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거 - 행동의 방아쇠를 당기는 힘
마셜 골드스미스.마크 라이터 지음, 김준수 옮김 / 다산북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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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트리거'를 쓴 마셜 골드스미스는 세계 최고의 리더십 전문가이자 리더십의 구루로 알려졌다. 리더들의 발전과 변화를 돕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경영 컨설턴트 전문가로 구글, 보잉, 골드만삭스 등 120여 개의 세계적인 기업 CEO와 임원들이 그에게 컨설팅을 받았다. 최근엔 미국 경영연구 협회에서 그를 지난 80년간 경영계에 영향력을 발휘한 50인의 위대한 사상가 중 한 명이라고 칭송했다. 경영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싱커스50이 뽑은 2015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리더십 사상가 1위, 비즈니스 사상가 5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 책을 읽은 이유


인터넷 서점을 통해 오랜만에 경영에 관련된 책을 구경하던 중 '트리거'란 책이 눈에 띄었다. 노란색 표지에 검은색 치타의 모습이 시선을 끌었다. '행동의 방아쇠를 당기는 힘'이라는 부제가 현재 무기력하게만 지냈던 나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세게적으로 유명한 리더십 전문가인 마셜 골드스미스를 통해 내가 현재 하고자 하는 일과 행동을 더욱 체계적으로 이끌 수 있게 도움을 받고 싶어 '트리거'를 선택했다.



# 줄거리


'트리거'에서는 크게 환경, 시도, 체계, 변화라는 네 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현재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계획에 따라 일을 진행하지만 실상 목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심리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에 원하는 내가 되기 위한 첫걸음을 행동 변화의 트리거와 하루 질문을 통해 실천할 방법을 알려준다. 마셜 골드스미스가 자신의 방식대로 세계적인 기업 CEO를 코칭했던 사연을 소개하며 누구나 행동을 변화시킬 수 방법을 전해주고 있다.



# 느낀 점


'트리거'를 읽으면서 느낀 것은 자신이 실천한 만큼 그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엇을 하고자 목표를 정하지만 중간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환경으로 인해 변명거리만 찾게 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한 유혹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셜 골드스미스는 '트리거'에서 '하루 질문'이라는 프로그램을 설명해줬다. '하루 질문'을 통해 자신이 계획한 대로 제대로 실천했는지 점수를 매기고, 코칭을 받아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도 앞으로 다가오는 수많은 변화에 앞서 주어진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하루 질문'을 블로그를 통해 실천하며 목표를 체계적으로 실천하고 싶다.



# 기억하고 싶은 구절


트리거란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심리적 자극을 말한다. 우리가 깨어 있는 매 순간 우리를 바꿀 수 있는 사람, 사건, 환경들이 변화의 트리거를 만든다. 트리거는 갑자기, 또 예기치 않게 나타난다. 필의 뇌진탕처럼 목숨을 위협하는 대단한 사건일 수도 있지만 종이에 손가락을 베는 일처럼 사소한 순간일 수도 있다. 야망을 돋워줘서 인생을 180도 변하게 하는 선생님의 칭찬처럼 유쾌한 일일수도 있고, 그와는 반대로 다이어트를 포기하도록 유혹하는 아이스크림이나 내가 뭔가 잘못된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게 하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일 수도 있다. 직장에서의 연봉 인상이란 당근뿐 아니라 나보다 뛰어난 동료에 대한 질투도 내 행동을 바꾸도록 만든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을병에 걸렸다거나 다니던 회사가 파산했다는 소식에 힘이 쭉 빠지기도 한다. 빗소리에 달콤한 추억을 떠올리게 되듯, 때론 자연환경도 트리거가 될 수 있다 - 8


자신 스스로를  실망시켰을 때 우리가 숨어드는 그 합리화를 뭐라고 지칭해야 할까? 단지 '변명'이라고 하는 건 우리가 세계를 해석하는 방식을 상징하는 이 내적 신념을 정의하기에 부적절한 감이 있다. 우리의 내적 신념은 심지어 실패하기도 전에 그 실패를 재촉한다. 변화의 가능성 자체를 제거해 변화가 지속되는 걸 방해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 믿음들을 신조처럼 여기며 우리의 나태한 대응을 정당화시키는 수단으로 삼고, 그저 결과가 나오길 기다린다. 나는 이들을 '믿음의 트리거'라고 부른다 - 32


우리는 자신이 주변 환경에 동화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우리와 환경 사이에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과 같다. 우리는 환경을 통제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환경이 우리를 조종하고 있는 것이다. 외부 환경이 우리 편이라고, 우리를 돕는다 생각하지만 실은 우리를 힘들고 지치게 한다. 내 말이 주변 환경을 우리 인생의 적으로 그리려는 것처럼 들린다면, 그것이 바로 내가 의도한 바다. 나는 우리가 환경을 마치 하나의 사람처럼 생각했으면 한다. 테이블 너머 마주앉은 현실의 적이라고 말이다. 환경은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 무정형의 공간이 아니다. 우리 주변의 환경이란, 우리의 행동에 지속적인 자극을 주며 멈추는 법이 없는 트리거 메커니즘이기에 결코 간과할 수 없다. 그러니 환경을 육신을 가진 인물로 묘사하는 것은 단지 그럴듯한 은유가 아니라, 실제 우리가 대치하는 대상을 명확히 직시하게 해주는 일종의 전략인 셈이다 - 46


우리가 환경을 창조하고 컨트롤하지 못하면, 환경이 우리를 좌우하고 지배하게 된다. 그리고 환경이 우리를 지배하게 되면 우리는 자신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누군가로 바뀌게 된다 - 57


트리거란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주는 모든 자극이다 - 64


어떤 트리거든 우리가 의식하면 어떤 일상적인 상황이라도,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로 이어질 무의식적인 행동을 이끌 가능성은 더 줄어든다. 자동적으로 행동하기보다, 시간을 두고 생각하면서 보다 숙고한 끝에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중요한 순간에 이렇게 하고 있다. 회사의 사장이 주관하는 첫 회의에 들어갈 때 우리는 모든 말, 모든 행동, 모든 질문들이 다 트리거임을 유념한다. 내 의견을 묻는 질문에도 머릿속에 처음 떠오른 생각 그대로 입 밖에 내지 않는다. 한 발이라도 잘못 내딛으면 끝없이 추락할 수 있는 낭떠러지에 발을 들였다는 점을 알고 있는 것이다. 법정에 선 변호인처럼 말을 신중히 고른다. 아마 미리 할 말도 준비해놨을 것이다. 어쨌든 충동에 따라 행동하는 일은 없다. 심사숙고하고, 선택하고, 그다음 반응한다 - 82


우리가 인생에서 좋은 친구, 파트너, 사원, 운동선수, 부모, 자식이 되겠다는 계획을 세울 때 우리 내부에는 두 가지의 인격이 존재한다. 자신을 바꾸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쪽이 리더, 계획가, 관리자이며, 그 계획을 실행하려는 쪽은 부하, 실행가, 직원이다. 우리는 이 둘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계속 바뀌어가며 일상의 우리를 지배하고, 또 모두 우리의 일부이기 때문에 둘이 서로 나뉘어져 있음을 알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틀렸다. 실상 우리는 매일을 둘로 나뉜 인격으로 시작한다. 한쪽은 리더고, 다른 쪽은 부하인 상태다. 그리고 매일의 일정이 진행되는 동안 이 둘의 격차는 점점 더 커진다 - 90


권투선수이자 철학자인 마이크 타이슨은 이렇게 말했다. "누구나 얼굴에 한 방 맞기 전까지는 계획을 갖고 있다" 우리가 인생이란 길을 헤맬 때, 우리 얼굴을 수없이 두들기는 상대는 바로 우리가 처한 환경이다 - 98


우리는 보통 신체적이나 감정적으로 위험이 느껴지거나 불쾌한 환경은 본능적으로 피한다. 반면에 즐겁고 유쾌한 환경은 애써 극복하려 들지 않는다. 포기하거나 피하는 대신 계속 그 환경을 즐기는 쪽을 택하게 마련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관성에 있다. 뭔가 재미있는 일을 그만두는 데는 상당한 의지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우리의 환경과 유혹 간의 관계를 우리가 근본적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쾌한 환경 속에 숨은 유혹은 우리의 긴장이 풀어지게 하고 조금 더 오래 머무르라고 권한다. 유혹은 우리의 가치, 건강, 관계와 경력 모두를 망가뜨릴 수 있다. 환경을 지배할 수 있다는 망상 때문에 우리는 도망치는 대신 그 유혹과 경솔히 어울리고 만다. 그에 맞서서 자신을 끊임없이 시험해보려 드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는 실패와 함께 찾아오는 충격과 절망을 맛보게 된다 - 104


우리에겐 항상 스스로 더 나은 행동을 창조할 기회가 있다. 타인들을 대하는 방법, 환경에 대응하는 방법처럼 다음 행동을 부르는 트리거를 사용할 기회 말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달라진 자신을 상상하게 하는 자극이다 - 117


"내 인생에서 지켜야 할 만한 것이 뭐가 있지?" 하지만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그 답은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를 대단히 아껴줄 수 있다. 무엇보다, 하나의 가치 있는 행동을 지킨다는 건 곧 우리가 바꿔야 할 행동이 하나 줄어든다는 의미가 된다 - 119


우리가 무엇을 창조하고, 보존하고, 제거하고, 수용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으면 좋은 일이 벌어진다. 하지만 우리들 중 일부만 이 질문을 통해 자신을 관리하고 있다. 정말 무엇이 문제인지를 알아내는 건 축복이고 선물이지, 부담이나 짐이 아니다. 받아들이고 깨달아야 한다 - 128


우리의 마음속에 단단한 이미지로 자리 잡은 변화를 실행해내는 것은 하나의 과정이다. 항상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하고 꾸준한 자기관리가 필요하다. 처음엔 바보 같고 볼품없다고 생각해서 무시해버리기 쉽기 때문에, 헌신적으로 계속 반복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성공을 즐기고 실패를 두려워하는 법을 배워가는 그 과정을 통해, 아주 어렸을 때는 가지고 있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잃어버린 본능을 되찾게 될 것이다. 바로 시도하고 도전해보는 일의 중요성 말이다 - 129


수동적 질문 자체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회사가 개선할 점을 찾아내는 데 아주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반면에 의도치 않게 매우 부정적인 결과도 낳을 수 있다. 수동적 질문은 개인이 책임을 지고 책임감을 표현하는 데 있어 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자신을 제외한 누구에게든 무엇이든 책임을 전가하도록 허락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능동적 질문이 이 수동적 질문에 대한 올바른 대안이다. "당신은 명확한 목표가 있습니까?"와 "당신은 스스로 명확한 목표를 세우는 데 최선을 다했습니까?" 이 두 질문 사이에는 큰 차이점이 있다. 전자는 직원의 마음 상태를 결정하려 하지만, 후자는 직원이 자신의 행동방침을 서술하거나 방어하게 유도한다. 켈리는 기업에서 능동적 질문이 무시되고 거의 항상 수동적 질문만이 사용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 135


