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다음 세상을 위한 텐 레슨 - 개인의 운명과 세상의 방향을 결정지을 10가지 제언
파리드 자카리아 지음, 권기대 옮김 / 민음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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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019년 중국 후베이성에서 시작된 바이러스는 2020년 전 세계를 휩쓸었다. 2021년 현재까지도 그 위력은 진정되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 바이러스를 '코로나19(COVID-19)'으로 명명했다. 전염병의 세계적 창궐은 '팬데믹(pandemic)'이란 굳이 알지 않아도 될 단어를 알게 해주었다.

2020년 수많은 학자나 경제전문가들이 앞다투어 코로나19 이후를 예견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존속할 수 있을 테고, 설사 우리가 이것을 박멸한다고 해도 장차 다른 질병이 창궐하리라는 점은 거의 확실하다. 이제 우리는 '팬데믹 이후(post-pandemic)'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 팬데믹 이후 세계는 여러 면에서 우리가 알고 있던 세상의 '빨리 감기' 버전이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삶을 '빨리 감기'하면, 그 안의 사건들이 더는 자연스럽게 진척되지 않고, 그 결과는 파괴적일 수 있고 심한 경우엔 치명적일 수도 있다.

작은 변화가 커다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자그마한 부품 하나가 고장 나고 그 부하가 다른 부품으로 이전되어 그것까지 고장 나면, 연쇄작용이 일어나 잔물결 하나가 요란한 파도로 둔갑하듯이 점점 더 커질 수 있다. 이런 것을 '종속 고장(cascading failure)'이라 부른다. 10년에 한 번꼴로 갑작스럽고 어마어마한 전염병의 창궐은 온 세상을 연쇄효과로 우리를 묶어두고 있다. 앞으로도 그런 일은 더 생길 것이다. 의식적인 계획의 산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롯이 우발적인 것도 아니다. 닥쳐올 팬데믹 이후의 세계를 제대로 보려면 우리는 그 체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10가지 제언

『팬데믹 다음 세상을 위한 텐 레슨』의 저자 파리드 자카리아(Fareed Zakaria)는 팬데믹 이후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사회적 합의안 10가지를 제언한다.

첫째, 〈안전밸트를 단단히 매어야 할 때〉. 박쥐, 사향고양이, 천산갑과 같은 야생동물로 인한 역병의 창궐을 우려하며 불법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육류 소비를 줄인 좀 더 건강한 식습관을 권장한다. 무엇보다 모든 나라가 강력한 공공 보건 체제를 갖추고 서로 소통하고 서로에게 배우고 협력하길 권한다.

둘째, 〈중요한 건 정부의 크기가 아니라 능력이다〉. 미국 주도의 대응을 우려한다. 되레 이번 팬데믹에 훌륭하게 대처한 나라들은 역사에서 교훈을 얻고 자본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을 보고 적용한 나라였다. 한국, 대만, 싱가포르 같은 나라들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군사력은 여전히 다른 모든 나라를 앞설지 모르지만, 보통 미국 사람의 삶은 다른 나라들이 어떻게 나이지고 있는지도 모른 채로 조금씩 뒤떨어질 것이라 말한다. 세계는 수십 년 동안 미국으로부터 배워야 했다. 그러나 이젠 미국이 세계로부터 배워야 할 차례다. 그중에서도 가장 시급히 배워야 할 과제는 정부다.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가 아니라, 훌륭한 정부란 무엇이냐를 배워야 한다.

