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들리에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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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와 '우아한 거짓말'로 나에게 다가온 이름 김려령.

새로운 단편집이 출판되면서 창비에서 단편을 미리 읽어보는 기회를 얻게 되어 받게 된 "고드름"

출판되기 전이라 어떠한 부호도 표기되지 않았고

누구의 대사인지 설명도지 않은 채 나에게로 온 샘플북.

어색함과 함께 집중됨.

오랜만에 느껴보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고드름.​

어린 시절, 정말 춥다하는 강원도에서 자란 나에게 고드름은 겨울에 할 수 있는 아주 재미있는 장난감 중 하나였다.

지붕 아래로 매달린 고드름을 톡하고 잘라서 쪽쪽 빨아먹어보기도 하고

툭툭 자르며 나름의 스트레스도 풀어보고

형제들과 함께 칼싸움 한다고 휘휘 팔을 휘둘러보기도 하였던 그 고드름.

도시에서 살면서 찾아보기가 너무나 힘든 그것이

소설의 소재로 활용되면서

어릴 적 추억의 한 장면을 떠올리면서 나의 놀이였던 칼싸움이 정말 누군가에게는 살인의 무기로 사용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고등학생들의 천진한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면서도 혹시? 하는 동요가 되기도 하였다.

실시간으로 뉴스가 올라오는 요즘.

살인과 폭력. 폭행. 이 단어가 너무나 익숙해져가고 있음에 무섭고 불안한 사회 속에 살아가고 있다.

아직은. 오래도록 몰랐으면 하는 학생들의 입에서 살인의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수다의 시작이 단순한 수다였을지라도 함께 동참할 수 없으며

단순한 수다라고 하기엔 너무나 무거운 소재임에는 틀림없다. ​ 


'고드름' 안에는 고등학생과 그의 부모. 그리고 선생님. 고등학생을 가해자라고 생각하는 피해자. 그리고 경찰관

이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모두 자신을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자신은 자신이 아닌 누군가로부터 피해를 받았고

그것을 끊임없이 물고 늘어져 누군가에게 책임을 지우려고 한다.

그렇지만 그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 누구의 책임도 아니고 누구에게 자신이 피해받지 않았음을.

다만 누군가가 자신을 보호해줬으면 하는, 기대고 싶은 마음이 자리하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고드름은 안다.

볕이 조금만 들어도 몸에서 기운이 빠지고 조금씩 녹아내린다는 것을.

그러지 않게 위해선 차가운 기운이 내내 감돌아야 하고 자신의 몸을 꽁꽁 얼려야만 자신만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고드름은 꽁꽁 언 자신을 어루만지는 아이들의 손에서 자신의 마지막을 보내면서 행복해 할 지도 모른다.

자신의 가치를 가장 잘 아는 이의 손에서 자신의 생을 다했기에...


김려령 작가님은

차갑고 날카로워 보이는 살인의 무기로 쓰일 수도 있는 매서운 고드름과 같은 현실에서

누군가의 작은 입김과 마음이 고드름의 마지막 눈물을 흘려보내듯

이 세상의 차가운 벽을

우리의 손길로 녹아내렸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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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한국사 여행 떠나요! 1 - 선사시대에서 고대국가의 시작까지, 48주간의 생생한 한국사 대탐험 주말에 떠나는 한국사 여행 시리즈 1
김원미 외 지음, 이동철 그림 / 코알라스토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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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왜 배워야 할까?

나의 어릴 적, 초등학교 시절엔 역사를 지금처럼 배우고 체험하는 기회가 없었다. 그리고 중학교 들어가면 배우는 교과목의 일부로 취급되어질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중학교 들어가면 시험을 대비하여 암기과목으로 전략해 버렸다.

그런데 언제부텨였을까?

지금 내가 사는 대한민국, 우리나라가 어떻게 흘러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너무나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마디로 철이 들은 한참뒤에야 말이다.

