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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괴물 우누구누 ㅣ 일공일삼 34
이리나 코르슈노브 지음, 박민수 옮김 / 비룡소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여기 파울마르의 '토요'와 대적할 만한 풍선괴물이 있다.
이름은 '우누구누'
둘의 공통점은 '막무가내' 라는 것과 '독일 태생'이라는 것.
우누구누: 특이한 종류의 괴물로 출생지는 알 수 없음. 독가스를 뿜으며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물리칠 수 없음. 복종하지 않는 사람은 죽인다고 함.
머리와 팔다리, 입 한 개와 눈 세개가 달린 거대한 풍선이 듣기 싫은 소리로 으르릉거린다.
"나는 우누구누야."
우누구누는 에디네 거실에 들어 앉아서는 샌드위치 케이크 음식들을 꾸역꾸역 먹어치우고, 복종하지 않으면 노란 독가스를 뿜어서 죽여버리겠다고 한다.
"나는 힘이 아주 세. 그러니까 언제나 내 말 잘 들어!"
에디와 아빠와 엄마는 우누구누에게는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면서 주변 사람들에게는 모두 비밀로 한 채 우누구누가 시키는 일이면 무엇이든 한다. 에디도 어쩔 수 없이 부모님의 말에 따른다. 정말로 우누구누의 독가스에 죽을 수도 있으니까. (여기서는 우누구누의 존재를 모두가 알고 있다. 미신 쯤으로 여기고 있지만, 누구나 우누구누를 만나면 복종해야 한다고 여긴다)
바보 같고 막무가내에 무식하기 짝이 없는 풍선, 우누구누를 보면 안 웃을 수가 없다. 축구를 봐도 규칙따윈 상관없다. 어느 팀이든 골인만 하면 소리를 꽥꽥 지른다. 골이 나지 않으면 금방 실증이 나서 텔레비전을 꺼버린다. 게임을 해도 규칙은 상관없이 무조건 자기가 많은 땅을 갖는다. 그 와중에도 우적우적 음식들을 계속 먹어댄다.
우누구누에게 쩔쩔 매는 엄마와 아빠도 우습다. (안스럽기도 하지만.) 평소에는 욕을 하지 말라던 엄마도 욕을 하고, 우누구누에게 뭐라 불평을 할 수 없으니까 치사하게 에디에게 화풀이를 한다. '청소의 여왕, 정돈의 여신'이었던 엄마가 지저분한 거실을 그대로 방치해 두기도 한다.
'돼지 우리'라는 아빠의 말을 들은 엄마는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나는 요리도 해야 하고, 모노폴리 게임도 해야해."
에디의 엄마는 집을 찾아온,
에디의 외삼촌과 외숙모, 쿤초프 아저씨, 아줌마, 건물관리인 헬캄프 씨, 에디와 같은 반 친구 하리 헤제에게도 이렇게 말한다.
"꺼져 버려. 이 멍청한 돼지야!"
이건 우누구누가 집을 찾아온 사람에게는 그렇게 말하라고 시켰기 때문이다.
아빠 또한, 회사사람을 거짓으로 비방하는 편지를 써서 회사로 보내야 한다. 이것도 우누구누가 시킨 짓이다. 치매가 있고 귀가 어두운 할아버지는 그나마 우누구누에 횡포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다.
그런데 다른 집도 아닌 에디네 집에 왜 느닷없이 풍선괴물 우누구누가 찾아온 것일까?
에디의 가족 분위기가 삭막해서 재미있게 해줄려고? 에디의 집은 우누구누가 오기 전에도 그럭저럭 화목한 편이었다. 그리고 보는 우리는 즐겁지만 에디의 가족은 우누구누에 의해 괴롭기 짝이없다.
에디의 가족이 바르게 살지 않아서? 프란츠 선생님은 에디가 '우누구누'라는 말을 뱉자, 바르게 사는 사람들에게는 우누구누가 찾아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에디네 가족이 엉망으로 살았던 것도 아니다. 누구네 집은 안 그럴려구?