셋째, 〈시장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숨 가쁘게 움직이는 시장과 기술의 변화로 이루어진 활짝 열린 세상은 무섭다. 한 가지 해결책은 그런 세상을 닫아 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를 봉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는 신흥국들이 성장하는 것을 멈추게 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기술의 진보를 방해 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팬데믹에 대한 공포와 보호주의 같은 새로운 추세는 인구 감소라든지 '구조적 장기 침체(secular stagmation)' 같은 더 깊숙한 구조적 변화를 악화시킬 것이다. 적어도 선진국에서는 당분간 성장이 계속 저조할 것으로 예측된다. 규제를 목표에 맞추어 적절하게 조절하기만 한다면,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확보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과세 정책도 그 혜택이 노동자들에게 더 돌아가고 자본가들에겐 덜 돌아가도록 조정할 수 있을 터이다. 과학과 기술에 큰 투자를 하고, 관료주의적 행정 절차를 최소화하고 최상의 교육이라는 목표에 초점을 맞추기 위한 정부 계획의 재편성과 조화를 이루면서 실행해야 한다.

넷째, 〈전문가의 말을 들어야 한다, 전문가는 사람들 얘기를 듣고〉. 세계는 굉장히 복잡해졌다. 우리는 정문가가 덜 필요하기는커녕 더 많은 전문가가 필요하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일종의 엘리트가 될 수밖에 없고, 보유한 지식으로 인해 권위와 권력을 차지하는 집단이 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전문가와 엘리트들도 어떻게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욕구를 항상 염두해 둘 것인가에 대하여 궁리하는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적어도 민주주의에서는 결국 사람들의 희망이야말로 권위를 부여하는 궁극의 원천이니까.

다섯째, 〈삶은 디지털이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은 기술혁명이 우리가 생각해 왔던 것보다 훨씬 더 멀리까지 와 있음을 보여 주었다. 디지털 라이프는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고, 진짜 세계의 형편없는 복제품으로 느껴질 수도 있음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전반적인 생산성은 개선되어 우리 모두를 도와줄 더 많은 부를 창출할 것이다. 인공지능과 생체공학 혁명을 둘러싼 여러 규칙을 조심스럽게, 신중하게 만들어 나간다면 우리는 인간성을 상실하지도 않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고도로 발전함에 따라 인간이 너무나 많은 것을 컴퓨터에 의존하게 되고 끝내는 컴퓨터를 친구로 생각하며 그들 없이는 아무런 기능도 수행할 수 없게 될까 봐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기계가 데이터 계산과 해답 제시에 더 스마트해질수록, 추론 능력을 넘어서서 우리가 독특하게 인간적인 점은 무엇인지 더욱더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디지털 라이프를 향한 움직임은 폭넓고 빠르고 생생하다. 그러나 그것의 가장 심오한 결과는 어쩌면 우리가 우리 내면의 가장 인간적인 것을 보듬어 아끼도록 만든다는 점이 아닐까?

여섯째, 〈아리스토텔레스는 옳았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다〉.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행복과 의미의 원천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politika)』은 첫 페이지에서 인간이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속성을 지녔다고 선언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이 오로지 도시에서만 만족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인간은 환경에 의해서 형태가 갖추어지는바, 인간을 충분히 완성된 성인으로 키우는 데 가장 좋은 환경이 바로 도시라는 얘기다. 인간은 도시를 창조하고 도시는 인간을 만든다. 동전의 양면과 같다. 재앙과 맞닥뜨리고도 우리의 도시가 성정하고 견디는 것은 우리 대부분이 참여와 협동과 경쟁에 이끌리도록 태어났기 때문이다.

일곱째, 〈불평등은 갈수록 심해질 터〉. 전염병이 만들어 낸 가장 현저한 불평등은 건강한 사람과 아픈 사람 사이에 드러난다. 우리가 (가능성이 매우 큰 일이지만) 또 다른 팬데믹과 맞닥뜨린다면, 우리는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모두를 안전하고 건강하게 보살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평등의 본질적인 형태여야 한다. 불평등은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장 근원적이고 도덕적인 의미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

