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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과 이브, 그후 - 진화로 본 휴먼 섹슈얼리티
맬컴 포츠, 로저 쇼트 지음, 최윤재 옮김 / 들녘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책 표지만 봐서는 미술에 관한 책일꺼라 생각도 들 수 있고, 하지만 성 관련 분류에 있는 것으로 봐서는 종교적으로 순수한 사랑 이야기나 하는 그저 그런 책일꺼라 생각하기 쉬울 것이다. 거기에다가 쪽수가 500페이지를 넘는 것까지 알고 나면, 그냥 남들에게 유식하게 보이려고 잠깐 들어서 넘겨보는 경우가 아니고는 만져보기(?) 조차 꺼려지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우리는 잘못된 편견들로 인해 정말 좋은 책들을 자주 놓치는 건 아닌지 이 책을 읽고 나서 여실히 느껴진다.
<아담과 이브, 그후>는 인간의 성을 생물학, 동물학적 관점으로 알아보고 과거와 지금의 사회에서의 성의 역할과 문제들을 재조명 해보는 책이다. 주제는 특별하게 보이지 않을지 몰라도, 이 책이 무엇보다 특별한 이유는 철저하게 사람들이 관심을 끌만한 내용들로 끌어가고 있다는 것과 저자들의 박식함에 놀라울 정도로 빈틈없이 들려준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남성/여성학이나 사랑, 성에 대한 말들에 듣게 되면, 지나치게 과장되거나 왜곡되는 경우가 많고 종국에 가서는 남성과 여성간의 계급투쟁으로까지 비쳐지기도 한다. 어쩔 때는 왜 사람은 성이 나뉘어졌으며, 왜 한평생 성욕에 묶여(특히 남성) 살아야 하는지 화도 나기도 한다. 이 책의 2명의 저자는 이런 우리들을 모습을 생물의 진화가 만들어낸 당연한 결과라고 자연스럽게 말하고 있다. 단지 문명의 발전 속도에 비해 우리의 성은 다른 유인원(원숭이, 고릴라)들의 성에서 크게 달라진 게 없기 때문에 이런 갈등이 발생한다고 말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근거로 여러 포유동물과의 비교와 인류의 다양한 성문화, 그리고 그리스 시대부터 현대 역사까지 성에 관련된 것이라면 뭐든 들추어 내어 속 시원하게 보여주고 있다.
여성과 남성의 행동 차이를 이 책을 통해 생물학과 동물학적으로 알아보니 어느 것보다 더 공감이 자연스럽게 느껴지고, 우리가 이 문명의 역사에서 지금까지 그것을 얼마나 왜곡해 왔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저자는 여성과 남성의 행동 차이를 후천적으로 발생된 것으로만 바라볼려고 하는 현대의 지식인들을 비판하고,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양성간의 차이 부분에 대해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게 오히려 우리 모두에게 이롭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의 재미난 것은 잠시라도 독자가 흥미를 잃을까봐 우리가 쉽게 보기 힘든 온갖 다양한 그림과 사진들을 중간 중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것은 그날 저녁에 먹었던 음식을 올릴 뻔한 역겨운 것도 있고, 혼자서만 봐야하는 야릇한 것 까지 다양하게 있다. 하지만 저자는 역시 과학자답게 별것 아니라는 듯이 충실하게 그림과 사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양의 여러 유명한 화가의 걸작들을 보여주며 성적인 부분이라면 놓치지 않고 집어주는데, 학교 미술 시간에서 절대 들을 수 없는 그 설명을 읽고 나니, 그 어렵게만 보이던 걸작들도 조금씩 이해가 되어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멀쩡한 사람의 사진을 보여주며 "이 사람은 이 사진을 찍고 나서 며칠 뒤 무엇 무엇 때문에 죽었다"라고 설명하는 게 자주 나오는데, 저자는 독자를 섬뜩하게 만드는데 재주가 있어 보인다.
성은 인간이라는 종을 만들어낸 원동력으로 우리가 생물인 이상 그것은 인류가 끝나는 날까지 절대 떨어지지 않고 곁에 붙어 있을 것이다. 문명이라는 이름 하에 그것을 강제로 통제하거나 억지로 바꾸려고 하는 것은 어리석한 짓이다. 우리는 성을 좀더 올바르게 알고 행동하므로써 각종 성병과 인구 과잉 증가로부터 우리를 보호함과 동시에 성의 유익한 가치를 즐길 수 있다고 이 책은 알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