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나라말 사전 - 가죽
시사영어사 편집부 엮음 / 와이비엠 / 2003년 1월
평점 :
절판


단순히 동의어만 나열된 사전을 보고 있으니 화가 나서 찾은 사전이다. 생전 볼까 말까한 동의어 나열과 이해하기 어려운 한자어로 간략히 설명하는 것 보다, 이해하기 쉽게 좀더 쉬운 단어들로 의미를 자세하고 폭 넓게 설명해 주는 것이 진정한 사전이라고 본다. 즉 언어학자가 아닌 학생, 일반인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사전이어야만 한다.

이번에 제대로 구매하고자 중간크기(2천~3천페이지 정도)의 사전들을 거의 다 뒤져 보았다. 다들 비슷한데, <대한민국 나라말 사전>은 다른 것들과 달리, 단어 정의가 좀더 깊이 있고 이해하기 쉽게 되어 있는 것 같았다. 대부분 완전개정판이라고 표지에 적혀있었지만 가격 말고는 무엇이 개정되었는지 느껴지지 않았다.

'내시경'이라는 단어를 동아새국어사전과 비교해보자.
대한민국 나라말 사전: 쇠대롱에 꼬마전등 따위로 장치하여 목구멍·똥구멍 등에 넣고 몸속의 여러 기관을 눈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기구.
동아새국어사전: 신체의 내부를 관찰하기 위한 의료 기구를 통틀어 이르는 말. [기관지경·위경 따위.]

그래도 내가 별4개를 선택한 이유는, 그림 해설이 전혀 없다는 것과, 전체적으로 다른 국어사전보다 단어 정의가 좀더 잘 되어 있다해도 모든 단어가 다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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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과 이브, 그후 - 진화로 본 휴먼 섹슈얼리티
맬컴 포츠, 로저 쇼트 지음, 최윤재 옮김 / 들녘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책 표지만 봐서는 미술에 관한 책일꺼라 생각도 들 수 있고, 하지만 성 관련 분류에 있는 것으로 봐서는 종교적으로 순수한 사랑 이야기나 하는 그저 그런 책일꺼라 생각하기 쉬울 것이다. 거기에다가 쪽수가 500페이지를 넘는 것까지 알고 나면, 그냥 남들에게 유식하게 보이려고 잠깐 들어서 넘겨보는 경우가 아니고는 만져보기(?) 조차 꺼려지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우리는 잘못된 편견들로 인해 정말 좋은 책들을 자주 놓치는 건 아닌지 이 책을 읽고 나서 여실히 느껴진다.

<아담과 이브, 그후>는 인간의 성을 생물학, 동물학적 관점으로 알아보고 과거와 지금의 사회에서의 성의 역할과 문제들을 재조명 해보는 책이다. 주제는 특별하게 보이지 않을지 몰라도, 이 책이 무엇보다 특별한 이유는 철저하게 사람들이 관심을 끌만한 내용들로 끌어가고 있다는 것과 저자들의 박식함에 놀라울 정도로 빈틈없이 들려준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남성/여성학이나 사랑, 성에 대한 말들에 듣게 되면, 지나치게 과장되거나 왜곡되는 경우가 많고 종국에 가서는 남성과 여성간의 계급투쟁으로까지 비쳐지기도 한다. 어쩔 때는 왜 사람은 성이 나뉘어졌으며, 왜 한평생 성욕에 묶여(특히 남성) 살아야 하는지 화도 나기도 한다. 이 책의 2명의 저자는 이런 우리들을 모습을 생물의 진화가 만들어낸 당연한 결과라고 자연스럽게 말하고 있다. 단지 문명의 발전 속도에 비해 우리의 성은 다른 유인원(원숭이, 고릴라)들의 성에서 크게 달라진 게 없기 때문에 이런 갈등이 발생한다고 말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근거로 여러 포유동물과의 비교와 인류의 다양한 성문화, 그리고 그리스 시대부터 현대 역사까지 성에 관련된 것이라면 뭐든 들추어 내어 속 시원하게 보여주고 있다.