언제였을까, 악기를 연주하는 대학생들이 인사동에서 아리랑을 연주하는 모습을 보았다.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우리의 음악 '아리랑'을 연주해 줄 때 그 음악을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렸다. 엄마의 눈물을 보고 있던 우리 두 딸들이 함께 눈물을 흘리면서 "나는 우리나라 사랑해" 한다.

나들이 나온 많은 사람들과 낯설은 음악과 낯선 풍경의 모습에 발길을 돌린 외국인들이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엄지 손가락을 척 올릴 때 또 한 번 울컥하면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대한민국을 너무나 모른다는 사실에 엄지 손가락에 얕은 고개짓으로 답례를 보냈다.

 

큰 아이가 5학년, 작년부터 역사 책을 읽으면서 나라의 처음이 언제였는지, 우리의 조상들이 어떻게 생활해 왔는지 지도와 유물들을 토대로 조금씩 배워가고 있는 중이다. 엄마가 새롭게 배운 사실에 대해 호기심을 느끼며 귀담아 들으며 질문을 던지는 아이를 볼 때 너무나 어설피 알고 있는 엄마이기에 미안하기도 하고, 엄마보다 나라의 역사에 관심을 기울여주고 있음에 참 감사하다는 마음이 함께 들었다.

 

코알라 스토어에서 나온 "아빠, 한국사 여행 떠나요"를 펼치는 순간, 5명의 인물과 시대가 펼쳐졌던 옛날 그 지역을 모험하는 느낌에 사로잡혀 마치 내가 가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였다. 유적지를 돌아보며 탐험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의 조상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무엇을 토대로 살아가게 되었는지, 어떤 것들이 그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고 사용되어 왔는지 유물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림으로 표현하고 글로 설명하는 과정으로 어떻게 그것을 만들고 사용하는지 마치 옛시대를 살아가는 듯 자세하고 쉽게 설명하여 준 점이 참 인상깊었다.

제목에서 주듯이 아빠와 함께 유적지를 돌아보며 하나씩 새로움을 배워가고 현실과 비교하는 과정을 통해 '역사'가 결코 어렵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듯 보여준다. 그리고 만화 형식으로 실제 상황을 재연하듯 표현한 것이 보는 재미를 넘쳐 순간 웃음이 '빵'하고 터져 버린다. 역사책을 보며 웃음을 낼 수 있다는 것, 바로 이 책이 주는 매력이 아닐까 한다.

 

 "주먹도끼를 찾아서 (구석기 시대) _ 씨앗의 비밀을 알다 (신석기 시대) - 고인돌에 담긴 이야기(청동기 시대) - 최초의 나라 고조선 - 크고 작은 여러 나라들, 부족국가 - 하늘의 자손이 세운 나라들 - 해상왕국을 꿈꾸는 백제 - 드넓은 땅을 차지한 고구려"

 

여덟번째 여행을 떠나면서 , 여행을 마칠 때마다 제시되는 '한눈에 정리하기'의 질문들이 단순하게 암기하는 형식의 문제가 아닌 생각키우기의 질문이 던져져 여행을 마치며 느끼는 나의 생각이나 역사의 전개에 대한 또다른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시대별로 떠나는 여행지를 단순히 글자의 나열이 아닌 책이란 도구를 통해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아빠, 한국사 여행 떠나요!"는 온가족이 함께 한 시대씩 여행을 떠나며 책에서 살짝 비춰주는 생활벽화 그리기, 청동기 시대의 부족장 꾸미기 등 활동을 직접 해 보며 눈으로 만나고 손으로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역사 여행의 길을 열어주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즐거운 책읽기로 시작해서 마무리짓는다면, 우리 아이들이 미래는 분명 밝을 것이고, 서로를 가슴으로 안아주는 따뜻한 세상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 길에 우리나라의 뿌리를 찾아 우리의 정체성을 찾는다면 그보다 더 큰 보람은 없으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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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퓨어로이스 황토팩 1+12 기획세트
퓨어로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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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


