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참깨들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양식 1
청림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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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의 제목이라고 해도 너무나 잘 어울렸을 법한 제목을 달고 있는 청림의 『노래하는 참깨들』 은, 첫장을 읽기 시작하면서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마음에 울림을 전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혼자 지내는 친정엄마도 생각나고, 지금은내 곁에 있지만 언젠가는 자기 삶을 위해 곁을 떠날 두 소녀도 떠오르면서, 딸이자 엄마인 나 자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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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계곡에서 시작된 전설을 들려주는 『노래하는 참깨들』 은, 하늘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로부터 시작된다. 특별한 계획으로, 세상의 아들 딸들에게 사랑을 표현하고자하는 미션, 미션을 위해 한 밭이 담당해야 하고, 복은 다함께 나누어갖는 것이다. 사람의 손에 의해 곡식을 재배하고 길들여진 밭들은 하늘의 목소리에 담긴 '특별한 계획'과 '담당'이라는 말에 선듯 나서지 못한다.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서고 만다.

"뭐라고, 네가 해 볼 거라고?"

"너의 모습을 봐."

"너의 밭 모양은 삐뚤삐뚤해. 돌도 많은데 어떻게 해?" 옆의 밭이 거들었다.

"심지어 너의 주인은 나이가 많아."

"자녀가 잘 돌아보지 않아서 상처 입은 가슴을 안고 사는 할머니야."

[중략]

"내가 해낼 겁니다.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하고야 말 겁니다." 목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모여 앉아 회의 주잉던 고라니들이 놀라서 고개를 돌려 가운데에 있는 밭을 바라보았다.

노래하는 참깨들. 21쪽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는 밭. 작고 큰 돌이 박혀 있고, 밭 한가운데는 바위와 같은 큰 돌까지 있는 밭이 목소리를 낸다. 누가 봐도 좋은 밭이 아닌 밭이지만, 그의 당당함과 의지는 주위 모든 밭들과 주변 자연물들을 놀라게 한다. 그리고 모두들 한마음이 되어 지켜주겠노라 약속한다.

하늘의 목소리와 황폐한 밭 그리고 주변 밭들의 도움까지, 동화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밭 주인 홀어머니는 자식들의 모진 목소리에 가슴이 휑하고, 배움이 적은 자신을 탓하면서 속앓이를 한다. 눈치 농사로 겨우겨우 농작물을 수확하던 홀어머니의 삶과 밭이 담당하기로 한 특별한 계획은 어떻게 어우러질까?

 

'그래, 나도 엄마의 딸이었다. 나도 철없는 딸이었다. 나의 어머니도 언젠간 딸이었을 텐데. 그렇게도 힘들고 모진 세월을 어떻게 살았을까!' 이런 생각을 하니 문득 가슴에 힘이 들어찼다. 맞다, 나에게도 어머니가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그들의 어머니다.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모두를 용서하자!

나의 어머니를 따라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그저 마음 속으로 저녀가 잘 되기만을 염원하자. 저들이 얼마나 삶이 힘들었으면 어미인 나에게 이렇게 모진 말을 하는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니 마치 깨달은 자처럼 마음 속이 시원하고, 머리가 맑아졌다. 그러고는 이내 깊은 잠에 빠졌다.

노래하는 참깨들. 38쪽

 

 

