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가 잘못됐습니다 - 의사가 가르쳐주는 최강의 식사 교과서 식사가 잘못됐습니다
마키타 젠지 지음, 전선영 옮김, 강재헌 감수 / 더난출판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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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부터 남들보다 '이것만큼은 빠르게 할 수 있다'라는 것 중 하나가 식사였다. 어렸을 때부터 밥을 빨리 먹는 습관이 있었고 아무리 많이 먹더라도 배탈이 나지 않아 아무 문제가 없을 거란 생각에 성인이 되서도 폭식과 야식을 즐겼다.


그러다 30대가 된 이후부턴 밥을 먹으면 오랜 시간 배가 더부룩했고 뱃살이 많이 나와 더 늦기 전 몸 관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건강한 식습관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책인 '다이어트 불변의 법칙'을 찾아 읽었다.


'다이어트 불변의 법칙'에서 저자는 고기를 적게 먹고 수분함유량이 많은 과일을 많이 섭취하라고 강조했으며, 과일과 채소만으로도 사람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충분히 얻을 수 있다고 말해줬다.


당시 미디어 광고를 통해 채식과 비건 식품이 많이 언급되고 있었고 매 식사마다 탄수화물과 동물성 단백질을 많이 섭취했기에, 하루 한 끼라도 건강한 음식을 먹어보고자 찾아본 게 올가니카에서 나온 채식 쉐이크였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하기 전 무지방 두유에 채식 쉐이크를 섞어 먹었고 저녁에도 가끔씩 배가 고프지 않으면 쉐이크로 때웠다. 그렇게 2~3년 정도 먹으니 체중 5kg를 감량할 수 있었고 인생 최대 몸무게로 따지면 13kg나 빠졌다.


지금까지도 그 체중을 유지하고 있지만 가끔 회식을 하거나 저녁에 술을 많이 마시고 나면 며칠 동안은 몸이 무거워지는 게 느껴졌다. 그렇게 다시 건강한 식습관을 생각하면서 소식을 하면 다시 몸이 가벼워지고 뱃살이 빠지는 것을 알기에 올 한해 목표 중 하나로 식단관리를 뽑았다.


그런 나의 생각을 읽었는지 올해부터 새롭게 시작한 독서모임에서 토론 주제로 올바는 식사법에 대해 알려주는 베스트셀러 책인 '식사가 잘못됐습니다'가 선정됐다.


저자는 일본에서 현재까지 20만 명이 넘는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당뇨병 전문의로 우리가 흔히 먹는 탄수화물에 대한 위험성과 함께 혈당치와의 관계성에 대해 알려준다.


의사로서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환자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 의사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합병증으로 신부전증과 심장 질환을 앓고 있는 당뇨병 환자나 몸의 한쪽만 쓸 수 있는 편마비가 온 뇌경색 환자 그리고 말기 암으로 고통을 받는 환자에게 해줄 수 있는 치료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인이 고통을 받는 많은 질환들은 그 원인이 되는 생활 습관을 사전에 교정하는 것이 최선이고, 그중에서도 식단과 식습관을 바꾸면 대부분 병을 예방할 수 있다 - 5


혈당치를 올리는 것은 전적으로 탄수화물이며 지방이나 단백질은 혈당치를 올리지 않는다. 버터로 구운 고기를 잔뜩 먹어도 혈당치는 올라가지 않고, 형당치가 올라가지 않으므로 살도 찌지 않는다. 반면에 고작 한 병의 음료수가 혈당치를 급격하게 올리고 비만을 초래해 건강을 해친다. 거기에 다량의 탄수화물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탄수화물은 당질이라는 말도 바꿔 쓸 수 있는데, 실제로 탄수화물이 가득 찬 청량음료에 '탄수화물 O그램'이 아니라 '당질 O그램'이라 표기한 것도 있으므로 헷갈리기 쉽다. 탄수화물은 밥이나 빵, 면류, 과일, 케이크나 과자, 청량음료 등 직장인이 평소에 섭취하는 다양한 음식에 들어 있다. 이러한 탄수화물이 든 음식을 섭취하면 예외 없이 혈당치가 올라가지만 혈당치가 올라가는 양상은 제각각이다 - 29


건강한 식습관 책 '식사가 잘못됐습니다'를 쓴 저자 마키타 젠지는 식단과 식습관을 바꾸면 신부전증, 심장 질환, 당뇨병, 뇌경색, 말기암 등 대부분의 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탄수화물이 대량 함유된 음료수는 당뇨병의 원인이 되는 혈당치를 급격하게 올려서 비만을 야기시키고 빵이나 케이크보다 해롭다고 말하는 부분을 보면서, 수많은 시간 동안 직접 돈을 주고 사서 마셨던 음료수가 하나씩 떠올랐다.


액체 상태의 탄수화물은 입에 들어가자마자 혈당치를 올리기 시작해 30분 후에는 정점에 다다른다. 캔커피 하나를 마시면 당뇨병이 없는 건강한 사람도 30분 후에는 혈당치가 140 정도까지 치솟는다. 이것을 '혈당 스파이크'라고 한다. 혈당 스파이크가 일어나면 이번에는 롤러코스터처럼 단숨에 하강해 혈당치가 극도로 낮은 상태가 되고 만다. 이때 몸속에서 일련의 변화가 일어난다. 혈당치가 급격하고 올라가면 세로토닌이나 도파민 같은 뇌내물질이 분비되어 기분이 들뜬다. 바로 이런 이유로 '업무 시작 전에 정신을 차리려면 커피를 마셔야 한다'라는 오해가 생긴 것이다.


