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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로 먹고살기 - 현직 선배들의 진짜 노하우 ㅣ 먹고살기 시리즈
텍스트 라디오 지음, 김은성 엮음 / 바른번역(왓북) / 2014년 7월
평점 :
평소에 글쓰기에 대해 관심이 많고 글을 읽는 것을 좋아해 인터넷 기사든 커뮤니티 글이든 자주 읽는 편이다. 그중에서도 정말 잘 쓰인 문장을 보면 리듬이 있고 맛이 느껴지며 독자를 매료시키는 힘을 가진 글이 있다. 나 역시 그런 재미있는 문장을 쓰고 싶어 독서를 꾸준히 하려고 노력했고 최근에는 글을 쓰는 '기자'를 직업으로 선택해 하루에도 수십 개의 글을 작성하고 있다.
그러던 찰나 '칼럼니스트'라는 직업을 알게 됐다. 자신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분야의 글을 쓰는 직업, 평범한 회사원과는 달리 자신이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담당하여 스케줄을 짜고 영업을 하고 글을 쓰며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는 직업. 상상만 해도 정말 재미있을 것 같은 '칼럼니스트'에 대해 관심이 가지던 중에 '칼럼니스트로 먹고살기'라는 책에 눈이 띄었다.
이 책은 '칼럼니스트란 무엇인가'에 대해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준다. 칼럼니스트가 되는 방법에서부터 현재 현역에서 뛰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칼럼을 쓰는 방법과 습관들이기, 하다못해 원고료를 챙기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설명한다. 또한, 총 15명의 대한민국에서도 알아주는 칼럼니스트를 소개하며 그들이 직접 느끼는 칼럼니스트에 관한 삶과 장·단점까지도 상세하게 설명해주기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칼럼니스트라는 직업이 나 자신에게 적합한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다.
책에서 말하는 칼럼니스트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나오는 단어는 바로 '블루오션' 찾기다. 남들이 이미 썼거나 인터넷에 널려 있는 정보가 아닌 자신만의 독창적인 주제를 찾아 칼럼을 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나무를 찾아 15년 동안 칼럼을 쓴 고규홍 칼럼니스트는 스토리텔링을 위주로 처음 보는 사람들도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렇게 쌓인 경험으로 현재는 대한민국의 유일한 나무 칼럼니스트·인문학자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또한, 이경기 영화 칼럼니스트는 누구나 다 쓰는 영화 리뷰가 아닌 제3세계 영화만을 고집하여 독자들이 쉽게 볼 수 없었던 여러 나라의 영화를 칼럼으로 작성하고 있다. 이렇게 누구나 다 쓰는 칼럼이 아니라 관심 있는 주제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나 자신만이 쓸 수 있는 주제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최근 들어 칼럼니스트는 글뿐만 아니라 웹진, 종편, 케이블 방송, 팟캐스트 등 다양한 미디어에서 활동한다. 칼럼만이 아니라 책을 쓰기도 하고 사람을 만나며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기에 칼럼니스트라는 직업에서 매력이 느껴지기도 한다. 나 역시 현재의 글쓰기 실력으론 칼럼을 쓰기에는 부족하지만 꾸준한 글쓰기와 나만의 '블루오션'을 찾아 칼럼을 작성해보고 싶다.
* 기억하고 싶은 구절
"당신은 칼럼을 대체 왜 쓰고 싶은가요?" '왜 사느냐'는 질문만큼 어렵고 모호한 질문이다. 그럼에도, 처음부터 당신에게 묻는 이유는 우리가 인터뷰를 위해 만나 칼럼니스트들이 이 질문만은 절대 놓지 않으며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터뷰 말미마다 그들은 후배들에게 '내가 왜 글을 쓰고 싶은지 끊임없이 고민하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했다. 힘든 일을 견딜 때마다 칼럼니스트로서의 삶의 방향을 올바르게 잡아 줄 수 있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었다고. 왜 사는지를 고민 않고 사는 사람들의 삶은 그 모양이 초라하든 비뚤어졌든 그런대로 유지되지만, 왜 쓰는지를 묻지 않는 글쟁이는 한 줄도 쓸 수가 없다고. - p.20
결국 자신이 얼마나 일을 사랑하는지에 따라 성공여부는 결정된다. 컬림니스트 중에는 일중독이라고 볼 수 있을 만큼 깨어있는 시간 내내 칼럼을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글을 잘 쓰기 위한 방법을 '다독, 다작, 다상량'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많이 읽으면 쓸 거리가 많이 생기고 쓰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칼럼니스트가 일이자 취미로 삼아 늘 해야 하는 일이다. - p.31
