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하지 말고 함께해라 - 무상지원자금을 활용한 소상공인 협업 전략
김진희 외 지음 / 원앤원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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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장... 그거 저 혼자 들면 안 될까요?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속담을 모르는 이는 없을 거다. 아무리 쉬운 일이라도 협업을 하면 훨씬 쉽다는 협동의 중요성을 언급한 우리 속담이다. 이 속담을 배우고 익히는 건 과거로 따지면 초등학교 저학년 때인 걸로 기억된다. 요즘은 속담을 가르치는 시간이 별도로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이런 속담에 내포된 의미는 초등학생도 아는 기본적인 수준이다.

그런데 이런 쉬운 의미를 나이가 들고 막상 현실에서는 반영하는 이가 드물다. '동업'이니 '협업'이니라는 말은 이론적으로는 알지만 현실에서, 더구나 그걸 해야 하는 당사자가 '나'라면 고개를 좌우로 젓고 사양하고 싶다. 누가 함께하면 쉬운 줄 모르겠나. 다만 동업이나 협업을 하는 동안 그나마 좋았던 관계가 무너지고 갈등이 증폭되고 법정까지 가는 경우를 목격하거나 주변을 통해 듣거나 하면서 상상만 해도 부담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죽든 살든 처음부터 각자 팔을 흔드는 게 정답이란 생각이 간절하다. 그게 그나마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이라 굳게 믿는다.

위기의 자영업, 협업으로 돌파구

우리의 자영업은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경제의 한 축이다. 정확한 자영업자수를 알지는 못하지만 이 책에는 640만이라 적혀있다. 결코 적은 수는 아니다. 그런 자영업이 무너지고 있다. 어느 해이고 좋은 적은 없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침몰하고 있다. 경제가 움직이려면 돈이 돌아야 하는데 밤 9시면 문을 닫아야 한다. 시간과 노동을 투입하고 돈을 버는 입장에서는 벌 수가 없다. 정부와 지자체가 급한대로 선별적 혹은 보편적 복지 개념의 재난지원금도 주고, 국민들에게 돈을 쓰라고 뿌리지만 '언발에 오줌누기' 이다. 그마저도 없는 것보다 낫겠지만 목이 타들어가는 데 물 한모금 주는 것을 상상해보면 어떨까 싶다. 어찌됐건 코로나19는 갑작스런 변고임에는 분명하다. 다만 이 시기가 지난 후 다시 우리가 예전의 일상을 되찾는다 할지라도 우리의 자영업을 하는 소상공인들에게는 당장의 생계뿐 아니라 생업을 지속해야 하는 고민을 안고 살아야 한다.

꼭 자영업을 하는 소상공인만 해당되는 게 아나라 중소기업, 중견,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생존의 문제는 늘 안고 있는 부분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영업이 잘 영위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을 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각 지자체 마다 이 정책자금 집행이나 다양한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이 책 《혼자 하지 말고 함께해라》는 제목처럼 어려운 시기에 혼자 어려운 길을 헤쳐가지 말고 협업을 하고 협동조합을 만들어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기를 권한다. 말은 간단하지만 해보지 않은 이들에게는 막막하고 자기들만 아는 얘기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공예공방, 패션, 음식점·카페, 도소매점·전통시장, 인쇄·포장패키지의 협업 성공 사례를 알려주고 있다. 사실 잘된 사례만 보여주는 것이니 언급되지 않은 실패 사례도 무수히 많을 것이다.

