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지지 않는 사슬 - 2천7백만 노예들에 침묵하는 세계
케빈 베일스 외 지음, 이병무 옮김 / 다반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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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킹한 책이였다. 노예제라니..그것도 현대에 노예제라니..노예제라고 하는 구시대적인 잔재는 이미 미국의 남북전쟁이후에 모두 사라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리고 노예제라고 하면 고대시대나 중세 그리고 근대화 이전에 있었던 악습이라 이미 폐지되었고 현대에는 그러한 악습이 잔존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 책을 보고 노예제?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거지..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면서 별 기대감없이 한장 한장 책장을 넘겼다. 넘기면서 아직도 현대시대에 2천 7백만명의 노예가 있다는 것에 놀라움과 경악을 금치못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체적으로 논리적인 연계성을 잃지않으면서 현대 노예가 고대시대의 노예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게 퍼져있고 이것을 빨리 종식시켜야 한다고 매우 설득력있게 논리정연한 열정으로 피력하고 있다. 우리가 쉽게 안심하고 있는 이 세계가 사실은 상당히 어둡고 거칠며 파괴적이고 음성적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면서 놀라게 되었다. 지금 내가 나의 삶의 틀로써 바라보는 이 세상인 정말 다가 아니고 매우 어두운 지구저편의 아픔의 역사가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뭔가 모를 다짐을 하게 만들었다. 문득 지구를 100명의 마을로 축소한다면..이라는 글이 떠올랐다. 거기에서 이 지구에서 하루 세끼를 굶지않고 심지어 컴퓨터를 가지고 있다면 상위 5%이상의 사람이라는 특혜받은 사람이라고 했다. 아직고 하루 1달러이하로 생활하는 극빈자들이 10억명이나 되는 사람이 있고, 그보다 좀더 나은 하루에 1~2달러로 살아가는 ‘차빈곤(moderate poverty)'라고 불리는 사람들도 엄청나게 많다는 통계를 보았을 때 내가 이 지구상에서 상당한 특혜를 받아 누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일단 이 책의 저자를 보니 케빈 베일스외 2명이다. 나머지 두 사람은 하버드대 교수들로 이 책을 쓰는데 아마도 전문적인 통계의 부분에서 기여를 한 것 같고 전체적인 내용이나 구성은 케빈 베일스가 쓴 것 같다. 왜냐하면 저자는 현대 노예제를 종식시키는 기구인 ‘프리더 슬레이브’의 의장으로 일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노예제의 모든 정보와 현실을 알고있는 현장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통계를 나열하여서 자칫 지루해질수 있지만 그 간극 사이에서는 이 노예제를 종식시키고자 하는 강력한 열망을 읽을수 있었다. 이것은 현장가 케빈 베일스의 가슴에서 울려퍼지는 것이라고 느꼈다. 긴 정보들 속에서 현장가의 냄새가 짙게 베여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노예제의 역사적 시작에서부터 출발한다. 인류 최초의 완전한 법률 체계로 알려진 함무라비 법전에서 노예제에 대한 언급과 성서에서 언급하고 있는 노예제를 통해서 노예제의 역사가 이미 매우 오래전 고대에서부터 있어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시대가 지날수록 노예제는 자연법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철학적 주장의 영향아래 로마시대에서는 노예들도 어느정도 인간적인 처후를 받을수 있었다고 한다. 역사가 흘러흘러 합법적으로 노예제가 종식된 것은 1865년 북부가 남북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어 수정 헌법 제13조가 통과되면서 종식되었다. 이로써 합법적 제도로서의 노예제를 페지되었다. 그렇다면 오늘날 현대 사회에서 여전히 노예가 있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 현대 노예제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품고 있는 의문을 던지면서 2장에서 노예제라는 것이 어떤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 그것에 대한 광범위한 정의를 내리면서 현대에서 이러한 노예제가 끊어지지 않는 사슬처럼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노예라고 하면 고대시대처럼 손과 발이 착고에 매여 자유없이 노동만 하다 죽는 그러한 사람으로 떠올리기쉽다. 이러한 생각은 현대 노예제를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하나의 고정된 상(像)에 불과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노예를 이렇게 정의한다.