이렇게 만족도가 최대치에 이르러 기분이 들뜨는 지점을 '지복점'이라 한다. 한편으로 혈당치가 급격이 올라간 것을 알아차린 몸은 그것을 낮추기 위해 췌장에서 다량의 인슐린을 분비하게 되고 그 결과 혈당치가 급격하게 떨어진다. 혈당치가 크게 떨어지면 들뜬 기분이 단숨에 가라앉음녀서 초조해지거나 토기나 졸음이 느껴지는 등 불쾌한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면 다시 그 들뜬 기분을 느끼고 싶다는 듯이 혈당치를 올리는 탄수화물을 원하게 되어 같은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이것은 '탄수화물 중독'이라는, 뇌가 이상한 상태가 빠지는 매우 심각한 증상이다. 그러나 정작 중독에 빠진 당사자 자신은 그런 사실을 전혀 자각하지 못한다. 사실 청량음료 등을 만드는 업체는 인간의 지복점을 면밀히 계산해 제품을 설계한다. 바꿔 말하면 이들은 탄수화물 중독 환자를 늘림으로써 이익을 얻고 있다. 지적인 직장인이라면 그들의 꾐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 30


20대 초반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매일 아침마다 회사에 출근하기 전 하루종일 마실 커피와 음료수를 사곤 했다. 오전 업무를 해야 하는데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고 편의점 커피를 매일같이 마셨었는데, 베스트셀러 책 '식사가 잘못됐습니다'에 따르면 기분이 들뜨는 '지복점'에 속아 '탄수화물 중독'에 걸린지도 모른 채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었다.


24살 때부터 현재까지 9년이라는 시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캔이나 플라스틱 커피를 사다 마셨으니 나는 몸을 망치는 줄도 모르고 돈을 바닥에 버리는 행동까지 했으니 그동안 잘못된 식습관으로 몸을 망쳤다.


이전에 읽었던 건강한 식습관 책 '다이어트 불변의 법칙'에서는 이러한 내용이 없어 신경 쓰고 있지 않다가 '식사가 잘못됐습니다'에서 탄수화물의 위험성을 여러차례 반복해서 듣다 보니 편의점 음료수와 커피를 마시는 게 꺼려졌다.


현대만큼 30대, 40대 남성 중 비만인 사람이 많은 시대는 없을 것이다. 전후 70년이라 하면 매우 길게 느껴질 수 있지만 1만 2,000년 동안 이어진 신석기시대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한순간이다. 그동안 일본인이 어떤 터무니없는 짓을 저지른 것일 수 있다. 요즘 '생활습관병'이라 불리는 성인병은 말하자면 '문명병'이다. 생활 습관에는 운동이나 수면 등 다양한 요소가 있지만 식생활의 변화가 우리 현대인을 괴롭히는 질병을 만들어낸 것이다.

비만, 당뇨, 고혈압, 암, 뇌졸증, 심근경색, 동맥경화, 이상지혈, 우울증, 천식, 알레르기, 아토피, 궤양성대장증후군 등 이런 질병은 모두 문명적인 식사에 의해 생겨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55


비만과 칼로리를 연관 짓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지방은 그야말로 필요악이다. 그들은 기름을 쓴 요리나 지방이 많은 육류와 생선을 먹으면 살이 찐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지방은 칼로리가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만의 원인은 혈당치를 올리는 탄수화물이다. 애초에 지방을 먹었다고 해서 그것이 그대로 몸의 지방이 될 리 없다. 먹은 것은 소화, 흡수 과정을 거쳐 분해, 합성되어 새로운 물질로 변화한다.


그렇기에 탄수화물이 몸속에서 지방으로 바뀌는 것이다. 게다가 지방은 과식하면 변으로 배출되어 의외로 몸속에 남지 않는다. 반면에 탄수화물은 100퍼센트 몸속에 흡수된다. 포도당은 우리 몸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성분이기 때문에 그런 시스템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우리 몸속 세포를 덮고 있는 세포막은 지질로 만들어져 있어 질 좋은 기름을 섭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쓸데없이 지질을 피하다 보면 도리어 건강을 해치고 만다. '지방이 살이 찐다'라는 오해는 버리자 - 68


일본 당뇨병 전문의인 저자에 따르면 현대인들이 흔히 걸리는 질병은 모두 식생활의 변화로 만들어졌다. 매일같이 몸에 좋지 않은 콜레스트롤과 기름이 함유된 음식을 먹는다면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몸이 망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공감이 됐다.


또한 다이어트를 하는 분들이 음식을 고를 때 찾아보는 성분표에서 지방의 유무를 확인할 테지만, 베스트셀러 책 '식사가 잘못됐습니다'에서는 지방과 칼로리는 살이 찌는 것과 관계 없으며 혈당치를 올리는 탄수화물을 조심해야 한다고 알려줬다.


과일을 건강에 매우 좋은 음식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특히 남성 가운데 과일을 채소와 같은 위치에 두는 사람이 많은데 이런 인식을 바꿔야 할 때다. 과일에는 확실히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 있지만 한편으로 탄수화물 덩어리라고도 할 수 있다. 특히 일본의 과일은 당도가 높게 개량되어 있다. 과일에 함유된 것은 포도당이 아니라 과당이다.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과당이므로 살이 찌지 않는다'라는 영문 모를 논리를 펼치는 사람도 있으니 난처한 일이다.