책에서도 자영업 협업의 성공조건으로 일곱 가지를 언급한다. 첫째, 참여업체에게 단기적 이익과 중장기적 이익이 적절하게 존재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둘째, 초기의 협업아이템은 단순하고 명료해야 한다. 셋째, 협업활동에 대한 합리적인 비용분담 규칙을 정해야 한다. 넷째, 협업 추진주체인 협업리더가 협업사업을 수행할 시간과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다섯째, 동종업종의 성공사례 교육이나 견학을 통해 비전을 제시해서 참여업체들이 적극성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섯째, 협업사업에 상인회나 협회와 같은 단체의 회원사를 중심으로 구성하는 경우 협업사업이 매우 활발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일곱째, 협업체를 구성하고 협업을 실행해나가는 데는 지자체 및 정부의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성공의 조건, 그것은 '사람'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1년 생존률은 65.3%, 5년 생존률은 28.5%라고 한다. 전세계 어느 나라보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으니 생존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데 지극히 동의한다. 그럼에도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거다. 각자도생을 해야 하는데 그것도 여의치 않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심정으로 비슷한 일을 하는 업자들이 모여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협업도 해보고 동업도 한다. 협동조합도 만들고 거기에서 파생된 일들이 새로운 사업으로 확대되는 모델을 우수 사례로 언급하고 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무척 좋은 모델이다. 공유와 협업이라는 시대적인 흐름에 따른 것이니 얼마나 좋겠나. 하지만 일을 하는 건 감정을 지니고 이해를 다투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점의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협업을 통한 지원사업 평가에서 첫째, 유형물인 공동 이용 시설 위주로 지원하고 있고, 둘째, 같은 사무실, 같은 건물, 같은 골목 내에 있는 기업들로 구성된 협업체를 우선적으로 지원하며, 셋째, 협업기업 모두가 필요하고 사용빈도가 높은 시설을 지원 받아야 하며, 넷째, 유대관계가 좋은 사장님들로 구성된 협업체를 우선 지원한다는 것을 참고해야 한다.

언제나 정부와 지자체는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는 한 축을 방치할 수는 없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리고 함께 가야 한다. 그래서 결국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자금이나 지원사업들은 아는 사람만 쓰는 것처럼 알려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당장 생업에도 정신이 없는데 그런 것을 둘러볼 여유가 없는 것도 맞다. 그래서 역할을 나누고 강점을 가진 것에 더 매진할 수 있는 것이 협업 아니겠나. 결국 사람이 일을 한다. 마음 맞는 사람이 함께 일을 할 수 있다면 그 시너지는 더욱 커지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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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백년식당에서 배운 것들 - 세월과 내공이 빚은 오리진의 힘
박찬일 지음, 노중훈 사진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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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입맛은 과거에 더욱 머문다

복고는 주기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최근에는 뉴트로(new+retro)라는 이름으로 복고에 대한 재해석이 있다. 2000년대를 넘어서 태어난 이들에게는 1980~1990년대의 모습마저도 신기한 세상이다. 하물며 그 이전의 모습은 조선시대와 견주어도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먼 과거일 테다.

복고를 거론한 이유는 우리의 입맛은 늘 옛것을 상기하기 때문이다. 오래된 그 맛, 어머니의 손맛과 같은 추억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더 진한 기억으로 돋아난다.

맛있게 글쓰는 요리사의 노포 발굴 프로젝트

글쓰는 쉐프라고 불리는 저자 박찬일은 '노포(老鋪)'라는 단어가 생소하던 시절부터 오래된 식당을 찾아다니며 주인장들의 생생한 증언과 장사 철학을 글로 썼다고 한다. 그리하여 2014년에 출간한 《백년식당》의 원고를 토대로 네 곳은 제하고 여섯 곳의 노포를 새로이 취재하여 재단장한 책이 바로 《내가 백년식당에서 배운 것들》이다.

무엇보다 '글쓰는 쉐프'라는 수식어에 '맛있게'라는 수식어를 덧붙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몇 권 내어본 이라 그런지 글을 쓰는 솜씨가 여간 아니다. 인터뷰를 통해 가게들의 이력과 사연 그리고 음식의 역사까지 고스란히 담겨있다. 흔히 눈에 띄는 음식이나 음식점 소개를 하는 잡지 글 같은 수준이 아니란 게 개인적 소견이다. 그 덕분에 한집 한집 소개되는 글에서 나 역시 기회가 닿는 대로 들러봐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백년식당에서 배워야 할 것들

이 책에는 20곳의 노포들이 등장한다. 책의 제목에 언급된 100년이 된 곳은 없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긴 세월을 감당하며 시련과 고난을 버텨낸 가게들임은 분명하기에 그 속에서 배울 점은 확연하다. 첫째, 고집스럽게 지키는 변함없는 맛이다. 둘째,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기에 신뢰가 기본이다. 셋째, 최고의 맛을 내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다. 이 세 가지는 노포뿐만 아니라 어떤 일을 하더라도 적용되는 핵심들이다. 다만 누구나 알지만 그것을 얼마나 지키고 행동하느냐의 차이일 거라 생각된다.

