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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라기 - 며느리의, 며느리에 의한, 며느리를 위한
수신지 지음 / 귤프레스 / 2018년 1월
평점 :
인터넷을 보다가 우연히 알게 된 수신지 작가의 웹툰 '며느라기'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한 번쯤 스쳐봤을 일들, TV 속 드라마에 나왔던 내용과 비슷하면서도 더욱 공감되는 며느리의 고충을 담았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통해 화제를 모았던 '며느라기'는 약 64만 명의 구독자를 불러일으키며 화제를 모았다가 최근 방송에 소개되고 난 후 책으로까지 나왔다.
인스타글, 페이스북 특성상 시리즈로 나오는 웹툰인 경우 중간 저장이 되지 않을 뿐더러 보기가 어려웠는데 책으로 한 번에 정주행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예상보다 더 두꺼웠지만 1~2시간만 투자해도 정주행을 할 수 있는 내용이다.
웹툰 '며느라기'에서는 총 13가지의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주인공인 민사린이 남편 무구영 씨의 가족과 함께 머물며 생기는 상황을 보여준다. 며느리인 민사린은 남편 집에 오자마자 설거지를 하고 과일을 깎는 모습을 보여주며 독자들의 마음을 답답하게 한다.
민사린은 심지어 시어머니의 결혼기념일까지 챙기며 며느라기의 본모습을 보여준다. 시어머니가 하는 말에도 한 마디 대꾸하지 못하며 그저 참고만 있는 모습에서 남자인 내가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고민이 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남편인 무구영은 아내 민사린과 자신의 어머니가 함께 지내는 모습이 마냥 좋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챙겨드리지 못했던 어머니를 아내 민사린이 챙겨주는 모습을 보면서 당연하다고만 생각한다. 당연한 게 아님에도 말이다.
민사린은 맞벌이를 함에도 퇴근 후 남편 무구영의 집으로 가서 시어머니와 함께 제사 음식을 만든다. 남자들은 다과를 먹으며 수다를 떨고 있을 뿐이다. 슬슬 억울한 감정이 들기 시작한 민사린은 회사 동료에게 고충을 토로하지만 그녀들 역시 같은 상황을 겪기만 했을 뿐 달리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심지어 남편 무구영은 아내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까지 한다. 자신의 집에 오면 "그냥 그렇게 있어주면 안 될까?"라며, 나쁜 뜻으로 얘기한 건 아니겠지만 독자로서 안타까운 부분이었다.
웹툰 '며느라기'에 나오는 여성들은 모두 차별 대우를 받는다. 심지어 시어머니조차 힘들게 차린 제사 음식에 대한 수고를 인정받지 못하는데 제사가 끝난 후 밥을 먹을 때조차 여자들은 작은 식탁에 앉아 눈치밥을 먹는 장면도 보여준다.
나 역시 어린시절 친척 집에 갔다가 비슷한 상황을 겪었었다. 당시 친척들이 다 모였던 자리에서 남자들은 큰 식탁에 모여 밥을 먹었는데 여성이라는 이유로 부엌 한 켠에 쪼그려 끼니를 해결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그게 나쁜 줄을 몰랐다. 당연하다고 생각이 들었던 게 제사나 명절만 되더라도 남자들은 안방에 앉아 TV를 보거나 화투를 칠 뿐 여성들이 요리를 하고 설거지를 하는 것에 대해 관심조차 갖지 않았었다.
그때와는 다르게 지금은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는 등 시대가 바뀌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바뀌지 않는 상황들이 웹툰 '며느라기'를 통해 누구나 겪었을 상황들을 보여주면서 혹시나 내가 저러지 않았었나 반성이 되기도 했다.
웹툰 '며느라기'에 나오는 주인공인 민사린 무구영 부부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들 역시 같은 문제로 싸우고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일년에 한 번 있는 설인데 오늘 같은 날만 그냥 좀 들어주면 안돼? 꼭 그렇게 싫은 티를 내야겠어?"라고 말하는 남자의 모습에서 나 역시 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지 않았나 싶기도 했다.
최근 들어 페미니즘과 남녀 차별에 관련된 다양한 작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나 역시도 동등한 조건이고 같은 사람이기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여자라서 안돼", "남자가 해야지"라는 생각이 들 때면 나 역시 웹툰 '며느라기'에 나오는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인생을 살면서 혹시나 놓쳤을 것들, 나의 잘못된 생각으로 내가 아끼는 이를 괴롭히지 않았는지, 혹시나 차별하지 않았는지를 웹툰 '며느라기'를 보며 알면서도 잃어버렸던 부분을 생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남자들이 꼭 읽어봐야 할 내용이 아닐까 싶다.
바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도 곳곳에, 내 주위만 보더라도 위와 같은 상황이 계속해서 생겨난다. 하지만 웹툰 '며느라기'와 같이 누구에게나 공감되고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이 계속해서 나온다면 멀지 않은 시간에 모두가 동등해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