행복이 직원의 참여도를 높이는 원인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쟁 중이다. 나는 행복이란 의미와 쌍으로 오는 것이기 때문에 둘 다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행복하지만 일에서 의미를 찾을 수 없다고 답하는 직원이 있다면, 마치 스스로 즐기기 위해 인생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에 일종의 공허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일에서는 보람을 느끼지만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할 때 직원들은 마치 순교자 같은 느낌을 갖는다. 그리고 그런 환경에는 더 이상 머물러 있고픈 욕구를 갖지 못한다. 대니얼 길버트는 '행동에 걸려 비틀거리다'란 책에서, 우리가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지 예측하는 일에 서투르다고 말했다. 우리는 행복의 근원이 '저기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대게 행복을 찾게 되는 건 '지금 여기'다.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누군가를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행복을 깃들게 하는 데 책임을 지는 순간 행복이 온다. 행복을 얻게 되는 건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이다 - 147


이것이 하루 질문이 가진 비밀스러운 힘이다. 우리가 목표에 이루지 못하면 결국 우리는 질문들을 포기하거나 우리 자신을 행동으로 내몰게 된다. 자신이 질문을 작성했고, 답도 알고 있는데도 실패했다는 점에 부끄럽고 당황스러운 감정을 느끼게 된다. 질문이 "최선을 다했는가"로 시작되면 그 감정은 훨씬 더 강렬해진다. 우리가 해야만 한다는 점을 알고 있는 일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걸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감정은 우리를 행동하게 만드는 강력한 트리거가 된다 - 159


하루 질문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성과 중 하나가, 익숙하지 않은 데이터를 수치화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바로 우리의 노력 수준을 말이다. 우리는 거의 그러지 않는다. 노력을 마치 2류 시민이라도 대하듯 한다. 실패했을 때나 건네는 위로의 말씀처럼 여긴다. "나느 적어도 최선을 다했어"라거나 "노력에는 A를 줘도 돼"라는 식으로, 하지만 며칠 지나고 나면, 결과보다 노력을 수치화하는 일이 우리가 놓쳐왔던 것들의 패턴들을 드러나게 해준다는 걸 알게 된다 - 166


하루 질문은 행동경제학자의 용어로 '행동 장치'와 같다. 하루 질문은 어떤 행동에 우리가 몰입하게 하며, 실행하지 않으면 자신에게 실망하게 되거나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하게끔 만든다. 에밀리가 친구와 가족에게 도움을 청한 것도 행동 장치의 일종이다. 행동 장치의 예 중에는 제시간에 일어나기 위해 잠들기 전 맞춰놓는 기상 알람도 있다 - 172


대부분의 초기 단계에서는 코치가 우리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주기적으로 점검해주는 감독관처럼 사후관리를 해준다. 그리고 누군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 때 우리의 생산성은 좀 더 높아진다. 이보다 좀 더 진행된 단계에서는 코치가 책임감을 불어넣는다. 하루 질문은 스스로 점수를 매기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가 던진 질문에 스스로 답해야 한다. 그 답에 만족하지 못할 때 우리는 선택을 내려야 한다. 자신이 직접 만들어낸 실망스러운 모습에 계속 괴로워할 것인가 아니면 더 노력할 것인가? 결과적으로 점수를 매일 밤 '코치'에게 보고하는 일은 우리의 몰입에 대한 매일의 테스트인 셈이다. 자신이 시험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버텨내는 힘이 더 강해진다는 것을 장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런데 '코치'의 역할이 단지 우리의 자책감을 덜어주는 대리인에 지나지 않는 건 아니다. 최고의 단계에 이르면, 코치는 우리 내부에 존재하는 뛰어난 계획가와 근시안적인 행동가 사이의 간극을 메워주는 중개자 역할을 한다. 휴가를 떠날 준비를 하며 "나는 이번 휴가엔 '죄와 벌'을 다 읽을 거야"라고 계획가는 말하지만, 정작 휴가지에 도착해서 온갖 잡다한 오락거리들로 가득한 짐 속에서 도스토예프스키를 찾아 읽어야 하는 건 행동가의 몫이다. 이럴 때 계획을 세운 후의 우리가 믿지 못할 사람이라는 사실을 환기시켜준다. 이 약해빠진 실행가에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주는 사람인 것이다 - 180


각오의 질문은 우리의 모든 인간관계에서 벌어지는 문제에 대한 만능치료제가 아니다. 내가 여기서 이 질문을 중요하게 다룬 건 특별한 쓸모가 있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몇 번이고 환경이 우리를 무의미한 싸움에 끌어들이려 할 때 한번 상기해봐야 할 질문이다. 그리고 부정적인 답이 나온다면 그 일을 하지 않는 게 최선이다 - 209


진실성이란 양단 간에 선택해야만 하는 종류의 미덕이다. '절반 임신'이란 게 없듯이, '절반 진실'이란 건 없으니까. 우리에게 지워진 의무가 무엇이든 꼭 해야 한다. 내가 최선을 다한 일에 대해 명백한 보수가 주어질 때는 진실성이 필요하지 않다. 진정한 시험은 우리가 발을 들이기 싫고 하기 싫은 일에 대해 멍청한 약속을 해놓았지만 최고의 성과를 내야 할 때 치러진다. 해야 할 옳은 일이라는 걸 알지만, 지쳤거나 더 나은 선택지가 있거나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거나 백악관에서 더 매력적인 전화가 오는 등 도저히 그 일을 할 수 없는 환경에 처했을 때 우리는 우리를 믿는 사람들보다 우리 상황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다 - 262


'무료'라는 건 변명거리가 아니다. 당신이 선의를 베푼다는 점이 최선을 다하지 않음을 정당화한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자신을 포함한 그 누구에게도 호의를 베풀고 있는 게 아니다. 사람들은 당신의 약속은 잊고, 당신의 성과를 기억한다. 이것은 노숙자들에게 무료 음식이라면서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다른 사람이 먹다 남긴 음식들이나 주는 식당과도 같다. 그 식당 주인은 자신이 관대한 일을 했다고, 어쨌든 기부했으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은 것 아니냐고 생각할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이만하면 됐어'에도 못 미치는 것이고, 우리가 일단 약속을 한 후라면 '이만하면 됐어'로는 결코 충분하지 않다 - 263


우리는 모두 그렇게 한다. 우리가 잘하는 분야를 우리가 잘 못하는 분야로부터 분리시키고 그 장점만이 진정한 자신이라고 여긴다. 반면 약한 쪽은 단지 일탈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건 나라고 인정할 수 없는 낯선 사람일 뿐이라고, 그렇게 우리는 자신에게 아마추어의 상태를 부여하고 '이만하면 됐어'를 허락하는 것이다. 지금 내 일에 있어서는 프로지만,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에서는 아마추어라는 식의 기만적인 구별은 지워버려야 한다. 적어도 우리가 원하는 사람이 되는 일에 있어서, 프로와 아마추어 간의 차이를 줄여야 한다. 어떤 일을 잘한다는 게 다른 일을 잘 못한다는 것에 대한 변명이 될 순 없다 - 267


우리는 무엇을 변화시켜야 할지 찾는 일에서 많은 실수를 저지른다. 그래서 강하게 변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일에 시간을 허비하고 마는 것이다 - 280


나는 명확한 목표를 세우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가?

나는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데 최선을 다했는가?

나는 의미를 찾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가?

나는 행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가?

나는 긍정적인 인간관계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했는가?

나는 완벽히 몰입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가? - 281


깨닫는 것과 참여하는 것을 마음으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비로소 환경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모든 트리거들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는 최적의 상태를 갖추게 된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알 수 없으나 다른 이들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도 알 수 있다. 그로 인한 결과는 믿기 힘들 만큼 놀라울 수 있다. 우리는 더 이상 철로에 몸이 묶인 상태로 돌진해오는 열차를 보는 것처럼 우리 환경을 대하지 않게 된다. 우리와 환경 간에 서로 돕는 관계가 형성되어, 환경이 우리를 만들듯이 우리도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는 것이다 - 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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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교수의 밤
다그 솔스타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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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안데르센 교수의 밤'을 쓴 다그 솔스타는 1941년 노르웨이 사네피오르에서 태어나 1965년 단편집 '나선형'을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소설가, 극작가로 활동하며 30여 권의 책을 냈다. 그의 작품은 20여 개국 언어로 번역되는 등 북유럽 주요 문학상을 다수 수상했다. 노르웨이 문학비평가 상을 세 번이나 수상한 유일한 작가이기도 하다.


# 책을 읽은 이유


인터넷 서점을 통해 읽을 만한 책을 고르는 도중 노르웨이 소설이 눈에 띄었다. 평소 독일, 노르웨이 등 북유럽에 관심이 많았던 찰나 노르웨이 작가인 다그 솔스타의 책이 눈에 띄었다. '안드르센 교수의 밤'의 심플한 책 디자인과 함께 '무라카미 하루키가 가장 사랑하는 이 시대의 소설가'라는 글자가 책을 고르는 데 한 몫을 했다.


# 줄거리


'안드르센 교수의 밤'에서는 주인공인 안데르센 교수가 크리스마스 이브날 자신의 집에서 나홀로 자축을 하며 창밖을 바라보다 맞은 편에 사는 한 남성이 여성을 목을 졸라 죽이는 장면을 목격한다.


살인 장면을 목격한 안데르센 교수는 경찰에 신고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다 결국 신고를 하지 않고 침묵을 선택한다. 그는 자신이 신고하지 않아도 정의가 실현되기를 기대하는 한편 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오랜 친구이자 동창을 만나기 위해 모임에 간다.


모임에 가서도 상념에 빠질 뿐 고민을 해결하지 못한 안데르센 교수는 여행을 간 이후에도 아무런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집으로 돌아온 후 며칠이 지나 밖을 나돌던 안데르센 교수는 한 일본 스시 가게에서 한 남성과 마주치게 되는데 그는 바로 여성을 살해한 살인범인 헨리크 노르스트룀이었다.


헨리크 노르스트룀과 함께 식사하고 자신의 집에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얼떨결에 약속까지 잡은 안데르센 교수는 이후 자신이 왜 신고하지 않았는지 후회를 하게 된다. 그러는 한편 자신은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신고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소 믿지도 않는 신을 불러내면서까지 스스로를 해명한다.


'안데르센 교수의 밤' 줄거리를 이렇게 끝나는데 중간마다 작가가 안데르센 교수를 통해 독자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가 많다. 특히 이 책을 통해 노르웨이의 도시와 음식, 문화가 소개되면서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나라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전위 예술이라고 불리는 아방가르드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책 내용 자체는 간략하게 소개된 줄거리에 비해 살짝 난이도가 있는 편이다. 하지만 다그 솔스타가 '안데르센 교수의 밤'을 통해 노르웨이의 여러 문화를 소개하는 것처럼, 나 역시 내가 현재 사는 도시의 문화를 소개하며 한 편의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됐다.