확실히 밝혀두는데 과당이기에 과일은 더욱 살이 찌기 쉽다. 그것은 생화학을 배운 사람이 보면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다. 인간의 몸은 에너지원으로서 포도당을 우선적으로 사용한다. 과당은 에너지원이 아니므로 곧바로 지방으로 바뀌어 몸속에 저장된다. 즉 살이 찌기 쉬운 당이다. 과일을 좋아한다면 아침 식사 마지막에 조금만, 천천히 씹어 먹는 것이 좋다. 과일을 주스로 만들어 먹어서는 안 된다. 과일을 많이 넣어 탄수화물이 듬뿍 들어 있는 주스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공복 상태에서 마시는 것은 최악이다 - 72


건강한 식습관 책 '다이어트 불변의 법칙'에서는 과일을 많이 먹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식사가 잘못됐습니다'에서는 과일은 포도당이 아닌 과당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살이 찌기 쉽다고 말한다. 특히 우리가 흔히 건강 음식으로 생각하는 과일 주스를 아침에 마시면 더욱 위험하다는 내용을 보면서 이게 사실이 맞는지 아닌지 의심이 들긴 했다.


음식과 건강에 관한 상식은 수시로 변하며 때로는 정반대로 뒤집히기도 한다. 변화를 미처 깨닫지 못한 채 언제까지나 낡고 그릇된 방법에 집착하거나 과장 광고를 했다며 분개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그때그때 최신의 믿을 수 있는 정보 중 진실을 꿰뚫어봐야 한다 - 161


다른 건강한 식습관에 대해 알려주는 베스트셀러 책과 마찬가지로 '식사가 잘못됐습니다'에서는 저자의 생각과 주장을 극단적으로 알려주기 때문에 모든 내용을 믿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챕터별로 의학적으로 올바른 식사법, 살이 빠지는 식사법, 지치지 않는 힘을 기르는 식사법, 늙지 않는 식사법, 병에 걸리지 않는 식사법, 통계 자료가 알려주는 100세 시대 식사법을 누구나 알기 쉽게 말해주기에 올바른 식습관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참고 삼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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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 죽어야 고치는 습관, 살아서 바꾸자!
사사키 후미오 지음, 드로잉메리 그림, 정지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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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새해가 되기 전에는 한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돌아보면서 새롭게 시작하는 1년 동안 무엇을 할지 계획을 세우지만 1년 전 메모장에 10개의 새해 계획을 간략하게 작성한 내용을 보며 그 목표의 반도 채우지 못한 것에 대해 죄책감에 빠지게 된다.


성인이 된 이후로는 좀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어 새해마다 목표를 세우곤 했었다. 하지만 막상 이런저런 일에 계획했던 것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다시 연말이 되면 "내년에는 꼭 이뤄야겠다"며 무한루프를 도는 내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될 것이라 생각하게 됐다.


새해 목표를 작성할 때면 항상 들어가는 것이 바로 '책 읽기'다. 2009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온라인 쇼핑몰이나 오프라인 서점에 가서 끌리는 책을 구매하곤 하지만, 보유하고 있는 책 중에서 완독한 것은 반의반도 되지 않는다.


표지에 이끌려 잘못 산 책, 나무야 미안해라고 말해도 될 만큼 아까운 책, 내 머리로는 습득하기 어려운 주제의 책 등은 집 안에서 먼지만 쌓이는데 언젠가 읽을 거라는 생각에 계속 가지고만 있었다.

더 이상 이래서는 안 될 것 같아 올해에는 다른 것은 몰라도 책 하나만큼은 꼭 읽자고 생각했었고, 혼자서 읽기보단 다른 누군가와 함께 책을 읽는 것을 공유하면 좋을 것 같아 알아보다가 오래전 해봤던 사내 독서모임 이후 처음으로 오프라인 독서모임에 참여했다.


오프라인 독서모임의 첫 번째 책 '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는 새해 목표뿐만 아니라 매일 머릿속에서 추구하는 '어제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방법을 상세하게 제시한다는 점에서 현재 내 고민을 해결해주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일본 와세다대학교 교육학부를 졸업한 후 현재 편집자이자 미니멀리스트로 활동하는 저자 사사키 후미오는 책을 통해 의지력부터 습관에 관한 정의, 습관을 이루는 방법과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하게 됐을 때 지속하는 법(좋은 습관이든 나쁜 습관이든)에 대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말해준다.


마시멜로를 기다리지 못한 것은 의지력이 약했기 때문이 아니다. 단순히 동전을 던지는 횟수가 많았던 탓이다. 그렇다면 대책은 동전을 던지지 않는 것, 즉 의식을 불러내지 않는 것이다. 의식을 불러냈다는 것은 고민해야 할 문제가 눈앞에 있다는 것이다. 100엔을 받을지 1,000엔을 받을지 선택하는 문제를 두고 고민하는 사람은 없다. 의식을 사용하지 않아도 즉시 결정할 수 있다. 사람들이 고민할 때는, 비슷한 가치를 눈앞에 두고 어느 쪽에 더 큰 가치가 있는지 생각하는 순간이다. 지금 사과를 1개 받을지, 내일 사과를 2개 받을지 고민할 때 우리는 의식을 불러내 이리저리 생각한다 - 50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습관에 관한 책에 나오는 마시멜로 이야기나 쥐 실험에 대한 내용 역시 '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에 언급되지만, 저자 사사키 후미오는 여기에 더해 마시멜로 실험에 대한 뒷이야기를 습관과 연관해 이야기해준다.


마시멜로를 기다리지 못한 채 먹은 아이들은 의지력이 약한 게 아니라 계속되는 유혹으로 참지 못했다는 내용을 보면서 오래 전 10년 동안 흡연을 한 이후 담배를 끊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담배를 끊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담배를 피고 싶다는 생각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금연하는 동안 담배를 피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하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다시 흡연할 수 밖에 없는데, 그 의식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방법(금연약 복용과 같은)을 찾을 수 있다면 누구나 금연에 성공할 수 있다.


