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모토 타다오씨는 《정신분열증의 세계》에서 정신분열증이라는 것이 문학·회화라는 예술적 창조에까지 깊이 관련되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넓은 시야에서 쓴 것으로, "인간에게는 누구에게나 ‘이상‘한 부분이 있으며 ‘정상‘과 ‘이상‘의 미묘한 균형이 잡혔을 때라야만 참다운 ‘건강‘이 성립된다."라는 기본적인 견해에 공감한다. 나아가 "분열증의 경우, 보통은 ‘자폐‘로 불리며 주위에 대한 관심을 완전히 잃은 것처럼 인식되고 있지만, 그러나 (중략) 사실은 전혀 그 반대가 많다. 즉 그들의 마음은 애처로울 정도로 주위, 특히 인간세계를 향해 있으며, 또 인간 세계로부터의 여러 가지 통신과 자극에 매달려 있다."라는 지적이 가슴에 와닿는다. 분열증으로 시달리는 덕혜의 내면을 짐작한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 지적을 기억하면서 고찰해가려 한다.

한 사례를 증거로 들자면, 《햄릿》에 나오는 오필리어의 광기는 정신의 갈등 끝에 초래된 분열증으로 간주되고 있지만, 덕혜옹주의 경우는 이보다 더 가혹한 갈등, 즉 민족적 고난과 정치적 압력의 틈바구니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말살당한 고독한 영혼의 고뇌였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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