홀어머니의 글을 읽으면서, 눈가가 촉촉해진다. 우리 사남매를 키우면서 잠시도 손에서 일을 놓지 못했던 나의 엄마. 특별히 공부 잘하는 형제도 없었고, 한가지 재능이 특출나 자식 키운 보람이 있었던 것도, 자식의 잘남으로 어깨에 힘 한 번 내지 못했을 우리 엄마. 두 소녀를 키우면서 좋은 소리에 입가에 미소가 지어질 때 나는 우리 엄마에게 어떤 딸이었을까, 하고 잠시 주춤하게 된다. 그런 미안함에 우리 엄마는 항상 "저절로 잘 자라준 너네 때문에 엄마가 덜 힘들었지."하신다. 때맞춰서 취직했고, 결혼했고, 자식도 낳았으니, 그게 제일 큰 복이라고 하시는, 왜 내 맘은 서글퍼질까. 좀 더 잘난 자식이었더라면 참 좋았을텐데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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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특별한 계획은, 이른 봄을 불러오고 따스한 바람으로 땅을 녹여준다. 숲과 계곡은 하늘의 계획이 땅에게 닿아 어떻게 이루어질까 축복의 노래를 부른다. 하늘의 은총, 사람을 사랑하시는 이의 선물, 홀어머니와 황폐한 땅이 축복의 노래와 함께 세상에서 가장 따듯한 기운을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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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어머니의 밭에 심은 참깨는, 밭의 의지와 하늘의 은총, 주변 밭들의 도움 그리고 홀어머니의 긍정적인 마음이 모여서 가장 싱싱하고 알찬 참깨를 맺는다. 그 참깨는 홀어머니의 손에서 더 구수하고 진한 참깨가 되어 참기름으로 또다른 여행을 시작한다.

참깨의 고소함만큼이나, 참깨들의 축복이 담긴 노래만큼이나 다른 이들의 가슴에 따스함을 심어주고, 따스함은 사랑으로 이어지며, 축복의 노래가 세상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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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참깨들』 이란 제목에서 고소한 향내가 나더니, 아름다운 계곡에서 전해내려오는 전설의 이야기도 고소하고 따듯하고 향기가 진동을 한다. 세상에 뿌려진 향기는 모두가 포기했지만 용기를 낸 밭의 당당함과 하늘의 은총, 홀어머니가 지켜낸 자신의 자리 그리고 그 향기를 맡아 사랑을 나누는 방앗간 주인과 할머니에게로 전해져 더 많은 이들의 가슴에 전해져내린다.

특별한 일, 그것은 바로 자신의 자리를 지켜낼 줄 아는 용기이며 사랑이다. 그리고 그 사랑은 항상 세상에 울려퍼지고 있다. 참깨들의 축복 노래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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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나침반 에프 그래픽 컬렉션
스테판 멜시오르 지음, 클레망 우브르리 그림, 조고은 옮김, 필립 풀먼 원작 / F(에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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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건물을 통과하는, 창을 든 곰과 자유분방한 머리칼을 가진 한 소녀의 등장부터 전투적이며 앞으로 일어난 일들이 순탄치 않음이 느껴지는 『황금 나침반』

판타지 문학의 한 획을 긋는다 할 수 있는 "필립 폴먼"의 원작을 각색하여 '그래픽 노블'로 재탄생한 작품 『황금 나침반』은, 판타지라는 장르로 한정하기엔 소재의 폭이 무척 넓다. 그림과 더불어 진행되는 이야기가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마음을 사로잡기에 어른 아이 구분없이 누구나 읽고 빠져들기에 충분하다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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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라 벨라커는조던 대학의 총장실 환풍구 틈에서 총장실을 엿보고 있다. 그녀가 그런 결정을 하게 된 연유는 알 수 없지만, 그녀의 선택으로 총장이 리라의 삼촌 아스리엘 경을 독살하려는 의도를 알려차립니다. 총장은 왜? 그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리라는 누구의 편에 서야 할까? 여러 의문을 안은 채 리라는 총장과 마주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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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의 탄생과 함께 짝지어지는'데몬'은 영혼이자 친구이며, 수호신이다. 데몬은 동물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어린이의 데몬은 여러 모습으로 변형이 가능하지만, 어른들의 데몬은 고정되어 있다. 이는 어린이의 다양한 재능과 변화되어가는 인간상과 발맞춰가듯 데몬에게도 적용하듯 변형되지만, 어른의 사고방식은 이미 유년기의 경험으로 누적되어 사고의 방향이 고정되어 데몬도 고정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간다.

