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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브 데이즈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남들처럼 평범한 결혼을 하고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평범한 직장을 다니다 어느 날 문득 평범했던 인생에서 우연히 운명의 상대를 만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현재의 결혼과 가정생활에 만족하고 인생에 큰 불만은 없지만, 자신이 그토록 그리워했던 상대를 만났을 때 누구든지 이런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운명의 상대를 잊고 다시 평범한 인생으로 돌아간다든가 아니면 그 운명의 상대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것. 보통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 로라는 남편 댄과 결혼한 지 23년 된 아내이며 아들 벤과 딸 샐리를 둔 엄마이다. 종합 병원 영상의학과 베테랑 기사로 자신의 가정이나 직장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인생에 큰 문제가 없는 여성이다. 그러다 문득, 어느 날부터 로라는 사소한 감정에 눈물을 흘리게 되고 휴식 기간을 갖기 위해 20년 동안 한 번도 벗어나지 않았던 가정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 우연히 영상의학과 학술대회에 참가하게 된다.
학술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예약했던 호텔에서 우연히 만난 코플랜드, 처음에는 큰 호감이 없었지만, 문학적 교양과 지식을 갖춘 코플랜드에게 로라는 관심을 두게 되고 단 몇 시간 만에 사랑에 빠지게 된다. 코플랜드와의 저녁 식사에서 로라는 코플랜드 가정의 문제점과 자신 가족의 문제점에 대해 공유하며 서로에게 큰 관심을 두게 되고 남편 댄과는 달리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주는 코플랜드를 사랑하게 된다. 그렇게 그들은 호텔 방에 가게 되고 다음 날 자신의 가족들에게 이혼 사실을 알리고 새로운 인생을 만들려고 했으나 갑작스러운 코플랜드의 이별 메시지에 로라는 큰 충격을 받게 된다. 그렇게 코플랜드와 로라는 서로 이별하게 된다.
이 책의 저자 더글라스 케네디는 이야기가 서서히 펼쳐지는 과정에 독자들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자극하며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관계와 상황을 재미있게 풀이한다. 로라와 코플랜드와의 사랑 과정이 한편의 스릴러처럼 흘러가고 한편의 로맨스 이야기로 발전해나가는 과정에서 독자로 하여금 '나였다면..?'이라는 생각을 계속 하게 만드는 부분에서 정말 매력적인 작가라고 생각한다. 그 외에, 문학 속에 나오는 다른 여러 작품에 대한 소개로 작가의 문학적 지식에 대해 놀라게 한다. 더글라스 케네디 외에도 다양한 장르와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재미를 주는 작가들도 많지만 이렇게 어느 나라 사람이든지 서로 교감이 되고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작가는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가장 사랑하는 문학 작가이기도 하다.
진정한 사랑은 실제로 존재할까? 자신의 꿈속에서 그토록 그리워했던, 꼭 한번 만나보고 싶은 운명의 상대는 과연 인생을 살면서 한 번쯤 만날 수 있을까? 이 책의 주인공인 로라처럼 단 몇 시간 만에 만난 우연한 상대에게 자신의 인생을 걸 수 있을 만큼의 사랑을 인생에서 만날 수 있을지 생각이 든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은 항상 진정한 '사랑'과 '나'의 참모습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큰 매력이 있다. 그렇기에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
* 기억하고 싶은 구절
사람이 타고난 성격과 반대로 직장에서 가면을 쓰고 오래도록 생활해야 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너무 오래 쓴 가면이 늘어져 맞지 않게 되고, 그토록 애써 감춰온 본모습을 사람들이 보게 될까봐 두려워질까? - p.20
내가 결혼을 선택했을 당시를 잘 기억하고 있었다. 내 인생에서 더없이 중요한 결정이었지만 하필이면 판단력의 엉망으로 흐려졌을 때 단안을 내렸다. 인생은 그렇게 흘려가게 마련인 것일까? 망설이다가 내린 결정 하나 때문에 삶의 궤도가 송두리째 바뀔 수도 있는 것일까? - p.55
