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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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인터넷 뉴스를 통해 우연히 보게 된 칼럼인 '추석이란 무엇인가'를 읽었을 땐 기존에 흔히 볼 수 있는 기사와 다르게 글을 정말 잘 쓴다는 생각이 들었고, 칼럼을 작성한 기자가 서울대학교 김영민 교수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가 쓴 칼럼을 종종 찾아보곤 했다.


이후 시간이 흘러 바쁜 일상으로 인해 잊고 지내다가 올해부터 시작한 제주도 독서모임인 '울림나비'를 통해 지난 2020년 8월에 출간한 '공부란 무엇인가'를 읽게 됐다.


평소 무엇인가 새로운 분야에 관해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있어 '공부란 무엇인가'는 하나의 지침서가 될 것이라 기대했다. 책 속에는 총 4개의 주제로 한 평생을 학문에 정진했던 김영민 교수의 공부에 대한 생각을 말해주는데 평소라면 놓치거나 혹은 알지 못했던 내용에 관해 알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책을 읽는 동안 공감되는 부분과 30년이 넘는 삶을 살면서 기존에 알고 있었던 공부에 대한 정의를 다른 시각으로 생각해볼 수 있었는데, 기억하고 싶은 구절을 통해 내 생각을 담은 형식으로 '서평'이 아닌 '독후감'을 기록해보겠다.


최악의 서평 중 하나는 서평을 단순히 자기 이야기의 발판으로 삼는 경우다. 물론 셔평도 결국 자기 이야기를 담긴 담지만, 대상이 된 책을 섬세하고 충실하게 경유해야 한다는 장르의 규칙이 있다. 대상이 된 책 내용을 후다닥 요약한 뒤, 자기 이야기만 주절주절 늘어놓으려거든 다른 글의 형식을 취하는 게 좋다.


심도 있는 서평을 쓰려면, 짧은 길이로는 내용을 다 담을 수 없다. 그런 경우에는 편집자가 아예 작심하고 특정 책 서평에 충분한 지면을 할애하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해당 저널의 전면에 나오는 특집 서평은 대게 여느 서평보다 길다.


내가 받아본 특집 서평 중에는 1만 6000단어가 넘는 글도 있었다. 단 한 권의 책에 그 정도 길이의 서평을 쓴다는 것은 각 장마다 심도있는 분석을 한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서평의 일반적인 특징에 대해 이야기해보았는데, 지금부터는 좀 더 협의의 서평에 대해서 생각해보고자 한다. 협의의 서평은 비슷해 보이는 주변 장르들과 구별된다.


서평은 독후감과 다르다. 책을 읽은 뒤에 자신이 '느끼는' 바를 쓰면, 그것은 그저 독후감이다. 무엇을 느끼든 그것은 사람 소관이다. 나는 그 책을 너무 지루하다고 느꼈지만, 저 사람은 재밌게 느꼈다면 어쩔 것인가. 각자의 인생을 살 뿐이다.


협의의 서평은 그러한 주관적인 영역을 무시하지는 않되, 넘어서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서평은, 다른 많은 장르의 글과 마찬가지로 독백이 아니라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목적으로 한다 - 149


'공부란 무엇인가'를 읽으면서 공감했던 내용 중 뜨끔할 수밖에 없었던 내용으로는 서울대 김영민 교수가 생각하는 '서평 쓰기'였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름 블로그에 서평을 써왔다고 자부했었는데 김영민 교수가 책에서 말한 내용에 따르면 내가 썼던 서평은 (이 글을 포함해) 최악의 서평이자 독후감일 뿐이었다.


책에 따르면 서평이란 단순히 자신의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한 권의 책이라도 각 주제에 따라 주관적인 내용보단 객관적으로 분석해야 하며,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아내야 한다.


앞서 블로그에 작성했던 서평은 단순히 일상이나 그동안 경험했던 내용으로만 담았던 일명 '독후감'이었기에 지금보다 더 나은 글쓰기를 우해서는 '공부란 무엇인가'에서 말하는 '협의의 서평'을 쓰는 방법에 대해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유가 필요하다는 말이 곧 자신을 편한 상태로 두라는 뜻은 아니다. 어렵게 손에 쥔 여유를 가지고 과감하게 험지로 떠나야 한다. 너무 안온한 환경에 자신을 방치해두면, 새로운 생각을 할 역량 자체가 퇴화해버릴 것이다.