여성과 남성의 행동 차이를 이 책을 통해 생물학과 동물학적으로 알아보니 어느 것보다 더 공감이 자연스럽게 느껴지고, 우리가 이 문명의 역사에서 지금까지 그것을 얼마나 왜곡해 왔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저자는 여성과 남성의 행동 차이를 후천적으로 발생된 것으로만 바라볼려고 하는 현대의 지식인들을 비판하고,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양성간의 차이 부분에 대해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게 오히려 우리 모두에게 이롭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의 재미난 것은 잠시라도 독자가 흥미를 잃을까봐 우리가 쉽게 보기 힘든 온갖 다양한 그림과 사진들을 중간 중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것은 그날 저녁에 먹었던 음식을 올릴 뻔한 역겨운 것도 있고, 혼자서만 봐야하는 야릇한 것 까지 다양하게 있다. 하지만 저자는 역시 과학자답게 별것 아니라는 듯이 충실하게 그림과 사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양의 여러 유명한 화가의 걸작들을 보여주며 성적인 부분이라면 놓치지 않고 집어주는데, 학교 미술 시간에서 절대 들을 수 없는 그 설명을 읽고 나니, 그 어렵게만 보이던 걸작들도 조금씩 이해가 되어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멀쩡한 사람의 사진을 보여주며 "이 사람은 이 사진을 찍고 나서 며칠 뒤 무엇 무엇 때문에 죽었다"라고 설명하는 게 자주 나오는데, 저자는 독자를 섬뜩하게 만드는데 재주가 있어 보인다.

성은 인간이라는 종을 만들어낸 원동력으로 우리가 생물인 이상 그것은 인류가 끝나는 날까지 절대 떨어지지 않고 곁에 붙어 있을 것이다. 문명이라는 이름 하에 그것을 강제로 통제하거나 억지로 바꾸려고 하는 것은 어리석한 짓이다. 우리는 성을 좀더 올바르게 알고 행동하므로써 각종 성병과 인구 과잉 증가로부터 우리를 보호함과 동시에 성의 유익한 가치를 즐길 수 있다고 이 책은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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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 일하고 많이 놀아라
어니 J. 젤린스키 지음, 황숙경 옮김 / 물푸레 / 2004년 9월
품절


고된 노동은 미래를 위한 것이지만, 게으름은 현재를 위한 것이다.
- 낙서-30쪽

내가 부자인 것은 소유한 것이 많기 때문이 아니라, 원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 J. 브라서튼-278쪽

부가 사람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부를 잃을까 봐 걱정하게 만드는 일이다.
- 안토니 드 리바롤-283쪽

돈이 가장 많은 사람의 쾌락이 가장 값싸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3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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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 일하고 많이 놀아라
어니 J. 젤린스키 지음, 황숙경 옮김 / 물푸레 / 2004년 9월
평점 :
품절


매우 특이한 책이다. 보통 책이라면 "열심히 일하라", "시간 관리를 철저히 하라", "남이 잘 때 넌 일어나 있어라",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렇게 적혀 있어야지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적게 일하고 많이 놀아라>는 그와 반대로 말하고 있다.

그렇다고 쓸데없는 책이라고 단정 짓지 말라. 자 눈을 감고 마음 깊이 생각해 보자. 일할 때와 일하지 않을 때를 선택하라면 뭘 선택할지. 당연히 일하지 않을 때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 일하지 않으면 무슨 큰 죄를 지은 것처럼 몹시 두려워한다. 이 책은 조금이든 많게든 일중독에 빠진 현대인들에게, 직장을 잃는다는 두려움을 갖지 말고 이제 여가를 즐기라고 들려주고 있다. 웬지 불순한 내용을 들려줄까봐 좀 걱정되는가? 하지만 350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그 주제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알려주고 있어 어디 빈틈이 없다.

저자는 자기 삶을 그대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20년 넘게 특별한 직장 없이 일주일에 나흘정도 일하고 5월에서 8월까지는 무조건 일하지 않는단다. 우리에게는 주 40시간만 일하고 사회 복지가 잘 되어 있는 북미(미국, 캐나다) 사람들이 부럽기만 한데, 저자는 이 북미 사람들보고도 일만 하고 여가는 즐길 줄 모른다고 비판한다. 학교에서 배운 노동 윤리를 노예 윤리였다고 단정짓고, 경제적 부만이 최고의 삶의 가치와 사회 가치로만 여기는 사람들에게 인생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언지 곰곰이 생각해보라고 권하고 있다.