소개된 노포들이 스스로 마케팅을 한 곳은 없다고 본다. 하나같이 오래도록 고정 고객을 확보하고, 구전되면서 명맥을 이어가는 것이다. 본연의 자세에 충실하면 언젠가 인정받는 날이 온다는 걸 의미한다.

꼭 노포들의 모습이 정답이 될 수는 없을 거다. 현재에 맞는 가게들도 존재해야 한다. 다양한 소비자의 욕구를 맞추는 것이 공급자가 할 일이기도 하다. 다만 소비자와 공급자의 궁합이 잘 맞는 길이 있다면 소신껏 한길을 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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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레오의 고뇌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5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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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레오의 고뇌(ガリレオの苦悩)』는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이다.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가 쓴 소설로 '갈릴레오'라 불리는 물리학자 유가와가 경찰이 해결하지 못하는 어려운 사건들을 과학적으로 해결한다. 탐정이라 불릴 만하다. 갈릴레오 시리즈 작품은 『탐정 갈릴레오(2008)』부터 『예지몽(2009)』, 『용의자 X의 헌신(2006)』, 『성녀의 구제(2011)』, 『한여름의 방정식(2018)』으로 되어 있다.

이번 작품에는 다섯 가지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첫째, 떨어지다. 둘째, 조준하다. 셋째, 잠그다. 넷째, 가리키다. 다섯째, 교란하다. 각각의 에피소드에서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보다 흥미로운 건 갈릴레오로 불리는 유가와가 범행을 입증하는 과정이다. 물리학자답게 과학적인 실험을 통해 증명하는 모습은 독자의 무호흡을 불러일으킨다. 실제로 동일한 실험을 통해 확인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현실 가능한 실험들이라 본다. 이런 점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갈릴레오 시리즈를 선택하게 만드는 매력이 아닐까 싶다.


떨어지다

구사나기와 가오루는 에지마 치나쓰의 투신자살에 대해 수사를 한다. 에지마의 투신에 오카자키가 관여된 것으로 파악하고 이를 수사하지만 투신 방법을 찾지 못한다. 가오루는 유가와를 찾아가 사건 내용을 알려주고 도움을 청한다.

「떨어지다」의 소재는 불륜이다. 갈릴레오 시리즈뿐 아니라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수 작품들에서 등장하는 부분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남녀의 사랑이 소재가 되지 않을 수가 없다. 각자가 싱글일 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입장이 바뀌는 건 순간이다. 둘 중 어느 한쪽만 입장이 달라지면 불륜의 환경에 처한다. 당사자들 역시 그런 입장과 환경이 지속적인 관계를 이어가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지만 쉽사리 포기하지 못한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자신들이 유지하고 있는 관계를 운명적 혹은 필연적 '사랑'이라는 허울로 포장을 하기 때문이다. 현실과 대치되는 자신들의 입장에서 갈등을 겪지만 진정한 사랑은 어려움을 이겨내는 것이라는 입장이 공존할 수 있고, 당사자들은 자신들도 드라마 주인공의 입장이라는 걸로 위안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스릴을 즐기기 때문이다. 잘못인 줄 알지만 그것을 들키지 않고 유지할 때 느끼는 짜릿함은 어떤 것보다 중독적이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이 된다'라는 말처럼 어릴 적 작은 도벽이 점점 큰 손이 되면서 범죄자 대부분이 이런 감정에 중독이 된다. 불륜의 당사자들도 이런 상황을 즐기는 것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이유들이 존재하겠지만 보편적인 건 이 두 가지일 것 같다.

일부일처의 제도에서 살아가는 입장에서는 불륜이 용인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일탈은 인간의 본능 아니겠나. 그래서 틈틈이 우리는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 훔쳐보기를 하고 그에 따른 쾌감을 대리해 느끼고 싶은 것이다.

불륜의 끝은 대개 좋지 못하다. 진정한 사랑으로 꽃을 피우는 건 몇이나 될까? 알려지지 않아서 모를 수도 있겠지만 어떤 것이 더 좋은 것일까? 한때는 사랑했고, 지금은 그 사랑의 대상이 바뀌었다. 안타깝게도 사랑해서는 안 될 그런 사람이 사랑스럽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조준하다

인적이 드문 시골 마을에 유가와의 스승 도모나가 유키마사와 그의 아들 구니히로 그리고 양녀 나미에가 살고 있다. 어느 날 유키마사는 유가와를 비롯해 그의 제자들을 집으로 초대해 작은 파티를 한다. 파티를 연 그날 저녁 유키마사의 별채에 불이 나고 그 안에서 구니히로의 사체가 발견된다. 일본도에 찔린 듯한 사체는 타살을 의심하게 되고 유가와는 경찰과 더불어 진실을 파헤쳐 범인을 찾아낸다.

