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3월 19일(월)
마신 양: 겁나게...
개 다섯 마리와 더불어 여생을 살기로 작정한 나, 그러기 위해서는 마당 있는 집을 구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자면 어서 로또가 되거나, 지금 거북이 기어가는 속도로 쓰고 있는 책이 대박 나야 한다. 인세를 한 권당 천원씩 받는다 치면 대략 20만권. 적고 보니 그거보단 차라리 로또가 더 가능성이 높다.
하여간, 우리 학장님은 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별장을 지으셨다. 2억 들었단다. 작년인가 한번 잡초 뽑으러 간 적이 있는데, 정식으로 초대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곳은 일종의 별장 촌으로, 커다란 호수를 끼고 있어서 경치가 아주 아름다웠다. 별장을 분양한다는 공고가 나붙어 있고, 실제로 몇 군데서는 크레인이 왔다갔다 한다. 학장님 맞은편에 짓고 있는 건물은 J 모 선생님 거란다. 둘러보니 아직 남은 땅이 좀 있어서, 나중에 여기 내려와 살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서울 집 팔면 2억 나온다^^)
날씨가 좋았던 덕분에 고기 파티를 멋지게 할 수 있었다. 고기도 좋은 고기 같았지만 같은 고기라고 해도 숯불에 구워먹는 고기는 유난히 맛있다. 한점 한점을 음미하면서 먹기에는 너무 젓가락 숫자가 많아, 대략 익은 것 같다고 생각되는 걸 씹지도 않고 삼켜댔다. 옆집에 산다는 개 한 마리가 고기 냄새를 맡고 달려온다. 난 고기를 잘라서 녀석에게 줬다. “너무 큰 거 주면 안된다. 개 죽으면 내가 물어야 해”라고 학장님이 말씀하셨지만, 그건 학장님이 날 모르셔서 하는 말이다. 개와 18년을 같이 산 내가 어찌 그런 걸 모를까. 난 종이컵에 물을 담아서 개에게 주기까지 했는데, “개는 물 필요없어”라는 누군가의 말과 달리 그 개는 정신없이 물을 마셨다. 녀석을 쓰다듬으면서 생각했다. 역시 개가 최고다,라고.
고기가 맛있어서라고 말하면 핑계겠지만, 그날 난 너무 술을 많이 먹었다. 6시 반에 첫 번째 고기를 먹었는데, 세상에, 8시에 맛이 간 게 말이나 되나. 혹시 실수라도 하지 않았는지 싶어 다음날 아무도 만나지 않고 숨어 지냈다. 오늘 용기를 내어 예과 조교에게 물어봤더니 “별 일 없었는데요. 재밌었어요”라고 말해준다. 휴, 다행이다. 학장님한테 한번 찍히면 오래 가는데 말이다. 오늘은 아주 조금만 마시고, 최대한 오래 놀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