뇌과학자들에 따르면, 유충 시절에 물속에 떠다니는 멍게는 뇌가 있지만, 성체가 되어 적당한 장소에 고착된 멍게는 자신의 뇌를 먹어버린다고 한다. 이제 안정되었으니, 떠돌아다니느 시절에나 필요했던 기관을 폐기해버린다는 것이다.


우리는 멍게가 아니므로 흥미로운 험지를 기꺼이 찾아다녀야 한다. 과제가 많기는 해도 영감이 넘치는 강의, 낯설지만 자극이 넘치는 장소, 까다롭지만 창의적인 인물을 찾아 그 자장 안에 있어야 한다.


물론 그곳이 험지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유익하고 재미있는 강의는 대개 많은 과제가 따르고, 흥미롭고 탄성을 자아내는 환경은 위험하기 마련이면, 창의적인 사람은 예민하거나 괴짜인 경우가 수두룩하다.


그리하여 마침내 자신만의 뮤즈를 찾아야 한다. 이 세상에는 다양한 뮤즈가 존재한다. 보기만 해도 영감이 솟게 만드는 아름다움의 뮤즈, 재치와 위트가 넘쳐서 상대의 감각을 두드려주는 유머의 뮤즈, 좋게 말할 때 창의적이 되는 게 좋을 거라고 위협하는 공포의 뮤즈, 돈 힘으로 창으력을 진작하는 입금의 뮤즈,


나의 뮤즈는 바다 괴물이다. 사실 난 언제나 바다 괴물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중요한 정책 결정을 앞두고 벌어지는 열띤 토론의 시간에도, 정말 맛있는 디저트를 먹을 때도, 남북한 정상회담이 이루어지는 역사적 순간에도, 건강 검진을 하기 위해 체험을 하는 순간에는 나는 마음 한구석에 심해의 바다 괴물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의미를 바꾸어 놓을 수 있는 거대한 바다 괴물을 - 136


학창시절이나 대학시절에 열심히 공부에 매진했던 사람이라도 직장을 다니고 나처럼 30대가 넘으면 시간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무언가를 배우고자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서울대 김영민 교수는 '공부란 무엇인가'에서 바다에 사는 해산물인 멍게를 언급하며, 사람은 안정적인 장소를 찾았다고 자신의 뇌를 먹어버리는 멍게가 아니기에 새로운 분야에 대해 끊임없이 배워 자신만의 뮤즈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나 역시 학창시절 이후로는 회사에 필요한 업무 외에 무언가를 새로 배우지 않았고, 현 상황이 안정적이면 마치 멍게처럼 아무런 생각없이 살았었다.


특히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면서도 현 트렌드에 대해 분석하지 않고 이전에 알고 있었던 내용만을 토대로 업무를 하는 모습을 생각하면서 앞으로의 미래에 도태되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다이어트 약을 파는 곳은 있어도 창의력 증진제를 파는 곳은 없다. 창의력이야말로 알약을 먹는다고, 혹은 시키는 대로 한다고 생기는 역량이 아니다. 대게 창의적이게끔 태어난 사람이 창의적이다.


그러나 개선의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 자신이 과학적인 동시에 과학소설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쌓은 창의적인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는 창의성에 대한 글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는 별로 상관없어 보이는 두 생각을 연결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하나의 생각이 아니라 두 개의 생각, 즉 복수의 생각을 전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서, 생각을 하나만 해서는 창의적이 될 수 없다. 여러 가지 잡다한 생각을 해야 한다.