아이의 출산과 육아로 10여 년의 사회생활을 접고 어설픈 전업주부의 길을 걸은 지 만 2년하고 4개월이 지나고 있네요.
한 때는 집에서 살림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참 여유로워 보여 좋았는데, 막상 직장대신 집에 있어보니, 아이와 함께 하는 24시간 동안 여유는 온데간데없고, 항상 무언가에 매여 정말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기조차 힘들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지쳐가는 마음과 정신은 피부로 고스란히 표현되어, 피부가 좋아서 나이를 어리게만 보았던 때가 있었나 싶을 만큼 푸석푸석하고 생기가 없어 보여 거울을 볼 때마다 많이 우울합니다.
그래서 큰 맘 먹고 마스크 팩을 구입했는데, 아이가 재우고 나면 집안 치우고 나면 아이 옆에서 잠들기 일쑤이고, 아이 앞에서 팩을 하고 누워있으면, 하얀 엄마 얼굴이 무서워 울고  불고, 엄마 곁에 오지도 못하는 아이 때문에 정해진 시간은커녕 1분도 채 하지 못하고 떼어내고 맙니다.
그렇다고 엄마도 여자인데, 피부를 포기할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만난 것이 바로 퓨어로이스 황토팩입니다.

백일 전에 태열이 심해 돌전에 재발하면 성장기 아토피로 갈 수 있다는 진단을 받은 우리 아기. 이제껏 정성들인 관리로 깨끗한 얼굴로 잘 자라고 있는 아기와 함께 사용하면 내 피부도 아기 피부도 좋아질 수 있다는 생각에 목욕 시간이 기다려졌습니다.
아무리 황토라 해도 어른들 피부에 하게 나온 제품이라, 두 돌 된 아기에게 써도 되는지 의심이 가서 찰흙 놀이하듯 그릇에 개어 하루를 놀았습니다. 워낙 모래․찰흙․물감 놀이를 좋아하는 아기인지라 아주 신이 나서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거실 바닥을 황토로 물을 들여놓더니, ‘학교’라고 하는 거 있죠?
모래 놀이하러 학교 운동장으로 가니, 거실 바닥이 운동장처럼 보인 거지요.
다음 날, 피부가 깨끗한 것을 확인하고 본격적인 황토 목욕을 시작했습니다. 욕조에 물을 받고 아이와 신나게 황토 가루를 풀어가며 황토 물을 만들었지요. 아기랑 욕조 들어가 컵으로 황토 물을 떠서 어깨에 배에 부어주며 아주 신나게 놀았답니다.
지칠 줄 모르고 놀던 아기가 어느 새 황토 물에서 꾸벅꾸벅^^
긴급 파견된 아빠의 도움으로 샤워를 마치고, 아기는 코~ 잠이 들고, 엄마는 황토 물에서 반신욕까지 하며 오랜만에 여유 있게 팩다운 팩을 했답니다.

샤워를 하고 바디 로션을 꼭꼭 바른다고 해도 피부가 건조해지는 건 막을 수가 없는데, 황토 물로 목욕을 하고 나서는 로션을 바르지 않아도 건조함보다는 부드러움과 촉촉함이 찾아와 자꾸만 피부를 만져보게 됩니다.
매끈매끈한 것이 마치 피부에 무언가를 바르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 그 날 하루 기분이 상쾌 통쾌하였습니다.
팩이 아닌 황토 물로 세수하듯 한 얼굴 또한 울긋불긋했던 피부층을 진정시켜 주며, 냉장고에 넣어둔 스킨을 바른 것처럼 시원하고, 촉촉한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팩을 한다면, 피부가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알아보니, 황토팩은 다른 팩과는 달리 5분이면 할 수 있다고 하여 아기와 아빠가 함께 볼풀장에서 신나게 놀 때 얼른  황토팩 전용 용기에 황토팩 1팩을 넣고 물을 조금씩 넣어가며 반죽을 했습니다.