『황금 나침반』의 또 다른 개념으로 등장한 '더스트'는 원죄의 개념이 아닐까 싶다. 더스트의 존재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어른들과 아이들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며 평행 세계로 가고자 한다. 존재하고자 하는 더스트와 파괴하고자 하는 어른 그리고 더스트의 힘에 자유을 잃어가는 아이들이 풀어가는 이야기에 집중력은 저절로 따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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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라는 부모와 떨어져 집시 유모의 손에 길러진다. 그러나 다시 조던 대학으로 옮겨져 보호를 받게 되지만, 총장은 리라의 손에 진실 측정기라 불리는 황금 나침반을 쥐어 주며 콜터 부인에게로 보내게 된다. 콜터 부인이 황금 나침반의 존재를 알 수 없도록 잘 간수하도록 이른다. 총장은 준 황금 나침반은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일까? 리라의 손에 맡겨진 황금 나침반은 어떤 일을하게 되는지 궁금증을 안은 채 이야기를 읽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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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러가 데리고 간 수많은 아이들, 그 뒤를 따르며 아이들을 찾으러 떠나는 집시들. 그들과 함께 아이를 찾으러 떠나는 길에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리라, 리라의 뒤를 추격해오는 콜터 부인, 얼음 요새에 갇힌 아스리엘 경까지. 서로 얽히고 얽힌 매듭을 서서히 풀어나가는 가운데, 리라는 황금 나침반이 새겨진 조각들이 무엇을 상징하는 것인지를 스스로 깨달아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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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노블로 재탄생한 『황금 나침반』. 판타지라는 장르 속에 욕망과 시기 그리고 교만까지 다루어 더욱 심오하고 깊이있는 이야기로 만들어냈다.

우리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길 위에 놓여 있다. 리리가 스스로 황금 나침반의 비밀을 풀어냈듯이, 우리의 가슴 속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현명한 삶의 시간을 누리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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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루미늄 캔의 모험 - 재활용이란 무엇일까? 지구를 살리는 그림책 8
앨리슨 인치스 지음, 마크 체임버스 그림, 마술연필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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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분리수거"라는 우리나라에 정착한지 20여 년이 훌쩍 지났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찮음과 잘 모름의 경계에서 제대로 된 실천으로 옮겨지지 않고 있어요. 우리의 실천이 더딘 만큼 자연은 빠르게 훼손되고, 재활용이 가능한 용품들이 버려져 쓰레기로 천덕꾸러기로 취급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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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루미늄 캔의 모험』 은 알루미늄 캔이 땅 밑 "보크사이트" 암석 층에 살고 있었던 그 날부터 사람의 손에 의해 제조 공장으로 이동하게 된 사연을 '일기'의 형식을 빌어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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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루미늄 캔의 일기는 그 후로도 계속 되지요. 잘게 부서진 몸은 고운 가루가 되고, 정제공장으로 이동한 후엔 여러가지 화학물질들과 혼합하지요. 물렁한 반죽 상태를 오븐에서 말리고 나면 "산화 알루미늄" 이라는 아름다운 흰 가루가 되지요.

우리의 생활 가까이에 침투되어 있는 알루미늄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과정을 알루미늄이 직접 말하듯 '일기'의 형식을 빌었다는 것이 이해와 집중에 탁월한 효과를 주었다고 생각해요. 또한 일방적인 설명이 아닌 어떤 과정을 거치고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알루미늄이 경험한 이야기 방식으로 전달하여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흥미를 갖게 만들어 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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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편리한 생활에 익숙해요. 그 생활을 영위하고자 한다면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가 따라야 하는데, 우린 누리는 것에만 집중한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에요. 그러기에 『알루미늄 캔의 모험』 은 우리에게 알루미늄에 대한 지식과 바른 사용 그리고 재활용의 방법들을 알려주는 의미 있는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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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밑에서 시작된 알루미늄의 여행을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알루미늄이 우리의 곁에 오게 되었는지 과정과 어떤 제품들로 사용되고 있는지를 알게 되지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무조건적인 주입보다는, 필요의 계기가 곧 실천으로 이어지는 동기를 만들어주지요. 『알루미늄 캔의 모험』 은 보물창고의 '지구를 살리는그림책' 여덟번 째 이야기로, 지구를 위해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하고 배워야 하는 소재를 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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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재활용품 분리배출에 대한 바른 지식으로 우리가 지구를 살리기 위한 방법을 제시해주고 있어요.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었던 지식에 지식을 더하는, 매우 유용한 팁으로 활용될 수 있어요.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실천이 우리 모두를 건강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새기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어요. 함께 만들어가는 지구, 우리의 손에서 시작됨을 잊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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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달 푸르른 숲
내털리 로이드 지음, 이은숙 옮김 / 씨드북(주)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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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녀'가 주인공인 이야기책을 꽤 좋아하는 편이다. 허구성을 가진 창작물이지만 그 속엔 꿋꿋함과 진짜가 담긴 희망적인 메시지로 마무리 되기에 그 과정을 함께하는 순간이 참 좋았다. 어릴적 읽었던 소공녀 세라와 빨강머리 앤이 그랬고, 청소년기에 읽었던 제인 에어, 불과 2년 전에 읽었던 가정부 조엔이 그랬다. 모두 부모의 보살핌보다는 사회를 먼저 배워나가야 했던 그녀들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모습들이 나는 참 좋았다.

