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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거스미스 ㅣ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반전 하면 떠오르는 게 '식스센스',
하지만 난 거기에 대해 쓰라린 경험이 있다.
어떤 심술궃은 인간이 영화 시작 전에 "니콜라스 케이지가 귀신이래!"라고 외치는 바람에
막상 반전이 일어났을 땐 그리 놀라지 않았던 것.
<아이덴터티>인가 하는 영화를 볼 때도 "아이가 범인이야!"라는 리뷰를 보고 말았기에
반전의 즐거움을 누리지 못했다.
하지만 <핑거 스미스>는 나름 반전에 목마른 내 갈증을 촉촉히 채워 줬는데,
오래 전 영국이 배경이라 마차가 다니고 신사가 나오는 등 잔잔하게 진행되던 얘기는
다음 대사를 배경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불쌍한 우리 마님. 오! 이런 모습을 보니 제 가슴이 미어져요."
이때의 놀라움이 어찌나 컸는지,
옆에서 자는 아내를 깨우고야 말았다.
"여보. 이 책 진짜 재밌다!"
그 정도 반전을 선사했으면 그 다음부터는 대충 써도 되건만,
세라 워터스는 거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드라마에 나오는 출생의 비밀은 진부하기 짝이 없건만,
이 책에 나오는 비밀들은 하나같이 메가톤급이라
그때마다 아내를 깨워야 했다.
책을 덮고나서 선언했다.
"이제 더 이상의 반전은 없다!"고.
이 책은 약간 동성애-레즈비언-적 코드가 읽히는데,
원래 작가가 그런 쪽을 좋아한단다.
나중에 영화를 보니깐 동성애 코드가 좀 더 강화됐고,
홍보문구를 보면 아예 그걸 내세워 흥행몰이를 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하지만 이 책에서 놀랄 건 동성애가 아닌 반전이고,
이보다 더 센 놈을 살아생전 만나지 않는다면
난 핑거스미스를 제일 독한 놈으로 알고 살아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