# 기억하고 싶은 구절


'거룩한 밤' 오늘 밤 열두시가 되면 찾아올 그 시간, 많은 노르웨이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열두시 이전은 아직 '거룩한 밤'이 아니다. 지금은 '거룩한 밤' 직전의 저녁일 뿐, 혹은 '고요한 밤'이거나 - 8


저 두꺼운 커튼 뒤에 젊은 남자가 죽은 여자와 함께 있어. 그가 방금 살해한 여자야. 그리고 나는 그걸 알고 있지. 하지만 난 아무 대응도 안 하고 있어. 전화를 했어야 해. 다른 무엇보다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참 희한하군. 그렇게 했어야 한다는 건 알아. 하지만 할 수가 없어. 바로 그거야. 그냥 할 수가 없는 거야 - 22


그는 살인 사건을 목격했으나 신고하지 않았다. 그렇다. 정말로 신고하지 않았다. 그는 신고할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었으며 왜 그런지 이유도 알고 있었다. 살인은 이미 일어나버렸다. 쟁점은 그것이었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이미 일어났고, 그는 목격자라는 것. 돌이킬 수 없는 일을 그들에게 경고해줄 수는 없었다 - 30


그 젊은 여자가 다시 창가에 서는 일은 없을 거야. 지난 이틀간 나는 여자가 다시 창가에 나타나기를 바랐는지도 몰라. 하지만 그런 일은 없을 거야. 그 여자는 죽었어. 살해당했다고, 커튼은 닫혀 있어. 다시 커튼이 열릴 때 창가에 서 있는 건 바깥에 내다보는 살인자일 거야. 그를 잡는 데 나는 아무런 역할도 할 수 없어. 비록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지만 내가 그런 피해를 줄 순 없어 - 32


시대의 정신이란 이렇게 작동하는 것이어서, 한 시대에 갇힌 사람들은 보지 못하지만 다른 시대에, 밖에서, 해방된 상태로 사진 속 우리를 보는 사람들에게는 역력히 드러나기 마련이다 - 60


그는 실망했던가? 창문을 지나친 형체가 여자이기를, 지금 그 금발의 젊은 여자가 창가에 서 있기를 바랐던가? 안데르센 교수는 알 수 없었다. 그가 그런 일을 바랐던 거라면, 바로 그 때문에 현실에서는 생각 속에서든 이 창가와 건너편 창문 풍경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거라면, 그것은 비현식절인 희망이자 사실상 기적을 바라는 기도였다. 혹은, 결정적인 순간에 안데르센 교수의 감각이, 그의 눈이 신뢰할 수 없는 것이기를, 그래서 그가 보았다고 생각한 것이 환상이나 환각이었기를 바라는 기도였던 걸까? 그가 정말로 그런 희망은 품었던가? 모든 것을 감안할 때, 그것은 자신의 이성에 문제가 있다는 의지가 된다 해도? 그게 아니라면 그가 보기를 바랐던 것이 바로 이것, 살인자의 얼굴이었던가? 안데르센 교수는 알 수가 없었다. 갑자기 울음이 나왔다 - 82


우리가 과거와 맺는 관계는 깊은 무관심이 특징이야. 말로는 관심이 있다고 해도, 그리고 과거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말하면서 그게 진심이라고 느낀다 해도 달라질 건 없어. 가장 중요한 문제인 건 분명해.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과거와 결속되어 있다고 느끼는 건 의무감 때문이야. 우리의 신체는 정신적 불명을 이루고자 하지만, 우리의 의식은 그것을 성취할 능력이 부족한 것 같네. 문학 교수로서 확실히 말할 수 있어. 그래서 이렇게 말하고 있는 거야. 자네엑, 나의 동료에게, 내게 이제 역사의식이 없다고 생각하면 온 신경이 공포에 차 소리를 지르는 것 같네. 그건 우리가 가면 우리의 시대 또한 함께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야 - 99


박싱 데이 저녁에 그곳에 서 있던 젊은 남자일 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남자가 창문에 나타날 때까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창가에 나타난 남자는 확실히 그때 그 사람이었다. 그는 아직 거기 있었고, 안데르센 교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그는 불안에 사로잡혔다. 반사적인 의식이 갑자기 표면으로 떠올라 불안이 그의 몸을 따라 흘렀다. 정말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 건가. 의문이 들어서였다. 그가 느끼고 있는 안도감이 실상은 무서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정반대가 되어야 했다. 그는 그 남자가, 살인자가 거기에 있다는 이유로 안도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아침 트론하임에서 떠오른 의혹이 사실이었다면 어땠을까? 그 남자가 어디론가 사라져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가 크리스마스 동안 아파트를 빌렸다가 지금은 떠난 거라면, 그리고 그렇게 간단한 안데르센 교수의 삶에서 사라진 거라면, 그야말로 진정으로 안심할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실상은 그와 정반대라는 점이 안드르센 교수에게 극도의 안심을 안겨주었다 - 112


이렇게 걱정스러운 건 신고를 하지 않아서가 아니야. 아니다. 결국 그것 때문인가? 설령 이걸 설명할 수 있다 쳐. 그런데 베른트와는 왜 상의할 수 없었던 거지? 베른트나 다른 사람을 왜 끌어들일 수 없었을까? 그것이 이유야. 그게 바로 숨은 이유라고. 이렇게도 이상하고 비참한 상황이라니, 내가 기꺼이 인정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불길해. 나는 누구지? 이곳에서 앉거나 서거나 걸어다니며 뭘 어떡해야 할지 모른 채로, 사람 자체와도, 그의 악행과도 절대로 엮이고 싶지 않은 남자가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는 나는 도대체 누굴까? 그가 사라지면 나는 닷 ㅣ자유다. 하지만 나는 다시 자유로워지기를 원하는 것 같지도 않아. 이건 확실히 뭔가를 의미해, 그런데 그 의미가 뭐지? - 115


설령 이럴 수밖에 없다는 느낌이 든다 해도, 감히 생각할 엄두가 안 나는 그 악행, 저 아파트에서 커튼이 쳐진 후 일어난 그 일에 나는 스스로 얽매인 거야. 시체는 어디 있는 걸까? 여자의 피와 다른 모든 끔찍한 흔적은? 젊어 보였던 금발 여자. 저 못된 악마는 지금껏 저 안에서 뭘 했을까? 자신이 할 일을 감당하기 위해. 시체 옆에서 홀로, 피, 시체는 어디 있는 걸까? 이제는 어디론가 치워졌겠지. 커튼도 다시 젖혀졌고 그 젊은 남자는 저녁에 밖에 나가 볼일도 보고 있으니까.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든 간에 - 116


문제의 핵심은 그거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게 아냐. 전혀 아니지. 하지만 다른 식으로 행동할 수는 없었어. 그 사람이 살인자라고 해도, 그를 밀고한다는 건 생각만 해도 역겨워. 그 사실을 반드시 고려해야 돼. 난 그런 감정을 이해하고, 지지해. 하지만 베른트나 다른 사람들에겐 왜 말하지 못했을까? 그와 관련해 내가 두려워한 건 뭐지? 그게 이해가 안 돼. 베른트가 내 태도에 반대하고 날 비난할까봐 두려웠던 걸까? 그건 아닌 것 같아. 뭐라고 반대할지 나도 알고 모두 동의하니까. 누군가가 살인을 목격하고도 사회에 알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그 어떤 문명사회도 받아들이고 변호할 수 없을 거야. 그것은 분명 원초적인 범죄지. 살인을 저지른 자가 자기 아들이라도 신고할 의무가 있고 보통은 그렇게 해. 그리고 신고하지 않는다면 지금 나보다 훨씬 더 심한 고뇌를 겪겠지. 그 모든 것을 알고 반대할 근거도 없지만, 그래도 난 그 사람을 신고할 수 없어. 그때도, 지금도 마찬가지야. 내가 무한한 동정심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나? 다시 말해, 모든 한계를 초월한 연민일까? 내가 그 살인자와 함께 고통받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러기를 원하는 걸까? 하지만 피해자는 어떡하고? 그녀는 죽었어! 원초적 범죄의 피해자지만, 그래도 이미 죽은 사람이야. 살인자는 살아 있고 앞으로도 계속 살아야 해. 나와 함께, 모든 통제에서 벗어나 은밀하게, 살인자와 침묵하는 목격자, 침묵하는 목격자의 존재를 모르지만 그에게 감시와 관찰을 당하는 살인자. 우리는 언제 만날 것이가? 이건 도대체 뭔가? 난 왜 그 사람이 내 인생에서 사라져버리길 원치 않을까? 그가 내 인생에서 사라져버리는 걸 왜 두려워할까? - 118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헨리크 노르스트룀이 자기 아내를 죽였다고 믿었기 때문에, 혹은 착각했기 때문에, 법망이 곧 그를 덮칠 거라고, 그가 발각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했었다. 그러자 마음이 아주 편안해져서, 창가에서 살인을 목격한 뒤로 두 달이 흐르는 동안 거의 평소와 같은 생활을 할 수가 있었다. 그래서 그는 일종의 관찰자가 되었다. 어쩌면 그가 건너편 아파트를, 그리고 최근에는 거기 사는 사람을 주시한 것은 원초적인 호기심 때문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곧 운명의 심판을 받을 남자를 보기 위해 가끔씩 흘낏거린 정도, 하지만 이제 그는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살인자와 살인을 목격한 자신, 그리고 다음주 수요일에 그 살인자는 그의 집 초인종을 누를 것이고, 두 사람은 비에르케 경마장에 함께 가서 살인자의 말이 최초로 경주에 나가는 모습을 볼 것이다 - 169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신고를 했을 거야. 단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기 위해서라도, 크리스마스 전날 밤 창가에 있던 그 여자는 누구였을까? 지금은 죽은 여자, 왜 그 여자를 죽였을까? 시체는 어떻게 처리했을까? 그리고 왜 아무도 실종 신고를 하지 않을까? 정말로, 다시 옷을 입고 곧장 마요르스투아 경찰서로 가고 싶어질지도 모르겠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서라도 말야 - 170


살인을 목격하고도 헨리크 노르스트룀을 신고하기를 꺼리는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 사건 발생 당시 신고하지 못했던 건, 그래,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로 인한 곤란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는 사실을 몸과 마음으로 경험한 지금도 그를 신고하지 못하는 건 왜일까? 그런 부작위 죄는 결코 변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행동은 옹호의 여지가 없다는 것은 모든 문명의 전제다. 그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어떤 경우에라도, 신고를 하지 않음으로써 그는 살인자와 함께 이방인이 되었다. 그의 눈에도 자신은 이방인이었다. 살인자와 함께, 그것은 자업자득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뒤에는 신이 있었다. 그런 당연한 질서를 깨뜨리는 일이 살아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도 설명하거나 손을 대거나 기억에서 지워버릴 수 없는 금기가 된 궁금적인 이유로서의 신, 종교가 없는 안데르센 교수로서는 그걸 맥락의 사고가 대단히 생경했지만, 어쩌다 얽혀들어 아무리 절실히 원해도 헤어날 수 없는 문제를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보니 그런 말이 저절로 튀어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누구도 자기 멋대로 신을 지어낼 수는 없어. 신을 믿지 않는 사람이라도' 그런 생각이 떠오르자 그는 깜짝 놀랐다. 하지만 그것이 자명한 진리이며, 그것을 명심하는 것 말고는 대안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만 했다 - 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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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업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 저자


'픽업'을 쓴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는 1955년 뉴욕 맨해튼에서 태어나 다수의 소설과 여행기를 출간했다.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런던, 파리, 베를린, 몰타 섬을 오가며 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더글라스 케네디는 특히 프랑스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자랑하고 있으며 프랑스 문화원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수상받았고, 지난 2009년에는 프랑스 유명 신문 '피가로'에서 그랑프리상을 받았다. 그가 쓴 작품으로는 '빅 피처', '비트레이얼', '빅 퀘스천',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파이브 데이즈', '더 잡', '리빙 더 월드', '템테이션', '행복의 추구', '파리5구의 여인', '모멘트', '위험한 관계' 등이 있다.