이번주에 내 손에 머물렀던 『분홍달』 의 '몰리'는, 책장을 몇 장 넘기지도 않은 채로 '암담하다'라는 감정에 사로잡혀 한참을 멈춰 있었다. 광부였던 아빠는 기계 폭발로 시력을 잃는 사고로 일자리를 잃고, 엄마는 아빠 대신 탄광을 들어갈 수 없으며, 몰리는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 팝스냅를 끼워야 생활이 가능함에도 탄광으로 끌려갈 위기에 처한 동생을 지키고 가정을 지키기 위해 부잣집에서 허드렛일을 하기에 이른다. 몰리는 자신에게 몰려오는 상황을 꽤 덤덤하고도 씩씩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나의 속은 답답해져만 왔다.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벅차보이기만 하다.

스타패치는 살아 있는 것처럼 맨 손에서 아주 밝게 빛났다가 수그러들었다가 또 밝게 빛났다. 그걸 보자마자 내 가슴 속에 어떤 확고한 생각이 자리 잡았다. 나는 아직도 꿈을 꿀 만큼 용감하다는 것이다. 17쪽

 

몰리가 사는 '잊힌 산'은 마치 신이 버리기라도 했듯이 먼지가 일고, 수호자들에 의해 지배되어 그들의 강압적인 지시에 따라야만 살 수 있는 곳이다. 광부들의 고된 삶에서도 희망이 있었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상황이다. 수호자들은 다친 아빠 대신 남동생을 탄광에 데려가기 위해 찾아오고, 아빠의 사고로 고장난 기계는 몰리네 가족 모두에게 빚으로 남기게 된다. 몰리는 빚으로 가득한 가정과 광부로 살아야 하는 동생을 위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과감한 도전을 시작한다.

 

"소년들이여,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여러분에겐 꿈을 묘사한 것처럼 들렸겠지만, 그 곳으로 가는 길은 위험하고 어렵습니다. 여러분이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 여러분의 공포와 대면할 가치가 있는가? 지금 여러분이 결정해야 합니다." 60쪽

 

용감하고 패기있는 남자애만 받아준다는, 막대한 부를 획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고자 몰리는 모티머 굿과 수호자 앞에 서기로 결심한다. 마을에서 사라졌다는 말과 함께 금가루를 가지고 오면 그 무게만큼 돈을 지불한다는 솔짓한 광고가 마을의 많은 아이들을 깊은 산으로 불러 모으게 되고, 그 곳에서 그들은 새로운 모험과 도전 그리고 거짓에 가려진 진실과 마주서게 된다.

 

 

 

몰리는 여자라는 것이 들통났음에도, 가정부로 일하는 부잣집 아이의 횡포에도 굴하지 않고 버틴다. 그것만이 가족을 지키는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몰리에게 가족은 자신이 지켜야 하는 존재이며, 그들이 있기에 용감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몰리의 생각이고 의지이다.

몰리는 자신에게 배당된 말, 레온과 함께 금가루를 담아오기 위한 모험에 모든 것을 건다. 그녀의 간절함은 레온에게 그대로 전해지고, 그녀의 위험한 순간과 가짜로 뒤덮인 진실이 드러내는 순간을 함께 하게 된다. 몰리는 '잊힌 산'이 된 마을의 비밀을서서히 알아가게 되고, 마을 사람들 모두가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에 속고 있는지 정체를 하나씩 알아가게 된다.

