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들 창비청소년문학 86
누카가 미오 지음, 서은혜 옮김 / 창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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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 속을 들여다보면, 언젠가부터 '혼자'인 삶이 자연스러움을 넘어 열풍처럼 번져가고 있다. 변화의 모습이 '좋다, 나쁘다'가 아닌 약간의 걱정스러움이 앞서기도 한다. 혼자이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걸어가고 멈추고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서로의 흐름을 받아들이지 못함에 있어 신경써야 하고, 누군가는 타인을 위해 멈춤으로 인해 상처 입을 수도 있다는 것, 하지만 그 누구도 그 상처를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고립이 또다른 상처로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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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 누카가 미오의 『외톨이들』은 친구와 친구, 학생과 교사,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 속에서 일어난 일로 인해 누군가는 상처를 입고, 그 상처를 통해 또 누군가는 성장한다. 그 곁을 맴도는 이의 마음엔 황폐함이 밀려들어와 또다른 상처를 주는 이의 입장이 되어 괴로워한다. 우린 처음부터 '혼자'이기를 선택하지 않았다. 상황이 그래서, 말할 시기를 놓쳐서, 너무나 겁나서, 피하고 싶어서 등 다양한 이유들로 우린 혼자가 된다. 선택이라고 하기엔 그 무게가 너무나 무겁기에 우린 '외톨이'라고 부르며 혼자인 삶을 받아들이고, 타인의 삶을 훔쳐보며 위로 아닌 위로를 받으며 새로운 생채기를 내고 만다.

 

처음 다쿠미에게 말을 걸었던 것 역시 그따위 지질한 이유 때문이었다. 엄마의 눈에 드는 친구를 만들면 자기는 외톨이가 아니게 되고 엄마도 귀찮게 굴지 않을 테니까. 아무도 후유키에게 관여하지 않게 되어 버린 이런 상황에서도 다쿠미가 변함없이 친구로 남아주리라는 걸 알았을 때부터, 함께 있으면 견딜 수 없이 가슴이 아팠다. 다쿠미에게 너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그런 자신이 싫어졌다.    20쪽

후유키는 일명, 치맛바람이 아주 거센 엄마를 두었다. 엄마의 압력은 담임 선생님 뿐만 아니라, 학교 행사에까지 영향력을 미친다. 친구들은 어느 순간 후유키 엄마의 영향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후유키에게서 약간의 거리를 두게 된다. 그러나 그런 자연스러운 현상이 후유키의 이사와 후유키가 남기고 간 금붕어로 인해 또 다른 한 사람을 혼자로 만들어버린다.

"믿어져요? 저, 옛날엔 꽤 명랑하고 친구도 있었거든요." {중략}

"줄곧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분명 그 일이 쇼크였다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시시한 일, 오히려 겪기를 잘했던 일이라고. 금 붕어 사건 덕분에 나는 옳은 길을 선택할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했죠." {중략}

"그런데 이게 뭔가 하고. 오늘 화장실에서 웩 웩, 토하면서 생각했어요. 사실은 전혀 태연한 게 아니었고 극복한 것도 아니었잖아. 내내 후유키의 금붕어에 사로잡혀 있었던 건가 하고요."

사로잡혀 있었던 아니든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지만. 어차피 자신은 외톨이니까 그게 뭐 어떻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자신이 서 있는 장소가 단단한 지면에서 뻘밭이 되어 버리는 정도로 달라질 것만 같았다.  140~141쪽

히토코는, 엄마의 성화로 키우지 못해 교실에서 키우게 된 후유키의 금붕어를, 이사를 가면서 교실에 그대로 두고 간 금붕어를 날마다 물을 갈아주고 먹이를 주면서 기르게 된다. 그런데 주말을 지내고 돌아온 날 아침, 산소공급 장치는 꺼져 있고 금붕어는 모두 죽어 있다. 히토코 나름의 방식대로 금붕어를 정리했지만 후유키와 헤어진 아들을 동일시 하는 선생님은 히토코에게 '금붕어를 죽였다'로 몰고 간다. 또한 친하다고 생각한 가호와 지요 또한 히토코를 금붕어를 죽였다고 선생님에게 힘을 실어준다. 히토코는 선생님의 강압적인 인정에 못 이겨 반성문을 쓰고, 친구들로부터 철저히 혼자가 되기로 마음 먹는다. 그렇게 히토코는 '외톨이'가 된다. 주위로부터의 선택.