사람은 흙을 밟으며, 흙냄새를 맡으며 살아야 한다는 옛어른들 말씀처럼 가루 날림이 적은 황토가 물과 섞이는 그 느낌이 부드럽고, 입자가 적어서 그런지 피부에 닿는 느낌도 전혀 거부감 없이 편안했습니다.
드디어 붓으로 얼굴에 팩을 하는 순간, 방에서 뛰어 나온 아기가 마치 신나는 놀이를 빼앗긴 것 마냥 엄마 손에서 붓을 빼앗아 가려고 아등바등.
결국 나란히 누워 엄마와 아빠는 얼굴에, 아기는 발에.
이렇게 세 식구 나란히 누워 황토팩을 했습니다.
얼굴에 뭘 바르는 자체를 너무나 싫어하는 우리 신랑, 아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팩을 했지만, 깨끗하게 씻고 나서는 자기도 황토 목욕하고 싶다고 빨리 만들어 달라고 성화.

입자가 곱고 가루 날림이 적으며 건조 시간이 짧아서 아무리 바쁘고, 얼굴에 무얼 하는 것이 사치거나 귀찮다고 생각하는 이에게 정말 딱 좋은 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황토팩을 처음 사용해 봐서 다른 팩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물에 잘 녹고, 초보도 쉽게 개어서 사용할 수 있고, 피부에 부드럽게 발라지며, 자극 없이 말끔히 씻겨 내려가 팩을 하고 누워있는 5~6분이 너무나 기분 좋은 기다림입니다.
더운 여름, 야외 활동이 많은 요즘 피부를 진정시키고, 땀으로 피부층이 많이 피곤해할 때 아주 시원하고 촉촉한 느낌의 황토팩이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황토팩과 함께 피부 미인 되는 거 시간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육아로 지친 저에게 황토팩이 새로운 활력소가 되어 주었습니다.

고맙다. 황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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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서툰 엄마 사랑이 고픈 아이 - SBS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 이보연이 전하는 아이 사랑의 기술
이보연 지음 / 아울북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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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눈에 보이지 않죠? 하지만 신체 모든 감각을 통해 살아있음이 느껴지지요?
그것만으로도 이 아기는 엄마의 소유물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임을 엄마에게 아빠에게 당당하게 전달하고 있는 거예요.”
출산을 두 달 앞두고 나간 임신출산교실에서 엄마가 되었다는 기쁨과 설렘만 가득했던 나에게 그 말이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참 오랫동안 생각하게 하였다.

둘이서 시작된 가족의 울타리 속에 아이가 탄생하면 그 울타리 속에는 더 많은 이야기와 감정들이 오고간다. 곧 만나겠지 하는 기다림을 시작으로, 이렇게 요렇게 생긴 모습의 아이가 태어났으면 하는 기대와 바람을 꿈꾸며 열 달의 시간을 맞이한다. 막상 출산의 고통을 겪고 아이를 출산하고 나면, 그 어떤 것보다 건강한 울음을 터뜨리며 세상에 나와 준 것만이 세상을 다 얻은 듯 행복하고 그 무엇도 부럽지 않을 만큼 가슴 벅차다.
그런데 이 마음은 정말 하루도 채 가지 않음에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간사한지 느낄 수 있다.
건강하다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쌍꺼풀이 있었더라면, 눈이 좀 더 컸더라면 하고 바라는 마음부터
나의 이런 점만은, 아빠의 이런 점만은 닮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따라 앞으로 무얼 가르치고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오직 나만의 욕심과 잣대로 아이의 앞날을 결정짓고 있는 나를 보면서 얼마나 부질없고 어리석은가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어떤 딸이었을까?
우리 엄마는 나에게 무엇을 바라며, 무엇이 되길 진심으로 바래오셨을까?
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엄마가 나에게 ‘공부 잘 해서 무엇이 되어라’라는 바람을 들어 본 기억이 없다.
엄마라고 왜 자식 넷을 키우면서 꿈이 없고 바람이 없었을까? 엄마는 소위 말하는 가방 끈이 긴 것도 아니고,  훌륭한 가정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오직 사랑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한 생활이 전부였다.
간식을 나눠주면서도 큰 놈 작은 놈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500원짜리 과자 한 봉지였고,
벌을 설 때도 똑같은 크기의 화분을 두 손으로 받치는 것이었으며, 물려 입는 옷이 신물 난다고 작은 놈이 투정부리기 전에 새 운동화와 새 옷으로 그 마음을 미리 달래주는, 그 마음이 자식 넷을 사회에서 제 몫을 해 내며 남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남는 사람으로 자라게 하였다는 것을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엄마의 자리가 얼마나 크고 소중한지, 엄마가 자식을 위해 얼마나 애써 오셨는지 그 노고가 더욱 감사하게 느껴진다.