잡념이 많은 인간은 일단 창의적이 될 수 있는 기본 조건을 갖춘 셈이다. 생각 자체가 아예 많지 않다면, 일단 경험을 확대해야 한다. 인간은 대개 대상이 있어야 비로소 생각한다. 새로운 대상을 경험할 수 있는 여행이나 독서가 창의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 132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는 동안 항상 느끼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창의력'이다. 당장의 일을 할 때는 크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지만 뭔가 도태되는 기분이 느끼거나 지금보다 더 많은 수익을 벌고 싶을 때는 '창의력'이 필수라 할 수 있다.


평소 무언가를 배우는 것에는 크게 어려움은 없지만 나만의 방식, 창의력을 가지고 새로운 것에 몰두하는 부분은 항상 어렵게 느껴진다. 이에 대해 서울대 김영민 교수는 창의력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두 개의 다른 생각을 하나로 합치는 것에 대해 말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시도하는 생활을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서울대 김영민 교수의 '공부란 무엇인가'를 통해 공부란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우선시해야 하는 것이고 일상이나 사회생활을 하는데 원활한 의사소통과 지금보다 나은 삶에 있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이 바쁘거나 피곤하다는 핑계로 공부를 멈추지 말고 꾸준히 무엇인가를 배우며 이루고 싶은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겠다.



※ 기억하고 싶은 구절


심화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단어의 기본적인 뜻뿐 아니라 관련된 합의까지 숙지해야 한다. '국립'이나 '사립'과 같은 단어를 생각해보자. 우리는 대게 국립대학이라는 단어를 통해서 국립대학은 나라에서 세운 학교이며, 운영에 필요한 재정을 나라로부터 조달할 것이라는 가정을 하기 쉽다.


마찬가지로 사립대학은 민간에서 세운 학교이며, 재정을 민각에서 조달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2010년 지역 국립대 중에서 가장 많은 정부 예산을 받은 곳은 경북대학교였는데, 그 액수는 2126억 원이었다.


반면 사립 연세대학교는 그보다 많은 2349억 원의 예산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았다. 이러한 사실은 단어의 기본적인 뜻으로 해소하기 어려운 (정치적 ) 함의가 한국어의 '국립' 혹은 '사립'에 담겨 있음을 보여준다. 즉 단어의 기본적인 뜻만 가지고는 그 단어의 복합적인 함의를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다 - 24


회전 스시는 과연 스시인가, 고래상어는 상어인가, 무표정도 표정인가, 무의미도 의미인가, 단절된 관계도 관계의 일종인가. 이 세상 속에서 산다는 것은 이러한 모순, 긴장, 혹은 혼란 속에서 사는 것이다.


이 세상을 주제로 논술문을 쓴다는 것은 그러한 모순과 긴장과 혼란을 직시하되, 그에 대해 가능한 한, 모순 없는 문장을 사용하여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는 것이다. 세상에 대해 논술문을 쓰기 위해서는 정교하게 정의한 개념과 분석적 논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외부 세계에 대한 충분한 경험적 지식이 필요하다. 현실 사회 속에서 고기와 작은 고기가 빚는 혼란, 스시와 회전 스시가 일으키는 모순은 단순히 논리학을 통해 해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한 모순에 이르게 된 인간과 세계에 대해 일정한 경험적 지식이 있을 때, 비로소 그에 대해 모순 없는 문장을 구사할 수 있게 된다.


"나는 중국 음식을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스시를 좋아해"라고 말하지 않으려면, 중국 음식과 스시에 대한 경험적 지식이 필요하다 - 40


섬세함은 사회적 삶에서도 중요하다. 섬세한 언어를 매게로 하여 자신을 타인에게 이해시키고 또 타인을 이해하고자 하는 훈련을 할 때, 비로소 공동체를 이루고 살 수 있다.


거칠게 일반화해도 좋을 만큼 인간의 삶이 단순하지는 않다. 거친 안목과 언어로 상대를 대하다 보면, 상대를 부수거나 난도질을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제대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런 식의 거친 공부라면, 편견을 강화해줄 뿐, 편견을 교정해주지는 않는다. 섬세한 언어야말로 자신의 정신을 진전시킬 정교한 쇄빙선이다.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고 싶다면, 다른 세계를 가진 사람을 만나야 하고, 그 만남에는 섬세한 언어가 필수적이다.