"난 말이야, 교사 경험 같은 건 전혀 없지만 말이다. 너 같은 아이에게 '자아, 모두와 사이좋게 지내라, 날마다 생글생글 웃고 있어라.'하는 것이 결코 좋다고는 생각 안해. 너 같은 빠딱이가 있어도 되는 거니까.."  144쪽

 

히토코는, '외톨이'여만 했던 자신을 그대로 수용한다. 그리고 '외톨이'인 지금의 자신을 미워하거나 그 때 그 시간을 돌이키며 상처주지 않으려고 한다. 그렇다고 히토코의 상처가 모두 아문 것은 아니다. 마음의 문을 닫았듯 상처로 향하는 자신의 눈까지 멀게 만든 것이다. 그런 히토코를 히토코 자신만큼이나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준 피아노 선생님 '규젠 할머니'. 규젠 할머니는 히토코에게 그 어느 것도 강요하지 않는다.  히토코가 마음의 문을 열도록 조용하게 그리고 천천히 두드려주기만 한다. 문을 여는 것은 히토코의 선택이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계신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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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톨이들』의 히토코, 후유키 그리고 히토코에게 내내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외톨이로 변해가는 모습이 싫은 호리코시와 호리코시에 대한 감정과 히토코에 대한 미움으로 친구를 외톨이로 만들어버린 가호까지. 모두 아픈 십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얽힌 실타래가 조금씩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는 순간 마음 속 응어리도 조금씩 풀어지고 있다.

관계 속에서의 힘겨움은 우리 모두를 '외톨이'로 만든다. 힘겹기에 혼자만의 공간을 찾게 되고, 그것이 익숙해지면 우린 사회 속의 외톨이가 되게 마련이다. 히토코는 엄마로부터의 분리를 선언한 후유키에게 말한다. "가족을 잃어버렸을진 모르지만, 후유키는 후유키 자신을 잃어버린 않았잖아."라고.

바로 그거다. 우리가 혼자이건, 외톨이건, 함께건, 모두이건, 자신을 잃지 않는다는 것. 이것이 가장 중요한 나 자신을 지키는 것이고, 사회 속에 나를 위한 자리 하나쯤 마련해 놓는 힘이 되는 것이다.

자신을 지킬 줄 아는 외톨이로, 관계가 힘들어 '혼자'를 선택한 모든 이에게 성장의 기회는 반드시 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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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준열 외 8인 창비청소년문학 85
이은용 지음 / 창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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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준열.

맹준열은 형 누나 그리고 넷째, 쌍둥이 동생과 막내를 둔 셋째로 가족의 일원이지만, '준열이네'로 통하는 것조차도 불편하고 싫은, 정말 혼자이길 간절히 원하는 평범하고도 지극히 정상적인 고등학생이다. 요즘 보기 힘든 대가족의 모습을 한 준열이네는 개성 강하고 나이차 많은 형제들이 옹기종기 모여살고 있다.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던 아빠의 갑작스런 실직과 수입의 일부를 짊어지고 있던 엄마의 마트 폐점, 그리고 넷째가 신청한 새차 시승 이벤트 당첨 소식이 전해지면서 준열이네는 처음으로 온 가족이 다함께 휴가를 떠날 계획을 세운다. 휴가를 떠나기 위한 분주한 이른 아침, 형을 찾는 러시아 여인 율리야의 방문. 준열이의 친구 동이의 입에서 '맹준열 외 8인'이라는 이름이 '준열이네'보다 더 강하게 뇌리에 남는다.

'가지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옛말이 준열이네 가족을 두고 한 말일까.

처음 떠나는 여름 휴가.

휴게소에 두고 온 쌍둥이 동생하나 그리고 그 동생이 안고 있는 강아지 한마리, 뒤늦게 합류한 준열이의 친구이자 가족의 일원이라 해도 누구 하나 태클걸지 않는 존재 동이까지 '맹준열 외 9인 1견'과 함께 2박 3일의 휴가가 시작된다. 처음으로 떠난 휴가, 별탈없이 잘 마치고 돌아올 수 있을까.