여덟째, 〈세계화는 끝나지 않았다〉. 오늘날의 세계화의 깊은 흐름은 그것을 과거의 버전과 상당히 다르게 만들고 있다. 투자는 세계 전역을 아우르며 흐른다. 한 무리의 국가들이 제조한 상품들이 다른 무리의 국가들에서 홍보되고 판매되고 서비스된다. 정보는 눈 깜짝할 사이에 전 세계를 휘감는다. 세계 교역과 여행이 제1차 세계대전 이전의 정점을 회복하는 데 육십여 년이 걸렸다. 최후의 위대한 세계화 시대를 무력화한 것은 경제적 혹은 기술적 반동이 아니라 정치였다. 역사는 반복되지는 않지만 운(韻)을 맞추어 흘러간다. 신흥 강대국의 부상과 그로 인한 기존 패권국의 불안이라는 이야기가 반복되는 것을 목격한다. 중국이 떠오르고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냉혹한 현실정치가 돌아올지도 모른다.

아홉째, 〈온 세상이 양극화하고 있다〉. 세계는 하나이나 강대국은 둘인 세상이다. G2라 불리는 미국과 중국이다. 과거 양극체제의 중심에는 미국과 소련이 있었다. 소련은 군사력은 미국과 동등했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뒤떨어졌다. 중국은 반대로 군사력에서는 뒤질지라도 경제, 기술 분야에서는 미국과 대등하다.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로 알려진 틀 안에서 전 지구적 상호 교류가 일어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미국이 확립한 이 틀의 두드러진 특성은 교역과 경제의 개방성, 유엔 같은 국제기구, 국제적인 행위를 규제하고 협력으로써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규칙과 규범 같은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양극체제가 아무리 긴장이 넘치더라도 그것은 이 끈질기고 강력한 '다자간 세계' 속에 담겨 있을 것이다. 양극체제는 불가피하다. 그리고 냉전은 선택의 문제다.

열번째, 〈때론 최고의 현실주의자가 이상주의자다〉. 우리 시대의 자유주의 국제 질서는 불완전하고 결점도 많다. 그것은 인간이 채택했던 과거의 그 어떤 시스템보다도 더 많은 사람의 삶을 더 낫게 만들었다. 자유주의의 기저에 깔린 이상주의는 단순하고도 실용적이다. 국가들이 전쟁을 피할 수 있다면, 그들의 국민은 더 장수하고, 더 부유하며, 더 안전한 삶을 영위할 것이다. 그들이 경제 면에서 서로서로 엮이게 된다면, 모두에게 한층 더 득이 될 것이다. 협력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것은 허황된 꿈이 아니다.

지구적 협력 약속

대부분의 시대에 역사는 대체로 닦아 놓은 길을 따라 전진하고, 변화는 어렵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회를 거꾸로 뒤집어 놓았다. 팬데믹이나 기후변화나 사이버 전쟁 등의 문제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은 밖으로(더 많고 더 긴밀한 협력으로) 눈길을 돌리는 것이다. 지금은 어느 한 나라가 전 세계의 틀을 짤 수가 없다. 혼란과 냉전이냐 아니면 협력이냐 두 가지 가능성뿐이다. 우리가 필요로 한 것은 글로벌 거버넌스(global governance)이다.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주권 국가들 사이의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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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줄도 모르고 지쳐 가고 있다면
김준 지음 / 부크럼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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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언제 바라던 대로만 흘렀던가


당신의 모든 순간이

오직 살아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35쪽


어두운 시절에

남이 내 곁을 지켜줄 거라

생각하지 말라

해가 지면 심지어 내 그림자도

나를 버리기 마련이다

66쪽



착한 것만으론 무엇도 될 수 없어서


성심껏 잘해 줄 사람

성의만 보일 사람

관심도 주지 않을 사람

지금 당장 인생에서 내보낼 사람

76쪽


낯선 사람으로 태어나 누군가에게

익숙한 사람으로 죽는다면

그것으로 행복이겠다

92쪽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다면 나는 그 한계에 대해서 실망하고 싶지 않다. 나도 어쩔 수 없이 누군가에게는 나쁜 사람일 수 밖에 없는 거니까. 관계 속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그것으로 되었다.

