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준열 외 8인 창비청소년문학 85
이은용 지음 / 창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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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준열.

맹준열은 형 누나 그리고 넷째, 쌍둥이 동생과 막내를 둔 셋째로 가족의 일원이지만, '준열이네'로 통하는 것조차도 불편하고 싫은, 정말 혼자이길 간절히 원하는 평범하고도 지극히 정상적인 고등학생이다. 요즘 보기 힘든 대가족의 모습을 한 준열이네는 개성 강하고 나이차 많은 형제들이 옹기종기 모여살고 있다.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던 아빠의 갑작스런 실직과 수입의 일부를 짊어지고 있던 엄마의 마트 폐점, 그리고 넷째가 신청한 새차 시승 이벤트 당첨 소식이 전해지면서 준열이네는 처음으로 온 가족이 다함께 휴가를 떠날 계획을 세운다. 휴가를 떠나기 위한 분주한 이른 아침, 형을 찾는 러시아 여인 율리야의 방문. 준열이의 친구 동이의 입에서 '맹준열 외 8인'이라는 이름이 '준열이네'보다 더 강하게 뇌리에 남는다.

'가지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옛말이 준열이네 가족을 두고 한 말일까.

처음 떠나는 여름 휴가.

휴게소에 두고 온 쌍둥이 동생하나 그리고 그 동생이 안고 있는 강아지 한마리, 뒤늦게 합류한 준열이의 친구이자 가족의 일원이라 해도 누구 하나 태클걸지 않는 존재 동이까지 '맹준열 외 9인 1견'과 함께 2박 3일의 휴가가 시작된다. 처음으로 떠난 휴가, 별탈없이 잘 마치고 돌아올 수 있을까.

 

시작과 끝이 너무 가까워 다른 선택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곳을 벗어나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나는 번번이 고민에 빠졌다. 마음 한쪽에서는 여전히 혼자 떠나라는 신호가 왔다. 그런데 어디로 가야 할지, 가서 뭘 해야 할지는 정하지 못했다. 내가 시작한 이야기가 어느 방향으로 갈지 모르는 것처럼.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가 혹시 그래서일까. 내가 정말 원하는게 무엇인지 조금 애매해졌다. 무엇보다 둥이와 함께 나른한 오후를 보내는 것이 생각보다 좋았다.  127쪽

 

준열이는 벗어나고 싶다. 조용히 떨어져 혼자 있고 싶다. 휴가도 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있는 듯 없는 듯한 준열이는 또 그렇게 휩쓸려 휴가를 떠났고, 좌충우돌 쉽지 않은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순간들을 꾸준히 체크한다. 준열이는 형처럼 과묵하지도 누나처럼 주장이 강하지도 넷째처럼 자기 생각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지도 않는다. 쌍동이 동생과 막내처럼 철부지도 아니며 동이처럼 변죽이 좋지도 못하다. 나름의 기준으로 배려하고 나름의 기준으로 참으며 사는 것이 준열이의 삶의 방식이다. 다만 그 공간에서 벗어날 그 날이 오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형의 여자친구 율리야에게 '형수'라고 부를 만큼 마음이 열리고, 과감하게 떠난 탈출에서 동이와 건물공사 현장 앨리베이터에 갇히는 사고를 겪으며 자신이 막연하게 떠나고 싶었던 그 마음의 실체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북적거리는 가족들에게서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한 마음의 실체는 무엇인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명확하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이십 년 넘게 구두를 만든 게 다 쓸모없는 경력이네."

아빠는 허탈하게 말하며 거친 손으로 이력서에 사진을 붙였다. '쓸모 있는' 경력은 뭔지 궁금했다. 이십 젼 이상을 근무했던 성실함이 쓸모없는 경력이라니.

 한자리에서 같은 일을 오랫동안 하는 건 결국 다 소용없는 일일까.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132쪽

 

『맹준열 외 8인』은 주변에서조차 찾아보기 힘든 가족 구성원을 이루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 속에서 중심에 선 맹준열이 바라보는 가족과 친구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서술하면서 담담한 문체를 사용하고 있지만, 독자는 숨가쁘고, 가족들의 분주함과 침체 그리고 무거운 공기가 글과 함께 그대로 드러나 준열이의 탈출과 자유 그리고 진지함에 절로 공감이 간다.


또한 『맹준열 외 8인』은 가족의 일상뿐 아니라, 가장의 무게와 실직의 현주소 그리고 다문화가정과 방임 가정의 모습까지 자연스럽게 풀어놓으면서 그 중심에 선 준열이가 느끼는 고독과 불편함, 답답함과 무능력함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제는 '맹준열 외 9인'또는 '10인'이 될 수도 있고 누나 말처럼 '7인'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다가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나는 '오로지 맹준열'일 것이다. 지금 혼자 있는 것처럼. 혼자인 순간에 나는 '좀 괜찮은 맹준열'이 되고 싶었다. 괜찮은 게 어떤 것인지 아직은 선명하게 그릴 수 없다 해도 적어도 내가 갈 곳은 확실히 알고 있는 사람이길 바랐다. 그곳이 사막이든 지구 끝이든. 주변에 아는 사람도 없건만 괜히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216~217쪽

 

맹준열은 끝없이 탈출하길 원하고 혼자있는 세상을 꿈꾼다. 가족으로부터의 떨어짐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준열이네'로 통하고 '맹준열 외 8인'로 불리는 가족의 셋째 아들이 아닌 말 그대로 '맹준열'이고 싶다. 모든 이가 꿈꾸는 '나인 나'를 꿈꾸며, 그런 삶을 살아가는 주체적인 인간의 모습인 '맹준열'이고 싶은 것이 바로 준열이가 꿈꾸는 자유이고 탈출이며 세상에서의 '나'인 것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간절히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되고 싶은 '나'는 어떤 모습인지를 찾으려 애쓰는 현실 속 많은 '맹준열'을 향해 아낌없는 응원을 보낸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이루고 싶다면 '온전한 나'를 먼저 만날 것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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