 

시작과 끝이 너무 가까워 다른 선택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곳을 벗어나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나는 번번이 고민에 빠졌다. 마음 한쪽에서는 여전히 혼자 떠나라는 신호가 왔다. 그런데 어디로 가야 할지, 가서 뭘 해야 할지는 정하지 못했다. 내가 시작한 이야기가 어느 방향으로 갈지 모르는 것처럼.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가 혹시 그래서일까. 내가 정말 원하는게 무엇인지 조금 애매해졌다. 무엇보다 둥이와 함께 나른한 오후를 보내는 것이 생각보다 좋았다.  127쪽

 

준열이는 벗어나고 싶다. 조용히 떨어져 혼자 있고 싶다. 휴가도 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있는 듯 없는 듯한 준열이는 또 그렇게 휩쓸려 휴가를 떠났고, 좌충우돌 쉽지 않은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순간들을 꾸준히 체크한다. 준열이는 형처럼 과묵하지도 누나처럼 주장이 강하지도 넷째처럼 자기 생각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지도 않는다. 쌍동이 동생과 막내처럼 철부지도 아니며 동이처럼 변죽이 좋지도 못하다. 나름의 기준으로 배려하고 나름의 기준으로 참으며 사는 것이 준열이의 삶의 방식이다. 다만 그 공간에서 벗어날 그 날이 오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형의 여자친구 율리야에게 '형수'라고 부를 만큼 마음이 열리고, 과감하게 떠난 탈출에서 동이와 건물공사 현장 앨리베이터에 갇히는 사고를 겪으며 자신이 막연하게 떠나고 싶었던 그 마음의 실체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북적거리는 가족들에게서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한 마음의 실체는 무엇인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명확하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이십 년 넘게 구두를 만든 게 다 쓸모없는 경력이네."

아빠는 허탈하게 말하며 거친 손으로 이력서에 사진을 붙였다. '쓸모 있는' 경력은 뭔지 궁금했다. 이십 젼 이상을 근무했던 성실함이 쓸모없는 경력이라니.

 한자리에서 같은 일을 오랫동안 하는 건 결국 다 소용없는 일일까.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132쪽

 

『맹준열 외 8인』은 주변에서조차 찾아보기 힘든 가족 구성원을 이루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 속에서 중심에 선 맹준열이 바라보는 가족과 친구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서술하면서 담담한 문체를 사용하고 있지만, 독자는 숨가쁘고, 가족들의 분주함과 침체 그리고 무거운 공기가 글과 함께 그대로 드러나 준열이의 탈출과 자유 그리고 진지함에 절로 공감이 간다.


또한 『맹준열 외 8인』은 가족의 일상뿐 아니라, 가장의 무게와 실직의 현주소 그리고 다문화가정과 방임 가정의 모습까지 자연스럽게 풀어놓으면서 그 중심에 선 준열이가 느끼는 고독과 불편함, 답답함과 무능력함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제는 '맹준열 외 9인'또는 '10인'이 될 수도 있고 누나 말처럼 '7인'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다가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나는 '오로지 맹준열'일 것이다. 지금 혼자 있는 것처럼. 혼자인 순간에 나는 '좀 괜찮은 맹준열'이 되고 싶었다. 괜찮은 게 어떤 것인지 아직은 선명하게 그릴 수 없다 해도 적어도 내가 갈 곳은 확실히 알고 있는 사람이길 바랐다. 그곳이 사막이든 지구 끝이든. 주변에 아는 사람도 없건만 괜히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216~217쪽

 

맹준열은 끝없이 탈출하길 원하고 혼자있는 세상을 꿈꾼다. 가족으로부터의 떨어짐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준열이네'로 통하고 '맹준열 외 8인'로 불리는 가족의 셋째 아들이 아닌 말 그대로 '맹준열'이고 싶다. 모든 이가 꿈꾸는 '나인 나'를 꿈꾸며, 그런 삶을 살아가는 주체적인 인간의 모습인 '맹준열'이고 싶은 것이 바로 준열이가 꿈꾸는 자유이고 탈출이며 세상에서의 '나'인 것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간절히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되고 싶은 '나'는 어떤 모습인지를 찾으려 애쓰는 현실 속 많은 '맹준열'을 향해 아낌없는 응원을 보낸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이루고 싶다면 '온전한 나'를 먼저 만날 것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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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하늘이 만나다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34
테리 펜.에릭 펜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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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겨울에 만난 그림책 한 권이 오래도록 내 맘에 남아 아이들의 친구들이 놀러오면 "얘들아, 이 그림책 본 적 있어? 없지!"하면서 그림부터 이야기까지 풀어내주는, 극성 이모로 나를 변하게 만들어 준 그림책이 테리 펜과 에릭 펜 형제가 쓰고 그린 <한밤의 정원사>이다.

