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백년식당에서 배운 것들 - 세월과 내공이 빚은 오리진의 힘
박찬일 지음, 노중훈 사진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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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입맛은 과거에 더욱 머문다

복고는 주기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최근에는 뉴트로(new+retro)라는 이름으로 복고에 대한 재해석이 있다. 2000년대를 넘어서 태어난 이들에게는 1980~1990년대의 모습마저도 신기한 세상이다. 하물며 그 이전의 모습은 조선시대와 견주어도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먼 과거일 테다.

복고를 거론한 이유는 우리의 입맛은 늘 옛것을 상기하기 때문이다. 오래된 그 맛, 어머니의 손맛과 같은 추억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더 진한 기억으로 돋아난다.

맛있게 글쓰는 요리사의 노포 발굴 프로젝트

글쓰는 쉐프라고 불리는 저자 박찬일은 '노포(老鋪)'라는 단어가 생소하던 시절부터 오래된 식당을 찾아다니며 주인장들의 생생한 증언과 장사 철학을 글로 썼다고 한다. 그리하여 2014년에 출간한 《백년식당》의 원고를 토대로 네 곳은 제하고 여섯 곳의 노포를 새로이 취재하여 재단장한 책이 바로 《내가 백년식당에서 배운 것들》이다.

무엇보다 '글쓰는 쉐프'라는 수식어에 '맛있게'라는 수식어를 덧붙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몇 권 내어본 이라 그런지 글을 쓰는 솜씨가 여간 아니다. 인터뷰를 통해 가게들의 이력과 사연 그리고 음식의 역사까지 고스란히 담겨있다. 흔히 눈에 띄는 음식이나 음식점 소개를 하는 잡지 글 같은 수준이 아니란 게 개인적 소견이다. 그 덕분에 한집 한집 소개되는 글에서 나 역시 기회가 닿는 대로 들러봐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백년식당에서 배워야 할 것들

이 책에는 20곳의 노포들이 등장한다. 책의 제목에 언급된 100년이 된 곳은 없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긴 세월을 감당하며 시련과 고난을 버텨낸 가게들임은 분명하기에 그 속에서 배울 점은 확연하다. 첫째, 고집스럽게 지키는 변함없는 맛이다. 둘째,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기에 신뢰가 기본이다. 셋째, 최고의 맛을 내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다. 이 세 가지는 노포뿐만 아니라 어떤 일을 하더라도 적용되는 핵심들이다. 다만 누구나 알지만 그것을 얼마나 지키고 행동하느냐의 차이일 거라 생각된다.

소개된 노포들이 스스로 마케팅을 한 곳은 없다고 본다. 하나같이 오래도록 고정 고객을 확보하고, 구전되면서 명맥을 이어가는 것이다. 본연의 자세에 충실하면 언젠가 인정받는 날이 온다는 걸 의미한다.

꼭 노포들의 모습이 정답이 될 수는 없을 거다. 현재에 맞는 가게들도 존재해야 한다. 다양한 소비자의 욕구를 맞추는 것이 공급자가 할 일이기도 하다. 다만 소비자와 공급자의 궁합이 잘 맞는 길이 있다면 소신껏 한길을 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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