이번 에피소드는 '가족'이란 소재이다. 이혼하면서 전처와 사이에서 생겼던 아들이 있다. 30년가량 얼굴도 모른 채 떨어져 지내던 아들이 자신의 집으로 찾아와 금전적 지원을 요구하고 문제를 일으킨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그간 떨어져 지냈던 세월 동안 챙겨주지 못한 미안함도 있겠지만, 되레 남보다 못한 관계가 형성되지 않겠나. 더구나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아들보다는 후처와 나를 살갑게 챙겨주는 사람이 더욱 애틋한 건 인지상정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핵가족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제는 1~2인 세대가 전 세대에서 절반에 육박할 만큼 커지고 있다. 혈연관계를 중심으로 가졌던 기존 가족이란 의미와 더불어 이제는 새로운 가족의 의미를 받아들이고 재정립의 필요가 있을 거 같다.


잠그다

유가와 마나부는 후지무라 신이치가 운영하는 펜션으로 초대를 받아 가게 된다. 열흘 전 펜션에서 투숙객의 사망 사건이 있었고 투숙객이 머물렀던 방은 밀실이었다는 것이다.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유가와가 초대됐다.

하지만 정작 유가와를 초대한 후지무라는 사건에 대해 세세하게 캐묻는 유가와를 피하고 자신의 착각이라며 사건을 감추려 하는 듯하다. 이 사건의 배경에는 어떤 일이 있는 것일까?

사랑하는 사람이 잘못을 저질렀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도 알지 못한다면 그 잘못을 덮어주고 눈감아 주는 게 맞을까? 아니면 잘못에 대해 알려주고 죗값을 치르게 하는 게 맞을까? 전자를 선택하면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을 수는 있지만 늘 죄에 대한 불안감에 살아갈 것이다. 후자를 선택하면 죗값을 치르는 동안은 곁에 둘 수는 없다. 헤어짐이란 슬픔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대개 우리는 아이들에게 정직하게 살라고 말한다. 그것이 당연한 것이고 자신이나 타인을 속이는 행위를 철저하게 부정한다. '하얀 거짓말'이란 말이 있는 것처럼 평생을 살아가며 거짓말을 단 한 번도 하지 않는 이는 없을 거다. 상황과 입장 그것에 대처하는 거짓의 경중에 따라 우리는 그것이 죄의 유무를 구분하고 적용한다. 그래서 이러한 잣대를 자신 혹은 주변의 이들에게까지 빗댄다. 다만 이때 변수가 발생한다. 사랑이란 감정이다. 이 감정은 모든 걸 감싸준다. 잘못까지도 그럴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고 이해하고 최면을 가한다. 문제는 그건 당사자와 사랑하는 자신에게만 적용 가능한 것이다. 일반인 모두에게 적용되는 기준은 아니란 거다. 그래서 우리는 감정을 배제하고 어떤 상황에서나 보편적이고 공평한 기준을 법이란 것으로 만들어 적용한다.

당장 잘못을 이성적으로 혹은 감정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건 개인의 몫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어떻게 감싸주지 않을 수 있냐고, 보듬어주지 않는 것이 어떻게 사랑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아마도 죗값을 치르게 하지 않을까 싶다. 아마도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정의가 아니겠나.


가리키다

노히라 가세코는 가족들이 모두 여행을 떠나고 홀로 집을 지키다 사망했다. 경찰은 사건을 조사하는 동안 외부인의 침입에 의한 타살로 추정한다. 사건과 함께 이 집에서는 숨겨놓은 10㎏의 금덩이와 집을 지키는 큰 개마저 사라지고 없다.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는 건 사건 당일 담 너머로 지켜보던 보험 설계사 마세 기미코이다. 피해자의 집에서 15분 거리에 살고 있는 그녀는 딸 마세 하즈키와 둘이 살고 있다. 마세 하즈키는 자신의 할머니에게서 받은 수정으로 다우징을 한다. 다우징(dowsing)은 나무나 금속 막대를 가지고 땅속의 광물이나 수맥을 찾는 방법을 말한다. 마세 하즈키는 용의자로 지목되고 있는 엄마의 남자친구가 의심이 되고 개의 사체를 찾는 데 다우징을 해서 찾으러 나선다.