언어라는 쇄빙선을 잘 운용할 수 있다면, 물리적인 의미의 세계는 불변하더라도 자신이 체험하는 우주는 확장할 수 있다. 그 과정 전체에 대해 메타적인 이해마저 더한다면, 그 우주는 입체적으로 변할 것이다.


언어는 이 사회의 혐오 시설이 아니다. 섬세한 언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공부를 고무하지 않는 사회에서 공동체 의식을 갖춘 시민을 기대하는 것은 사막에서 수재민을 찾는 것과 다를 바 없다 - 84


자발성이 있는 사람, 스스로 동기부여를 잘하는 사람은 아무리 힘든 일도 거뜬히 해내곤 한다. 자발적으로 원하기만 한다면야, 백두대간을 행군하는 것이 문제랴, 번거로운 나물 무치기가 대수랴, 강요받았다면 결코 하지 않을 히말라야산맥 등정이나 백일기도도 적절한 동기만 있으면 거침없이 해낼 수 있다.


반면, 강요받으면 하고 싶은 일도 하기 싫어지는 법, 똑같은 무게라도 억지로 드는 겨울날 아침 아령보다 목말라드는 여름밤 맥주잔이 가볍게 느껴지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알고 보면, 공부 역시 맥주 마시는 일 못지않게 쾌락적인 일이다. 일정 궤도에 오르고 나면 공부하는 순간순간이 쾌락이니, 적극적이 되지 않을 도리가 있겠는가. 특히 목적 없는 배움이야말로 즐거운 법, 특정 목적이나 효용에 대한 수단의 성격을 띠는 공부들, 학점을 따기 위한 공부, 자격증을 얻기 위한 공부, 돈을 벌기 위한 공부는 대게 그다지 재미있지 않다.


취업을 목적으로 한 전문대학원에 진학하지 않고 일반대학원에 진학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그러한 무목적적 공부가 주는 즐거움에 중독된 사람들이다. 공부하는 '순간'이 좋아서 대학원에 왔다는 학생을 만난 적도 있다.


그런데 심오한 공부일수록 쾌감을 느낄 수 있을 때까지 고된 훈련 기간이 필요하다. 훈련을 마치기 전에 공부를 포기하면, 공부가 주는 쾌락을 충분히 느낄 수 없다.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황영조 선수는 경기 중에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출발 직전에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훨씬 강하게 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일단 공부가 궤도에 오르면 그럭저럭 진행되는 법, 그렇다면 공부하는 과정보다 어려운 것이 고된 공부를 하려고 마음먹는 일이다. 쉽지 않은 공부는 늘 결기를 요구한다 - 125

정독은 적어도 세 가지 종류의 훈련을 필요로 한다. 첫째, 그 책의 저자가 침묵하는 내용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저자들은 대게 '관심종자'이고, 불치의 관심종자일수록 아무에게나 자기 이야기를 펼초놓지 않는다. 진짜 관심종자는 드러내기보다 숨긴다. 알아들을 만한 사람만 알아들을 수 있도록, 모호하게 숨겨놓거나 은근히 암시만 해둔 진짜 메세지를 발견하기 위해서, 독자는 더 많은 관심을 책에 기울여야 한다.

'나 잡아봐라' 놀이의 대가처럼, 저자는 자신을 따라오라고, 유혹하며 독자의 적극적인 관심을 희구한다. 당신의 적극적인 해석 속에서 내 모호함을 분명함으로 바꿔주세요. 침묵을 발화로 바꾸어주세요라고,


둘째, 책 내용을 근저에서 뒷받침하고 있는 가정과 전제들을 재구성할 줄 알아야 한다. 모든 언명은 그 언명을 가능케하는 전제가 있으며, 그 전제가 성립되지 않으면 그 언명이 담고 있는 주장도 성립되지 않는다. 전제를 명시적으로 드러내는 경우가 많지 않기에, 독자는 은연중 저자와 자신이 같은 전제를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다른 시대에 쓰인 책은 종종 다른 전제를 갖고 있는 법, 다른 문화권의 상식은 종종 자신의 상식과는 다른 법, 독특한 저자는 종종 독특한 전제를 가지고 있는 법,


