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참깨들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양식 1
청림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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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의 제목이라고 해도 너무나 잘 어울렸을 법한 제목을 달고 있는 청림의 『노래하는 참깨들』 은, 첫장을 읽기 시작하면서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마음에 울림을 전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혼자 지내는 친정엄마도 생각나고, 지금은내 곁에 있지만 언젠가는 자기 삶을 위해 곁을 떠날 두 소녀도 떠오르면서, 딸이자 엄마인 나 자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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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계곡에서 시작된 전설을 들려주는 『노래하는 참깨들』 은, 하늘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로부터 시작된다. 특별한 계획으로, 세상의 아들 딸들에게 사랑을 표현하고자하는 미션, 미션을 위해 한 밭이 담당해야 하고, 복은 다함께 나누어갖는 것이다. 사람의 손에 의해 곡식을 재배하고 길들여진 밭들은 하늘의 목소리에 담긴 '특별한 계획'과 '담당'이라는 말에 선듯 나서지 못한다.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서고 만다.

"뭐라고, 네가 해 볼 거라고?"

"너의 모습을 봐."

"너의 밭 모양은 삐뚤삐뚤해. 돌도 많은데 어떻게 해?" 옆의 밭이 거들었다.

"심지어 너의 주인은 나이가 많아."

"자녀가 잘 돌아보지 않아서 상처 입은 가슴을 안고 사는 할머니야."

[중략]

"내가 해낼 겁니다.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하고야 말 겁니다." 목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모여 앉아 회의 주잉던 고라니들이 놀라서 고개를 돌려 가운데에 있는 밭을 바라보았다.

노래하는 참깨들. 21쪽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는 밭. 작고 큰 돌이 박혀 있고, 밭 한가운데는 바위와 같은 큰 돌까지 있는 밭이 목소리를 낸다. 누가 봐도 좋은 밭이 아닌 밭이지만, 그의 당당함과 의지는 주위 모든 밭들과 주변 자연물들을 놀라게 한다. 그리고 모두들 한마음이 되어 지켜주겠노라 약속한다.

하늘의 목소리와 황폐한 밭 그리고 주변 밭들의 도움까지, 동화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밭 주인 홀어머니는 자식들의 모진 목소리에 가슴이 휑하고, 배움이 적은 자신을 탓하면서 속앓이를 한다. 눈치 농사로 겨우겨우 농작물을 수확하던 홀어머니의 삶과 밭이 담당하기로 한 특별한 계획은 어떻게 어우러질까?

 

'그래, 나도 엄마의 딸이었다. 나도 철없는 딸이었다. 나의 어머니도 언젠간 딸이었을 텐데. 그렇게도 힘들고 모진 세월을 어떻게 살았을까!' 이런 생각을 하니 문득 가슴에 힘이 들어찼다. 맞다, 나에게도 어머니가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그들의 어머니다.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모두를 용서하자!

나의 어머니를 따라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그저 마음 속으로 저녀가 잘 되기만을 염원하자. 저들이 얼마나 삶이 힘들었으면 어미인 나에게 이렇게 모진 말을 하는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니 마치 깨달은 자처럼 마음 속이 시원하고, 머리가 맑아졌다. 그러고는 이내 깊은 잠에 빠졌다.

노래하는 참깨들. 38쪽

 

 

홀어머니의 글을 읽으면서, 눈가가 촉촉해진다. 우리 사남매를 키우면서 잠시도 손에서 일을 놓지 못했던 나의 엄마. 특별히 공부 잘하는 형제도 없었고, 한가지 재능이 특출나 자식 키운 보람이 있었던 것도, 자식의 잘남으로 어깨에 힘 한 번 내지 못했을 우리 엄마. 두 소녀를 키우면서 좋은 소리에 입가에 미소가 지어질 때 나는 우리 엄마에게 어떤 딸이었을까, 하고 잠시 주춤하게 된다. 그런 미안함에 우리 엄마는 항상 "저절로 잘 자라준 너네 때문에 엄마가 덜 힘들었지."하신다. 때맞춰서 취직했고, 결혼했고, 자식도 낳았으니, 그게 제일 큰 복이라고 하시는, 왜 내 맘은 서글퍼질까. 좀 더 잘난 자식이었더라면 참 좋았을텐데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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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특별한 계획은, 이른 봄을 불러오고 따스한 바람으로 땅을 녹여준다. 숲과 계곡은 하늘의 계획이 땅에게 닿아 어떻게 이루어질까 축복의 노래를 부른다. 하늘의 은총, 사람을 사랑하시는 이의 선물, 홀어머니와 황폐한 땅이 축복의 노래와 함께 세상에서 가장 따듯한 기운을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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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어머니의 밭에 심은 참깨는, 밭의 의지와 하늘의 은총, 주변 밭들의 도움 그리고 홀어머니의 긍정적인 마음이 모여서 가장 싱싱하고 알찬 참깨를 맺는다. 그 참깨는 홀어머니의 손에서 더 구수하고 진한 참깨가 되어 참기름으로 또다른 여행을 시작한다.

참깨의 고소함만큼이나, 참깨들의 축복이 담긴 노래만큼이나 다른 이들의 가슴에 따스함을 심어주고, 따스함은 사랑으로 이어지며, 축복의 노래가 세상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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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참깨들』 이란 제목에서 고소한 향내가 나더니, 아름다운 계곡에서 전해내려오는 전설의 이야기도 고소하고 따듯하고 향기가 진동을 한다. 세상에 뿌려진 향기는 모두가 포기했지만 용기를 낸 밭의 당당함과 하늘의 은총, 홀어머니가 지켜낸 자신의 자리 그리고 그 향기를 맡아 사랑을 나누는 방앗간 주인과 할머니에게로 전해져 더 많은 이들의 가슴에 전해져내린다.

특별한 일, 그것은 바로 자신의 자리를 지켜낼 줄 아는 용기이며 사랑이다. 그리고 그 사랑은 항상 세상에 울려퍼지고 있다. 참깨들의 축복 노래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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