아버지가 자살한 후로 어렵게 살아가는 모녀에게 자상한 엄마의 남자친구는 아버지가 되어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서 자신을 키워주고 있는 엄마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은 사건의 용의자로 강하게 추측되는 엄마의 남자친구를 보호를 해주고픈 마음이 생겨난다. 용의자 혹은 피의자가 되지 않는다면 그들은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일 거다. 인간의 마음이란 이렇게 이성적인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잘못을 저질러도 한순간의 위기만 모면하면 다 좋아질 거라는 불확실한 믿음에 큰 기대를 갖게 된다. 하지만 세상에는 비밀이 없다. 의도된 거짓말이 아닐지라도 그 결과가 낳는 부정은 결국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교란하다

어느날 경찰에 협박편지가 도착한다. 자칭 '악마의 손'이라 부른다. 그는 사람들을 죽이겠다는 협박을 하면서도 직접적 외상이 없는 탓에 경찰은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를 모른다. 협박의 궁극적 대상은 유가와 마나부이다. 유가와는 범인을 찾아내기 위해 자신을 미끼로 쓰기로 한다.

어디선가 영화로 본 것 같은 내용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내용은 이미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들이 많아 제목을 기억하진 못해도 아마 본 적이 있을 거 같다.

이 작품은 한때 과학자로 성공을 꿈꾸었던 이가 자신의 논문을 발표하는 현장에서 느낀 수치심으로 인해 꿈을 접게 되고, 그런 자신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판단된 유가와를 원흉이라고 책임전가를 하며 복수를 실행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사람이 살면서 자신감도 가질 수 있고 자만심에 빠질 수도 있다. 자신감은 삶의 원동력이 되어 더 많은 성과를 창출하기도 하고 원만한 인간관계를 구축하는 등의 선한 영향력이 되어 준다. 하지만 자만심은 과도한 자기 최면에 의해 안하무인이 되기도 하고, 사회적 관계가 소원해지며 세상을 보는 시야가 좁아지는 등의 악영향에 원인이 된다.

소설 속 범인은 과도한 집착과 열등감, 자만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범행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면 사회에서 격리를 할 수밖에 없다. 소수의견도 수렴해야 하는 다양성을 보장하는 세상이긴 하지만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에는 제재가 가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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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 플라스틱부터 음식물까지 한국형 분리배출 안내서
홍수열 지음 / 슬로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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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문제와 대책

쓰레기의 사전적 의미는 ′비로 쓸어낸 먼지나 티끌, 또는 못 쓰게 되어 내다 버릴 물건이나 내다 버린 물건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살면서 필요에 의해 사용되는 물건이 쓸모가 없게 되면 버려지게 된다. 과거에는 사용하고 버리면 그만이던 것이 쓰레기를 그냥 버리면 환경을 오염시키고 그것이 곧 인간에게 되돌아오게 된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대기오염, 수질오염, 토양오염은 각각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연관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라도 간과할 수 없다. 그래서 쓰레기의 근본적인 대책은 5R이라 일컫는 Reject(거절하기), Reduce(줄이기), Reuse(재사용하기), Recycling(재활용하기), Rot(썩히기)를 하는 거다. 처음부터 쓰레기를 만들지 않도록 불필요한 소비를 거절하고, 정말 필요한 물건인지 생각하고 불필요한 것은 덜어내고, 사용 가능한 것은 최대한 사용하고, 쓰레기로 버려지면 재활용하여 다시 원료로 사용하고, 분해되어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퇴비화 하는 것이다.