아들로 태어난 동생의 그늘에 가려져 목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끊임없이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엄마의 마음을 먼저 달래주려고 하는 철이 너무나 일찍 들어 어두운 아이. 미정이.
미정이가 상담실을 오게 된 것은 엄마 아빠의 뜻이 아닌 학교 선생님의 권유로 인한 억지걸음으로 시작되었다.
아이에게 문제가 있기에 상담을 필요로 한다는 것은 아빠의 반대에 부딪히고, 엄마는 얘만 아니었으면 아무 문제없는 집인데, 미정이로 인해 문제 있는 집이 되었으며, 아빠와 시댁으로부터 눈치를 받아야 하기에 상담실을 왔다는 자체만으로도 불만인 엄마는 상담 선생님에게 그 어떤 소리라도 들을까봐 돌아서는 발걸음이 분주하고, 시선 마주치기 조차 부담스러워한다.
그것은 미정이에게서도 똑같이 보여지는 모습이다.
아빠에게 한없이 순종하며, 싸움조차 하면 안 되는 줄 알며 살아왔다는 엄마와 아들이란 이유로 어른들의 사랑부터 모든 걸 쥐고 흔드는 남동생에게 주눅 들어 누나로서 단 한번 큰 소리 내지 못한 미정이는
아주 행복한 모녀 사이가 될 수 있었는데도 어린 시절의 상처와 함께 바로 앞에 떨어진 불똥을 끄기에 급한 엄마의 마음으로 서로 바라볼 뿐 다가서지 않는 모녀 사이가 되어 있었다. 서로가 가지고 있는 상처를 표현하는 것조차 미숙하고 모양새 좋은 가족의 모습을 위해 마음속에 꼭꼭 숨겨두기에 바쁘던 미정이네 가족에게 미정이와 엄마의 변화는 사람 냄새 나는 가족의 모습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 아주 행복한 결과라 하겠다.
엄마가 곁을 떠날까 전전긍긍하며 불안해하는 마음에서 무조건적인 이해로 엄마의 작은 관심과 사랑을 기대하는 미정이의 진심을 알게 되었을 때 엄마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어린 시절 자신이 가졌던 상처가 고스란히 딸 미정이에게 전달되었으며, 그러면서도 엄마에 대한 사랑만은 잃지 않으려고 무던히 노력하고 눈 밖에 나지 않으려고 참고 참고 또 참았다는 사실이 상처투성이 엄마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도려내고 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엄마와 미정이는 서로를 가여워하는 마음이 사랑이었음을 알게 되었으며, 표현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미정이의 상담치료 과정을 읽어내려 가면서, 미정이의 내면에는 무엇이 있는지, 꼭꼭 감추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해지면서 한편으론 그 문제점을 혹시 내가 내 아이에게 하고 있는 행동이나 마음 때문에 일어나는 결과는 아닐까 하는 걱정과 두려움이 앞서기도 했다는 것이 솔직한 나의 마음이다.
미정이가 무관심에서 반항으로, 호기심에서 마음 열기의 과정을 거쳐 가며 진정한 미정이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그 어떤 순간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마음, 그것이 엄마와 아이 그리고 가족이 행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전해준다.
미정이의 마음이 담긴 편지를 마지막으로 읽으며 베시시 짓게 된 미소와 희망으로 책장을 덮게 되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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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살까지는 엄마가 키워라
스티브 비덜프 지음, 이승희 옮김 / 북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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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3살까지는 엄마가 키워라 』라는 제목을 본 순간 내가 읽어야, 읽어줘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 책에 대한 나의 첫느낌이다. 출산을 앞두고 10여 년 동안의 사회생활을 접으며 전업주부라는 새로운 이름표를 단지 횟수로 3년에 접어드는 나에게 완전한 내 편이 되어주는 책이라는 느낌에서 였다.


