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독서 카드에다가 짤막짤막한 이야기들을 쓴다. 식도락가 돼지가 햄을 먹고 소화 불량으로 죽는이야기. 식도락가 돼지는 자기 살을 먹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일단 먹기 시작하자 멈출 수가 없었다. 햄의 자기 성찰로 인한 죽음, 어느 나르시스트 돼지의 이야기 라고 제목을 붙인다. 삽화를 그려 넣고 싶다. 그러나 그림을 그린다는 건 불가능하다." -1쪽
"배고픔. 나는 배고픔과 더불어 살고 있다. 배고픔을 누르고 달래고 길들이고 잠재운다. 온몸의 신경 섬유 바로 밑으로 지나가는 바람이 나를 대기와 맺어주는 것 같은 느낌이 좋다. 배고픔이 내게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빈정거릴 수 있는 가벼움을 준다고 느낀다.
-2쪽
곧 목구멍에 손가락을 집어넣지 않고도 배에 힘을 꽉 주고 명치 끝을 꽉 누르기만 하면 토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속을 청소해서 깨끗해진 느낌이 든다. 다시금 내 운명의 주인이 된 느낌이다. 사람들을 쳐다보아 버릇하면, 정말로 그들을 쳐다보면, 그건 일종의 마약이 된다. -3쪽
하루 종일 젖은 솜처럼 나른하게, 느리게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좋았다.이 새로운 느낌은 나로 하여금 푸른색 내 방바닥을, 요조에 흐르는 정확한 물소리를, 내 테이블의 나무결을 발견하게 해주었다.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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