# 책을 읽은 이유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간 '픽업'을 읽은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더글라스 케네디가 쓴 대부분의 작품을 읽었기에 이번에 나온 '픽업' 역시 출간하자마자 구매해 읽게 됐다. 개인적으로 프랑스 작가인 기욤 뮈소와 함께 재미있는 소설을 쓰는 작가는 더글라스 케네디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의 팬이라 자부한다. 더글라스가 쓴 책이라면 앞으로도 계속 구매해 읽을 것이다.



# 줄거리


프로 사기꾼이 한 눈에 반한 여성으로 인해 불행해지는 이야기를 담은 '픽업', 이혼한 남편이 자신의 결혼 반지를 어떻게든 가지려고 하는 내용이 담긴 '크리스마스 반지', 옛 연인을 잃지 못해 지금의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여름 소나타', 외도한 여자가 아이가 생겼다고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트리려고 하는 내용의 '전화', 결벽증이 있는 남편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아내의 내용이 담긴 '당신 문제가 뭔지 알아?', 


아버지와 어머니의 부부싸움을 전쟁으로 비유한 '냉전', 과거 연인이었던 상대를 50년이 지나 다시 만나는 이야기가 담긴 '그리고 그 다음에는?', 현재의 아내와의 권태기에 새로운 연인과 사귀는 상상을 하는 내용의 '가능성', 자신을 진정으로 좋아해 주는 상대를 만났지만 그 상대가 다혈질 성격에 감당 못 할 존재로 변하는 내용의 '실수', 


오랫동안 살았던 남편과의 냉전으로 결국 이혼하게 되는 내용의 '괜찮겠지', 무료한 삶을 버린 채 오로지 도박에만 몰두하며 사는 주인공이 나오는 '도박', 자신의 꿈인 베스트셀러 작가를 위해 직업과 가족을 포기하고 오로지 책만 쓰는 남성이 출연하는 '각성'이 이 책의 줄거리다.



# 느낀 점


기존 장편소설을 주로 쓴 더글라스 케네디는 이번 '픽업'을 통해 총 열두 가지의 단편 소설을 독자들에게 보여줬다. '픽업'을 시작으로 '크리스마스 반지', '여름 소나타', '전화', '당신 문제가 뭔지 알아?', '냉전', '그리고 그 다음에는?', '가능성', '실수', '괜찮겠지', '도박', '각성'은 모두 남녀의 관계와 갈등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열두 가지 단편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은 대부분 나이가 있고 대학 교수이거나 변호사로 어느 정도 직업을 갖춘 만큼 지혜와 판단이 있다. 하지만 내면의 갈등이 생기거나 눈 앞에 보이는 이익으로 인해 가족과 헤어지거나 인생을 망치는 주인공의 모습들이 나온다. 


그들은 모두 하나의 특징을 갖고 있는데 인생이 절망과 실패로 점철될 때 그 원인을 자신이 아닌 다른 이만 탓한다. 책 속에 담긴 단편 소설에는 그동안 더글라스 케네디가 여러 작품을 통해 이야기했던 주제들이 다시 구성되는데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자신이 보는 것만 보고 싶기에 저지르는 실수가 아닐까 싶다.



# 기억하고 싶은 구절


사기꾼들은 대부분 자기 자신을 순수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세상은 부도덕하지 않은가? 부도덕한 세상에서 살아가니까 부도덕해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런 사회에서라면 오히려 사기를 쳐야 순수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은가? - 16


'실존적 순수'라는 말이었다. 현실에 충실하고, 자신이 저지른 행동을 책임지며, '이 잔인하고 위험한 세상에서 사람은 누구나 혼자다'라는 사실을 머릿속에 각인시키고 살아가는 게 내 방식이었다. 나를 떠난 아내는 언젠가 나에게 '윤리 나침반을 잃어버린 사람'이라고 했었다. '횡령을 하든지 사기를 치든지 타인의 재산을 빼앗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 17


내가 지금껏 주워섬긴 말을 들은 사람이라면 이미 간파했겠지만 나는 인간과 인간들이 만들어놓은 세상의 시스템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지 않다. 그렇다, 여기에서 '취하다'는 말이 중요하다. '취하다'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자기 것으로 만들어 가지다'라는 뜻이 나온다. 우리는 누구나 다른 무엇 혹은 다른 누구를 취한다. 그게 세상 돌아가는 이치라 할 수 있다. '나는 등친다, 고로 존재한다' - 18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고함을 지르고, 스트레스를 받고, 뭔가를 이루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 그런 한편 우리는 누구나 욕망, 야망, 두려움을 안고 살아간다. 우리는 저마다 덧없는 욕망으로 가득 찬 존재라는 사실이 드러나게 될까봐 두려워한다. 우리는 자신만만한 척하고, 모르는 게 없는 척하길 좋아한다. 아무리 가면을 쓰고 있어도 우리는 늘 불안하고 초조하고 미래가 걱정되는 사람들일 뿐이다. 우리가 내면에서 어떤 심각한 갈등상황을 겪고 있든지 시간은 잔인할 만큼 빨리 흘러간다. 시간은 우리의 인생이 어떻게 되든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앞으로 50년 아니 60년이 지나면 나는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된다. 새로운 인물이 내 자리를 대신 채우게 된다. 인생사의 똑같은 시나리오로 연기할 새로운 인물이 다시 등장한다 - 54


두려움은 무력감에 바탕을 두고 있는 감정이었다. 상대가 자기 자신보다 강하다고 판단될 때 두려움을 느끼게 되어 있다. 한 번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할 경우 빠른 시일 내의 회복이 불가능하게 된다. 그 반면 분노는 상대보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미움에 바탕을 두고 있다 - 65


협상의 첫 번째 원칙이 뭔지 알지? 설명은 본질을 흐릴 뿐이야 - 86


과연 복을 스스로 차버리는 실수를 저지른 사람이 나밖에 없을까? 물론 나만 실수를 저지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주어진 행복을 마다하고 결국 아무런 기쁨도 주지 않는 선택을 하게 된다. 우리의 생은 미리 써놓은 시나리오대로 흘러가는 게 아니니까 - 110


일을 하는데 그런 사치품들이 왜 필요할까? 혹시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서 조금씩 자라나고 있는 두려움과 허무감을 스스로 위로하기 위해서는 아닐까? 그런 두려움과 허무감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세계도처를 오가며 사람들을 만나 협상하고, 밤새도록 서류를 붙잡고 씨름하는 일들이 사실은 그저 겉만 그럴싸하게 포장돼 있을 뿐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게다가 우리가 판매하는 건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이었고, '성공'이라는 글자는 웨하스처럼 쉽게 바스러질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과자는 맛이 없으면 언제라도 쉽게 버려질 수도 있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두렵고 허무할 수밖에 - 136


산다는 건 늘 이런 것일까? 소유하지 않은 걸 바라고, 바라지 않았던 걸 소유하는 것. 저 멀리 어딘가에 다른 삶이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현재의 삶을 잃을까 봐 두려워 하는 것. 무엇을 찾아야하고, 어디로 가야 할지 전혀 모르는 것 - 159


오랜 세월이 흐르고 나서도 그때 그 장면이 오래된 기억의 창고를 벗어나 생생하게 떠오를 때가 많았다. 얼굴에 살짝 번져 있던 미소 그리고 이내 고개를 돌리던 모습, 그때 그 여자아이가 남긴 짧지만 강렬한 인상이 미래에 전개될 내 연애에 대한 예언의 의미가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일찍이 얻은, 사랑의 현혹에 대한 교훈 - 183

아버지는 전쟁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도 있다는 말을 통해 당시 일곱 살짜리 꼬마였던 내게 어떤 감명을 주고 싶었을까? 인생은 끝없는 혼란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을까? 우리는 아무리 애써도 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길 바랐을까? - 191


두 사람이 함께 게임을 펼쳐나가는 경우 한쪽의 배신은 필연적이었다. 배신당한 쪽이라고 해서 결백을 주장할 수는 없다. 사랑하던 사이가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면 그 책임은 두 사람 모두에게 있다. 그 과정에는 복잡다단한 문제들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 204


바로 그 순간, 25년의 세월이 사라졌다. 25년 전, 우리는 이 카페에 앉아 있었다. 인생의 처절한 굴곡을 겪지 않았기에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확신하고 있던 시절이었다. 우리가 결혼해 운명을 함께하기로 약속한 그 순간, 찬란한 미래를 향한 희망으로 반짝이던 그 순간에는 이 세상에서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 전혀 없었다 - 209


우리의 이해와 오해, 만남과 이별, 갈망과 거부, 사랑과 결명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우리는 왜 우리의 삶에 깃든 모든 좌절과 실패의 원인이 사실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걸 받아들이려하지 않을까? 우리는 자주 상처받았다고 여기지만 사실 상처를 입힌 당사자가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왜 받아들이지 못할까? - 210


누구나 어딘가로 떠나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기를 꿈군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 우리가 스스로 가두어버린 굴레에서 벗어나 단지 한 발짝만 앞으로 내디디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을 텐데 무엇이 두려워 옴짝달싹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을까? - 225


기분 좋은 섹스가 있고, 기분이 별로인 섹스가 있다. 일반적인 섹스가 있고, 특별한 섹스가 있다. 격렬한 섹스, 지루한 섹스, 마지못해 하는 섹스, 쭈뼛쭈뼛 머뭇거리는 섹스도 있다. 초월적인 섹스도 있다. 연인 사이 최고의 소통 수단으로 서로 완벽하게 통하고 있다는 믿음을 주는 섹스가 바로 초월적인 섹스라 할 수 있다. 둘 사이를 가로 막고 있는 모든 장벽이 무너지고, 상대와 완전히 합일을 이루는 느낌을 주는 섹스이다. 서로에 대해 넘치는 사랑을 더없이 충만하게 표현해주는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해주는 섹스이다. 절절한 사랑에 마음을 담아 육체적으로 표현해주는 섹스이다. 차의 계기판에 빗대 사랑을 수치화한다면 초월적 섹스야말로 최고치 눈금을 가리킨다 - 245


인생은 혼란의 연속이다. 그러하기에 우리 모두는 너무나 외로운 존재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 생각이 내 마음을 아프게 찔러왔다 - 279


우리는 스스로가 만든 궁지로 자기 자신을 밀어 넣으며 위안삼아 이야기한다 - 320


우리의 삶에서 의심할 여지가 없는 순간을 만나기란 힘들다. 사랑에 빠지거나 베스트셀러를 내거나 자기 분야의 연구 업적으로 찬사를 받거나 노벨상을 받거나 전혀 상관 없었다. 우리는 모든 인간 존재에 드리워져 있는 불확실성의 그림자를 거두어낼 수 없다. 설령 불확실성을 극복할 수 있다고 자기 자신에게 끊임없이 암시를 보낸다고 해도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서 부글부글 솟는 의심을 완벽하게 벗어던질 수는 없다 - 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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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수업 - 하루에 하나, 나를 사랑하게 되는 자존감 회복 훈련
윤홍균 지음 / 심플라이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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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자존감 수업'을 쓴 윤홍균은 정신과 의사로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해 동대학교 의과대학원과 박사 과정을 마쳤다. '경향신문', '한국일보', '레이디경향', '월간 생로병사' 등에서 글을 썼으며, EBS '부부가 달라졌어요' 자문의, 교통방송 '귀로 듣는 처방전'에서 상담의로 활약했다. 블로그를 통해 정신과에 찾아오기 주저하는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윤답장' 선생님으로도 유명하다.