일을 원하고, 일을 하고자 하는 나에게 직장은 6개월이라는 꽤 긴 육아휴직을 주겠다는 달콤한 제안을 해 왔다. 많은 선배맘들은 백일까지만 엄마가 키우고 그 이후엔 조부모나 보모 또는 보육시설에 맡겨도 큰 지장이 없으니 직장에 나오라고 조언을 해 주었다. 다른 동료들보다 3개월이나 더 주는 육아 휴직을 포기하지 말라고, 가정에서 다시 사회로 나오기는 쉽지 않는 일이라는 말로 나에게 많은 갈등을 안겨 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과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이를 두고 한 가지만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나의 갈등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기에 이르렀다.

그 때, 아빠라는 존재에 행복을 느끼며 출산의 그 날만을 기다리는 신랑은 나의 갈등을 완전히 해소시키는 고백을 해 왔다. 신랑을 출산하면서 건강을 잃으신 어머님은 어린 신랑을 데리고 병원을 다니시느라 아이의 투정을 받아줄 여력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투정을 받아주며 사랑을 베풀어주시기에 본인의 몸이 따라주지 않으셨다. 엄마의 사랑에 항상 목말라 있었다는 신랑은, 내 아이에게만은 엄마의 손으로, 엄마의 따스한 가슴을 느끼며 자라게 해 주고 싶다고 나에게 아이를 길러줄 것을 간곡히 부탁해 왔다.

나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만큼 아이의 탄생을 행복하게 기다리고 있었기에 내 일을 과감하게 접을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그러나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육아가 항상 행복하고 즐거운 일은 아니라는 것이 전업주부들이 갖는 갈등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가정의 재정을 책임진다는 명목으로 육아에 소홀히 하는 아빠와 끊임없이 엄마에게 사랑을 요구하는 아이 사이에서 때로는 지치고, 벗어나고 싶다는 것이 3년의 시간을 전업주부로 살아온 나이고, 현실이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말귀를 알아듣고, 배변 훈련도 되어 있으며, 22개월 정도 되었으니, 어린이집을 포함한 보육시설에 아이를 맡기고 다시 내 일을 시작해 볼까 하고 말이다. 그러나 그 때마다 포기하는 것은 아빠가 아닌 엄마인 내 자신이다. 엄마인 내 품에서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깊은 잠에 빠진 이 아이를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맡겨, 팔은 내 아이를 안았지만 눈은 다른 아이를 바라보는 이에게 맡긴다는 것이 아직 내 마음속에서는 허락하지 않는다. 그리고 너무나 싫은 일이다. 나의 이 소중한 아이를 누군가 시간 때우기 식으로, 월급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만지고 애정을 쏟는 척 하는 것에 아직은 나의 마음이 열리지 않는다. 이런 나의 마음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으며, 나의 우려가 아이에게 얼마나 큰 배신감과 허전함, 그리고 불안감을 안겨주는지 실험을 통한 연구로 발표된 사례를 보여주기에, 지금 내 품에 안겨있는 내 아이를 3살까지 또는 좀 더 긴 시간을 엄마와 함께 하는 것이 엄마와 아이 그리고 아빠의 미래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라는 나의 생각에 행복한 육아로 새로운 시작을 하도록 든든한 응원가를 들려준다.


다시 일을 하고 싶다는, 이대로 있다가는 전업주부로, 아줌마로 눌러앉게 될까 두렵고, 언젠가 부딪혀야 하는 사화에 적응하지 못할까 하는 두려운 것이 솔직한 나의 마음이라 하더라도 내가 원하고, 내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에 배변 훈련 중 실수로 바지에 쉬를 한 아이에게 얼굴 하나 찌푸리지 않고 환하게 웃으면서 바지를 갈아입히면서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렇게 난 행복하게 내 아이를 안아주고 눈을 마주치며 오랜 시간 함께 하련다고 마음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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