2018년 무더운 기운을 뚫고 우리나라에 상륙한 펜 형제의 그림책 『바다와 하늘이 만나다』가 출판되면서 나의 마음을 다시 한번 잔잔하게 흔들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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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가로지르는 고래 한마리와 고래를 기준으로 아래는 배가 지나가고 위로는 다양한 모양의 열기구들이 떠다니는 모습을 보여주는 표지부터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바다와 하늘이 만나다』
몽환적이면서도 바다와 하늘의 느낌을 살린 푸른 빛과 구름이 만들어내는 흰색의 부드러움 그리고 배와 열기구, 동물들을 표현한 차분함을 주는 색이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과 마주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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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열고 만난 구름의 모습이 너무나 평화롭다. 하늘같기도 바다같기도 한 공간 속에서 구름을 탄 동물과 바다를 자유롭게 누비는 고래의 모습까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모습이 평온함과 따듯함을 전한다. 그리고 책장을 덮는 마지막 순간에는 마치 엘사가 나올 것만 같기도 하고 미녀와 야수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만 같은 궁의 모습과 <한밤의 정원사>에서 만난 부엉이까지 책장을 열면서 덮는 순간까지도 우리의 눈과 마음을 놓아주지 않는 매력을 가진  『바다와 하늘이 만나다』 그림책을 보는 나라서 참 행복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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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호에게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곳이 있단다."라고 말해 주었다. 호는 할아버지와 배를 타고 여행하는 그 날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드디어 여행은 시작되고, 호는 바다를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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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는 황금물고기가 데려다주는 대로 몸을 맡긴다.
황금물고기를 따라간 곳은 책을 좋아하는 새들이 사는 도서관 섬에도 가고
거대한 소라 껍데기 섬, 해파리들이 춤추는 바다도 지난다.

마치 할아버지를 닮은 듯한 황금물고기는, 할아버지가 말한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그 곳은 높기도 낮기도 바다처럼 깊기도 하다고 말해주며 첫번째로 도서관 섬으로 호를 데려다 준다. 책을 좋아하는 새들이 모인 도서관에 '괴물이 사는 나라'의 괴물을 닮은 듯한 털복숭이 친구도 보이고, <한밤의 정원사>의 부엉이가 안경을 쓰고 도서관을 지키듯 늠름한 자태를 뽐내고 있기도 하고, 펜 형제가 좋아할 거라는 생각이 드는 명작들이 쌓여있다. 제목들을 따라가다 발견하는 <한밤의 정원사> 피식 웃음이 나고, 자신의 책 속에 자신이 쓴 책을 살짝 끼어넣는 재치에 엄지 척을 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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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는 할아버지가 말하고, 황금물고기가 안내하는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배를 타고 하늘이란 공간을 날아가는 순간 순간마다 그려지는 다양한 물고기배와 구름과 하늘빛이 어우러진 모습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난 듯한 설렘과 호가 만난 그곳의 황홀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잇따.

새의 깃털이 배의 돛이 되고, 물고기가 배가 되기도 열기구의 풍선이 되어주기도 한다. 문어가 배를 삼키려고 구름을 뚫고 올라오는 모습과 유유히 공간 속을 헤엄치는 고래의 모습에서 우리가 알던 곳과는 다른 공간 속을 여행하는 듯한 착각이 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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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는 황금물고기를 따라 달빛속으로 따라간다. 그곳에서 호를 향해 미소짓는 할아버지를 만나고, 할아버지는 호를 향해 많은 물고기들을 불어내어준다. 마치 호가 가는 길을 호위하는 무사들처럼 호의 배 주위를 감싸는 물고기들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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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아흔번째 생일, 호는 할아버지가 그립다. 할아버지가 만들어준 배, 할아버지와 함께 가기로 한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곳" 그 모든 것이 그러운 호에게 할아버지가 잠시 다녀간다. 호와 떠나지 못한 마지막 여행을  할아버지 또한 아쉬워하고 있는 듯 아련한 느낌을 그림이 대신 전달한다.

또한 할아버지의 떠남을 호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여정을 '꿈'이라는 매개를 활용하여 그리움의 깊이를 평화롭고도 잔잔하게 표현한 『바다와 하늘이 만나다』  할아버지와 호의 "그리움이 만나지는 그 곳"처럼 깊고도 넓고 따듯하고도 아련한 곳 어디쯤에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곳이 있지 않을까. 