칼럼니스트를 꿈꾸는 당신이라면, 처음 꿈을 꾼 그 순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어야 한다. 하루하루 포트폴리오를 쌓아 나갔어야 한다. 그런데, 오늘 당신은 한 편의 칼럼을 썼는가. 아니, 완성된 칼럼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완성본을 위한 초안 한 편, 일상 속에서 떠오른 아이디어를 적은 메모 몇 장이라도 지니고 있어야 한다. - p.37
애초에 칼럼니스트는 '써야만 해서' 쓰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애초에 해당 분야에 관해 쓰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서 모니터 앞에 앉기 시작한 사람들이다. 당신이 예전에 쓰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지금은 늘 막막해하고만 있다면? 좀 더 읽고, 좀 더 맛보고, 좀 더 만나고, 좀 더 느끼면 막막함은 금세 사라진다. - p.52
사람들은 자신의 일생을 통해 수천, 수만 가지의 경험을 하게 되지만 세상의 모든 경험을 할 수는 없다. 그래서 글을 쓰는 사람들은 각양각계의 사람을 만나고 그들과 경험, 추억, 생각을 공유한다. 실제 많은 칼럼니스트들이 혼자 끙끙 앓을 때보다, 타인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였을 때 좋은 글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칼럼니스트는 대중과 글로 소통하는 사람이다. 그러려면 대중의 눈높이, 대중의 욕구를 정확히 간파해야만 한다. 진짜 소통이 필요한 이유다. - p.58
고쳐 쓸 때 잊지 말아야 할 점은 '한 김 빼기'다. "초고를 왼쪽 서랍에 넣어두라"는 말이 있다. 자주 쓰는 오른쪽 사람이 아니라, 잘 열어 보지 않는 왼쪽 서랍에 넣어두고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보라는 뜻이다. 아무리 마감이 급할 경우에도 최소 반나절 정도는 덮어뒀다 다시 보는 여유를 가지자. 초고를 완성하자마자 퇴고하면 이미 원고가 거의 외워진 상태이기 때문에 오자 수정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내 원고이지만, 남의 원고처럼 낯설게 봐야 제대로 볼 수 있다. - p.79
무엇보다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은 '무엇을, 왜 쓰고 싶은가'를 명확하게 알고 쓰는 것이다. 한 편의 영화, 만화, 소설, 시 등에는 정말 수많은 이슈가 들어있다. 영화라면 스토리, 편집 방식, 캐릭터 설정, 배경음악, 주제의식 등 다룰 만한 이슈가 많다. - p.106
칼럼니스트라면 집필시 공적 모드와 사적 모드를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일정 기간 동안 연습하면 쉽게 익힐 수 있다. 한 편의 칼럼 안에서도 자기 주관이 강한 문장과 객관적인 사실만을 표현한 문장을 씨줄 날줄처럼 짜나갈 수 있게 될 때까지 연습하면 된다. 주관과 객관을 넘나드는 연습을 위해서는, 평소 생각 속에서 주관과 객곽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글을 쓰기 위해 구상할 때는 주관적 감상이 먼저 튀어나온다. 예컨대 "죽인다", "죽음처럼 슬프다", "이런 작품은 쓰레기야"라는 말을 칼럼니스트들도 한다. 그러나 글을 쓸 때는 객관적으로 생각을 가다듬고, 논리를 정돈한다. 정리하자면, 글의 주제를 얻기전까지 '주관'을 소중히 여기되 그 후의 글 작업에서는 '객관'이 주가 되어야 한다. 균형이 맞지 않으면 혼자만 열을 내면서 선언이나 선동을 하거나, 혹은 지나치게 건조해 보고서 같은 글이 된다. - p.109
나무 칼럼니스트 고규홍 씨는 노거수를 소개할 때 단순히 수령, 자연적 가치 등을 나열하지 않는다.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수집하고 주변 어르신들의 말을 들으며, 역사책을 뒤진다. 옛이야기를 통해 나무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많은 칼럼니스트들이 직접 경험한 이야기 혹은 간접 경험한 이야기에 나의 감성을 더해 상대방에게 전달한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공감 코드가 형성된 칼럼은 독자를 움직이는 힘을 가지며, 자연스레 독자를 필자의 편으로 만든다. - p.117
혼자 일하는 칼럼니스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규율이다. 세간의 짐작과 다르게 프리랜서들은 굉장히 성실하고 시간 관리에 철저하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피곤하든 싫증이 나든 집안에 우환이 있든 그들은 정해진 시간에 책상 앞에 그날의 업무량을 채운다. 어차피 일을 맡기는 축에서는 그가 언제, 얼마나 일하는지는 관심이 없다. 제때 송고하면 그만이다. 그러므로 마음 내키는 대로 일할 자유가 있다. - p.171