# 책을 읽은 이유


나는 평소 자존감이 높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무엇을 할 때 기대를 하면 최소 한 가지는 실망을 겪었기에 애초에 기대를 자주 하는 성격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계속해서 자존감이 떨어질 테고 그만큼 나에게 다가올 행운과 기회가 멀어질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찰나에 인터넷 도서 쇼핑몰에서 우연히 '자존감 수업'이라는 책을 알게 됐다. '자존감을 올릴 방법을 알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품고 책을 읽게 됐다.



# 줄거리


윤홍균 의사가 쓴 '자존감 수업'은 자존감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자존감이 중요한 이유부터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들의 특징, 자존감과 인간관계, 자존감을 방해하는 감정, 자존감 회복을 위해 버려야 할 마음 습관, 자존감 회복을 위해 극복해야 할 것, 자존감을 끌어올리는 다섯 가지 실천 방법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주제마다 자존감 회복을 위해 실천해야 하는 것들로 마무리가 되는데 그냥 책을 읽고 덮기보다는 자존감을 회복하고 싶다면 윤홍균 의사님이 알려주는 셀프 코칭을 따라 하는 것이 좋겠다. 모든 자기관리 책과 마찬가지로 '자존감 수업' 역시 그냥 책만 읽어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느낀 점


'자존감 수업'을 고른 대부분의 독자들은 아마 대부분 남보다 자존감이 낮을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을 골랐을 것이고 윤홍균 의사님을 전적으로 의지하며 책을 읽을 것이고 나 또한 그랬다. 책을 읽는 동안 자존감이 떨어지는 이유와 그로 인해 벌어지는 상황들을 나와 대입하였더니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자존감이 떨어지는 것만으로도 나뿐만 아니라 내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인생을 살면서 다가오는 여러 기회를 놓치는 점은 분명 자신에게 있어 손해일 것이다. 그렇다고 자존감을 갑자기 끌어올릴 방법은 없다. 다이어트를 하는 것처럼 꾸준히 실천해야 하며 갑작스러운 변화로 저항이나 거부감이 온다 하더라도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한다.


'자존감 수업'에서 윤홍균 의사님은 낮은 자존감이 어린 시절 부모님의 잘못된 양육 방식이 이유가 아니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린 시절 남들처럼 자라지 못해 자신의 자존감이 낮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자존감은 노력으로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 


요즘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존감이 떨어져 있다. 학업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이나 학점 관리나 취업 준비를 해야 하는 대학생 및 취준생, 회사에 다니고 있지만 이 길이 맞을까 고민하는 직장인, 아이를 가진 엄마, 가정을 지켜야 하는 가장 모두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며 지신이 진정 하고 싶을 것을 잊고 살아간다.


이로 인해 자존감은 점점 떨어지게 되며 무엇을 하든 부정적인 면만 생각해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자신에게 들어오는 기회를 피하게 되고 자기 자신이 더욱 못나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존감 수업'은 눈으로만 읽는다고 해서 바로 자존감이 올라가는 마법의 책이 아니다. 이 책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고 싶다면 윤홍균 의사님이 알려주는 자존감 셀프 코칭법을 따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냥 눈으로만 책을 읽어서는 아무런 도움도 받을 수 없을 것이며 이 책이 아무 필요 없다며 오해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직접 이 책을 읽어본 내가 생각하는 바는 자존감이란 정말 어렵고 힘들지만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책에 나온 여러 실천법을 모두 따라 하는 것은 힘들 수 있지만 그중에 한 가지라도 조금씩 실천한다면 아마 인생이 더욱 즐거워지지 않을까 싶다.



# 기억하고 싶은 구절



자존감에는 세 가지 기본 축이 있어서 사람들마다 자존감의 의미를 달리 해석하기도 한다. 세 가지란 자기 효능감, 자기 조절감, 자기 안정감이다. 우선 '자기 효능감'은 자신이 얼마나 쓸모 있는 사람인지느끼는 것을 의미하는데, 우리 사회는 이 축을 지나치게 강조한다. 사회에서 알아주는 직업을 갖거나 직장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면 당연히 자존감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대표적인 예다. 


두 번째 '자기 조절감'은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은 본능을 의미한다. 이것이 충족돼야 자존감도 높아진다. 서울에서 손꼽히는 학교에서 공부하고 이른바 명문 대학까지 나온 사람이라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자존감이 당연히 높을 거라고 여기기 쉽다. 하지만 시골에서 자유롭게 뛰놀며 자란 사람보다 자존감이 떨어지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자기 조절감이 부족한 경우다.


세 번째 '자기 안정감'은 자존감의 바탕이 된다. 가진 것은 별로 없어도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안전하고 편안함을 느끼는 능력이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나다. 트라우마가 해결되지 않았거나 애정결핍이 지속되는데 안전하다고 느낄 사람은 없다. 당연히 자존감이 떨어진다. 혼자 있는 것을 유난히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는데, 혼자서는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 17


부모의 양육 방식이나 어릴 적에 받은 대우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자존감이 순전히 부모의 영향이라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흔히 '부모님의 사랑을 덜 받아서 자존감이 낮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에 집착했다간 자존심 회복은커녕 가족 사이에 불화만 커진다. 뒤늦게 부모가 사과를 한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자존감은 셀프로도 회복할 수 있다 - 19


자존감은 감정이 아니다. 감정과 연결돼 있지만 정확하게는 이성의 영역이다. 자존감을 회복했다고 해서 기분이 방방 뜨고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 드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존감이 회복되면 좀 더 담대해진다.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평일에 파김치가 되어 들어와도 주말까지 망쳐버리지는 않을 수 있다. 월요일 아침은 피하고 싶을지언정 그게 걱정되어서 일요일 저녁까지 날려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 20


누구를 미워하거나 무관심한 건 특별한 일이 아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니까. 하지만 가까운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문제다. 배우자를 사랑하지 않거나 연인에게 무관심하면서 행복하기란 어렵다. 가족이나 회사 동료 중 미운 사람이 있어도 마음은 불편해진다. 부부간의 무관심은 자연스럽게 자녀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하물며 그 싫어하는 대상이 자신이라면 어떻겠는가, 말하고, 행동하고, 먹고 잠자는 모든 순간 싫은 나와 마주해야 하니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거울을 볼 때마다 싫어하는 인간의 모습을 봐야 하니까 말이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이런 이유로 알게 모르게 짜증이 나 있다. 무기력한 내가 싫고 키가 작은 내가 싫고, 성격이 모난 나에게 화가 난다. 그럴 때마다 서슴지 않고 자신을 비난하고 남들과 비교한다. 생각해보라. 누군가 내 등에 업혀서 하루 종일 나를 비난하고 남들과 비교하면 어떻겠는가? 어떤 장치가 귀에 꽂혀 속삭이듯 "너는 못났어. 너는 남들보다 무능해"라고 세뇌한다면 어떻게 될까? 자신을 미워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남에게 비난을 들으면 도망이라도 칠 수 있는데 자신을 미워하면 그게 안 된다. 하루 종일 잔소리를 듣게 되고, 그 경험이 쌓인다. 숱한 비교와 비난 속에서 자존감이 낮아진 사람은 생각이 자꾸 비관적인 쪽으로 흐르기 쉽다 - 40


인생을 조금 편하고 살고 싶다면 평소 자신에게 "괜찮아"라는 말을 자주 해줘야 한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남들과 경쟁하고, 비교하고, 비난당하며 살아왔다. 그래서 필요 이상으로 스스로를 이상하고 부족한 사람으로 매도해왔다. 우리의 자아는 억울함과 슬픔에 빠져 있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위로를 해주어야 한다. 혹자는 "그러면 너무 자기안위에 빠지는 거 아니냐"라고 물을지 모른다. 좋은 질문이다. 그렇지 않다. 게다가 그동안 자신을 너무 못살게 굴었거나 억압해왔다면 더 그렇게 말해줘야 한다. 그것은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 잘못된 사회 탓이고 잘못된 교육 탓이다. 투사해도 괜찮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자신에게 관대해져야 하고 합리화 해야 한다. "자기안위에 빠져도 괜찮아"라고 말해줘야 한다. 자존감이 낮아져 있어도 괜찮다. 그 덕에 더 노력할 수 있었고, 때론 무기력에 빠져 쉬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그저 "괜찮아. 그동안 수고했어"라고 얘기해주면 된다. 지금 당장 그게 되지 않는다 해도 괜찮다. 우린 이제 첫발을 떼었을 뿐이니까 - 42


사귄 지 1년이 지나도 싸움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각자 자존감을 체크해야 한다. "우린 싸움도 자주 하지만 화해도 잘해"라고 말하는 커플이 있는데, 결코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다. 격렬하게 싸우고 뒤끝 없이 마무리한다 해도 우리의 뇌와 피부는 그 횟수만큼 시들어간다. 싸움에서 이겼다고 해도 문제다. 제압한 상대가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뛰어난 언변과 논리로 남편을 제압한 부인은 '남편은 나보다 논리적이지 않아'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긴 기쁨은 잠시뿐, 논리적이지 않은 남편과 사는 자신에게 만족할 수는 없는 법이다. 진 쪽은 더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말싸움에서 밀리든 힘에 밀리든 제압을 당한 쪽은 자괴감에 빠진다. 사랑 표현을 받아도 시원찮을 판에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공격을 당했기 때문이다. 커플은 팀이다. 아무리 좋은 팀이라도 불화와 갈등은 있다. 하지만 팀 킬은 가장 어리석다. 시비를 가리고 공격을 주고받는 사이 팀이 패배하기 때문이다. 자신은 억울하고 속상하겠지만 남의 눈에는 "저 팀은 형편없는 팀"으로 보일 뿐이다 - 52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사랑을 쉽게 끝내지 못한다. 자신이 원하는 사람이 아니어도 참고 견딘다. 너덜너덜 상처를 입고 우울증에 빠져도 이별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가끔 듣는 사랑한다는 말이나 근거 없는 느낌에 기대어 심약한 사랑을 유지한다. '이 사람 말고는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거야'란 생각, '이별을 감당하지 못할 거야'란 생각은 전쟁 같은 사랑일지언정 완전히 끝나지 않도록 강력한 방어막을 친다. 이렇게라도 사랑하는 것 말고는 희망이 없다는 생각에 무릎을 꿇는다. 그러면 자꾸 슬퍼진다. 내가 상담을 하면서 놀랐던 것 중 하나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슬픔과 사랑을 혼동한다는 사실이다. 화가 나서 눈물이 나고, 불안해서 우울해지고, 슬픔에 가슴이 미어지는 경험을 사랑으로 인한 아픔이라 고 생각한다. 그건 그냥 아픈 거다. 노래 가사처럼,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이별이 행복의 지름길일 떄도 많다 - 55