할아버지의 모습을 똑닮은 호와 호를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미소에서 따듯함이 전해진다. 마치 펜 형제가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그림 하나 하나에 마음을 더하고, 정성스럽게 색을 입히고, 따스함을 담아 조심스레 내려놓은 따듯한 밥 한공기처럼 읽는 내내 설렘과 감사함, 평온함으로 나의 마음을 녹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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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넷 쿠키는 셋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31
모 윌렘스 기획, 댄 샌탯 글.그림,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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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어느 날, 카페에서 지인을 기다리던 중 라디오에서 소개되어 따로 메모해 두었던 책  『우리는 넷 쿠키는 셋』

누구나 먹고 싶은 쿠키, 하나 모자란 쿠키를 모두가 맛있게 먹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주 사소해 보이는 문제로 보이지만, 간절히 원하는 이에게는 가장 절실한 문제를 두고 고민에 빠진 넷 친구의 이야기  『우리는 넷 쿠키는 셋』

 


모 윌렘스의 '코끼리와 꿀꿀이는 책을 좋아해 시리즈'
댄 샌탯이 그리고 쓴  『우리는 넷 쿠키는 셋』

선명한 색채와 가는 선으로 그려진 단순하면서도 특색을 살려 그려진 동물들 그리고 그들의 표정이 담긴 표지를 만나는 순간 그들 앞에 놓인 쿠키 3개의 행방이 궁금해지면서 자동으로 책장을 열게 하는 힘을 발휘한다.

하마, 악어, 다람쥐들은 넷. 그리고 접시에 놓인 쿠키는 셋.
하나씩 돌아가지 않는다면 누구 하나는 포기해야 되는 상황 앞에서 하마는 쿠키를 싫어한대~라고 말해 보지만 하마는 절대 쿠키를 싫어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덩치 큰 순서대로 먹자고 의견을 내지만 다람쥐들의 강력한 반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쿠키를 앞에 두고 먹지 못하는 동물들.
입에서 군침이 돌고 배에서는 배고픔의 알람이 울리기 시작하고,
마음은 초조해진다.
그 때 하마의 손에 들린 쿠키에서 "톡"

 

시간이 지나면서 쿠키를 향한 절실함을 커지고
하마의 초조감은 점점 강해져 쿠키는 "톡" "톡"
하마의 손에 잘라진 쿠키를 보는 친구들의 마음은 점점 불안해져온다.
과연, 쿠키의 맛을 볼 수 있을까?

 


하마는 더이상 참을 수가 없다.
배고픔과 먹고 싶은 강렬함 그리고 기다림이 주는 초조함까지
손에서 점점 작게 잘라지고 있는 쿠키.
하마의 손에 들린 쿠키는 이제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의 하마. 
"으아악! 미안해! 멈출 수가 없어!"
이 한 마디에 그 동안의 마음 고생이 그대로 담겨 있다.
하마의 손에서 잘라진 쿠키는 친구들에게 골고루 나눠줄 수 있었을까.
 


 

하마와 악어 그리고 다람쥐 두마리가 쿠키 세 개를 두고 고민에 빠진 이야기 『우리는 넷 쿠키는 셋』
모두 쿠키를 어떻게 먹으면 모두 먹을 수 있을까로 고민하고 있을 때 쿠키를 앞에 두고 먹지 못하는 하마의 초조함에 쿠키는 "툭"하고 잘라진다.

작아지는 쿠키 조각을 보면서 점점 초조해지는 동물들의 표정과 친구들에게 미안한 하마의 부르짖음이 우리들의 마음까지도 초조하고 긴장하게 한다. 하마의 손에서 쿠키가 "툭"하고 쪼개질 때마다 우리들 마음도 "툭"하고 떨어지는.


 

『우리는 넷 쿠키는 셋』 을 만나기 전, 우리의 친구 코끼리와 꿀꿀이가 문을 열어준다.

'한 권뿐인 책 어떻게 읽지?'
'둘이 같이 읽으면 되지'

간단하게 해결. 그렇다면 우리의 친구들은 쿠키를 어떻게 할까? 하는 궁금증으로 시작한다.

친구들을 만나고 난 후 우리의 코끼리는,

역시 좋은 책을 읽고 나면 느끼는 게 많은가 봐!

함께 먹고 싶은 쿠키를 두고 친구들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절실하고 신중한지 표정에서 읽을 수 있는 재미와 변화되는 친구들의 표정과 함께 나의 마음까지도 조바심과 초조함이 공존한다.