닮지 말고 달라지라고 하고 싶어요.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세요. 그래야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글을 쓸 수 있는 기반이 생겨요. 스스로가 하나의 '브랜드'가 돼야 해요. 그러려면 늘 잡하게 읽고 봐야 해요. 그리고 또 하나, 블루오션을 잘 찾으세요. 새로운 분야, 남들이 아직 보지 못한 분야를 먼저 찾아 선점하세요. 그렇다고 자신의 취향만을 생각하는 외골수는 안 돼요. 칼럼니스트는 스스로의 폭을 넓히는 일을 멈추지 말아야 해요. 만약 회사를 다니고 있다면 무턱대고 그만두지 말고 칼럼 기고와 병행하는 게 좋고, 만약 그만뒀다면 눈을 낮추는 게 필요해요. 회사 다닐 때와는 다른 세상이 보일 겁니다. - p.186(차우진)
제 가치관은 정직과 소토잉에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놓치는 이야기를 쓰겠다는 것. 물론 무엇을 어떻게 쓰면 클릭수가 올라가는지, 방법은 저도 알아요. 클릭수가 올라가면 저나 매체에 도움이 되겠지만,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아요. 글은 정직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야 소통도 할 수 있는 거니까. - p.193(정석희)
저는 첫 문장에 목숨 걸어요. 짧으면서도 임팩트 있고, 호기심이 동하는 문장이 나오면 그 글은 다 쓴 거죠. 또 칼럼을 포함한 모든 글쓰기의 가장 큰 미학은 '빼기'인 것 같아요. 정갈하면서도 정보와 감성을 동시에 전달하는 문장. 이게 제가 추구하는 글이에요. 이 부분은 딱히 노하우가 없는 것 같아요. 많이 쓰고, 많이 봄으로써 자신만의 공식을 만드는 거죠. 본문을 쓸 때는 다른 사람이 하지 않은 나만의 이야기를 많이 쓰려고 해요. 그리고 제가 욕심이 좀 많아요. 제 글 재미없다는 소리 들으면 부아가 치밀어요. 그래서 밤새 문장을 다듬고 또 다듬죠. - p.213(채지형)
평론가는 자기 생각이 많이 들어간 평론을 쓰고요. 칼럼니스트는 자기 생각이 어느 정도 절제된 칼럼을 쓴다고 생각해요. 칼럼니스트의 글이 평론가의 글이 비해 보다 객관적이지요. 예를 들어 영화 '설국열차'에 대해 말한다고 했을 때, 평론가가 상층계급과 하층계급이 철저히 나눠진 사회 속에서 가진 자의 횡포에 대한 공감을 일으키는 글쓰기를 한다면요. 칼럼니스트는 '전 세계의 빈부 격차가 심한 상황이지만 상하층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은 없다' 정도로 견해를 밝히는 거죠. 즉 칼럼은 좀 더 큰 틀의 사회적 현상과 외부 견해를 '기사 톤'으로 전달해야 한다고 봐요. - p.235(이경기)
말은 쉽게 잊히자민 글은 지워지지 않아요. 그래서 자기가 책임질 수 있는 객관적 사실과 그에 대한 의견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칼럼니스트는 기자와 달라요. 칼럼에는 본인의 소신과 철학이 들어가죠.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본인의 주장을 펼칠 수 있는 소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 p.251(누다심)
"너만의 콘텐츠를 가져라" 세상의 모든 것들이 콘텐츠가 될 수 있어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보세요. 그리고 그것에 최소 1000일의 시간을 투자하는 겁니다. 제가 처음 나무에 대해 쓰겠다고 할 때 아무도 관심 갖지 않았어요. 하지만 엑셀 파일로 1천 5백 개 정도의 나무를 꾸준히 정리했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 나무가 칼럼의 한 분야로 여겨지게 됐지요. 글쓰기는 특히 은퇴가 허락되지 않는 직업이에요. 얼마나 좋아요? 자신의 콘텐츠를 잘 선택해서 개발하고, 그 콘텐츠를 통해 자신을 포지셔닝한다면 칼럼니스트로 정말 '잘' 먹고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 p.258(고규홍)
개인적인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공적인 매체를 통해 사회적인 글을 쓰는 걸 칼럼니스트라고 봤을 때, 제일 중요한건 계속 화두를 던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관찰하고 그것에 대한 애정과 문제의식을 글이라는 매개를 통해 전달하는 일이죠. 작은 돌멩이를 던져서 조금씩 파문을 일으키며 대중이 그 토픽에 대해 좀 더 많은 생각을 해 볼 수 있도록 이끄는 게 칼럼니스트의 일이에요. '이것은 어떻게 생각해?, '이건 좀 문제 있지 않아?' 등의 질문을 자꾸 던지는 게 칼럼니스트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 p.263(홍석우)
칼럼은 '목표가 있는 실용문'임을 잊지 마세요. 특정 작품을 당신도 읽어봐야 한다든지, 이 작품을 즈릭는 것은 쓸 만한 취양이나 자신감을 가지라든지, 이 사안은 이런 틀로 바라보고 여러분이 이렇게 동참해볼 수 있다라든지 등 확실한 목표가 있는 글을 써야 합니다. 그저 자신의 감상을 표현하고 싶고 많은 이들과 정서를 나누고 싶을 따름이라면, 창작자가 되는 쪽이 낫습니다. - p.286(김낙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