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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 일하고 많이 놀아라
어니 J. 젤린스키 지음, 황숙경 옮김 / 물푸레 / 2004년 9월
평점 :
품절
매우 특이한 책이다. 보통 책이라면 "열심히 일하라", "시간 관리를 철저히 하라", "남이 잘 때 넌 일어나 있어라",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렇게 적혀 있어야지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적게 일하고 많이 놀아라>는 그와 반대로 말하고 있다.
그렇다고 쓸데없는 책이라고 단정 짓지 말라. 자 눈을 감고 마음 깊이 생각해 보자. 일할 때와 일하지 않을 때를 선택하라면 뭘 선택할지. 당연히 일하지 않을 때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 일하지 않으면 무슨 큰 죄를 지은 것처럼 몹시 두려워한다. 이 책은 조금이든 많게든 일중독에 빠진 현대인들에게, 직장을 잃는다는 두려움을 갖지 말고 이제 여가를 즐기라고 들려주고 있다. 웬지 불순한 내용을 들려줄까봐 좀 걱정되는가? 하지만 350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그 주제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알려주고 있어 어디 빈틈이 없다.
저자는 자기 삶을 그대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20년 넘게 특별한 직장 없이 일주일에 나흘정도 일하고 5월에서 8월까지는 무조건 일하지 않는단다. 우리에게는 주 40시간만 일하고 사회 복지가 잘 되어 있는 북미(미국, 캐나다) 사람들이 부럽기만 한데, 저자는 이 북미 사람들보고도 일만 하고 여가는 즐길 줄 모른다고 비판한다. 학교에서 배운 노동 윤리를 노예 윤리였다고 단정짓고, 경제적 부만이 최고의 삶의 가치와 사회 가치로만 여기는 사람들에게 인생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언지 곰곰이 생각해보라고 권하고 있다.
사실 지금의 시대는 직장을 잃었다고 당장 굶어 죽는 것도 아니고, 또 둘려보면 돈이 많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것은 정말 많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온갖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자는 시간까지 쪼개가며 일을 하는 일중독에 빠진 많은 한국인들이여, 정말 자신의 가치는 직장으로 표현되고 인생의 목표는 부와 명예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데 다들 그렇게 하니까 그런 것 같다고 생각한다면 당장 이 책을 들어라. 하지만 정말로 크고 안정된 직장과 돈만이 성공의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사실 이 책을 권하기가 망설어진다. 몇 장 읽고 "이 개을러빠진 놈!"하면서 집어 던지지(?) 않을까 싶어서이다.
책 중간 중간 곁들어 있는 삽화와 명언들도 재미있고 정말 유익하다. 명언들만 보고 있어도 많은 걸 느낄 수 있다.
사실 이 변역 판의 제목은 좀 순화되어 있다. 원제 'THE JOY OF NOT WORKING'을 그대로 해석하면 '일하지 않는 즐거움'인데, 아예 일을 전혀 하지 말라는 말처럼 들려서 '적게 일하고 많이 놀아라'라로 해석한 것 같다. 한국인들이 일하지 않는걸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옮긴이도 잘 알고 있었는가보다.
돈이 많지 않다고, 아직 취업을 하지 못했다고 힘들어하는 이들이여, 일과 돈밖에 모르고 은퇴조차 두려워하는 이들이여, 삶은 영원하지 않으니 지금이라도 여가를 즐기자. 진정한 삶의 행복은 가진게 없어도 일하지 않는 시간을 얼마나 즐겁게 보낼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