자기 자신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때가 많다는 사실을 점점 더 크게 깨닫는 것, 그것이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며 치러야 하는 대가일까? 결국 우리는 자신에게 가장 적절한 삶의 자리를 찾아내 안주하게 되는 것일까? - p.61
깜짝 놀랄 만한 일을 찾아내는 방법은 간단해, 깜짝 놀랄 만한 일에 대한 경계심을 풀어버리는 거야. - p.94
우리가 인생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건 무엇일까? '인생에서 정말 바라는 게 뭔가요?' 우리는 그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때 사람들은 대답한다. 행복,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함께 하는 것, 두려움 없는 생활, 돈, 섹스, 자유, 가족의 안녕, 자아 발견, 모든 대답이 다 그럴싸하지만 원하는 바를 정말 손에 넣는 사람이 있을까? - p.97
인생은 그랬다. 지금 세상의 중심에 있다가도 한순간에 휩쓸려 사라질 수도 있는 것, 바로 그런 게 인생이었다. 갑작스러운 죽음은 늘 충격을 안기고 끔찍한 고통을 안긴다. 더없이 부당한 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지만 너무나 흔한 일이기도 했다. - p.109
환자를 죽음으로 이끄는 치명적 병의 공통적인 특징은 아무도 병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병을 공격하고, 길들이고, 없애거나 줄이려고 노력할 수는 있다. 치명적 병은 의학적 노력에 의해 일시적으로 가라앉거나 억제되었다가도 곧 다른 독을 내뿜기 위해 힘을 끌어 모은다. 병은 자체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므로 사람이 병을 통제하는 건 불가능하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통제하기 힘들고, 사랑을 얻고 싶은 사람을 통제하기란 더욱 힘들지만 병은 더더욱 통제하기 힘들다. - p.128
왜 울었을까? 영화에서 존 웨인이 연기한 인물처럼 나도 '집'에 간절히 가고 싶었기 때문일까? 내가 그토록 간절하게 바라는 '집'은 현실에서 결코 존재할 수 없는 이상향이 아닐까? 누구나 현실의 '집'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집'을 바라는 건 아닐까? - p.136
섹스는 즐기되 마음은 주지 말라는 말은 엄마한테서 들을 거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앨리슨과 다시 시작한다는 게 얼마나 커다란 모험이 될지는 나도 잘 알아요. 그렇지만 사랑이란 본질적으로 위험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위험을 감수하려거든 상처도 껴안아야 하겠죠.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는 위험요소를 받아들이든지 아예 몸조심해 상처를 받지 않든지 선택해야 하리라고 봐요. - p.176
노내란 그런 게 아닐까? 지난날을 돌아보게 하는 매개체, 청소년기와 청년기에는 음악을 많이 들으니까, 노래를 듣고 있으면 종종 삶이 복잡하거나 심각하지 않았던 시절로 잠시나마 돌아가게 된다. - p.188
애당초 그렇게 길고 영원한 사랑은 존재할 수 없지 않을까? 그렇지만 우리들은 동화나 현실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지 않나? 행복한 결혼생활이 늘 손에 잡히는 곳에 있지 않을까 상상하지 않나? - p.189
타인에게 악몽에서 벗어나게 해줄 적절한 방법을 알려준다는 건 오만일 따름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불행에 대해 강박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건 그들의 불행이 우리를 두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이 더없이 잔인하고도 알 수 없는 힘에 좌우된다는 사실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 p.216
아니, 아니 불길한 일은 더 이상 떠올리지 말자. 이제부터 나는 전혀 새로운 시간들로 이 멋진 오후를 채울 테니까. 이제 코플랜드의 손을 잡을 때 죄책감보다 설렘만이 가득할 테니까. 나를 배려하고 내 세계관에 관심을 보이는 남자, 문학적이고 사려 깊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남자와 죄책감 대신 설렘만이 가득한 시간을 보낼 테니까. - p.259
