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쓰고 잘 노는 남자 한량
현고운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2년 11월
평점 :
품절


  고운 어머니의 억지 100%에 밀려 나온 자리. 정말 구석구석 싫은(아니 예쁜) 요소만 가지고 있는 남자를 만나야 하다니 싶은 민주. 민주는 어머니의 '젊은 아빠'같은 소리만 아니었으면 늘 그랬듯이 어머니와 함께 식사를 하고 다시 일을 하고 있을 시간이다. 어째나 저째나 시간만 아깝고 앞에 앉아 있는 남자가 거슬린다.

 

  잘생긴 건 인정하지만, 어디를 봐도 싫은 모습만 갖추고 있는 하경에게 민주는 진지하게 말했다. 그리고 단번에 그가 '한량'이라는 것을 알아본다. 민주는 하늘이 내린 정직하고 솔직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여자. 그리고 바람처럼 자유롭던 남자의 딸. 바람같던 남자였던 아버지를 싫어하는 사람. 그러니 하경이 예뻐보일래야 보일 수 없다.

 

  한편 하경은 모처럼 아주 신나있다. 자신을 한량이라고 콕 찝어서 이야기 하는 이런 당돌한 여자는 처음이다. 남녀 불문하고 모두들 하경이를 좋아한다. 외모도 좋아할뿐더러 그 명랑쾌활 뒤끝없는 성격을. 하지만 이 여자는 아름답고 우아하고 성격 좋은 유치원 원장인 어머니를 둔 딸치고는 정말 아니다 싶을 정도로 닮지도 않고, 외모에 신경쓰지도, 관리도 하지 않는 여자이다. 눈이라도 마주칠라치면 피하는 것이 점점 더 하경에게 새롭고 신기하고 어쨌든 특별하게 다가온다.





 

  민주는 하경을 완전 비호감으로 보고 이 자리로 끝끝끝을 생각하고 있는데 하경을 그렇지 않는 듯, 좀 집요하게 민주에게 들이대되게 된다. 급호감을 느끼고 계속 만나고 교제할 것을 요구하는데 민주는 질색팔색하며 피하고 무시하지만,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이 한량씨는 전혀 굴하지 않고 성실하고 진지하게 하경을 대한다, 무시당하거나 말거나.

 

  그녀의 피사체되는 모델이 민주에게 호감을 갖는 모습을 봐도 하경은 전혀 동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스릴을 느끼는데...(뭐가 성격이 좋아!) 그녀의 진지한 작업모습도 좋고, 그녀의 당찬 모습도 좋고... 처음에는 그저 꼬셔봐야지, 라는 생각이 점점 결혼하고 싶다로 변하게 되는데, 그러면서 혼자 신나 민주를 형에게 소개시켜주고 예비형수에게도 소개시켜주고 부모님들께도 결혼 할꺼다라고 이야기하고... 민주는 하경에게 좀 끌려다닌다. 아무리 반항을 해도 이 남자, 당최 포기할 줄 모른다..ㅋ

 

  그러다 정말로 민주에게 열심히 접근하던 모델이 민주에게 고백을 했고, 민주를 찾으러 나오던 하경은 민주가 던지는 의미없는 말에 하경은 상처 받고 민주에게 지겹다느니 하는 아픈말을 한다. 하경, 지는 호텔에서 여자만난 생각은 안하고, 그것때문에 하경이 그런 말을 해버린건데.. 자존심이 쎄서 여자 많은 하경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사실은 엄청 좋아하는 건데... 하경 뿐만 아니라 민주도 좌절중이다. 둘은 대화를 하지 않으면서 점점 더 사이가 멀어지고 오해는 깊어지는데. 게다가 하경의 형, 상경의 약혼녀가 하경에게 계속 질질질 달라붙는데, 민주는 처음 만난 그녀의 모습을 단번에 알아챘고 그 뒤 약혼녀씨도 민주에게는 밉게, 형제 둘을 저울질하며 혼자 신났다. 없이 살아서 로얄패밀리에 한이 많은 건 알겠지만, 사람이 그래서는 안되는건데 한 번 일이 풀리니 모든 일이 다 쉽고 가볍게 보였는지 욕심이 한도끝도 없이 늘어나던 그 상경의 약혼녀는 결국... 상경과의 결혼도 하경과의 관계 개선도..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파혼된다.

 

  왠만하면 좀 불쌍한 법도 한데 전혀 불쌍하지 않다. 상경에게만 바라고 매달리거나 상경과 약혼상태였다 하더라도 하경에게만 일편단심 모습을 보였더라면 좀 불쌍하다 할텐데, 이 여자는 모든 상황이 다 뽀록난 상태에서도 이리저리 박쥐같은 말만 하는 것이다! 어쨌든 될 사람들 사이의 오해는 풀릴 때가 풀리기 마련인데, 민주는 점점 포기 상태로 가는데 하경은 민주에게 매달리기라도 해서 다시 연애를 하고 사랑을 하려고 한다. 둘을 만나게 해줬던 그녀의 어머니는 그에게 매몰찬 행동을 보인다.

 

 딸을 달래다가 안되면 과감하게 덮쳐도 된다고 말하는 어머니, 그리고 그럴꺼라고 하는 하경. 다른 한량들이 보이게 하경은 한량이라고 스스로 인정하고 그걸 엄청나게 즐기다가 정말 운명같은 여인에게 딱 걸려 빼도박도 못하게 되는, 되려 한량짓이 약점이 되어 결혼까지 해버리는 바보같은 모습.. 일까, 내가 한량이 아니라서 모르겠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어리석어도 보이던 하경의 태도들.

  그 태도가 배는 틀리지만 형에 대한 존경과 믿음때문에 할 수 있는 행동이었고, 그를 지켜주기 위해서 했던 행동이기도 하다, 물론... 그는 태어날때부터 남다른 외모와 성격으로 모든 인간들을 홀리기도 했지만...

 

  그런 하경이 밉지만은 않았다. 귀엽기도 하고, 민주에게 필승, 충성하는 모습이 대견스럽기도 하고, 그녀를 만나고서는 깨끗하게 주변 정리하는 모습도 깔끔하고.. 민주의 성격도 좋다. 옳다 아니다를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그녀, 그러니깐 처음 본 남자에게 한량이라는 말도 서슴없이 하는 것이겠지만... 그 잘난 남자가 그녀를 이리 저리 잡고 흔들어도 선을 지키려고 하고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고...

 

  하경은 너무 완벽하게 나오고, 민주는 너무 눈치가 빠르다. 상경의 약혼녀는 형제사이를 너무 재다가 다 놓치게 되고, 상경은 너무 우유부단하게 나온다. 그래서 극적인 요소는 좀 적다고 할까, 감정적인 부분이 적다고 할까. 제일 해피엔딩은 민주의 어머니가 아닐까, 민주의 교수와 재혼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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