에디네 집에 풍선괴물 우누구누가 찾아 온 이유는 딱히 없다.
무식 하고 막무가내인 우누구누의 성격 대로, 아무 때나 아무 곳에나 마음 대로 들어 앉자서 사람들을 위협 하는 것이다. 누구의 집도 찾아갈 수 있는 게 우누구누다.
에디는 학교에서 허풍쟁이 위르겐 풀의 횡포와 우누구누에게 고통 당하는 가족 때문에 마음고생을 한다.
위르겐 풀은 높은 나무에서 찌질하게 울 정도로 겁쟁이인 면이 있다. 하지만 에디는 위르겐 풀은 힘이 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덤빌 엄두를 내지 않는다. 마르틴과도 사귀고 싶지만 위르겐 풀이 '바보로 여기는' 마르틴에게 가까이 가는 것도 쉽지 않다.
우누구누의 횡포는 점점 더 심해 지고, 에디는 우누구누의 말을 듣지 않고 집을 뛰쳐 나온다. 마르틴이 에디를 도와 주기로 하고 우누구누를 없애기 위해 집으로 다시 쳐들어간다.
"꺼져! 꺼져 버려, 이 못된 괴물아!"
내가 소리를 질렀어.
우누구누가 내게 두 팔을 뻗었어. 소시지처럼 통통한 녹색의 팔을 말야. 우누구누는 내 머리를 두 팔로 잡고 자신의 불룩 튀어나온 배에 찍어 눌렀어. 그러고는 내 얼굴에 연기를 뿜었지. 노란 연기가 눈에 다고 코와 목구멍을 스며들자 타는 듯 따가웠어.
"복종해!"
우누구누가 으르렁거렸어.
에디네 모든 가족이 힘을 합쳐 우누구누에게 달려든다. 에디가 던진 재떨이를 맞은 우누구누는 펑! 소리를 내며 쪼그라들어 또 다른 곳으로 날아가버린다.
"우누구누였어. 우누구누는 죽지 않아. 영원히 죽지 않아."
아빠가 신음하듯 내뱉었어.
에디는 다음날 위르겐 풀과 맞딱드린다. 에디는 겁내지 않고 위르겐 풀과 치고 박고 싸운다. 위르겐 풀은 끝내 엉엉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에디가 힘이 더 셌던 것이다.
우누구누는 무엇이었을까?
우누구누는 허풍만 잔뜩 든 풍선이었을 것이다.
본질적으로는 아무것도 없고, 아무 힘도 없는 사람이 자기보다 약해 보이는 사람을 겁주고 터무니 없는 일을 요구한다. 약한 사람은 그것이 그릇된 일이고, 자신도 원하지 않는 일 임을 알지만, 그 사람이 두렵고 무서워 그대로 행한다. 허풍쟁이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일이 잘 되어가면, 더욱 횡패를 부려 무섭게 하고, 다시 요구한다.
이 허풍쟁이는 국가 일 수도 있고, 특정 인물일 수도 있고, 내가 아는 사람일 수도 있고, 나 일 수도 있다. 내가 당했을 수도 있고, 남에게 한 일일 수도 있다.
'풍선괴물 우누구누'에서 이리나 코르슈토브는 억압과 위협 폭력을 우스꽝스러운 풍선괴물 우누구누에 비추어 아주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표현해 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우누구누를 따르는 엄마 아빠도 그냥 놔두지 않고 우스꽝스럽게 만들어버린다. 허풍쟁이 우누구누가 있기에는 그를 이유없이 두려워하고 맞서보려 하지 않은 약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인공 에디는 자신에게 닥친 두가지 어려움 '우누구누'와 '위르겐 풀'을 멋지게 터뜨려 준다.
에디 아빠의 말대로 우누구누는 영원히 죽지 않는다. 허풍쟁이의 위선과 폭력 말이다. 한 가지 그것을 없앨 방법이 있긴하다.
재떨이를 던져서 펑! 터지게 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