시간이 흐르면 이 순간도 올바른 선택으로 보일거야. 생각해 보세요. '시간이 흐르면 이 순간도 올바른 선택으로 보일 거야'라니? 젊은 시절에는 '우연'을 너무 가볍게 보죠. 살면서 피할 수 없이 마주치게 되는 '우연'이 얼마나 끔찍한 일을 불러올지 미처 깨닫지 못하죠. - p.283
제 자신을 계속해서 고문해온 질문이 있어요. 에릭이 그날 자전거를 타고 약국에 가지 않았더라면 내 인생이 지금과 완전히 달랐을까? 나는 지금쯤 의사가 되어 어딘가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을까? 더없이 똑똑한 남편이 내가 얼마나 특별한 사람인지 수시로 말해주며 생을 견딜 수 있는 힘을 주고 있을까? 나는 사랑받고 있을까? 나는 행복할까? - p.288
너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너는 늘 안타까운 타협만 끝없이 계속해왔어. 넌 이 남자한테 사랑한다고 확실히 말하고도 돌아서자마자 다시 담을 쌓고 있어. 네 지나 사랑과 스스로를 가둔 덫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 남자, 서로 잘 맞을 뿐만 아니라 서로에 대해 다 알고 있는 남자, 이제 서로 마음만 굳게 먹는다면.. - p.308
수많은 우연들이 겹치면서 우리는 한 자리에 있게 되었어. 우리가 선택하지 않을 경우 우연은 아무것도 아니야. 우리가 선택해야만 우연이 비로소 인연으로 바뀌지. - p.330
우리 할아버지는 인생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도 있다고 말하곤 했어. 나는 그 말에다 인생이 아주 순식간에 바뀔 수도 있다는 말을 덧붙일래. 우리의 사랑은 그런 말로도 다 표현한 길일 없어. - p.334
엊그제, 전혀 뜻밖에 벌어진 일 때문에 나는 여태껏 생각하지 않은 진리 하나를 깨달았다. 스스로 달라질 각오만 있다면 인생은 언제나 경이를 드러내며 열정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걸 일깨운다는 것이었다. 중요한 건 경이를 스스로 껴안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구나 경이로울 수 있다는 걸 망각하고 살아왔다. 변화를 두려워해 능력을 매몰시켰다. 우리들의 삶에 찾아드는 온갖 걱정 사이에서 사랑이 가져다주는 기쁨을 잊고 산다면 계절은 메트로놈처럼 오갈 뿐이리라. - p.357
사람들이 이 도시에 처음 정착하기 시작할 때부터 저 강을 타고 수많은 이야기가 흘러갔겠지. 그 이야기들은 이 도시에 살던 사람들이 사라지면서 함께 종적을 감췄을 거야. 도시를 가로질러 유구히 흐르는 강물이 비하자면 이 도시에 살았던 개개인의 이야기들은 별로 남아 있지 않아. 다만 그들이 살았던 이야기는 모두 다 진실이야. 아무리 별 볼 일 없는 인생을 살았더라도 하찮은 이야기는 없기 때문이지. 우리네 인생은 하나하나가 각각 한 편의 소설이거든. 우리는 소설을 본인의 의지대로 써나가기보다 소설 속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고 변화되고 마무리되는지 주변에서 들은 대로 받아쓰기 할 때가 너무 많아. - p.362
우린 좌절을 견디는 법을 배우고 깨닫고 익숙해지며 살아간다. 이런 힘든 과정이 연속되어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희망을 품고 앞으로 나아간다. 희망은 우리 모두에게 공통으로 존재하는 단 하나뿐인 바람이니까. 희망이 사라졌다는 표현으로는 어림없이 부족할 만큼 무침히 죽임을 당했을 때에는.. 자식의 죽음보다 더 끔찍한 절망이 있을까? - p.367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왜 사람들은 분노로 가득 차면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거미줄로 꽁꽁 동여매고 상처를 주려고 애쓸까? - p.411
생사에 따라, 변화에 따라, 선호도에 따라, 우리 모두가 매여 있는 냉혹한 운명에 따라, 인연의 끈은 어쩔 수 없이 끊어지게 되어 있었다. 그 결과, 어떤 시점에는 아무도 없는 텅 빈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텅 빈 집의 정적은 무겁고도 차가웠다. - p.425
앞으로 살면서 어떤 일이 닥치든 선택의 바탕은 단 하나일 거예요. 바로 희망이죠. 희망은 우리 모두가 매달리는 생의 필수품이죠. - p.435
환자 자신이 스스로를 한계 안에 가두고, 실망시키고, 원하지 않는 존재로 자신을 제한하더라도 모니터는 여전히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하고 있었다. 아무 이상 없다고, 이제 기회가 왔다고, 결국 그 기회를 변화의 거대한 물결로 이끌어내지 못하더라도 커다란 위로는 아직 남아 있었다. 그 커다란 위로는... 죽지 않고 살아갈 거라는 사실, 바로 그것이었다. - p.4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