하나 더 먹기 위해, 더 맛있는 부위를 내가 먼저 맛보기 위해,
나의 것을 절대 줄 수 없지만, 다른 이가 양보한다면 기꺼이 먹을 수 있다는, 그 마음을 다함께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음을 『우리는 넷 쿠키는 셋』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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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꿔! - 2018년 제24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박상기 지음, 오영은 그림 / 비룡소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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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소녀가 중학교 입학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음에 파도가 출렁거릴 때였다. 두 소녀의 다툼에서 현명하게 중재했다고 판단한 내 마음과는 달리 첫째 소녀는, 동생만 사랑하는 엄마가 밉다고 말을 한다. 첫째보다 어리기에 손이 더 많이 가고 챙겨준다고 하는 것이 소녀에게는 사랑으로 비춰졌을 테고, 옹호이며 편애라고 생각한 것 같다. 첫째 소녀는, 외롭다고 말했다. 자기 편이 없는 것 같아서 슬프다고도 했다. 소녀의 말을 들으면서 내가 소녀에게 그 동안 너무 관심이 없었나, 내가 그 동안 소녀에게 어떤 모습이었을까 하는 마음이 드는 순간 겁이 났다. 내 앞에서 소녀를 잃어버릴 것만 같은 두려움이 들었다.


 



"입장 바꿔 복수하세요!"라는 앱으로 입장을 바꿔 서로의 입장으로 생활해보는 실천 앱이 마리의 폰에 다운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 

마리는 지금 너무나 외롭다. 아빠는 바쁘고, 엄마는 늘 피곤에 지쳐있고, 오빠는 게임에 빠져 있고, 단짝 여울이와는 화영이의 눈치가 보여 톡으로만 연락을 주고 받아야만 한다. 어느 누구도 마리의 말에 귀 기울여주지 않는다. 마리는 교실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고 털어놓고 싶은데, 엄마는 급하지 않으면 다음에, 초등학교에 무슨 별일이 있겠어, 로 가볍게 넘겨 버린다.

나의 첫째 소녀도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넘긴 말로, 현명한 판단이라는 이유를 들어 '언니니까 그냥 한 번 봐 줘, 별일 아닌데'로 입장을 해명할 기회를 주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속으로 얼마나 속상해하고 상처를 받았을까.





마리는 엄마와 입장을 바꿔 빵집으로 출근을 하고, 엄마는 마리의 교실로 등교를 한다. 힘들게 빵을 포장하고 계산하는 법을 배우며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조금 알게 된 마리 앞에서 학교 다녀온 엄마는 울어버린다. 그 동안 마리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뒤늦게 알게 된 미안함과 속상함, 하루동안의 힘겨움이 눈물이 되어 쏟아져 내린다.





마리는 엄마로 지내면서 알바생으로, 며느리로, 엄마로, 아내로 살아가는 삶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화 한 번 내지 않고 모든 걸 그대로 받아들이는 엄마의 순한 성격 때문에 더욱 힘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리는 엄마의 모습을 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빵집 사장에게도 할머니에게도 화영이에게도 당당하게 말을 하며 그 동안 엄마가 받았을  상처를 대신한다.




엄마의 고단한 삶과 마리의 외로운 삶이 바뀌면서 서로의 상황과 마음을 가까이 당겨주는 힘을 갖게 한다.

바쁜 아빠와의 서먹한 관계와 삶에 지친 엄마의 방임 그리고 따돌림 문제가 마리네 가족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면서 우리의 가정은 어떤지 돌아볼 기회를 준다.

가족의 패턴이 다양해지면서 서로의 입장을 존중해준다는 말 속에는 어찌 보면 서로의 입장이 되어 볼 기회도, 입장이라면? 이란 생각조차 하지 않은 무관심이 포함된 건지도 모르겠다. 가족이라는 울타리와 친구라는 울타리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우리는 상대방의 모든 것을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필요로 하는 손을 잡아주고, 하는 말에 귀 기울여주는 노력은 하고 살아야 하는 게 아닐까 한다.  





나는 첫째 소녀에게 정식으로 사과했다. 나의 입장에서는 중재를 하기 위한 거였는데, 소녀의 입장에선 엄마의 일방적인 중재였고, 충분히 입장을 고려하지 않음을 시인했다. 또한 두 소녀를 키우면서 어느 누구도 더 많이 사랑하고 덜 사랑하지 않았다고 하며, 외롭다고 생각하는 소녀의 말에 엄마 맘이 넘 아프다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몰랐다고 말해 주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안아주면서 마음에 응어리를 안고 있던 상처에 밴드를 붙여주였다. 상처의 흔적이 남겠지만, 그 상처로 인해 우리의 사랑이 더 깊어지리라 믿는다. 서로의 입장을 안다면, 알아주려고 노력한다면 사랑은 지금보다 더 따듯하고 깊어지리라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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