습관이 된 상태에서는 반대의견이 있더라도, 바로 일어서는 일이 다수의 찬성을 얻어 짧은 시간 안에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이 상태에서도 국회가 열리지 않는 것은 아니며, 반대의견이 없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나도 충분히 자는 편이지만 상쾌하게 눈을 뜰 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일어나고 싶지 않을 때는 매번 '알게 모르게 피로가 쌓인 건가?' 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항상 똑같이 생각하므로 그 의견은 이미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 일찍 일어나지 못하면 일어난 뒤에 해야 할 일들도 할 수 없으니 분명히 실망할 것을 알고 있다. 또한 일어나서 요가를 하면 처음에는 다소 졸리더라도 5분 후에는 잠이 깨 정신이 또렷해지는 것을 알고 있다. 여러 번 반복하다 보니 결론은 대체로 정해져 있다. 때문에 여러 번 다수결 투표를 반복하지 않아도 문제가 해결된다 - 65


'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의 서론에는 사사키 후미오 씨의 하루 일상 계획표에 대해 적혀 있다. 이에 따르면 저자는 매일 새벽마다 기상해 요가를 하거나 조깅을 하는데, 지금으로부터 약 3년 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현재 일을 시작하면서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동네 한 바퀴를 돌았던 모습이 떠올랐다.


당시 아침 6시 30분쯤 일어나 약 2km를 걷고 뛰었지만 전날 일찍 잠들지 못한 나쁜 습관(스마트폰을 보는)으로 매일 피로와 싸울 수밖에 없어 2주 정도밖에 진행하지 못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새벽에 일어나는 저자도 잠과의 싸움을 하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피로보다는 계획했던 일을 하지 못하는 모습에 실망하지 않겠느냐며 언급하는 부분을 보면서 '나 역시도 아침형 인간이 될 수 있다'는 용기를 받을 수 있었다.


반복행동의 좋은 점은 일상적 행위로 기분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반복행동은 어지러운 마음을 조율하는 튜너 역할을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매일 1시간 동안 달리기를 하지만, 누군가에게 생전 처음 들어보는 비난이나 거절을 당하면 조금 더 오래 달린다고 한다. 나도 거의 매일 달리지만, 기분 나쁜 일이 있을 때는 더 오래 달리려고 한다. 그렇게 하면 확실히 기분이 바뀌는 것을 실감하기 때문이다. 문제의 본질은 문제 자체가 아니라 문제를 파악하는 기분에 있다. 1장에서 살펴봤듯이 감정은 의지력을 좌우한다. 평소 습관을 실천하면 부정적인 감정이 사라지며 의지력도 회복된다 - 74


사람은 자신이 받아들이는 보상을 타인에게도 적용해서 생각한다. 그래서 타인에게는 자신이 받는 보상과 다른 보상이 있다는 것을 쉽게 상상하지 못한다. 달리기를 하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습관을 만드는 일은 맥주 맛을 몰랐던 사람이 맥주를 좋아하게 되는 과정과 같다. 처음에는 쓰기만 하지만, 쓴맛을 참아내고 몇 번 마셔보는 동안 어느새 그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 되기도 한다. 이것은 의지력을 기르고, 유혹을 끊는 일이 아니다. 자신의 '보상'과 '벌칙'을 다시 정의하는 일이다. 꾸준히 행동하다 보면 실제로 뇌에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 83


'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중반부터는 습관이 가져다주는 이로움에 대해 언급한다. 매일 꾸준하게 진행하는 습관을 통해 갑자기 찾아오는 돌발 상황이나 스트레스를 없애주며 의지력이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계속해서 반복하면 뇌에 변화가 일어나 목표를 지속할 수 있다는 내용을 보면서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달리기를 꾸준히 한다면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자신의 습관에 대해 '어떻게 해도 멈출 수 없다'며 여러 가지 변명을 한다. 그 습관이 주는 이점은 얼마든지 과장하거나 조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행동이 내 아이의 습관이 되어도 좋은지 생각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식이 알코올 중독자나 니코틴 중독자가 되길 바라는 사람이 있을까? 자녀가 스마트폰이나 SNS에 빠져 세월을 낭비하거나 도박에 빠져 일상생활을 제대로 못하길 바라는 부모가 있을까?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무조건 자유롭게 살아도 된다는 것은, 상당히 이상한 사고방식이다. 텔레비전을 보거나 게임을 하는 아이에게 시간제한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어른에게도 필요하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우고 성장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 92


어떤 습관을 버릴 때, 그것을 금지하는 듯한 말을 사용하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이다. '술을 마시면 안 된다'가 아니라 '이제 술을 마시지 않아도 된다'라고 생각하자. 이점이 아닌, 자신이 느껴지는 고통 쪽에 시선을 두는 것이다. 술을 끊었다고 말하면 자제력이 강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러나 그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매번 술의 유혹을 뿌리친다면 자제력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1장에서 설명했듯이 의지력이 강하다고 여겨졌던 사람들은 애초에 유혹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술집에 갔다고 하자. '술을 마신다'와 '술을 마시지 않는다' 중 무엇을 고를기 망설이다가 '술을 마시지 않는다'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술을 마신다'라는 선택지는 이미 회색으로 되어 있어 처음부터 아예 선택할 수 없는 상태다. 같은 행동을 여러 번 반복하면 뇌의 시냅스가 결합되는 수상돌기가시가 실제로 두꺼워진다는 것은 앒에서도 설명했었다. 그러나 반대로 반복하지 않으면 마치 자는 듯한 상태가 된다 - 103


보통 습관에 대해 말해주는 책에서는 습관을 이루면 좋은 점에 대해서만 서술하지만 '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에서는 나쁜 습관을 끊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그중 공감되는 내용은 자신의 아이들이 나쁜 습관에 빠진다면 어떨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부분인데 성인 또한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규칙적인 삶을 통해 배우고 성장해야 한다는 내용을 보면서 장시간 게임을 하거나 취침 전 스마트폰을 보는 나쁜 습관부터 고쳐야겠다고 계획을 세웠다.


