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라는 책의 성격에 관해 주목해야 할 점이 네 가지 있습니다.
첫째, 『사기』는 중국 최고의 역사책입니다. 『사기』는 『좌전』左傳의 탁월한 서사 전통을 계승했습니다. 그러므로 반고는 『사기』를 평하여 "글은 직설적이고 기록은 자세하며, 헛되게 찬미하지 않고, 잘못을 숨기지 않았다"며 실록實錄이라 결론지었습니다. 당나라 역사학자 유지기劉知幾는 『사기』를 가리켜 사마천의 사학史學, 사재史才, 사식史識이 십분 발휘된 저술이라고 칭찬했고, 중국 현대 문학의 태두 노신魯迅은 "역사가의 절창"史家之絶唱이라 극찬했습니다.
둘째, 『사기』는 중국 최고의 문학서 중 하나입니다. 본격적인 인물 전기의 효시가 되었고, 후세의 산문이나 소설 그리고 전기문학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셋째, 『사기』는 백과사전처럼 그 이전의 문화를 집대성한 저작입니다. 『사기』는 문화의 거의 모든 분야를 포괄하고 있어서 오늘날 우리가 중국 문화를 연구할 때 어느 분야를 전공하든 간에 『사기』를 외면할 수 없습니다.
넷째, 『사기』는 사마천의 ‘일가지언‘一家之言, 말하자면 개인적인 저술입니다. 중화민국 초기의 정치가이자 학자였던 양계초梁啓超는 이 문제에 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사기』를 저술한 최대 목적은 사마천이 자신의 개인적인 견해나 사상을 밝히려는 데 있었다. 그런 의도는 순황荀況이 『순자』를 저술한 것이나 동중서가 『춘추번로』를 저술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사마천은 다만 역사의 형식을 빌려서 발표했을 뿐이다. 그러므로 현대 역사의 개념으로 『사기』를 읽으면 『사기』를 모르는 사람이다."
요컨대 사마천은 역사를 매개로 삼아 치국의 방략을 피력한 것입니다.
사마천은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사기』를 쓴 것이 아닙니다. 『사기』에는 사마천의 입장과 관점이 담겼으며 삶과 처세의 문제에서도 사마천의 견해와 개성이 투영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기』를 읽는다는 것은 사마천을 읽는 것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