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부리를 다물고 저녁의 나뭇가지에 앉아 저를 제 깃 속에 동그랗게 말아 오므리면, 새도 결국은 꽃인 것을. 새 떼가 잠잠해질 때 눈꺼풀 아래로 찾아드는 소리 없고 꿈 없는 깊은 잠. 시간의, 상처의 아묾. 타나토스 아니 저 지고의 ‘부인(Dame)‘이 주는 보상. 새들의 아우성이 끝의 임박을 고한다면 정말이지 꽃은 끝. 끝은 꽃. 이를테면 수련, 그 꽃봉오리 속의 수(睡). 잔잔한 수면 꽃의 잠. 잠잠. 너무 고요. 358
실렸던 이상우 소설 쭉 읽는데 너무 좋고 내가 꼭 이상우와 녹음기 틀어 놓고 말 없이 대화하며 산책하는 기분이다 하나의 단행본으로 나와 이제껏 읽은 것과 앞으로 나올 내용 손끝으로 가늠하며 긴 호흡 느긋하게 읽게 되면 더 좋을 것 같아 벌써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