"전보다는 조금. 너는?"

내가 솔직히 대답하자 아담이 털어놨다.

"나는 아직도 어젯밤 일 때문에 몸이 떨려. 괴수를 그렇게 가까이서 본 건 처음이었어. 모티머와 수호자들이 우리를 보호해 준다더니만."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뭔가를 숨기는 기분이 이상했다. 하지만 뭐라고 말하겠는가? 모티머가 괴수를 만드는 걸 본 것 같다고? 모티머를 화나게 하면, 이 자리를 잃고, 어쩌면 이제껏 번돈까지 잃을 지도 모른다. 그럴 순 없다. 165쪽

 

『분홍달』 이라는 제목이 너무 고와서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면, 책장을 여는 순간에는 그 동안 읽어왔던 '동화'와는 또 다른 현실과 고민 그리고 모험이야기가 담겨져 있어 읽는 내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신이 버린 땅 '잊힌 산' 마을 사람들과 함께 했던 말들이 사라지고, 마을은 항상 뿌연 먼지에 가려진 채 수호자들의 지시에 따르며 하루하루 벼텨가는 삶을 살아야 했던 그들, 그들은 변해가는 마을만큼 마음은 말라가고 서로를 향한 시기와 불신에 병들어가고 있었다. 그 마을을 '빛나는 산'으로 만들어가는 용감한 소년들 그 속에 "하늘을 나는 용감한 소녀 몰리"가 있다.

 

 

 

우리는 진실과 마주하는 순간을 두려워한다. 이제까지 모르는 채 살아갔다는 어리석음과 속았다는 억울함을 우리는 패배와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몰리는 자신이 가진 신체의 불편함과 가족의 무능력을 원망하지 않는다. 나아지지 않는 삶이 벅찰 뿐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속에 가려진 진실과 부딪힐 용기를 낼 줄 아는 소녀이다.

『분홍달』 은 한 마을에서 일어난 거짓이 가린 진실이 밝혀지면서 새로운 희망을 만날 수 있는, 용감한 소녀 몰리와 함께 하는 새로운 배경과 탄탄한 스토리 속에서 만나는 모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기에 너무나 좋은 동화 한 편, 햇살이 참 좋은 봄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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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1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안 스파르 그림,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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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코너에 꽂혀 있는 책을 보자마자 첫 눈에 반해 바로 품에 안은 책 한 권이 있었어요. 바로 더글라스 케네디의 『오로르』에요. "마음을 읽는 아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오로르는 두 번에 걸쳐 나의 마음을 흔들었지요.

멀리서 보아도 한 눈에 들어오는 파란색 표지에 잔잔하게 수놓아진 별들이 가득, 푸른 밤을 피어오르는 별들의 반짝거림이, 달 속에 비친 소녀와 함께 쓰인 "나는 남들과 다르대. 근데…… 당연한 거 아니야?" 라는 글에 또 한 번, 이렇게 난 두 번의 설렘을 느끼며 『오로르』를 만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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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르는 비교하고 싶지 않지만 남과 다르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요. 남들처럼 말하지 못하고, 자기만의 세상에서 새로운 모험을 즐길 줄 알며, 눈을 통해 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리고 엄마 아빠의 이혼으로 아빠를 만나기 위해 다른 장소를 가야 하는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을 뿐 아니라, 언니와 엄마의 싸움에서 서로가 상처를 남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는, 어리지만 어리기만 한 소녀는 아니에요. 오로르는 알아요. 이혼이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쯤은 너무나 잘 알아요. 그리고 그 어느것도 오로르에게 상처가 되거나 슬픈 일로 저장되지 않아요. 오로르는 스스로를 행복한 아이라고 믿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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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는, 책지를 실로 엮은 뒤에 하드보드지로 외형을 덮지 않은 사철제본으로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제본의 형태를 가진 책으로 읽은 동안 더 귀하고 조심스럽게 책장을 넘기게 하는 매력까지 더하고 있어요. 제본 형태까지는 알지 못한 채 품에 안은 책인데, 반함에 하나 더 추가되지 않을까 싶어요.