사실 지금의 시대는 직장을 잃었다고 당장 굶어 죽는 것도 아니고, 또 둘려보면 돈이 많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것은 정말 많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온갖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자는 시간까지 쪼개가며 일을 하는 일중독에 빠진 많은 한국인들이여, 정말 자신의 가치는 직장으로 표현되고 인생의 목표는 부와 명예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데 다들 그렇게 하니까 그런 것 같다고 생각한다면 당장 이 책을 들어라. 하지만 정말로 크고 안정된 직장과 돈만이 성공의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사실 이 책을 권하기가 망설어진다. 몇 장 읽고 "이 개을러빠진 놈!"하면서 집어 던지지(?) 않을까 싶어서이다.

책 중간 중간 곁들어 있는 삽화와 명언들도 재미있고 정말 유익하다. 명언들만 보고 있어도 많은 걸 느낄 수 있다.

사실 이 변역 판의 제목은 좀 순화되어 있다. 원제 'THE JOY OF NOT WORKING'을 그대로 해석하면 '일하지 않는 즐거움'인데, 아예 일을 전혀 하지 말라는 말처럼 들려서 '적게 일하고 많이 놀아라'라로 해석한 것 같다. 한국인들이 일하지 않는걸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옮긴이도 잘 알고 있었는가보다.

돈이 많지 않다고, 아직 취업을 하지 못했다고 힘들어하는 이들이여, 일과 돈밖에 모르고 은퇴조차 두려워하는 이들이여, 삶은 영원하지 않으니 지금이라도 여가를 즐기자. 진정한 삶의 행복은 가진게 없어도 일하지 않는 시간을 얼마나 즐겁게 보낼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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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atcher in the Rye (Mass Market Paperback, 미국판) - 『호밀밭의 파수꾼』원서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지음 / Little Brown & Company / 199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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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도 자주 등장하고, 미국 학교에서 필독서라는 말에 평소에 꼭 한번 읽어보아야 겠다고 자주 생각 했었다. 하지만 유명한 책은 왠지 재미없을 거라는 선입견은 왜 매번 드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미루다 미루다가 읽을 것이 없어 들었는데, 결과는 그 반대였다.

처음 한두 장을 넘기다가 내가 엉뚱한 책을 보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부터 들었다. 주인공은 자신이 과거에 겪었던 일을 소개하면서 이야기는 시작하는데 그 문체가 괸장히 구어적이다. 아니 상스럽다고 해야 되나. 나의 짧은 영어에 사전을 많이 보았는데, 대부분 첫 번째 뜻은 아니고 세, 네 번째 정도 가야지 맞는 뜻이 나왔었다. 같은 영어 소설인데 이렇게 다른 책과 느낌이 다르다니. 영어 원어민이라면 그 느낌이 더욱 와 닿겠지만, 그 뉘앙스를 자연스럽게 느끼지 못하는 나의 영어 실력에 아쉬움만 들게 하였다.

사립학교에서 퇴학당하게 되는 Holden이라는 소년은 밤중에 기숙사를 뛰쳐나와 집으로 가는 이틀간의 여정을 들려주는 것이 책 내용이다. 이틀이라고 생각 들지 않을 정도로 주인공은 쉬지 않고 많은 것을 하고 겪는데, 나 자신도 지칠 줄 모르고 계속 읽게 만들었다. Holden은 무작정 여러 사람들의 만나고 자살, 살인, 가출 충동들로부터 심한 갈등을 느끼는 등, 작가는 16살의 감정 날카로운 소년의 행동과 표현을 매우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요동치는 Holden의 심리가 끝까지 쉬지 않고 이어진다. 만약 내가 10대일 때 이 책의 읽었다면 지금보다 아주 다르고 그리고 더 특별한 무언가를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그때는 번역서로 읽어야 했겠지만.

원서인 이 책을 읽고 변역 판을 잠깐 비교해 읽어보았는데, 이상하게 영어에서 들어나던 그 느낌이 그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옮긴이가 어떤 의도로 옮겼을까 의심이 되고도 하고, 아니면 내가 원서를 잘 못 읽었는지 걱정까지 들었다.

어쨌든 영어로 된 책을 쉬지 않고 읽어보기는 나에겐 처음이었다. 역시 The Catcher in the Rye는 베스트셀러로 손색이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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