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하늘이 만나다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34
테리 펜.에릭 펜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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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겨울에 만난 그림책 한 권이 오래도록 내 맘에 남아 아이들의 친구들이 놀러오면 "얘들아, 이 그림책 본 적 있어? 없지!"하면서 그림부터 이야기까지 풀어내주는, 극성 이모로 나를 변하게 만들어 준 그림책이 테리 펜과 에릭 펜 형제가 쓰고 그린 <한밤의 정원사>이다.

2018년 무더운 기운을 뚫고 우리나라에 상륙한 펜 형제의 그림책 『바다와 하늘이 만나다』가 출판되면서 나의 마음을 다시 한번 잔잔하게 흔들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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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가로지르는 고래 한마리와 고래를 기준으로 아래는 배가 지나가고 위로는 다양한 모양의 열기구들이 떠다니는 모습을 보여주는 표지부터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바다와 하늘이 만나다』
몽환적이면서도 바다와 하늘의 느낌을 살린 푸른 빛과 구름이 만들어내는 흰색의 부드러움 그리고 배와 열기구, 동물들을 표현한 차분함을 주는 색이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과 마주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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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열고 만난 구름의 모습이 너무나 평화롭다. 하늘같기도 바다같기도 한 공간 속에서 구름을 탄 동물과 바다를 자유롭게 누비는 고래의 모습까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모습이 평온함과 따듯함을 전한다. 그리고 책장을 덮는 마지막 순간에는 마치 엘사가 나올 것만 같기도 하고 미녀와 야수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만 같은 궁의 모습과 <한밤의 정원사>에서 만난 부엉이까지 책장을 열면서 덮는 순간까지도 우리의 눈과 마음을 놓아주지 않는 매력을 가진  『바다와 하늘이 만나다』 그림책을 보는 나라서 참 행복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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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호에게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곳이 있단다."라고 말해 주었다. 호는 할아버지와 배를 타고 여행하는 그 날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드디어 여행은 시작되고, 호는 바다를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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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는 황금물고기가 데려다주는 대로 몸을 맡긴다.
황금물고기를 따라간 곳은 책을 좋아하는 새들이 사는 도서관 섬에도 가고
거대한 소라 껍데기 섬, 해파리들이 춤추는 바다도 지난다.

마치 할아버지를 닮은 듯한 황금물고기는, 할아버지가 말한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그 곳은 높기도 낮기도 바다처럼 깊기도 하다고 말해주며 첫번째로 도서관 섬으로 호를 데려다 준다. 책을 좋아하는 새들이 모인 도서관에 '괴물이 사는 나라'의 괴물을 닮은 듯한 털복숭이 친구도 보이고, <한밤의 정원사>의 부엉이가 안경을 쓰고 도서관을 지키듯 늠름한 자태를 뽐내고 있기도 하고, 펜 형제가 좋아할 거라는 생각이 드는 명작들이 쌓여있다. 제목들을 따라가다 발견하는 <한밤의 정원사> 피식 웃음이 나고, 자신의 책 속에 자신이 쓴 책을 살짝 끼어넣는 재치에 엄지 척을 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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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는 할아버지가 말하고, 황금물고기가 안내하는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배를 타고 하늘이란 공간을 날아가는 순간 순간마다 그려지는 다양한 물고기배와 구름과 하늘빛이 어우러진 모습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난 듯한 설렘과 호가 만난 그곳의 황홀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잇따.

새의 깃털이 배의 돛이 되고, 물고기가 배가 되기도 열기구의 풍선이 되어주기도 한다. 문어가 배를 삼키려고 구름을 뚫고 올라오는 모습과 유유히 공간 속을 헤엄치는 고래의 모습에서 우리가 알던 곳과는 다른 공간 속을 여행하는 듯한 착각이 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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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는 황금물고기를 따라 달빛속으로 따라간다. 그곳에서 호를 향해 미소짓는 할아버지를 만나고, 할아버지는 호를 향해 많은 물고기들을 불어내어준다. 마치 호가 가는 길을 호위하는 무사들처럼 호의 배 주위를 감싸는 물고기들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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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아흔번째 생일, 호는 할아버지가 그립다. 할아버지가 만들어준 배, 할아버지와 함께 가기로 한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곳" 그 모든 것이 그러운 호에게 할아버지가 잠시 다녀간다. 호와 떠나지 못한 마지막 여행을  할아버지 또한 아쉬워하고 있는 듯 아련한 느낌을 그림이 대신 전달한다.

또한 할아버지의 떠남을 호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여정을 '꿈'이라는 매개를 활용하여 그리움의 깊이를 평화롭고도 잔잔하게 표현한 『바다와 하늘이 만나다』  할아버지와 호의 "그리움이 만나지는 그 곳"처럼 깊고도 넓고 따듯하고도 아련한 곳 어디쯤에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곳이 있지 않을까. 

할아버지의 모습을 똑닮은 호와 호를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미소에서 따듯함이 전해진다. 마치 펜 형제가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그림 하나 하나에 마음을 더하고, 정성스럽게 색을 입히고, 따스함을 담아 조심스레 내려놓은 따듯한 밥 한공기처럼 읽는 내내 설렘과 감사함, 평온함으로 나의 마음을 녹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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