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무쇠인간 ㅣ 비룡소 걸작선 30
테드 휴즈 지음, 앤드류 데이비슨 그림, 서애경 옮김 / 비룡소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무쇠인간. 입을 꼭 다물고 눈을 부리부리하게 뜬 로봇의 모습이 그려진 표지가 호기심을 끌었다. 뒷표지에 조그마하게 '워너 브러더스 애니메이션 아이언 자이언트 원작'이라는 걸 보고 얼른 집었다. '아이언 자이언트'는 정말 멋진 애니여서. 기대를 안고 책을 펼쳤다.
벼랑 끝에 무쇠인간이 나타났습니다.
얼마나 먼 길을 걸어왔을까요? 아무도 모릅니다.
어디에서 왔을까요? 아무도 모릅니다.
집채만 한 무쇠인간이 깜깐한 어둠 속에서 벼랑 끝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습니다.
무쇠인간은 시 처럼 시작된다. 작가가 시인이라 그런지 뚝뚝 끈어지는 문장이 많았다. 무쇠인간의 이미지도 딱딱하고(왜냐면 쇠이기 때문에) 그림 또한 깔끔하고 딱딱했다.(판화 기법의 그림, 무척 멋졌다) 공간과 배경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초현실적인(그렇다고 현실과 너무 떨어지지 않은) 공간이었다.
무쇠인간의 첫부분! (아이언 자이언트에서는 마지막 장면으로 나온다.) 뿔뿔히 흩어진 무쇠인간이 자신의 신체 일부를 찾아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 스스로가 자신을 완성한다.
호가스랑 아이와 무쇠인간의 관계가 자세히 드러나지 않은 점은 아쉬웠지만, 무쇠인간 특유의 '강함'과 '초월적인 힘'은 정말 멋졌다. 함정 구덩이에 파묻힌 무쇠인간은 1년이 지난 뒤에 다시 그 구덩이를 뚫고 나온다. 이 얼마나 강한 힘인가. 흙덩이에 파묻히고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힘을 쏟은 것이다.
마지막 우박천룡과의 대결에서도 그런 무쇠인간의 무한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언 자이언트의 원작이긴 하지만 그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아이언 자이언트는 부드럽고 즐거웠던 반면, 무쇠인간은 딱딱하고 신화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둘 다 넘치는 매력을 갖고 있다.
'무쇠인간'이란 책이 또다른 좋은 작품을 탄생시켰다고도 말할 수 있다.
꼭 한번 비교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