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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황제와 허무맹랑 꼬맹이
이송희 지음 / 발해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이슬은('슬'로 표시) 영 자신에게 관심도 흥미도 없다. 더불어 스스로에게 자신감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뚱뚱했고 못생겼고, 늘 의기소침했었다.
어느 날, 학교의 킹카가 슬이에게 고백을 했고 슬이는 자격지심에 그를 몇 번 팅기긴 했지만 그와 사귀게 된다. 하지만 그런 남자가 자신을 좋다고 고백까지 하다니 라는 생각에 슬이는 그에게 지극정성이었다.
방학이 끝나고 어학연수에서 돌아온 그를 만나러 학교로 가는 길. 슬이는 본의아니게 그와 그의 친구들이 하는 말을 듣게 되었다.
"이 자식이! 행여라도 그런 소름 돋는 소리 하지 마라. 땅딸보만 한 키에 굴러다닐 것 같은 몸매, 못생긴 얼굴, 거기다 여드름까지! 킹카인 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폭탄을 진심으로 사귀겠냐? 아니, 미친다 하더라도 걔는 사양이다. 안 그래도 요즘 걔가 꿈에 나타나서 미치겠다. 밤마다 얼마나 섬뜩한지 아냐? 끔찍하다. 완전 악몽이야, 악몽!"
"불쌍하긴 뭐가 불쌍해? 다 지가 못생긴 탓이지. 여자로 태어났으면서도 그따위로 긴장 없이 사는 애한테는 동정할 필요도 없어. 그리고 걔는 아마 마흔 살까지 처녀일걸? 두고 봐. 걔가 또 지 주제는 생각도 못하고 눈만 높거든. 아무리 내가 좋다고 했기로서니 자기 꼴은 생각도 안 하고 덥석 사귀는 거봐라. 솔직히 걔 주제에 언감생심 내가 가당키나 하냐? 학교 최고의 킹카인 나와 그런 폭탄이 말이야."
(이런 씹장생.)
그 뒤로 슬이는 분노의 다짐을 하고 3개월동안 피땀나는 다이어트에 돌입한다. 외모로 그렇게 씹어대는 남자에게 더 잘난 모습으로 더 좋은 남자 만나 당당하게 차주리라! 복수를 다짐하면 그렇게...
그리고 3개월 뒤 48Kg인가로 살을 쪼~옥 빼고, 피부 관리나 화장법도 공부하고 자신의 장점을 살려주는 코디도 공부하고... 다음 목표는 그 놈보다 훨씬 더 잘난 남자를 만나는 것. 그래서 있는 돈 써대면서 남자를 물색해보지만, 영 눈에 차는 남자가 없다.
그러다 딱 만난 한 남자. 정말정말정말정말 멋있어 보이는 것이 아닌가, 그 뒤로 슬이는 태양에게 열렬하게 치고 빠지는 대쉬를 한다. 오로지 분노의 복수를 위해서... 태양은 첫만남부터 엽기적이고 귀엽고.. 여튼 특이한 슬이에게 빠지게 된다.
처음에는 반쯤 장난으로 시작한 연애 & 복수의 동지.... 하여튼, 좀 있다가는 진정으로 그녀의 복수를 위해서 앞발 뒷발 다 동원해 도와주기도 하고, 점점 그녀의 인간적인 매력에 빠지면서 질투도 좀 해주고, 그녀가 사라지면 심장이 없어지는 것 마냥 안절부절 하는 경험도, 몇 년 만에 부모님에게 전화도(하여튼.. 그의 아버지나 그나 다른 면에서는 완전 붕어빵이다ㅎㅎㅎ) 해보고 불결하다고 먹지 않던 자장면도 한 번 먹어보고 유치하기 그지 없는 캐릭터 속옷도 그녀와 세트로 입어도 보고(이 부분이 제일 재미있었다ㅎㅎ), 제 감정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그녀에게 집에 들어와서 살아라! 이따구 말도 해보고, 비서니 뭐니 하면서 이상한 걸 그녀에게 시키면서 제 사장실에 그녀의 책상을 떠 하니 몸소 사두고 그녀를 앉히고 완전 혼자 실실 좋아하고...
그러다 그와 고모의 사이를 질투했고, 나중에는 고모의 계략으로 그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하게 된 슬이는 집을 나와 친구와 클럽에 가고.. 그 곳에서 태양의 친구를 만나 그의 도움으로 오해를 풀게 되고.. 흠, 만리산성도 좀 쌓고??
태양이과 슬이의 못말리는 주도권 쟁탈전이 재미있다. 서로 한 방 한 방 먹이며 정드는 모습이 영 예사롭지가 않다. 태양의 의외적인 귀여운 모습이라던가, 슬이의 예외적인 노는 언니 포스가 기가막히고 웃겼다.
재미있게 가볍게 행복하게 즐겁게 볼 수 있는 건 맞는데...
괜히 배알 꼬였다. 괜히 화나고 싫었다는 말이다. 내 눈에는 살 빼야 남자든 뭐든 생긴다, 라는 것 같다. 나는 하늘이 내린 성격쟁이♡인데 말이다. 마치 뚱뚱하면 성격도 안 좋고 맨날 땅만 쳐다보고 다니고 그런다, 라는 이야기만 눈에 들어온다. 아...신발끈!
요즘 다이어트때문에 양껏 민감한 나에게는 여주가 살빼서 알콩달콩사는 장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를 정도로 혼란스럽다-ㅅ-물론 부럽긴 부럽다. 완전 소 뒷걸음치다가 개구리 잡은 격으로.. 조건이든 사랑이든 모든 면을 두루두루 만족하는 남자를 만난 것은 말이다.
아, 나 완전 나쁜 애같애..-ㅅ-;; 완전 속 좁아 보여.
정말 어디 그런 남자 없나, 그렇담 난 두달만에 변신한다-ㅅ-세일러문으로.. 쿨럭. 그럴리 없지... 내가 무슨-ㅅ-..;;
순전이 내 작은 마음일 뿐이고, 책은 작가의 의도대로 즐겁고 가볍고 흥겹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특히 태양이 슬이를 찬 그 놈에게 복수해주는 장면은, 그리고 슬이에게 슬슬 기는 장면이 재미있었다. 폭소했달까...
..하지만 끝까지 나는 뚱뚱하면 내 자신을 알아봐 줄 사람도 없을까 싶은 것이 괜히 살 때문에 내 속을 손톱으로 박박 긁다 못해 요즘은 송곳으로 찌르고 있는 둘째동생 얼굴을 보면서 조용히 살기를 피웠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자신을 무시한 사람에게 복수하기 위해 시작했던 다이어트였지만, 그것이 이슬에게 자신감을, 행복을, 웃음을,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랑하는 사람을 가져다주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복수 때문이었지만 지금은 자신을 사랑하니까 자신을 위해 운동하고, 아름다워지려고 노력한다. 꼭 다이어트를 해서 날씬해져야지만 당당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꿈으로만 꿀 수 있었던 자신의 모습을 노력해서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자신감이 되어 이슬을 당당하게 만들어 주었다. 예전에는 늘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매 순간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만큼 긍정적으로 변한 모습도 좋았다. 이슬은 앞으로 아이를 낳게 되고 5,60대가 되어도 늘 자신의 모습을 사랑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