셋째, 비판적 독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어느 한 주장만 접하면, 그 주장이 온통 타당한 것처럼 느껴지기 십상이다. 비관적 독해를 위해서는 같은 문제에 대해 경쟁하는 다른 주장들을 접해보여야 한다. 그래야 지금까지 진리처럼 느껴졌던 주장도 기껏 '일리' 있는 주장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경쟁하는 주장들까지 정성을 들여 다른 주장들을 스스로 재구성해가며 읽어야 한다. 그래야 주장의 타당성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 - 143


한 개인이 공부할 때도 자신이 필요로 하는 자료를 잘 정리해두고, 자기 나름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일이 중요하다. 어느 날 갑자기 책상 앞에 앉는다고 필요한 자료가 생기고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이 아니다.


전적으로 분석적 방법에만 의존하는 분야라면 모를까, 대부분의 공부 분야에서는 늘 관련 자료를 모으는 자세, 그리고 필요할 때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겠끔 정리해두는 습관이 필요하다. 이미 목록화되어 있고 인덱스로 정리되어 있는 자료의 경우에도 해당 자료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면 자기만의 목록과 인덱스를 만들 필요가 있다. 심지어 한 권의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책 말미에 이미 제공된 인덱스가 있어도 실제 책을 읽어가며 자기만의 인덱스를 따로 만드는 것이 좋다 - 159


우리에게 즉각적으로 이해되는 언어로 서술되어 있지 않은 자료인 경우, 요약이란 상당ㅇ 부분 (우리가 보다 이해하기 어려운 언어로의) 재서술을 의미하게 된다. 외국어나 고전어로 된 텍스트가 아니고 모국어로 된 텍스트라도 상당한 길이와 복작합 전개를 가졌다면 일정 수준의 요약이 필요하다.


사실, 모국어 글이라고 해서 잘 이해하란 법은 없다. 그런데 그 요약이 그저 해당 텍스트의 순서에 맞추어 기계적으로 이루어진 요약일 필요는 없다. 참석자의 이해를 도울 수 있다면, 마치 추리소설을 분석할 때처럼 내용의 재배치를 통한 텍스트 재구성을 시도해볼 수도 있다. 재구성을 잘하려면 텍스트의 구성 부분을 명철하게 이해해야 할 뿐 아니라 토론자나 독자들의 이해를 앞장서 돕겠다는 자비심이 있어야 한다.


결국 발제를 위해서는 단순한 내용 요약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 텍스트의 핵심 주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핵심 주장을 파악하려면 그 주장을 이루는 나머지 부분들의 역할을 분석적으로 해체 조립할 수 있어야 한다.


핵심 주장을 파악하고, 그 주장을 세부적으로 구성하는 하위 주장들을 판별해내고, 그 주장들의 관계를 살피고, 그 주장들이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까지 고려해서 요약한다면, 그것은 이미 단순한 요약을 넘어선 것이다. 발제를 위해 필요한 것은 단순 요약이 아니라 이처럼 분석적인 요약이다 - 233


공부에 매진해본 사람만이 제대로 쉴 수 있습니다. 강겨진 활시위만이 이완될 수 있듯이, 공부라는 긴장을 해본 사람만이 휴식이라는 이완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공부를 못하는 것은 부끄럽지 않지만, 공부를 안 해서 제대로 못 쉬는 것은 부끄럽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할수록 쉬는 일은 쉬워집니다. 평소에 걷기만 하는 사람은 걷는 일이 휴식이 될 수 없겠죠. 늘 누워 있는 사람은 걷는 일조차 고역이겠죠. 그러나 마라톤을 하는 사람에게 걷는 일 정도는 휴식입니다.


평소에 책을 별로 안 읽는 사람은 책 읽는 일이 휴식이 될 수 없겠죠. 평소에 아무것도 읽지 않는 이에게는 읽는 것이 고역이겠죠. 그러나 평소에 어려운 책을 읽는 이에게 어지한간 독서는 다 휴식이 됩니다 - 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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