자존감 결여는 인간관계를 망치는 원인이 되지만 그 결과가 되기도 한다. 관계에서 트러블을 경험하고 그걸로 속상해하는 자신을 보면서 스스로 깍아내리면 그렇게 된다. '나는 쿨하지 못해', '프로답지 못해', '한 번 혼날 걸로 이렇게 오래 꿍한 거 보면 너무 감정적이야'라며 자신을 못마땅해 하는 식이다. 애석하게도 이것은 어린 시절부터 축적된 두려움이 폭발한 경우가 많다. 부모는 아이가 사랑받는 존재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계속 예방주사를 놓는다고 생각한다. "너 이러면 사람들이 싫어해. 외톨이가 될 거야"라고 핀잔을 준다. 그 순간에도 아이가 두려워해도 그래야 사랑스러워지려고 노력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예방주사가 아니다. 거절이라는 병균이 침입했을 때, 항체가 되어 싸워야 할 자존감을 소진시키기 때문이다. 오히려 두려움과 불안이 핵심 감정이 되어 폭발해버리고 만다. 자기 머릿속의 오류들을 수정할 기회가 날아가버리는 셈이다 - 69


자존감은 '내가 내 마음에 얼마나 드는가'에 대한 답이다. 그러기 위해선 타인의 평가가 아닌 '자신의 평가'에 집중해야 한다. 다시 내 강연 얘기로 돌아가자면 요즘 나는 강연이나 발표를 할 때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오로지 나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책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누구에게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힘들 때마다 펼쳐보기 위해서, 내 딸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 쓴다. 그러다 보니 그전에 비해 훨씬 나에게 몰입하게 됐다 - 80


많은 직업들이 직장에서의 상황 때문에 자존감에 영향을 받는다. 앞서 소개한 직종에 있는 사람들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이때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직장은 낭망적인 곳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직장은 힘든 곳이다. 그래서 월급을 준다. 그것도 날짜를 정해놓고 규칙적으로 준다. 안 그러면 남아 있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직장이 그렇게 달콤한 곳이고 가치 있는 곳이라면 윌에게 돈을 줄 리 없다. 미안하니까, 나가지 말라고 돈을 쥐여준다. 물론 행복을 안겨줄 때도 있다. 힘들 때마다 힘이 되어주는 동료가 직장에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시적이라 궁극적인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조금 심하게 말해 직장은 우릴 이용하고 힘들게 하고 화도 나게 한다. 그래서 직장은 윌에게 미안해한다. 잘못했다며 한 달에 한 번씩 합의금을 준다. 월급은 '이만큼 줄 테니 부디 참아주세요', '당신의 시간을 이만큼 내가 썼으니 이걸로 대신하세요'라는 뜻의 위로금이다 - 88


나는 대한민국의 직장인들이 직장과 직업, 꿈을 좀 더 명확하게 구분했으면 한다. 나처럼 직업에는 만족하지만 근무하는 직장에는 불만이 있을 수 있다. 반대로 직업은 별로지만 지금 일하는 직장은 좋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직장과 인생은 분리해야 한다. 우리는 직장에 출근하기 위해서 사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직장이 우리 삶의 전체가 아니다. 직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현재 자신의 인생까지 불만족스럽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회사에서는 조금 잘 나간다고 타인의 자존심을 함부로 짓밟아서는 안 되는 것과 같다. 우리는 직장에 출근하기 위해서 가이나리 퇴근 이후의 삶을 위해 살아간다. 퇴근 이후의 삶도 엄연한 인생이고 주말도 중요하다. 근무 시간에 받은 스트레스를 집에까지 안고 오거나 못 다 한 회사 업무를 갖고 올 필요도 없다. 직장에 대해 오래 고민한다고 일이 해결되지도 않는다. 직장은 직장이다. 우리는 직장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가끔은 직장에서 떨어져 머리를 완전히 비워야 할 떄도 있다 - 89


어떤 한 가지 정체성에서 조금 떨어진다고 해서 자신을 무가치한 사람으로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 직장인인 내가 인정받지 못한다고 해서 나 전체를 매도해서는 안 된다. 며느리로서 내가 인정받지 못했다고 해서 직장인으로서의 나까지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 어느 한두 개에서 소홀하다 해도 연인으로서, 친구로서, 부모로서, 자원봉사자로서, 종교인으로서, 시민으로서의 존재는 남아 있다. 한 곳에서 존재감을 확인받지 못했다고 해서 인생 전체의 문제로 확대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 96


결정을 잘하는 사람들은 바로 이 점을 알고 있다. 어떤 문제를 아무리 고민해봐야 정답은 없으며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어떤(what) 결정을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결정한 후에 어떻게(how)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결정을 잘하는 사람들은 결정하기까지 에너지를 많이 낭비하지 않는다. 결정 잘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능력은 '자신의 결정에 만족하는 힘이다. 그들은 타인의 무심코 내뱉는 말, 이래라 저래라 훈계하는 말, 질투에 섞인 비아냥 등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한마디로 마음에 줏대가 있고 단단한 자기 기준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객관적으로 봐도 크게 이상한 결정을 하지 않는다. 주식 투자로 가진 돈을 몽땅 날려버리고는 '내 투자는 옳았어'라고 허세를 부리지 않는다. 누가 봐도 상식적이고 함부로 뭐라 할 수 없는 결정을 한다. 처음부터 정답이 정해져 있던 것처럼 결정을 내리고 자신의 결정에 만족한다 - 100


당연한 말이지만 불행했던 기억에 사로잡혀 있으면 부정적인 감정이 든다. 그런데 부정적인 감정에 빠지면 자연스럽게 과거의 기억 중 부정적인 사건만 떠오른다. 분명 중간에 좋았던 일도 있었건만 그것들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오랜 기간 싸우고 있는 부부를 만나면 이 현상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 사람은 늘 나를 속여요", "아내가 매일 저런 식이니 내가 밖으로 나돌밖에요" 결혼 만족도가 낮은 부부는 '항상', '언제나', '매일' 같은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이유가 있다. 이 단어들을 사용하면 과거를 낙인찍기 편해서다. "당신과 살면서 단 하루도 행복한 적이 없어"라고 결론 내면서 좋았던 기억은 굳게 닫아버린다. 과학의 입장에서 영역인 해마와 감정을 관장하는 편도핵이 서로 붙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슬플 때는 슬픈 사건 위주로 기억이 나고, 억울할 때는 과거의 기억 중 억울한 일만 떠오르게 된다. 여기에 중요한 힌트가 있다. 어떤 경험 때문에 괴로움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감정적인 문제를 겪고 있지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나쁜 기억 때문에 우울한 게 아니라, 우울하기 때문에 나쁜 기억만 붙잡고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 사람은 당연히 자존감도 떨어진다 - 113


감정을 조절하는 행위는 자동차 운전과도 같다. 멋진 차를 가졌어도 운전을 못하거나 차가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멈추고 싶은 곳에서 멈추고, 가고 싶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운전 기술이 필요하다. 운전의 기본을 익혔다면 상세 기술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발밑 오른쪽 페달을 밟으면 가속이 붙는다는 것, 어떤 버튼을 누르면 실내 온도가 올라가고, 어떤 버튼을 누르면 시동이 꺼진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 154


 우리가 창피함을 자주 느끼는 것은 몇 가지 인지적 착오 때문이다. 우선, 모두가 나를 보고 있을 거라는 착각이다. 단체사진을 연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소풍을 가서 단체사진을 찍으면 어김없이 나만 눈을 감고 있거나 못마땅한 표정이어서 속상할 때가 많다. 하지만 내가 내 모습만 신경을 쓰듯 남들도 자기 모습에만 신경을 쓴다. 사실 대다수는 내가 무슨 옷을 입었는지, 화장이 떴는지, 눈을 감았는지에 관심이 없다. 두 번째는 자신의 모습을 지나치게 폄하하는 착각이다. 꼭 완벽주의자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행동에 엄격한 편이다. 자신이 한 행동에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타인들은 내가 한 행동이나 변화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냥 '그럴 수도 있지' 하는 게 일반적이다. 내가 나를 평가하듯이 그렇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남들이 이 순간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라는 착각이다. 누군가 나를 두고 입방아를 찧었다고 가정해보자. 회사 동료들이 모여 내 험담을 표시하거나 사람들이 내 욕을 했다는 사실을 알면 큰 충격을 받는다. 모욕감에 배신감에 사로잡혀 힘들어한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그들에게 다른 사람 얘기는 단순한 가십거리, 한번 씹고 넘어가는 가벼운 주제일 뿐이다. 험담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또 다른 대상을 찾아 금세 관심을 돌린다. 사람들은 애당초 타인에게 관심이 없다 - 163


대부분의 좌절은 그렇게 온다. 지금 상황이 문제라기보다는 그 일이 진행되고 진행돼서 파국으로 이어질까 봐 미리 걱정하는 게 문제다. 막상 자신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게 되면 문제는 대게 해결된다. 막연하고 모호한 불안을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불안으로 변환하는 방법이다. 해결 가능한 불안이면 해결책을 세우면 되고, 불가능하다면 포기하면 된다 - 193


인간은 매일 한 차례 잠을 자는데, 어찌 보면 그때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가 되는 건지도 모른다. 밤에는 의욕이 사라져야 하지만 아침에는 의욕과 활동력이 생겨야 한다. 시작부터 거창할 필요는 없다. 지금 당장 대단한 걸 얻으려는 게 아니잖은가. 무기력해지는 습관에 변화를 주고 싶다면, 자세부터 바꿔보자. 목을 돌려보고, 굽었던 허리도 지금 펴보자. 기분이 한결 나을 것이다. 곧장 의욕이 생길 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아도 괜찮다. 아무 생각 없이, 조금씩이라도 자주 움직이자. 지금 책을 덮고 잠깐 산책을 해봐도 좋겠다 - 204


열등감을 근본적으로 버리려면 사람이든 무엇이든 우월함과 열등함, 좋고 나쁨으로 구분하는 습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노자와 장자의 철학이 이를 강조한다. 이들은 세상을 쓸모나 귀함으로 평가하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알려준다. 장자 이야기 가운데 쓸모없는 나무에 관한 것이 있다. 집짓기에 좋은 나무는 찾는 사람이 많아 오래 크지 못한다. 하지만 쓸모없는 나무는 아무도 베어 갈 생각을 하지 않으니 걱정이 없다. 쓸모 있는 나무는 잘난 체를 하다가 일찍 베어지지만, 그렇지 않은 나무는 오래 살아남아서 동네 수호신이 되고 사람들의 휴식처가 되기도 한다 - 213