노예제란 어떤 사람이 폭력이나 폭력의 위협, 또는 심리적 강압으로 타인의 통제를 받고, 자유의자와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를 잃어버며, 경제적으로 착취당하고 간신히 생계를 이어갈 정도의 임금만을 받는 관계로 정의될 수 있다. (p.58)


이러한 노예제의 정의를 바탕으로 노예란 두가지가 핵심사항이다. 첫째는 폭력이나 심리적 강압에 의해 통제받는 것이고, 둘째는 이동할 자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의로 인해 아직도 전세계적으로 억압받고, 이동할 자유가 없이 노예주의 이익을 위해서 몸을 팔거나 노동에 종사하는 노예들이 많다고 한다. 책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노예와 노예가 발생하는 원인이 되는 여러 가지 연관된 사회의 상황들을 분석하는데 이부분이 가히 압권이라고 할 수 있다. 노예가 생기는 것은 단지 노예주의 이기심 때문이 아니라 한사회의 부패지수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여러 가지 통계자료를 통해서 밝혀주고 있다. 한 나라에서 인신매매와 노예가 발생할 수 있는 순서대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국가의 정부 부패 수준, 유아 사망률, 14세 이하 인구의 비율, 식량 생산 수준, 인구밀도, 그 국가가 겪는 분쟁과 사회적 불안의 양, 이것은 인구 압박과 빈곤(유아 사망률과 식량 생산이 그것의 지표가 된다)이 인신매매를 촉진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p.73)


현대 노예는 주로 개발도상국이나 아프리카 같은 빈곤국에서 나오며 비교적 부요한 북미나 유럽같은 곳에 공급된다. 캄보디아는 가장 노예가 많이 나오는 국가이며, 태국 같은 국가는 노예도 많이 나오고 많이 공급되는 상위의 부끄러운 나라라고 한다. 특히 노예가 공급되는 나라에 우리나라도 포함되어있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노예는 주로 노동력을 착취 당하지만 현대의 노예는 대부분 성매매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유럽이나 북미같은 부유한 나라일수록 성매매의 비율이 더욱 높아진다는 것이다. 선진문화 이면에 숨겨진 추악한 욕망이 이러한 통계적 사실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매우 진지하고 수준높은 통계자료, 그리고 노예제를 종식시키고자하는 저자의 열정이 뛰어나다. 노예제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전세계적인 거시적인 안목으로 그것을 분석하고 해결점은 포착하는 저자의 통찰과 열정이 매우 감동적이였다. 이렇게 거시적으로 전세계의 자료를 샅샅이 뒤져서 멋지게 엮어 노예제의 패해를 적나라하게 들추어내고 그것의 해결방법까지고 알려주는 이 책은 가히 노예제 뿐 아니라 우리가 세상의 어두운 역사의 종식을 위해서 어떻게 현실에서 싸워가야 하는지 그 길을 제시해주는 매우 훌륭한 가이드 책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계에 이렇게 어두움의 역사, 특히 약자들에게 가해지는 심각하게 가혹한 인권유린의 역사라 지금도 진행중이라는 사실이 매우 부끄럽고 낯설었다. 노예제라는 너무도 낯선 현대 사회의 병폐에 대해서 알고나니 인간의 악함은 어떤 역사에나 사라지지 않고 단지 숨어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책에서 노예로 표상되는 인류의 악은 그 자체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부패와 부정의, 그리고 약자에 대한 착취가 그것을 키우는 모판이 된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우리가 다른 악의 모습을 목도하지 않기 위해 정의로운 사회,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를 만들어갈때 잠재적인 악은 많이 사라질 것이라 믿는다.

 

* 오타 : 72쪽 이문 -> 이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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