우리가 습관을 만들 때 낮춰야 할 장벽에는 거리, 시간, 순서가 있다. 먼저 거리와 시간의 장벽을 살펴보자. 달리기를 할 때 멋진 장소에 가서 한다면 얼마나 즐거울까? 하지만 그곳이 전철을 타고 1시간이나 가야 한다면 습관이 되기 어렵다. 집 근처에서 달리기 코스를 찾아야 꾸준히 할 수 있다. 헬스장을 다닌다면 무엇보다 집에서 가까운 곳이 최고다. 어떤 일을 지속하고 싶다면 먼저 거리를 확 줄이자. 다음은 '순서'라는 장벽이 기다리고 있다. 나는 헤릇장에 다니는 습관을 들일 때 일단 필요한 물건을 줄인다. 어느 날 어느 때처럼 운동을 하러 갈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헬스장에 갈 때의 순서를 전부 들추어보고 무엇이 걸리적거리는지 생각해보았다. 헬스장은 집에서 가깝고, 자동차를 타면 금세 도착한다. 그 과정에서 발견한 장벽 중 하나는 꼭 끼는 타이츠를 입거나 벗는 번거로운 행위였다. 사소한 일이지만, 그런 일이 쌓이면 의욕이 꺽인다. 운동할 때 타이츠를 입는 스타일이 멋있다고 생각하지만, 입고 벗기 편한 평범한 바지를 입기로 했다. 일부러 스포츠음료를 챙겨 가던 일도 중단하고 그냥 물을 마시기로 했다. 신발을 넣는 봉투나 갈아입을 옷ㅇ을 넣는 가방도 꺼내기 쉬운 것으로 바꾸었다. 사소한 일이지만 결과적으로 헬스장에 가는 습관이 생겼으니 큰 효과를 거둔 셈이다 - 135


'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중반부터는 새로운 습관을 몸에 붙이는 방법에 대해 50가지 단계로 알려준다. 좋은 습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거리, 시간, 순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어려운 과정이 아닌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좋은 습관을 지속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나같은 경우 일명 '장비병 환자'로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작하면 모든 준비물을 챙기곤 한다. 그러다 보니 장비 하나하나를 챙기기가 귀찮아져서 금세 포기하게 되고 시간이 흘러 잊혀지곤 하는데 무엇인가 습관을 가지려면 과정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갔다.


시간표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불확실했던 자신의 에너지, 하루에 할 수 있는 일의 총량을 시각화하는 일이다. 무리하게 쇼핑하지 않으려면 먼저 계좌에 남은 잔고를 확인해야 하는 것처럼, 자신의 한계를 아는 일은 큰 의미가 없다. 학생이나 사회인처럼 바쁜 사람은 주말만이라도 시간표를 만들어 실천해보면 어떨까? 방학을 앞둔 아이처럼 시간표의 구성을 이리저리 생각하는 것은 꽤 즐거운 일이다 - 174


습관은 무엇보다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좀 더 하고 싶은 지점에서 멈추어야 한다. 80% 정도에서 멈추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즐거운 상태에서 끝난다. 나도 기타 연습이나 영어공부를 괴로워질 때까지 하지 않는다. 그래야 다음 날도 하고 싶다. 지루함이 몰려올 때까지 해서는 안 된다. 근육은 한계를 넘어서 상체를 입었을 때 더욱 성장한다. 일류 운동선수는 컴포트 존, 즉 '쾌적한 영역'을 넘어서 괴로운 수준까지 연습을 거듭한다. 그러나 그런 것은 습관이 만들어지고 난 훨씬 다음의 이야기다. 중간에 멈추는 것은 작가처럼 오래 기간 몰두해야 하는 일을 할 때도 효과적이다 - 198


책에 따르면 좋은 습관을 꾸준하게 지속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에 맞게 하루를 시각화한다. 초등학교 시절 만들었던 생활계획표처럼 매일 규칙적인 삶을 살아보지 않았지만 이루고 싶은 목표를 달성하거나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계획에 맞게 습관을 가진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이 될 것이다.


습관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하고 싶은 지점에서 멈춰야 한다고 말한다. 지루해질 때까지 무엇인가 하기보다는 즐거운 상태에서 멈추면 다음에도 계속 하고 싶어지며, 그 습관이 평소에도 계속 생각나 삶의 원동력을 가지게 되기에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장'을 '보상'으로 여기면 이럴 때 포기하고 싶어진다. 그렇게 며칠 동안 요가를 하지 않으며 몸은 금세 굳어지고 무자비한 느낌마저 든다. 영어도 그렇다. '좀 잘 들리네!', '오호,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어!' 싶은 날도 찾아오지만, 대게는 성장을 느낄 수 없는 길고 긴 층계참에 놓여 있다. 성장은 정체기와 성장기를 함께 겪는다. 직선으로 우상향하는 게 아니라 계단처럼 내려갔다가 올라갔다가 하며 비뚤비뚤한 선을 그린다. 그래서 성장을 보상으로 삼으면 후퇴했을 때 즉시 관두고 싶어진다. 지속하기 위해서는 성장이 아니라 행위 자체에서 보상을 발견해내야 한다. 오늘도 습관을 지속했다는 자기긍정감을 보상으로 하는 일이 정말로 중요하다. 도무지 성장하는 것이 보이지 않을 때는 번데기의 모습을 상상해보자. 번데기의 겉은 늘 똑같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다음 단계에 대한 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 성장의 기쁨은 형편이 좋지 않은 회사의 보너스 같은 것이다. 가끔 받으면 행운이라고 생각하는 정도가 좋다 - 243


'나는 조금씩 습관을 바꾸기로 했다'에서는 습관이란 계속해서 상향하는 것이 아닌 올라갔다가 내려가는 현상이 반복된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새롭게 배우는 것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만 진행하다 보면 어느순간 발전이 미비해져서 금방 시들어진다는 건 나 또한 여러 번 겪어봤다.