심리적 문제에서 원인을 파악하려는 시도는 문제 해결의 시작이지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다. 완벽하게 파악하려고 애쓰지 말고, 현재 상태를 파악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대처할 에너지를 남겨놔야 한다. 어차피 확실하고 근본적인 원인이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미처 몰랐거나 오해했던 진짜 원인을 알면, 지금의 고통이 자기 탓이 아니란 걸 깨닫고 상처를 치유할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또한 앞으로는 그런 원인이 되풀이되지 않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원인 분석에만 머물러 있다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나아가기 힘들다 - 219


세상에 바꿀 수 없는 두 가지가 있다. 바로 타인과 과거다. 과거에 받아 현재까지 남아 있는 상처는 누구나 괴롭다. 그리고 잊기 힘들다. 안타깝지만 과거는 바꿀 수도, 지울 수도 없다. 과거의 상처가 현재의 우리를 괴롭히는 이유는 시간 개념을 뒤흔들어놓기 때문이다. 오래 전에 끝난 일인데 마치 옆에서 일어나는 일 같은 혼동을 준다. 10년 전 강도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상당했는데, 그는 얘기하는 내내 출입구를 응시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저 문을 열고 그 강도가 쫓아올 것 같아요"라고 했다. 어릴 때 부모에게 받은 상처, 선생님에게 받은 상처, 친구들에게 당한 따돌림은 사실 다 지나간 일이다. 무시당하고 비교당했던 나는 '오래전 그날의 나'다. 그런데 여전히 '지금의 나'가 겪는 일로 생각하는 것이다. 상처가 괴로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상처는 모두 과거형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마음속 응어리가 승화되고 나면 이런 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 머릿속에 있을 땐 혼란스럽겠지만 막상 밖에 꺼내놓고 보면 다 지나간 일이라는 게 확실해지기 때문이다. 거기서 우리는 벗어났고, 지금은 안전하다. 우리를 괴롭힌 어른들은 이미 노인이 되었고, 우리가 더 강해졌다. 그것을 깨달아야 한다 - 242


자존감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우리는 분명 저항을 만난다. 그럴 때면 '그냥 예전처럼 살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고, 겸손함이 없어질까 봐 걱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스스로를 사랑하거나 자존감이 회복된다고 해서 갑자기 오만해지거나 왕따가 되진 않는다. 왜냐하면 자존감을 획득하면서 매너와 배려가 생길 것이고, 그것이 우리를 지켜줄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자신을 높이 평가하고 존중하는 것은 옳은 일이다. 또 행복해지는 일이다. 우리는 행복해질 것을 믿어야 한다. 무시를 받는 것보다는 부러움을 받는 것이 확실히 행복하다. 동정을 받는 것보다는 질투를 받는 것이 더 행복하다. 누구의 보살핌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 그리고 회복된 자존감은 누우에게도 손해나 상처가 되지 않는다 - 252


비난은 투사일 뿐이다.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남 탓을 하는 행동을 말한다. 투사는 미숙한 방어기제에 속한다. 승화나 유머와는 달리, 문제를 일으키고 생산적 활동으로 이저지지도 않기 때문이다. 어린아이가 달리다 넘어져 울음을 터뜨리면 부모는 "땅이 그랬지? 땅 나쁘다, 때지"하며 땅바닥을 친다. 그럼 아이는 덩달아 땅을 때리며 울음을 그친다. 비난을 하며 잠시나마 아픈 걸 잊는 거다. 물론 아이가 크면 더 이상 땅을 탓하지 않는다. 그런다고 아픈 다리가 낫지도 않고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다는 걸 잘 아니까. 그런데 어른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판단력이 흐려지기 쉽다. 평상심을 잃을 정도로 괴로울 땐, 뇌가 일시적으로 퇴행하는 셈이다. 그래서 비난을 한다. 비난을 자주 하는 것은 마음이 자주 불편해서 퇴행한다는 뜻이고, 강하게 비난하는 것은 크게 퇴행한다는 뜻이다. 얻는 것도 없고 달라지는 것도 없건만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마음이 너무 불편한 나머지, 그런 이성적인 계산도 서지 않는 것이다 - 258


성격 바꾸기를 목표로 삼으면 중간이 지칠 수밖에 없다. 변하지 않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내성적인 사람이 변하기 위해 모임에도 나가고, 평소보다 말을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부끄러움을 느끼거나 혼자 있고 싶어질 때마다 그는 자신의 그런 특성에 주목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행한 수많은 행동들에는 관심을 주지 않는다. 그러면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내성적인 특징을 느끼며 '역시 난 변하지 않았어'라고 받아들인다. 실제로는 변한 것도 있고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그런데 변하지 않은 것에 관심을 더 주다 보니, 그것이 강화된다. 성격이 변하지 않았다기보다는, '성격에 집중'했기 때문에 변화가 멈춘 셈이다 - 267


문제 해결은 현재에 더 집중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정신과 의사들이 'here and now'라고 부르는 원칙이다. 지나간 문제나 앞으로 닥칠 문제를 생각하지 말고 지금 당장 할 일에 집중하라는 것. 이는 새로운 습관을 들이는 과정이다. 가령 매일 아침 일어나 운동을 하거나 닭가슴살로 다이어트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동안의 일정에서 벗어나 새 생활에 길들이는 작업이다. 그런데 아무리 지금 여기에 집중하자고 해도 궤도를 벗어나기 십상이다. '지금 여기'란 말이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꾸 미래 불안으로 가든지 과거로 회피하려고 한다. 그러지 않으려면 눈앞에 글씨를 적어놓아야 한다. 지금 당장 종이를 꺼내서 이렇게 적자. '지금, 여기서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혹은 '지금, 여기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러고서 그 답을 찾아나가야 한다. 답은 한 번에 찾아내지 못할 수도 있다 - 294


걷기, 표정 짓기, 혼잣말하기, 이 세 가지를 염두에 두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이 세 가지 행동을 할 때 활발하게 기능한다. 뇌가 가장 활발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일 때 자존감을 향상시키면 변화가 이루어진다. 소리 지르기, 물건 때려 부수기, 남 공격하기는 다른 동물들도 할 수 있는 행동이다. 그렇게 행동해서는 뇌 건강을 되찾을 수 없다. 인간답게, 세련되게 살자 - 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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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파울로 코엘료 지음, 오진영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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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우리나라 애서가들에겐 유명한 '연금술사'의 저자인 파울로 코엘료는 전 세계 170개국 이상 81개 언어로 번역되어 2억 1천만 부가 넘는 판매를 기록한 우리 시대의 가장 사랑받는 작가로 첫 작품은 '순례자'이다. 이후 '브리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아크라 문서', '불륜'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가 지난 2009년에 쓴 '연금술사'는 한 권의 책이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된 작가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 책을 읽은 이유


책을 한창 읽기 시작할 때 우연히 파울로 코엘료라는 작가를 알게 됐다. 그 후 그가 쓴 책이라면 필독서로 넣을 만큼 대부분 구매했지만 막상 책을 끝까지 읽어본 적이 없었다. 나에겐 아직 어렵기도 했고 작품마다 길지는 않았으나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파울로 코엘료가 '스파이'라는 신간을 낸다는 소식에 다시 도전하고자 읽게 됐다.


# 줄거리


파울로 코엘료의 '스파이'에서는 실존 인물인 마타 하리라는 인물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본명은 마가레타 거트루이다 젤러이나 책에서는 남편의 성을 딴 마르헤르타 마클레오트라고 나오기도 한다. 


그녀는 학창 시절 학교 교장에게 성폭행을 당한 상처를 가지고 있었으며 자신을 성적 노리개로만 생각했던 남편에 대한 아픔을 갖고 있다. 이후 그녀는 자신이 살던 암스테르담을 떠나 프랑스 파리의 한 클럽에서 밸리 댄스를 선보이며 유명세를 띄게 됐다. 


하지만 영국과 프랑스의 1차 대전이 발생하기 직전 전성기가 끝난 그녀는 스파이로 지목되어 수감하게 됐고 자신의 무죄를 알리고자 했지만 결국 파리 교외에서 총살을 당하고 해부용 시신으로 처리됐다.


# 느낀 점


2016년 국내 인터넷을 통해 화제가 되었던 페미니스트, 파울로 코엘료의 '스파이' 역시 페미니스트, 페미니즘에 대한 주제가 담겨 있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당하고 무시를 받은 마타 하리가 어떻게든 살고자 하여 벌인 일과 골칫거리를 회피하고자 거짓말을 하고 마타 하리에게 스파이 누명을 씌운 정부 고위층의 모습은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


마타 하리는 자신의 전성기를 보낸 프랑스에서 버려졌다는 말을 하며 비난하면서도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과거의 영광과 그 시절의 추억과 향수를 잊지 못한 그녀는 어떻게든 파리로 돌아가려 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그 시절이 정말 행복했든 안 했든 상관없이 자신과 주위에 일어난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고 그저 과거로만 돌아가고 싶었던 그녀, 수감 생활을 하면서도 자신과 관계를 맺은 남자들이 구해줄 거라는 잘못된 믿음은 인간이란 얼마나 이기적이고 잔인한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 기억하고 싶은 구절


죄가 없다? 어쩌면 이건 정확한 표현이 아닐 겁니다. 내가 너무도 사랑하는 이 도시에 첫발을 디딘 이후로 죄가 없던 때는 단 한 순간도 없었습니다. 정부 기밀을 원하는 자들을 조종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고, 독일, 프랑스, 영국, 스페인 사람들이 나라는 사람에게 저항할 수 없으리라 여겼지만 결국은 내가 조종당하고 말았습니다. 나는 내가 저지른 죄로부터 도망쳤고, 나의 가장 큰 죄는 남자들이 지배하는 이 세상에서 자유롭고 독립적인 여성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실제로 이용한 것이라고는 상류사회 상롱에서 떠도는 풍분들뿐이었지만 나는 스파이라는 죄명을 선고받았습니다 - 26


추억은 종잡을 수 없는 단상들과 우리가 경험한 것들의 이미지로, 그리고 사소한 흔적 하나, 의미 없는 소음 하나로 지금도 숨막히게 조여오는 것들의 이미지로 가득차 있습니다. 빵 굽는 냄새가 감방으로 흘러드는 시간이면 자유롭게 카페를 오가던 날들이 새삼 떠오릅니다. 그건 나를 둘러싼 죽음에 대한 공포와 외로움보다 더욱 나를 고통스럽게 만듭니다. 