96쪽


인생의 목적은

사랑받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다

당신에게는 당신만이 완성할 수 있는 삶의 목적이 있고

그것은 당신의 사랑으로 채워야 할 것이지

누군가의 사랑으로 채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104쪽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의 망망대해


잃고 나면 얼마나 소중했는지 알 수 있다는 말도

잃어 보기 전에는 결코 느낄 수 없지

파도가 몰려올 거라 생각했는데

온 우주가 단숨에 무너지네

142쪽


할 수 있다, 는 아주 간단하고 진부한 믿음 없이

해낼 수 없는 일은 무엇도 없으니

누구보다 열렬히 자신을 믿기를

160쪽


오래 믿는다면 그것이 현실이 될 테니까


자신의 처지에 불만이 있을 때,

우리는 그것을 두 가지 방법으로 바꿀 수 있다

즉 자신의 생활 조건을 개선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자신의 마음을 개선하는 것이다

앞의 것은 언제나 가능하다고 할 수 없지만

뒤의 것은 언제라도 가능하다

176쪽

바람이 불지 않을 때

바람개비를 돌리는 방법은

앞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204쪽


책을 지은 작가나 저자나 모두 삶에 대해 많은 고민을 글로 풀고 이를 엮어 책을 만든다. 『지친 줄도 모르고 지쳐 가고 있다면』의 저자 역시 자신의 삶을 살아가며 많은 부분에서 힘들어하고 고민했던 흔적들을 담아냈다. 수많은 자기계발서나 에세이들이 다 그렇지만 인생을 살아가는 데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 건 아닌 거 같다. 나 역시 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가면서 깨달음을 얻었다. 누구나 그 나이가 되면 고민하게 되는 것들이 생겨난다. 사회적이라고 붙이는 남들에 의해 주어진 숙제들을 해결하다보면 어느샌가 자신을 잃어버린 것 같은 당혹감에 방향을 잡으려고 하는 것도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본성의 발로라 생각된다.

하지만 결국 이렇게나 저렇게나 각자의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거다. 다만 저자처럼 일찍이 다양한 삶의 고민들과 고통을 극복하는 방법을 깨닫는다면 한결 수월할 수는 있을 거 같다.

예나 지금이나 세상살이가 쉬운 적은 없다. 누군가에게 위로 받는 것도 내 마음이 그럴 뿐이지 어디 기댈 곳 찾기가 쉬운 일인가. 동병상련이란 공감 속에서 위안을 삼아보는 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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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법정
조광희 지음 / 솔출판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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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

수많은 소설이나 영화에서 안드로이드(android, 모습과 행동이 인간을 닮은 로봇)가 등장한다. 가장 손쉽게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은 영화 『터미네이터』가 아닐까 싶다. 많은 작품 속에서 안드로이드는 인간의 편리를 위해 탄생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위협적인 존재가 된다.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인공지능(A.I)이 발달하는 것이 인류가 바라는 미래의 모습이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고, 스스로 학습하는 딥러닝은 되레 인류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이 작품 『인간의 법정』은 안드로이드와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배경으로 한다.


인과응보

우리가 로봇이나 안드로이드를 통해 원하는 것은 인간을 대신할 수 있는 일꾼이다. 단순 반복적인 일이나 위험도가 높은 일, 정밀성이 높은 등 사람이 지속적으로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부분들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안드로이드에 바라는 것 아닐까? 하지만 당초의 목적과 용도를 잃어버리고 달리 사용될 때는 그 선택에 대한 책임도 인간이 감당해야 한다. 책 속의 인물인 시오도 처음에는 호기심에 자신과 닮은 안드로이드를 구입해 같이 생활하지만, 과한 호기심이 당초의 사용 목적을 벗어나게 되고 화를 면치 못하게 된다.