'자폐아'라는 현대의학적 병을 가진 오로르는, 자신이 가진 남들과 다름에 경계를 두지 않아요. 그러나 언니 에밀리는 아니에요. 오로르의 신비한 힘 때문에 가족이 변했다고 생각해요. 오로르는 자신이 가진 신비한 힘으로 다른 사람들한테 나쁜 일이 생기는 것인지 잠깐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어른들의 말을 믿기로 했어요.

 

"오로르, 그 신비한 힘은 소중한 재능이야. 너는 네 이름 그대로야. 진짜 햇살."

 오로르.

내이름!

아빠가 이야기해 주었다. 옛날 옛적에,책은 두루마리로 되어 있고 밤에는 호롱불로 빛을 밝히던 옛날에, 사람들은 오로르 여신을 숭배했다고, 오로르 여신은 아침마다 해님을 들어올리는 힘이 있었다. 오로르는 어둠을 쫓아냈다.

아빠가 말했다. "오로르, 그게 너야. 너는 늘 어둠을 사라지게 해."

'어둠을 사라지게 하는 것'이 내 신비한 능력이 될 수 있을까?

나는 얼마 전에 조지안느 선생님과 이야기했다.

조지안느 선생님이 말했다.

"사람들을 돕는 것도 신비한 일이야."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11~12쪽

 

언니 에밀리의 친구 루시, 오로르는 수학에 탁월한 재능을 가진 루시 언니가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알아요. 꼬맹이라고 놀림받는 에밀리언니와 뚱뚱하다는 이유로 코끼리라고 불리는 루시언니 그리고 저능아라고 불리는 오로르. 셋은 도로테 일당들에게 인신공격을 받지만, 오로르는 상처받지 않아요. 그리고 루시언니에게 상처주는 일당들에게 당당하게 나서기도 하지만, 스스로 주눅들어 있는 루시를 당당하게 변하게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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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는, 엄마로부터 뚱뚱하다는 이유로, 자기 딸이라는 존재라는 이유로 항상 미움을 받아요.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지 못한 루시에게 도로테 일당의 괴롭힘은 루시를 더욱 작게 만들고, 자신의 모습을 부정하게 하지요.

그러던 루시에게 슬픈 일이 일어나고 말아요. 오로르 가족과 함께 간 놀이동산의 수영장에서 도로테 일행을 만난 루시는 수영장을 벗어나 달아나고 말아요. 경찰의 힘을 빌렸지만, 루시는 그 어느 곳에도 있지 않아요. 엄마는 루시를 잘 보살피지 못한 자신을 탓하게 되고, 루시의 엄마는 오로르 엄마를 원망하여 직장에서도 쫓겨나게 만들거라고 협박을 하게 되지요.

루시는 엄마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루시는 어디에 있었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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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르는, 혼자만의 세상을 만나요. 참깨 세상에서 '오브'라는 친구와 자전거를 타며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것이 현실의 힘든 세상에서 만나야 하는 고비들을 기꺼이 해결할 수 있는 용기를 배우게 돼요. 오브는 오로르의 친구이자 조력자이며, 현실 속의 힘겨움을 잠시 잊게 해 주는 상상의 친구이자 쉼을 주는 유일한 시간 여행의 동반자가 되어 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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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르는,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친구에요. 나와 조금 다르지만 함께 살아가는데 전혀 문제가 없는 친구에요. 우리는 오로르를 통해 어른들의 이기심과 약자에 대한 친구들의 괴롭힘 그리고 진실된 어른들의 모습까지 다양하게 만날 수 있어요. '신비한 힘'이란 능력을 가진 오로르가 말하지 못하는 부족함을 이겨내며 당당하게 사회로 한발 나아가는 모습을 통해 우리는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는 그 마음을 새겨넣어야 한다는 것을요.

이제 오로르는 일반 학교에 입학해요. 새로운 친구들과 글로 소통하는 오로르, 그녀의 첫 사회 생활에 아낌없는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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