추억은 우울이라는 악마를 동반하지요. 아, 나는 그 잔인한 악마에게서 헤어날 수가 없습니다. 어느 죄수의 노랫소리를 듣는 일, 한 번도 나에게 장미와 재스민을 가져다준 적 없는 팬들에게 얼마 안 되는 편지를 받는 일, 어떤 도시에서의 한 장면, 그 당시에는 간과하고 지나쳤으나 지금은 내가 방문한 나라로부터 내게 남겨진 전부가 된 그 장면을 떠오르는 일, 추억은 항상 승리합니다. 그리고 추억과 더불어, 우울보다 더욱 무서운 악마가 다가옵니다. 회한이라는 악마. 수녀들이 방문해 잠깐 얘기할 때를 제외하면, 이 감방 안에서 나의 유일한 동반자는 회한입니다. 회한은 신에 대해 말하지 않습니다. 이 사회가 '육체의 죄악'이라고 부르는 것들을 이유로 나를 비난하지 않습니다. 그저 한두 마디 말을 건네올 뿐인데, 그러면 마치 과거로 흘러가느 이 강에 뛰어들어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것처럼 내 입에서는 추억들이 터져나옵니다 - 28


해바라기 씨앗이란다. 하지만 해바라기 씨앗 그 이상의, 네가 배워야 할 가치가 담겨 있단다. 이 씨앗들은 네가 다른 꽃씨와 구별하지 못할 때라도 언제나 해바라기도 피어날 거야. 아무리 원한대도 장미나 우리 나라의 상징인 튤립으로 변할 수는 없어. 타고난 자신의 존재를 부정한다면 죽을 때까지 고통스러운 삶을 보내게 된단다 - 32


꽃들은 우리에게 가르쳐주지. 영원한 건 아무것도 없다고. 아름다움도 시듦도 지나가고 새로운 씨앗을 남길 거야. 네가 기쁠 때나 아플 때, 슬플 때에도 그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어. 모든 것은 지나가고 늙고 죽고 새로 태어난다는 것을 - 32


내 첫번째 조언은 아주 어려운 일이고, 당신의 공연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거예요. 절대로 사랑에 빠지지 말아요. 사랑은 독이에요. 한번 사랑에 빠지면 당신은 더이상 당신의 삶을 통제할 수 없게 돼요. 당신의 심장과 머리를 다른 사람이 차지해버리죠. 당신의 존재가 위협받아요.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당신은 뭐든지 하고 위험을 감지하지 못하게 될 거예요. 사랑이라고 부르는, 설명할 수 없고 위험한 그 무엇은 땅 위에서 당신이라는 존재를 완전히 쓸어버리고, 대신 그 자리에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원하는 모습만 남겨두지요 - 81


사람들은 인생이 그렇게까지 복잡하지 않다고 말하지요. 하지만 인생은 대부분 복잡한 겁니다. 단순한 건 아이스크림이나 인형을 원하는 것, 바보 같은 금속 공으로 나뭇조각을 맞히려고 애쓰며 땀흘리는 저 남자들, 집안의 가장으로서 책임이 클 저 남자들처럼 경기에서 이기기를 원하는 것이지요. 유명해지기를 원하는 건 간단하지만 명성을 한 달 혹은 일 년 이상 유지하는 것은 어려워요. 특히 그 명성이 육체와 관련되어 있을 때 더욱 그렇지요. 한 남자를 온 마음을 다해서 원하는 건 단순한 일이에요. 하지만 그 남자가 아이가 있는 유부남이고  세상 무엇과도 가족을 바꾸지 않을 사람이라면 모든 게 불가능해지고 복잡해집니다 - 82


세상 모든 것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어요. 사랑이라고 불리는 잔인한 신에게 버림받은 이들이 유죄인 이유는 그들이 과거를 바라보며 어째서 미래를 위해 그토록 수많은 계획을 세워두었는지 자문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기억을 조금 더 멀리 더듬어본다면, 씨앗이 뿌려진 날을 기억하고 그 씨앗에 거름을 주고 마침내 뽑아낼 수 없는 나무가 되기까지 키워낸 시간을 떠올리게 될 겁니다 - 83


삶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모를 때는 길을 잃는 법도 없습니다 - 86


수백만 년 동안 인간은 항상 눈으로 볼 수 있는 상대와 대화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겨우 십 년 사이에 '본다'와 '말한다'가 분리되었습니다. 우리는 이 일에 익숙해졌다고 여기고, 그것이 우리의 반사신경에 일으킨 거대한 충격은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우리의 육체는 아직 적응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로 인한 실제 결과는 말이죠. 우리가 전화기에 대고 이야기할 때 어떤 마술적 황홀경과 아주 흡사한 경지에 들어간다는 겁니다. 우리 자신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하는 거죠 - 112


난 이미 프랑스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프랑스는 내게서 단물을 빼먹고 나를 내쳤으며, 내가 처음 그곳에 갔을 때 부리던 재주를 똑같이 따라 하는 러시아 예술가들, 또는 아마도 포르투갈이나 노르웨이, 스페인 같은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을 이들을 더 애호했습니다. 저마다 자기 나라에서 배운 이국적인 무언가를 선보이기만 해도 새로운 것에 사족을 못 쓰는 프랑스인들은 바로 믿어버리고 마니까요. 아주 잠깐에 불과하지만 - 120


한 나라가 강대국이 되면 항상 지불해야 할 대가가 따릅니다.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었지만 누구에게든 런넝과 파리 중에 어느 곳으로 여행하고 싶은지 물어보세요. 의심의 여지 없이 대답은 센 강이 가로지르고, 대성당과 옷가게, 극장, 화가, 음악가들이 있는 도시, 더 대담한 사람들을 위해서는 폴리베르제르, 물랭루주, 리도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연장들이 있는 바로 그 도시일 겁니다. 무엇이 더 가치 있냐고만 물어보기만 하면 됩니다. 따분하게 생긴 시계탑과 절대로 대중 앞에 나타나지 않는 왕인지, 아니면 건축가의 이름을 따서 에펠탑이라고 이름 붙인, 유럽 전역에 알려지기 시작한 세계에서 가장 높은 탑과 기념비적 건축물인 개선문과 돈으로 살 수 있는 것 중 최고의 상품들을 내놓는 샹젤리제 거리인지 - 121


인생은 왜 나로 하여금 그토록 짧은 시간에 그토록 많은 일을 겪게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힘든 순간들을 견딜 수 있는지 보기 위하여, 나는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 알기 위하여, 내가 무언가를 경험하도록 하기 위하여, 하지만 그러기 위해 다른 방법, 다른 길이 있었을 것입니다. 영혼의 어둠 속에 빠뜨리거나 나를 인도할 단 하나의 손길도 없이 늑대들과 다른 맹수들이 우글거리는 숲속을 걸어가게 할 필요는 없었을 것입니다 - 125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리고 아침식사가 오기 전에, 지금 내가 무엇을 하려는지 아세요? 나는 춤을 출 것입니다. 음정 하나하나를 기억하며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일 겁니다. 그것이 내가 누구인지 스스로에게 보여줄 테니까요. 나라는 자유로운 여성을! 자유야말로 내가 항상 찾아온 것이니까요. 사랑을 찾은 적은 없었습니다. 비록 사랑이 내게 왔다가 떠나갔고, 사랑 때문에 나는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했고, 나를 추적하는 자들이 있는 곳으로 갔지만요. 하지만 나 자신의 이야기를 서두르고 싶지는 않습니다. 내가 베를린에 도착한 그날 아침부터 인생은 너무 빨리 흘러갔고, 나는 그 속도에 보조를 맞추기가 힘이 듭니다 - 126


이 모든 걸 더 일찍 얘기했어야 했겠지만 나는 시간이 더 있을 줄 알았습니다. 오늘날 내가 성공한 공연 기획자가 된 건 그 날 밤 빈에서 본 모든 것에서 비롯되었을 거예요. 내일이면 내가 소속된 부대의 지휘관에게 신고하러 갑니다. 나는 당신의 공연을 보러 파리에 여러 번 갔어요. 당신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무용가'라거나 '예술가'라고 불릴 자격조차 없는 이들 때문에 마타 하리가 영역을 잃어가는 걸 보았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작업이 존중받을 수 있는 곳으로 당신을 데려오기로 결심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사랑 때문에, 오로지 사랑 때문에, 상대방이 알아주지 않을지라도 상관없는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정말로 중요한 건 사랑하는 사람 곁에 있는 것이고 그것이 나의 목적이었습니다 - 131


피아노는 정말로 화음이 틀리면 안 됩니다. 진정한 죄란 우리가 죄라고 배운 그런 것이 아니라, 완벽한 조화와 동떨어져 사는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날마다 말하는 참과 거짓보다 훨씬 강력합니다. 나는 그를 향해 돌아서서, 이제 옷을 갈아입어야겠으니 자리를 비켜달라고 정중히 부탁했습니다. 그러고는 말했어요. "죄악은 신이 창조한 게 아니고, 우리가 절대적인 것을 어떤 상대적인 것으로 변형시키려 할 때 만들어졌어요. 우리는 전체를 보지 못하고 일부만 보게 된 겁니다. 그리고 그 일부가 죄와 규칙, 악에 맞서 싸우는 선을 결정하다보니 결국은 각자 자기가 옮다고 생각하죠" - 133


재미있는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없는 그곳이 어떻게 천국일 수 있단 말인가요? 나는 행복을 찾았던 게 아니라 프랑스 사람들이 말하는 '라 브레 비 La vraie vie', 진정한 삶을 원했습니다.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깊은 상심의 순간들이 함께 있고, 충성과 배신, 두려움과 평화의 순간들이 공존하는 진정한 삶, 내가 미행당하고 있다고 거지가 말했을 때, 나는 이전에 맡았던 그 어떤 역할보다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나 자신을 상상했습니다. 나는 세상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독일을 위해 일하는 스파이인 척하며 실은 프랑스가 전쟁에서 이기게 만들고 있었지요. 사람들은 신이 수학자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신이 만일 사람이라면, 신은 상대방의 수를 앞질러 생각하고, 미리 무너뜨릴 전략을 준비하는 체스 선수일 것입니다 - 157


사랑의 진짜 얼굴은 절대로 볼 수 없는 걸까? 그리고 그리스인들이 이 신화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바를 깨닫습니다. 사랑이란 타인에 대한 믿음이며 그 얼굴은 항상 신비롭게 감춰져 있어야 한다는 것을요. 우리는 매 순간 감정과 느낌으로 살아야 합니다. 우리가 그 암호를 풀려 하거나 알아내려고 하는 순간, 마법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사랑이 이끄는 대로 굴곡지기도 하고 밝게 빛나기도 하는 길을 따라가고,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곳이나 바닷속 가장 깊은 곳으로 이끌려 갈 때에도 우리를 끌어주는 그 손을 신뢰합니다. 우리가 겁에 질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언제나 궁전에서 깨어날 것입니다. 그러나 사랑이 이끄는 발걸음을 두려워하거나 우리에게 모든 것이 밝혀지기를 원한다면 결국 우리는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입니다 - 208


불행히도 오늘 일어난 일은 어제도 일어났고 내일 또 일어날 것입니다. 세상이 끝날 때까지 계속되거나, 아니면 인간을 이루는 것은 인간이 생각하는 것만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육체는 쉽게 지친다 해도 영혼은 언제나 자유로우니, 언젠가는 우리가 세대를 거듭하며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이 지옥의 수레바퀴에서 헤어나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비록 생각이 늘 제자리에 머문다 해도 그보다 더욱 강한 힘이 있으니, 우리는 그것을 사랑이라 부릅니다. 우리가 진심으로 사랑할 때에 상대방과 우리 자신을 더욱 잘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이제 말도 서류도 회의록도 진술도 고발도 변호도 필요 없습니다. 오직 전도서의 한 구절이 우리에게 필요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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