저자는 이에 대해 좋은 습관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성장이 아니라 행위 자체에서 보상을 발견하라며, 계획에 맞게 매일 꾸준하게 진행하고 있는 자신에게 계속해서 보상을 해야 한다는 걸 강조한다.


의지력은 직전의 행동에 영향을 받는다. 직전에 무언가를 달성한다면 자기긍정감이 생겨난다. 그래서 매일 만족감을 얻거나 성장하는 보람이 필요하다. 과거의 달성을 자랑하는 일로는 자기긍정감을 얻을 수 없다 - 290


오래 전에 무엇인가 이루었다고 해서 현재의 내가 그걸 지속할 수 없다. 한 예로 2km를 달렸다면 조금씩 거리를 늘린다면 자기긍정감과 함께 체력 또한 이전보다 좋아져서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좋은 습관을 지속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고 저자 역시 과거에 음주가무를 즐기며 여러 번의 실패를 반복했을 거다. 하지만 계속해서 시도하고 지금보다 더욱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면 단계를 최소화해서 작은 습관부터 이루는 게 중요하다.


300페이지에 달하는 '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를 읽으면서 좋은 습관을 지속하는 것부터 나쁜 습관을 버리는 방법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올 한해에는 많은 목표를 달성하기보단 매일 조금이라도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책 읽기와 저질 체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운동을 통해 어제보다 나은 삶을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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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지음 / 김영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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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ter. S


2012년 첫 직장을 시작으로 어느새 8년이 넘는 시간 동안 회사를 다니면서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해서 그랬는지 다른 사람의 직업 체험기가 신간으로 나오면 장바구니에 담아 주문해서 읽곤 해


체험해보지 않았던, 체험하려고 상상조차 못했던 타인의 직업 이야기를 듣다 보면 세상은 넓고 정말 다양한 사람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특히 전문 작가가 아닌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쓴 직업 에세이 베스트셀러를 읽을 때면 매일 같이 글을 쓰는 나는 글쓰기 실력이 왜 아직까지도 그대로인가 싶기도 하고,


'죽은 자의 집 청소'를 읽게 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가장 먼저 책 제목에 이끌렸어. 죽은 사람의 집을 청소해주는 거라니, 듣기만 해도 무섭고 쉽지 않은 일을 하는 사람의 에세이를 읽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사야할 이유로 충분했어


두 번째 이유는 이 책의 저자인 김완이라는 분은 대학교를 다닐 당시 시를 전공했다는 거야. 시 전공자의 직업 에세이 베스트셀러는 여태껏 읽어보지 않아서 더 끌렸던 것 같아. 세 번째 이유는 특수청소부라는 처음 보는 직업에 대해 알고 싶기도 했고.


김완 작가가 쓴 '죽은 자의 집 청소'는 첫 페이지를 읽을 때부터 시중에서 흔히 나오는 에세이와 뭔가 달랐어. 문장력이 있다고 해야 할까, 시 전공자답게 특수청소부를 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를 비유한 문장을 보니 매일처럼 블로그에 글쓰는 입장에서 배울 점이 무척 많았어


이 책은 1장부터 2장까지 총 24개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는데 일반 청소업체가 아닌 죽음 현장을 수습하는 특수청소부라는 직업에 대해 처음 알게 됐고, 현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한 40대 중반 남성의 생각을 보면서 나 역시 내가 가지고 있는 직업이 타인에게 있어 어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들게 되더라


죽어서도 생전에 육체를 남길 수밖에 없고, 누군가는 그 육체가 남긴 현장을 정리해야 하는 인생, 나 역시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날이 온다면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


김완 작가의 '죽은 자의 집 청소'는 에세이 베스트셀러로 올해 가장 감명깊게 읽었고, 각 에피소드마다 그가 특수청소부를 하면서 생긴 사연을 시적인 표현으로 담아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어


서점이나 온라인 도서 쇼핑몰에서 읽을 만한 에세이 베스트셀러 책을 찾는다면 일상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특수청소부의 직업 체험기를 담은 이 책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기억하고 싶은 구절


#1 자살 직전의 분리수거라니,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 이전에 다른 자살자의 집에서 번개탄 껍질을 정리해둔 광경을 본 적은 있지만, 이것은 너무나 본격적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차고하탄에 불을 붙이고 연기가 피어오르는 중에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정리했다고? 그 상황에서 대체 무슨 심정으로?


자기 죽음 앞에서조차 이렇게 초연한 공중도덕가가 존재할 수 있는가. 얼마나 막강한 도덕과 율법이 있기에 죽음을 앞둔 사람마저 이토록 무자비하게 몰아붙였는가 - 25


#2 방호복을 덧입고, 플래시를 켜서 한 손에 들고는 열린 문틈으로 먼저 발 하나를 들여놓는다. 마음 단단히 먹자. 용을 잡으러 던전에 들어서는 검투사의 투구라도 빌려온다면 좀 침착해질 수 있을까? 어둠 속에서 왼손으론 거미줄을 걷어내며 이리저리 빛을 비춰본다. 누군가의 집이 아니라 거대한 쓰레기통 안에 들어온 것 같다.


