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어떤 날에는 죽음에 씻겨 나간 네 얼굴이 매 순간 떠오른다. 관 안에 누운 시선의 엷은 미소처럼 인위적인 미소를 띠고―그만해. 돌연 난입해 오는 장면들도 있다. 삶의 평범한 순간들. 아무것도 아닌 듯 건넨 몸짓과 작은 선물들 속에서 표현되는 일상의 찬란함. 집의 반대편 끝에 있던 네가 갑자기 나타나 말한다. "재채기하는 소리가 들렸거든. 그게 왠지 마음이 쓰여서 왔어." 사랑에 형식을 부여하는 사소한 것들의 작은 성찬. 내가 네게 했던 말들은 너와 함께 어둠 속에 갇혀 있다. 그리고 네가 내게 했던 말들은 내가 있는 모든 곳에서 증발해서는 가벼운 눈송이가 된다. 나는 그것을 향해 손을 내민다. - P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