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토끼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21
헬메 하이네 글.그림, 김서정 옮김 / 시공주니어 / 199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슈퍼토끼는 하늘을 나르고, 수영도 하고, 두 귀를 묶기도 한다. 다른 토끼들은 이 토끼를 슈퍼토끼라고 부르면서 자신과는 다른 독특한 모습에 따라하고 추앙한다.

토끼들은 슈퍼토끼를 따라하다 물에 빠져 젖은 걸레처럼 낚싯대에 건져 올려지는가 하면, 하늘에서 떨어져 죽기도 한다. 하지만 그 죽지도 않고, 언제까지나 영웅이 될 것 같았던 슈퍼스타 슈퍼토끼는 여우에게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먹히고 만다. 그리고 그의 동상은 세워진다. 

 슈퍼토끼가 하는 무조건 튀는 행동, 감춰진 행동들은 그게 거짓임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영웅으로 기억 속에 남게 된다. 헬메 하이네는 거짓과 진실의 아이러니를 쉽고 재미있게 보여준 것이다. 

 이 비슷한 내용은 체스터튼의 <부러진 검의 의미>와 보르헤스의<거미의 계략>이 있다. 물론 형식과 구성 장르는 모두 다르다. <슈퍼토끼>는 그림동화이고, <부러진 검의 의미>는 탐정소설이고, <거미의 계략>은 소설과 영화로 되어 있다. 같은 주제로 해서 새로운 이야기들을 비교하는 것은 재밌다. 

 체스터튼의 <부러진 검의 의미>는, 한 마을의 동상에 이렇게 써있다. <아서 세인트 클레어 장군을 기리며. 항상 적들을 용서했던 순교자, 마침내 안타깝게 그 적의 손에 쓰러지도다.>하지만 여기서 이 장군은 지독하게 잔인한 음모를 가지고 있었다. 자신이 죽인 시체를 숨기기 위해 승산도 없는 전쟁을 일으킨 것이다. 시체를 숨기기 위해 시체더미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그 지방에서는 그는 신과 같은 존재다. 여관은 물론, 공원과 거리의 절반은 그와 그의 이야기를 따서 이름을 붙였다. 

 <거미의 계략>은 소설로는 아직 보지 못했고, 베르나르도 베르툴루치의 영화로 봤다. 1930년대 파시즘과 투쟁에서 암살당한 아버지의 고향 타라를 찾은 아토스 마냐니는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는 아버지의 동상이 세워진 광장에서 아들은 아버지를 살해한 파시스트를 찾아나서 이야기다. 하지만 파시즘의 스파이는 바로 아버지였으며 그 사실을 알게 된 동료들이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것, 또한 그 죽음은 아버지의 선택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세 작품에서 사람들이 신처럼 떠받들고 있는 영웅들은 모두 거짓이며 허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끝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거짓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것이 진실인가 하는 의문을 남겨주고, 진실을 알기 위해선 본질을 꿰뚫을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는 것도 말해준다. 그런 눈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만이 진실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 이 작가들은 서로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보르헤스가 체스터튼의 탐정소설을 좋아했다는 건 알려진 이야기고, 헬메 하이네가 보르헤스나 체스터튼의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었을 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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