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작가가 던지는 문제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생명체의 범위이고, 둘째는 정의이다. 작가는 안드로이드가 원래의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고, 이때 인간과 같은 '의식'을 가지게 된다면 이것 역시 생명체로 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 책 속의 법정 다툼도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쟁점이다. 생명체의 일반적인 특징은 자기증식능력, 에너지변환 능력, 항상성 유지 능력이라고 하는 3가지의 능력을 갖춘 것인데 안드로이드가 생물의 특성을 몇 가지 갖출 수 있을지라도 현실적으로는 억지스러운 설정이라 생각한다. 다만 소설이니 독자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는 각자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
절대 권력자인 인간은 지구상의 어떤 동·식물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낸 로봇이나 기계장치 등에서도 최상위의 지위를 유지하려고 한다. 어차피 모든 존재에는 수직적 관계가 성립하게 된다. 가장 기본적인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에서도 최상위 포식자이다. 그러한 인간에게 의식이 있는 안드로이드는 아무리 똑똑한 것일지라도 인간에게는 위협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다. 정의(正義, justice)는 이성적 존재인 인간이 언제 어디서나 추구하고자 하는 바르고 곧은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이성적인 인간 세상 만물을 포용할지라도 결국 인간의 권위에게 도전하는 것은 정의에 배치되는 것이라 하겠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인공지능은 우리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우려와 기대가 혼재된 미래사회는 보다 신중하게 고민하고 수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시류에 역행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것이지만 아무런 기준과 대안 없이 그저 흘러가는 것도 아니다 싶다. 『인간의 법정』은 독자에게 자칫 잊고 있는 의식을 깨우는 좋은 기회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