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조례진 지음 / 발해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본 로맨스는 정말 상콤달콤발랄한 이야기이다. '라이벌'! 읽으면서 너무 너무 달달하고 상큼해서 혼자 온 몸을 비비면서 읽었다.

  버스 안에서, 택시안에서, 지하철 안에서, 중간중간 이동 중에 틈틈히 읽고, 아까워서 살짝 덮어두었다가 다시 또 읽고.

  오늘 날짜까지 제출해야하는 과제가 있는데도 과제하려고만 하면 어째서 휘경이 내 머릿속을 그렇게 휘젖고 다니는 것인지!

 

  휘경과 이헌은 한달 사이로 같은 산부인과 부터 시작해서 같은 대학까지, 휘경의 말을 빌리자면 지긋지긋하게 30년(군대니 뭐니 하는 자잘한 건 빼고) 동안 붙어다녔다. 어려서 부터 자신보다 한발 앞서 뭐든지 해내는 이헌과 비교당하기 시작하고, 어느새 여자라서 남자보다 못한다는 말도 듣게 되고 그러다 보니 휘경은 극단적으로 이헌을 싫어한다. 흠, 싫어한다기 보다 철저하게 라이벌로 그를 이기기 위해 매사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휘경이 알지 못한 그 사실. 이헌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이헌은 자신의 마음을 보이면 휘경이 도망갈 것(날아갈 것)같아서 말도 제대로 못하고 라이벌로서 그녀의 곁을 지키고, 그녀에게 다가가는 남자들에게는 적당히 해서 보내고~ 혼자 전전긍긍하고.

 

  소꿉친구라는 면도 매력적인 부분이지만, 능력좋고 외모 되는 이헌이 휘경에게 안절부절못하는 그 모습이 마음에 쏙 들었다. 이야기 중에 휘경이 이헌을 보면서 말하길 좋게 말하면 이성적이지만, 다시 말하면 소심한 거라고 하는 부분이 있는데 완전 동감한다. 말끔하고 단정하고 잘생긴 남자가 막상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는 말 아끼면서, 그녀의 내숭없고 가식없는 그 털털한 모습을 온전히 보면서도 속으로는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귀엽다! 하는 부분이.. 정말 크흣.

 

  그리고 둘다 검사라는 것도 매력적인 부분이다. 뭐, 검사라는 직업이 소설에서 자주 나오는 직업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검찰청에 거주(!)하는 검사는 (내가 읽은 몇 안되는 이야기들 중에서는) 처음인 것 같다. 나는 가끔 검사, 판사, 변호사.. 아직까지 줄기차게 헷갈리는 편이라, 이번에는 휘경 덕분에 검사가 뭔지 제대로 알았다. 그리고 소재도 딱 적절했던 것 같다. 그냥 큰 범죄를 저지른 조폭을 잡고, 액션과 사랑은 뻔하지 않는가.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을 좋아하지 않는 휘경이, 이헌과 함께 맡은 사건을 쫓아가다 보니 트랜스젠더 지호를 만나게 되고 지호라는 인물을 겪으면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가질 수 있는... 그리고 그 부분이 최고로 좋다.

 

  아, 어떻게 설명하면 이헌이 잘생기고 카리스마 있는 외모인데 비해 정말 귀여운 성격을 가지고 있고, 휘경도 괄괄한 것 같이 보이기는 하지만 그 속에 숨어있는 귀여운 성격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대사만 다 뽑아서 보여주고 싶다.

 

  쑥스러워 하면서 하는 말에 휘경은 이헌이 보고 "이 부끄러운 남자."라고 하기도 하고, 매번 이휘경! 하고 불렀으면서 휘경아~ 하고 부르기도 하고, 걱정도 하고 속으로 그래도 귀여워~(다른 사람들이 들었다면 이해못하겠다고 항의할 만한 말이지만)라고 소리치기도 하고, 얼음 같던 그런 이헌이를 한방에 웃겨버리는 휘경!

 

  사실 뻔한 제목때문에 손이 안갔는데, 멜로의 리뷰와 다른 분들 평들에 힘입어서 생일 자축의 의미로 지른 책 중에 한권이다. 조례진 님 이야기를 두어권 빼고 한번에 질렀는데, 이 한권에 완전 매료되서 마저 구입해야겠다~하는 생각도 들고, 얼른 다른 이야기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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