생명체, 그리고 정의

이 책에서 작가가 던지는 문제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생명체의 범위이고, 둘째는 정의이다. 작가는 안드로이드가 원래의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고, 이때 인간과 같은 '의식'을 가지게 된다면 이것 역시 생명체로 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 책 속의 법정 다툼도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쟁점이다. 생명체의 일반적인 특징은 자기증식능력, 에너지변환 능력, 항상성 유지 능력이라고 하는 3가지의 능력을 갖춘 것인데 안드로이드가 생물의 특성을 몇 가지 갖출 수 있을지라도 현실적으로는 억지스러운 설정이라 생각한다. 다만 소설이니 독자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는 각자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

절대 권력자인 인간은 지구상의 어떤 동·식물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낸 로봇이나 기계장치 등에서도 최상위의 지위를 유지하려고 한다. 어차피 모든 존재에는 수직적 관계가 성립하게 된다. 가장 기본적인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에서도 최상위 포식자이다. 그러한 인간에게 의식이 있는 안드로이드는 아무리 똑똑한 것일지라도 인간에게는 위협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다. 정의(正義, justice)는 이성적 존재인 인간이 언제 어디서나 추구하고자 하는 바르고 곧은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이성적인 인간 세상 만물을 포용할지라도 결국 인간의 권위에게 도전하는 것은 정의에 배치되는 것이라 하겠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인공지능은 우리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우려와 기대가 혼재된 미래사회는 보다 신중하게 고민하고 수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시류에 역행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것이지만 아무런 기준과 대안 없이 그저 흘러가는 것도 아니다 싶다. 『인간의 법정』은 독자에게 자칫 잊고 있는 의식을 깨우는 좋은 기회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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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시대 - 기술이 인류를 소외시키는 사회에 대한 통찰과 예측
브래드 스미스.캐럴 앤 브라운 지음, 이지연 옮김 / 한빛비즈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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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문제점

현대식 데이터 센터는 거대한 데이터와 스토리지, 컴퓨팅 파워를 결합해 전 세계 경제 발전에 유례없는 토대를 마련해 주었다. 이 새로운 시대에 우리는 공공의 안전과 개인의 편의, 그리고 프라이버시 사이에서 어떻게 중심을 잡아야 할까? 이 기술을 이용해 우리나라와 기업과 개인의 삶을 분탕질하려는 사이버 공격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어떻게 보호해야 할까? 우리가 사는 공동체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이 경제적 영향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지금 우리가 만들고 있는 세상은 우리 아이들에게 일자리를 남겨둘까? 심지어 그 세상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긴 할까? 이 모든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술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디지털화가 몰고 온 변화가 대단한 것들을 약속하는 건 사실이지만, 세상은 정보기술을 강력한 도구이자 무시무시한 무기로 만들어놓았다. 새로운 기술의 시대는 새로운 불안의 시대를 낳고 있다. 이민, 무역, 소득 불평등 문제로 고통받는 국가들은 포퓰리즘 정치가나 국수주의자들이 조장하는 분열에 직면해 있고, 그 분열의 일부는 엄청난 기술 변화에서 기인한다.

이 책은 단순한 트렌드나 아이디어를 넘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대처하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과 여러 의사결정, 조치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해결 방안

<감시>, <기술과 공공 안전>, <프라이버시>, <사이버 보안>, <민주주의>, <소셜 미디어>, <디지털 외교>, <소비자 프라이버시>, <지역별 광대역 통신>, <인재 격차>, <AI와 윤리>, <AI와 안면인식>, <AI와 노동력>, <미국과 중국>, <데이터의 미래> 이상의 15가지 주제로 IT 기술 발전에 따른 문제들을 제기한다. 과거에는 고려되지 않았던 것들이 주목을 받았고, 그로 인한 문제들을 해결하거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공론화가 되기도 했다. 일부 문제점들의 해결 방안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으로 앞으로의 우리가 해결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아인슈타인은 기계의 시대가 많은 혜택을 가져다주겠지만 인류의 조직력이 기술 발전의 속도를 따라갈 수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리는 인류에게 더 많은 기술을 보급하려고 노력하는 동시에 기술에 더 많은 인간성을 주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기술변화의 속도가 느려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디지털 기술은 수십 년 동안 거의 아무런 규제도, 심지어 자기 규제도 없이 발전해왔다. 모든 것을 정부나 규제가 해결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뻔한 이야기겠지만, 이해당사자들의 협력과 타협, 역할 분담이 수반되어야 함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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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는 왜 멈추는가? - 자본론으로 21세기 경제를 해설하다
한지원 지음 / 한빛비즈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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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이해하기