오래 침작해 있던 수많은 쓰레기는 내가 들어서자 케케묵은 먼지를 일으켜 환영 인사를 건넨다. 먼지라기엔 밀도가 놆아서 차라리 모래 공기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오늘 황사의 진원지는 고비사막이 아니라 대한민국, 어둠 속의 방지하 주택이다 - 33


#3 이 비정한 도시에서는 전기가 끊어지면 삶도 끝나는 것일까? 독촉이 이어지다 마침내 전기가 끊긴 날, 그는 사람 키보다 높은 냉장고 앞에서 목을 매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대한민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자동차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주차된 지역, 주거비가 비싸기로 소문난 이 동네에도 경제적인 결핍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가난은 차별도 경계도 없다. 모든 생명체에 들이닥치는 죽음처럼,


이 죽음을 순수한 자살로 받아들여야 할까? 목숨을 끊은 것은 분명 자신이겠지만, 이 도시에서 전기를 끊는 행위는 결국 죽어서 해결하라는 무언의 권유 타살은 아닐까? 체납요금을 회수하기 위해 마침내 전기를 끊는 방법, 정녕 국가는 유지와 번영을 위해 그런 시스템을 용인할 수밖에 없는가? - 46


#4 생사를 놓고 고민할 만큼 인간을 궁지로 몰아붙인 지대하고 심각한 문제들, 죽은 이의 마지막 순간, 마지막 머문 곳까지 찾아와 암울하고 축축한 얼룩으로 물들인 가난이나 외로움 따위는 죽음의 문을 넘는 순간부터 아무런 가치가 없어지고, 그 아무리 중차대한 것조차 하찮게 웃어넘길 수 있는 것이 돼버린다면 참 기쁠 것 같다.


가난한 자들의 낡고 해묵은 살림을 치우다가 한순간 생각을 돌려서, 이제는 죽어서 홀가분해지고 비로서 걱저이 사라져 순순해졌을 얼굴을 떠올려본다. 그저 코미디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상상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지고 '흥, 내 가난 따위야 잠시 머물다 가는 구름 같은 것일 테지' 하며 걸음이 가벼워진다. 어떤 날은 예기치 않게 바람이 불어와 구름이 걷히고 태양이 "쑥"하고 뜻밖에 민낯을 내밀 때도 있다고 반쯤 믿고 싶다 - 47


#5 든 페트병은 대체로 맥주처럼 밝은 갈색을 띤다. 서너 병만 남아 있었다면 치킨 전문점에서 배달해 온 생맥주처럼 보일 것도 같다. 검은색에 가까운 아주 짙은 색이 있는가 하면 레몬처럼 밝은 색, 그리고 시판되는 생수처럼 투명한 색의 오줌도 있다. 이 병 안에 든 오줌을 모두 부어서 한 데 모으면 대중 온천의 커다란 욕조 하나쯤은 가득 채울 것 같다.


시험 삼아 페트병 몇 개의 뚜껑을 열고 내용물을 변기에 부었다. 묵은 오줌을 처리하는 일의 핵심 문제는 역겨운 냄새가 아니라 두통을 유발할 정도로 지독한 가스라는 결론, 우리는 서둘러 방진마스크를 벗고 방독마스크로 바꿔 썼다. 마치 인생 최고의 행운을 맞이하여 밤새 자축 파티라도 열듯, 병 열 개를 열면 그중 한두 개꼴로 샴페인처럼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뚜껑이 천장을 향해 튀어올랐다.


바야흐로 빈티지 와인처럼 생산 시기별로 잘 숙성된 오줌을 따르며 축제를 벌이는 시간이다. 끝도 없이 뚜껑을 열어 오줌을 쏟아붓자니 허리가 쑤시고, 급기야 손목이 덜덜거린다. 허벅지까지 튀어 오르는 오줌 방울을 피할 재간도 없다. 방독마스크의 호흡 밸브 안쪽으로 땀이 고여 일하는 내내 짭짤하다. 가혹한 페스티벌이다 - 64


#6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만들어놓은 이해 불가의 쓰레기를 수습하러 온 나는 누구인가? 내가 이곳에 있는 진짜 이유는 무엇이고, 지금 나는 무엇을 발견하려고 하는가? 그는 왜 나라는 인간에게 이해되어야 하는가? 굳이 내 판단의 사슬에 그를 옥죄어야만 하는가?


그의 쓰레기를 대신해서 치우는 것 같지만 사실은 내 삶에 산적한 보이지 않는 쓰레기를 치우는 것 같다. 내 부단한 하루하루의 인생은 결국 쓰레기를 치우기 위한 것인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해답도 없고 답해줄 자도 없다. 면벽의 질문이란 으레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질문이 또 다른 질문을 끊임없이 초대하는 세계, 오랜 질문들과 새로운 질문들이 만나 서로 인사를 나누고 건배를 제창하느 떠들썩한 축제 같다 - 65


#7 이 집을 치우며 지독한 고독을 보았다면 그것은 결국, 내 관념 속의 해묵은 고독을 다시금 바라본 것이다. 이 죽음에서 고통과 절망을 보았다면, 여태껏 손 놓지 못하고 풀어온 내 인생의 고통과 절망을 꺼내 이 지하의 끔찍한 상황에 투사한 것일 뿐이다.


