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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ll Love
이희정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이 마음에 드는 이유는 가격대비에 450쪽이나 되는 분량과, 물론 이희정님의 글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고, 서선의 집도 딸 셋이라는 점, 여차저차 아무것도 모르던 서선이 룸살롱까지 차려 재기를 노리는 모습. 그래서 이 책이 정말 마음에 든다.
7년동안 간쓸개 다 빼주며 한 남자만 바라봤던 서선이 그에게 배신을 당하고, 또 그의 약혼자가 돈을 주며서 헤어지고 회사도 그만두라고 한다. 사내에서도 소문한 커플이었던 터라 서선은 그 돈에, 그러니깐 망가진 자존심에 과감히 돈을 받고 회사를 관둔다. 하지만 그 눈 먼 돈이 한없이 무겁다. 백수생활 중에 고교동창 미자를 만나게 되고 미자와 함께 '룸살롱'을 시작하게 된다. 서울을 떠나 춘천에서 착실하게 하나하나 준비하던 그녀들에게 날벼락이 떨어진다. 일건이 그녀에게 건물을 빌려줄 수 없다고 계약을 파기 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때마침 들어와주신 안상범씨. 가계를 부수라고 하는데... 정말 그녀 인생 실연 후 제대로 되는 것이 없다. 남자는 배신했지, 다른 남자는 계약을 파기했지, 또 다른 남자는 자리세라면 와서 인테리어 한 거 부수고 있지. 결국 폭발한 서선은 함께 부수는 일에 동참하고 뒤에는 그 조폭, 그러니깐 상범과 양오빠, 양동생 하는 사이가 된다. 깍쟁이 서울 처녀 서선이 남자에게 그렇게 데이고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이런 장사를 하는 것을 안타까이 여긴 상범은 서선에게 자리를 잡도록 도와준다. 한편, 그녀를 그렇게 쫓아낸 일건은 다른 흑심이 있다. 예전에 봤던 초롱초롱했던 그녀가 다시 눈 앞에 있는 것이다. 파란심장이라 불리면 춘천을 휩쓸고 다니던 바람둥이 일건이 그녀에게 완전히 포~옥 빠지는 순간이다.
줄거리 설명은 이쯤하고 내 감상을 간단히 이야기 해보면, 정말 서선이가 마음에 든다. 나는 로맨스소설 읽으면서 남주보다 여주에게 더 애착을 많이 갖는 편인데 여기 서선이 그런 내 마음을 완전히 잡아버렸다.(아냐, 하지만 여전히 혜잔이가 일등이야ㅎ). 자존심이 상하고 굴욕적인 그 상황에서 돈을 받을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잊지 않고 다시 돌려주겠다는 그 마음. 물론 이미 받은 것만으로도 자존심 상한거고 진거다~ 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녀의 상황을 보면 또 틀리다. 아래에 동생이 둘이나 있고 홀어머니가 있다. 그 책임도 크기 때문에... 하지만 하는 수 없다 라는 말은 안하겠다. 여튼, 화류계에 대해서 모르는 게 더 많은 그녀이지만, 노력하고 당당하고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밉지 않게 마음에 든다. 게다가 많이 주저하기는 하지만, 그녀에게 다가온 마지막 사랑이 될 수 있는 일건을 놓치지 않고 잡는 것도! 나는 여러모로(!) 당당하고 요구할 줄 아는 사람이 좋다.
일건은 처음부터 참...싸가지로 나왔다. 게다가 생각하는 것도 완전 별로. 생긴것만 잘생겼지 생각하는 것도 행동하는 것도 즉흥적인 것들이다. 그런 그가 서선에게만 양보하고 배려를 한다. 이 경우는 일건이 서선에게 반해서 난잡했던 과거를 스스로 후회하고 반성하면서 그녀에게 더 지극정성으로 하는 경우랄까. 제 여자라고 마음 먹자 마자 그가 취하는 행동은 일사천리다. 살짝 강압(?) 적이기도 했지만, 마음의 문을 열까~ 말까 하는 그녀에게는 딱 맞는 방법이랄까.. 확실히 팔불출 기질이 다분한 남편이 되겠다.
그리고 서선의 양오빠 상범과 동창인 미자. 상범은 정말 조폭 맞나 싶게 사실은 순박한 사람이다. 그리고 삶에 우여곡절이 많은 서선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주기도 한다. 정도 많고 사람 좋은 상범, 그리고 돌아온 싱글 미자는 특유의 여우끼로 상범과 이어진다. 미자가... 잘 보면 살짝 얄미운 캐릭터인데도 사람 좋고, 서선이를 위하는 마음에 얄미운 것 보다 예쁜 게 더 많이 보이는 캐릭터랄까...
사람이 구질구질한데까지 볼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룸살롱. 여튼 고급이든 아니든 술 들어가고 여자가 있으면 개가 되는 곳이 아닌가 싶은데, 좀.. 새로운 세계였다. 구수한(?) 사투리로 재미를 주는 상범, 그리고 화류계 용어(?)라던가, 생각해보지 못한 상황이나 말들이 많아서 신선했고, 새로웠다. 솔직히 아무생각없이 돈이 되서 가게를 연 서선은 어쨌든 간에 상범과 일건이 없었으면... 아마 인생막장일수도//
책을 다 하는 동안, 게다가 벌써 여러번 읽었지만 지루함 없이 이야기가 흘러간다. 이 로맨스라인은 서선의 마음보다는 서선을 잡기 위해서 동분서주하는 일건 라인이 더 재미있다. 서선은 그 못된 전 남자에게 데여서 남자라면 치를 떨고 있는 상황이고, 흔들릴까 말까~ 하고 고민하고 무서워하는 부분이 많다면 일건은... 확실히 재미있지. 그런데 대체 일건은 정체는 무엇일까?! 쿨앤핫에 선우만큼이나 정체가 궁금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