이 책의 서문에도 나와 있지만 자본주의의 경제적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산업화 이후 가장 지지부진한 노동생산성, 인류 역사상 최대치로 늘어난 정부 부채, 봉건 시대와 견줄 만한 빈부격차, 제1차 세계대전 전후를 방불케 하는 무역갈등, 주기가 짧아지고 강도는 높아지는 경제침체. 더구나 코로나19 이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은 자본주의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들고 있고, 저자 역시 마르크스의 『자본』에서 자본주의 경제의 최근 특성을 분석한 후 미래를 전망한다.

자본주의는 자유, 평등, 풍요라는 현대의 이상을 실현하는 경제 체계로 300년 가까이 발전해왔다. 소유할 자유가 인신의 구속을 없앴고, 시장 거래의 평등이 신분적 차별을 없앴으며, 소유와 시장을 통해 발전한 생산력이 풍요를 극대화했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진보하면서 동시에 퇴보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풍요는 이윤율 하락이라는 결함으로 인해 계속될 수 없고, 자유는 임금 노예로 살아야만 얻을 수 있는 조건부 권리가 되었으며, 평등은 인간 사이의 평등이 아니라 1원의 평등으로 축소되었다.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상품과 화폐>로 노동가치론으로 인공지능 로봇, 디지털 경제, 비트코인, 재정확장 등 기술변화와 관련된 쟁점을 분석한다. 2부는 <이윤과 임금>이다. 착취 법칙으로 직장 갑질, 공정임금, 임금분배율, 귀족노조 등 노동 이슈를 살펴본다. 3부는 <성장과 위기>로 자본순환론으로 부동산 가격, 규제개혁성장, 임금주도성장의 내용을 담고 있다. 4부는 <역사법칙>으로 『자본』의 결론인 '자본축적의 일반법칙'으로 경제적 불평등, 현실 사회주의의 실패, 최근 이슈인 코로나19 사태 등의 자본주의 장기 비전과 관련된 쟁점을 분석한다.


쉬운 듯 어렵고, 어렵지만 한 번은 읽어야 할 책

고등학교에서는 이과를 졸업했고,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사회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접한 서적과 신문, 뉴스를 통해 익힌 경제 지식을 조금이나마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기회라 여기며 책을 펼쳤다. 지금껏 살면서 마르크스의 『자본론(자본: 정치경제학 비판)』은 들어봤기 때문에 마흔 중반을 넘어서는 나이쯤 되면 자본주의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 정도는 이해하고, 예측하며, 대응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 싶었다. 이런 생각들이 오만한 것임을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분명 저자는 마르크스의 『자본』을 현재에 맞게 적용하고 쉽게 해석했다고 했지만, 부족한 기초 지식 수준과 이해도 탓에 진도를 나가는 데 애를 먹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준의 글은 아니다. 기본적인 경제 지식을 갖고 있다면 다소 느리고 어려운 걸음이나마 내딛는 건 문제가 없을 듯하다. 궁극적으로 이 책에서 얻고 싶었던 답은 책의 제목에 실린 질문이었다. 『자본주의는 왜 멈추는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하지 않겠나.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자본주의를 추구하고 있지만 갈등이 끊이질 않는 것도 이런 점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인간사에서 어느 것도 완벽한 것은 없겠지만 내가 속한 사회를 이해하는 데 조금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필요는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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