젊은 나이에 미쳐서 스스로 돌보지도 못하고 죽어버린 한 불행한 남자를 보았다면, 마치 인생의 보물인 양 죽어버린 한 불행한 남자를 보았다면, 마치 인생의 보물인 양 부질없이 간직해온 내 과거의 불행함을 그 남자에게 그대로 전가하고는, 나는 결백하답시고 시치미 떼고 있을 뿐이다. 나는 언제나 나 자신을 바라보듯 타인과 세상을 바라보는 것 같다. 그것이 내가 이 지하 방에 관해 알게 된 유일한 진실이다 - 101


#8 숨겨진 칼이 사랑의 상징일 거라는 생각은 너무나 감상적인지도 모르겠다. 칼이 그 자리에 있는 진짜 이유는 사실 전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칼이 사랑에 이르지는 못할지라도 최소한 사랑을 지향했다고 믿고 싶다. 관계를 절단하고 소멸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죽음을 통해서라도 억지로 연을 이어가려는 숨겨진 증거라고 믿고 싶다.


같으 날 태어나지는 못했더라도 세상과의 작별만은 한낱한시로 하고 싶은 소망, 부부가 생애 기억 가운데 단 하나만이라도 온전히 간직하려는, 그들만의 조금만 훈장 같은 것이라고 믿고 싶다 - 113


#9 누군가의 죽음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삶, 죽는 자가 늘어날수록 활기를 띠는 비즈니스, 그 직업적인 아이러니를 떼어놓고는 이 일을 설명할 수 없다. 죄책감이 내가 발을 디디고 선 땅이다. 뒤돌아보면 언제나 죄책감 위에 새겨진 기나긴 발자국이 저 멀리에서 나를 따라오고 있다. 움푹 들어간 자국이 깊고 선명하다.


금파리가 공중에서 윙위거리고, 살 오른 구더기가 모퉁이마다 꾸물거리고, 송장벌레와 진드기가 기어다는 곳에서 '특별함'이라는 왜소하고 부질없는 조각들을 찾아서 줍느니, 태풍이라도 소환해서 남겨진 발자국을 지우고 싶다. 누구도 묻지 않는 죄를 스스로 지우도록, 나는 매일 밤 꿈속에서나마 용서의 순례 길을 나서야 한다 - 137


#10 외따로 떨어진 시골, 산티발 아래 후미지고 으슥한 집, 오랫동안 아무도 찾지 않아서 낡고 바스러진 집, 누군가는 성묫길에 오르다 무섭다고 진저리치며 멀찌감치 돌아갈지도 모를 흉가 같은 집, 하지만 그 집은 우리와 단 하나도 다를 바 없는, 심장 뜨거운 인간이 터전으로 삼던 곳이다.


우리가 용기를 내어 한 걸음만 더 안으로 다가선다면 벽에 걸린 액자에서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부모를 에워싸고 환하게 웃는 형제자매의 가족사진과 빛바랜 상장들, 학사모를 쓴 딸의 앳된 얼굴, 도포 자락에 갓을 쓴 선대 어른의 근엄한 흑백사진, 첫 면회에서 어색하게 거수경례하는 군인 아들의 상기된 표정, 모처럼 떠난 여행지 바닷에서 노부부가 팔짱을 낀 채 어색하게 웃는 사진,


고단한 삶을 지탱하며 품었던 희망과 좌절, 자식을 도시로 떠나보낸 뒤 숱한 세월을 홀로 보내며 묵힌 오래된 그리움, 이 터전에서 한세월을 견디며 누렸을 작고 소박한 기쁨과 행복 같은, 그 집에 머물던 사람의 진짜 얼굴을 마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만나면 오해는 시나브로 사라진다. 하물며 머리를 풀고 나타난 처녀 귀신도 안타깝고 억울한 사정을 털어놓으면 새로 부임한 원님이라도 더 이상 두려움에 떨지 않는다. 도시의 외로움과 시골의 고독은 거리만 떨어져 있을 뿐 속내는 하등 다를 바 없다. 지금 여기에서 내가 외롭다면 또 다른 누군가도 어딘가에서 홀로 외로울 것이다 - 164


#11 자살을 결심하고 그 뒤에 수습할 일까지 염려한 남자, 자기 죽음에 드는 가격을 스스로 알아보겠다며 전화를 건 남자, 도대체 이 세상에는 어떤 피도 눈물도 없는 사연이 있기에 한 인간을 마지막 순간까지 밀어붙인 것만으로도 모자라, 결국 살아 있는 자들이 짊어져야 할, 죽고 남겨진 것까지 미리 감당하라고 몰아세울까?


나처럼 온갖 일을 겪으며 매상에 동요가 없어진 무감한 자보다는 좀 따뜻하고 인간적인 사람과 대화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그가 마지막으로 건 전화였다면 말이다. 죽은 자의 집을 치우는 견적을 정확히 내겠다며 내가 건넨 질문 하나하나가 아직 살아 있던 그의 가슴 곳곳을 예리하게 찔러대는 송곳이 되지 않았는지, 건넨 단어 하나하나가 자기의 죽음을 실감케 하는 비정하고 뼈저린 암시가 되지는 않았는지, 그저 미안하고, 부끄럽고, 고개 들 염치도 없다.


신이 계신다면, 그 남자가 생전에 의지하고 믿었던 신이 어딘가에 계신다면, 지금이라도 그 품으로 불러 단 한 번만 따스하게 안아주실 수는 없는지, 욕실에 벌거벗고 선 채 울고 싶어도 눈물 한 방울 내지 못하는 나를 대신해서 죄 없는 샤워기만 하릴없이 뜨거운 물을 쏟아내고 있다 - 197


#12 밤을 청하지 않아도 기어이 찾아온다. 밝아오는 아침을 누구도 외면하지 못하듯 어둠은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단 하루의 유예도 없이 매일 밤 나를 방문할 것이다. 그것이 자연히 하는 일이다. 때로는 그 무심함에 질리고 때로는 그 변함없음에 안도한다. 그토록 장엄하고 공평무사한 밤이 찾아오면 모든 생각이 작고 부질없다 - 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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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안온한 날들 - 당신에게 건네는 60편의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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