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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톨이들 ㅣ 창비청소년문학 86
누카가 미오 지음, 서은혜 옮김 / 창비 / 2018년 8월
평점 :
현대 사회 속을 들여다보면, 언젠가부터 '혼자'인 삶이 자연스러움을 넘어 열풍처럼 번져가고 있다. 변화의 모습이
'좋다, 나쁘다'가 아닌 약간의 걱정스러움이 앞서기도 한다. 혼자이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걸어가고 멈추고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서로의 흐름을 받아들이지 못함에 있어 신경써야 하고, 누군가는 타인을 위해 멈춤으로 인해 상처 입을 수도 있다는 것, 하지만 그 누구도 그
상처를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고립이 또다른 상처로 남을 수 있다.
일본 작가 누카가 미오의 『외톨이들』은 친구와 친구, 학생과 교사,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 속에서 일어난 일로 인해 누군가는 상처를 입고,
그 상처를 통해 또 누군가는 성장한다. 그 곁을 맴도는 이의 마음엔 황폐함이 밀려들어와 또다른 상처를 주는 이의 입장이 되어 괴로워한다. 우린
처음부터 '혼자'이기를 선택하지 않았다. 상황이 그래서, 말할 시기를 놓쳐서, 너무나 겁나서, 피하고 싶어서 등 다양한 이유들로 우린 혼자가
된다. 선택이라고 하기엔 그 무게가 너무나 무겁기에 우린 '외톨이'라고 부르며 혼자인 삶을 받아들이고, 타인의 삶을 훔쳐보며 위로 아닌 위로를
받으며 새로운 생채기를 내고 만다.
처음 다쿠미에게 말을 걸었던 것 역시 그따위 지질한 이유 때문이었다. 엄마의 눈에 드는 친구를 만들면 자기는 외톨이가 아니게 되고 엄마도
귀찮게 굴지 않을 테니까. 아무도 후유키에게 관여하지 않게 되어 버린 이런 상황에서도 다쿠미가 변함없이 친구로 남아주리라는 걸 알았을 때부터,
함께 있으면 견딜 수 없이 가슴이 아팠다. 다쿠미에게 너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그런 자신이 싫어졌다.
20쪽
후유키는 일명, 치맛바람이 아주 거센 엄마를 두었다. 엄마의 압력은 담임 선생님 뿐만 아니라, 학교 행사에까지 영향력을 미친다. 친구들은
어느 순간 후유키 엄마의 영향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후유키에게서 약간의 거리를 두게 된다. 그러나 그런 자연스러운 현상이 후유키의 이사와
후유키가 남기고 간 금붕어로 인해 또 다른 한 사람을 혼자로 만들어버린다.
"믿어져요? 저, 옛날엔 꽤 명랑하고 친구도 있었거든요." {중략}
"줄곧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분명 그 일이 쇼크였다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시시한 일, 오히려 겪기를 잘했던 일이라고. 금 붕어 사건
덕분에 나는 옳은 길을 선택할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했죠." {중략}
"그런데 이게 뭔가 하고. 오늘 화장실에서 웩 웩, 토하면서 생각했어요. 사실은 전혀 태연한 게 아니었고 극복한 것도 아니었잖아. 내내
후유키의 금붕어에 사로잡혀 있었던 건가 하고요."
사로잡혀 있었던 아니든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지만. 어차피 자신은 외톨이니까 그게 뭐 어떻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자신이 서 있는 장소가
단단한 지면에서 뻘밭이 되어 버리는 정도로 달라질 것만 같았다. 140~141쪽
히토코는, 엄마의 성화로 키우지 못해 교실에서 키우게 된 후유키의 금붕어를, 이사를 가면서 교실에 그대로 두고 간 금붕어를 날마다 물을
갈아주고 먹이를 주면서 기르게 된다. 그런데 주말을 지내고 돌아온 날 아침, 산소공급 장치는 꺼져 있고 금붕어는 모두 죽어 있다. 히토코 나름의
방식대로 금붕어를 정리했지만 후유키와 헤어진 아들을 동일시 하는 선생님은 히토코에게 '금붕어를 죽였다'로 몰고 간다. 또한 친하다고 생각한
가호와 지요 또한 히토코를 금붕어를 죽였다고 선생님에게 힘을 실어준다. 히토코는 선생님의 강압적인 인정에 못 이겨 반성문을 쓰고, 친구들로부터
철저히 혼자가 되기로 마음 먹는다. 그렇게 히토코는 '외톨이'가 된다. 주위로부터의 선택.
"난 말이야, 교사 경험 같은 건 전혀 없지만 말이다. 너 같은 아이에게 '자아, 모두와 사이좋게 지내라, 날마다 생글생글 웃고
있어라.'하는 것이 결코 좋다고는 생각 안해. 너 같은 빠딱이가 있어도 되는 거니까.." 144쪽
히토코는, '외톨이'여만 했던 자신을 그대로 수용한다. 그리고 '외톨이'인 지금의 자신을 미워하거나 그 때 그 시간을 돌이키며 상처주지
않으려고 한다. 그렇다고 히토코의 상처가 모두 아문 것은 아니다. 마음의 문을 닫았듯 상처로 향하는 자신의 눈까지 멀게 만든 것이다. 그런
히토코를 히토코 자신만큼이나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준 피아노 선생님 '규젠 할머니'. 규젠 할머니는 히토코에게 그 어느 것도 강요하지 않는다.
히토코가 마음의 문을 열도록 조용하게 그리고 천천히 두드려주기만 한다. 문을 여는 것은 히토코의 선택이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계신 분이다.
『외톨이들』의 히토코, 후유키 그리고 히토코에게 내내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외톨이로 변해가는 모습이 싫은 호리코시와 호리코시에 대한 감정과
히토코에 대한 미움으로 친구를 외톨이로 만들어버린 가호까지. 모두 아픈 십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얽힌 실타래가 조금씩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는 순간 마음 속 응어리도 조금씩 풀어지고 있다.
관계 속에서의 힘겨움은 우리 모두를 '외톨이'로 만든다. 힘겹기에 혼자만의 공간을 찾게 되고, 그것이 익숙해지면 우린 사회 속의 외톨이가
되게 마련이다. 히토코는 엄마로부터의 분리를 선언한 후유키에게 말한다. "가족을 잃어버렸을진 모르지만, 후유키는 후유키 자신을 잃어버린
않았잖아."라고.
바로 그거다. 우리가 혼자이건, 외톨이건, 함께건, 모두이건, 자신을 잃지 않는다는 것. 이것이 가장 중요한 나 자신을 지키는 것이고,
사회 속에 나를 위한 자리 하나쯤 마련해 놓는 힘이 되는 것이다.
자신을 지킬 줄 아는 외톨이로, 관계가 힘들어 '혼자'를 선택한 모든 이에게 성장의 기회는 반드시 있음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