이나 미술 관련 책들이 그렇듯이 작품마다 QR 코드가 있어서 그 때 그 때 검색의 번거로움 없이 음악을 듣거나 작품을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오페라 파트는 오페라와 등장인물에 대한 개략적인 소개와 더불어 오페라의 하이라이트 부분이 잘 담겨있어 해당 오페라를 처음 접하더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특히 <잔니 스키키>와 <연대의 딸>, <몽유병의 여인>, <노르마> 같은 작품들은 처음 영상으로 보게 되었는데도 의외로 노래가 귀에 익은 것들이 많아 이번에 확실히 음악의 출처를 알게 된 것이 즐거운 소득이다. 오페라와 짝을 이룬 미술 작품들은 사실 기대에는 조금 못미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 짝짓기가 일차원적이라고나 할까. 예를 들어 오페라 <진주 조개잡이>와 짝을 이루는 그림들이 그저 진주가 등장하는 그림들이라거나 <잔니 스키키>의 배경이 피렌체라서 메디치 가의 후원을 받은 화가들의 작품들이 나오고 <몽유병의 여인>의 배경 역시 풍광과 물레방아가 등장하는 자연이라 자연주의 화가인 밀레와 짝을 만들어 놓은 이런 식인데, 저자가 표방한 오페라와 미술의 융합에 대한 공감은 그리 되지 않는 방식이라 인상적이진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이 아니었더라면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오페라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지금도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유명한 간주곡을 반복해서 듣고 있다. 명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