분리배출과 우리의 과제

처음부터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겠으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반면 소비자가 직접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것이 분리배출을 하여 재사용이나 재활용을 돕는 일이다. 우리는 1995년 1월 1일 쓰레기종량제가 도입되면서 재활용품 분리배출이 시작되었다. 25년이란 긴 시간 동안 분리배출이 익숙해졌다. 하지만 아직도 매립이나 소각되는 쓰레기가 적지 않다. 제대로 분리배출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쓰레기와 재사용 혹은 재활용할 수 있는 것이 구분이 명확하지 않기도 하고, 쓰레기를 배출하는 자의 무지에 의한 것도 있다. 플라스틱과 친환경 제품, 일회용품, 종이와 종이 같은 것, 유리와 유리 같은 것, 금속과 금속+플라스틱, 폐가전제품, 전등과 건전지, 의류, 음식물 쓰레기와 폐의약품을 어떻게 구분하고 배출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하는 건 이제 우리 모두의 당면 과제다.

리 모두의 실천이 필요

이 책은 어려운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지금껏 우리가 생활하고 버리는 쓰레기들을 어떻게 배출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환경오염 문제는 특정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 나만 편하면 된다는 식의 발상은 결국 자신마저도 살아가기 힘들게 만들 수 있다. 긴 시간 분리배출을 실천해온 우리에게 조금 더 관심이 필요하게 되었다. 인류 생존의 시계가 있다면 이런 노력이 좀 더 늦출 수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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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 - 정확하고 설득력 있는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서울대 글쓰기 특강'
박주용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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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연예인, 유명 강사 등의 학위 논문 표절에 대한 문제가 언론을 통해 이슈가 되었다. 이같은 문제는 비단 최근에 발생한 것도 아니다. 지금은 논문 표절을 대조하고 검색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그나마 쉽게 발견되었지만 과거에 수많은 논문들에 이런 기준을 갖다대면 자유로운 글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렇다고 모든 글들이 표절이나 짜깁기를 했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과거에 비해 보다 빡빡해지고 정직한 자기 글을 써야 한다는 거다.

소셜미디어가 발달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과거보다 글을 더 많이 쓰게 되었다. 트위터는 초창기에 140자로 생각과 사실을 표현하게 하였다. 페이스북은 그보다 많은 글을 쓸 수 있고 댓글도 달 수 있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했다고 본다. 문맹자가 아니고 스마트폰을 다루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에도 수십에서 수백 가지 생각과 사실을 텍스트로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글들을 쓰다보면 글쓴이에 따라 글의 수준이 나타난다. 누가 봐도 수려하고 술술 읽히는 글이 있는 반면 짧은 글도 제멋대로 쓰여져 난해한 글도 있다. 이러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글에 대한 욕심이 생겨나는 것 같다. 글쓰기에 대한 책도 꾸준히 발간되고 있고 많이 읽혀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정확하고 설득력 있는 글, 다름 아닌 논문과 같은 주장의 글을 써야 하는 경우는 더욱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글은 비단 학교뿐 아니라 직장에서도 사용된다. 논리적 글쓰기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과 체계는 이런 글을 쓰는 이는 반드시 체득해야 할 점이라 생각한다. 이런 논리적 글에 대한 핵심을 짚어주는 책이 《생각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이다.

이 책은 글을 왜 써야 하는지, 글을 잘 쓰지 못하는 원인과 글쓰기 습관을 만들기 위한 조언을 시작으로 글쓰기 목적, 다른 글의 요약과 그 주장에 대한 자신의 생각 만들기, 주장 정리, 초고와 퇴고에 필요한 내용과 표현에 대해 다룬다. 요약하자면 논문을 쓰기 위한 형식을 가르쳐주는 글쓰기 입문서다. 저자는 입문서라고 하나 이정도만 익혀도 충분히 훌륭한 논문이 탄생할 수 있을 거 같다.

글쓰기에 왕도라는 건 다른 게 없다. 수많은 글쓰기 책에 천편일률적으로 등장하는 핵심 문장은 '많이 읽고, 많이 쓰라'이다. 남의 글을 많이 보고, 자신의 글도 많이 써봐야 한다. 나 역시 이점에 매우 동의한다. 실력을 늘리는 건 직접 해보지 않으면 늘어날 수가 없다. 다만 어떤 점에 주의를 해야 하는지는 알고 써야 한다. 무턱대고 많이 쓴다고 혹은 많이 읽기만 해서는 실력이 늘어나는 건 기대하기 어렵다. 오늘도 논문을 준비하거나 쓰고 있는 이들에게 짧은 시간이나마 이 책을 읽는 데 투자해 자신을 비추어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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