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들리에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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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와 '우아한 거짓말'로 나에게 다가온 이름 김려령.

새로운 단편집이 출판되면서 창비에서 단편을 미리 읽어보는 기회를 얻게 되어 받게 된 "고드름"

출판되기 전이라 어떠한 부호도 표기되지 않았고

누구의 대사인지 설명도지 않은 채 나에게로 온 샘플북.

어색함과 함께 집중됨.

오랜만에 느껴보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고드름.​

어린 시절, 정말 춥다하는 강원도에서 자란 나에게 고드름은 겨울에 할 수 있는 아주 재미있는 장난감 중 하나였다.

지붕 아래로 매달린 고드름을 톡하고 잘라서 쪽쪽 빨아먹어보기도 하고

툭툭 자르며 나름의 스트레스도 풀어보고

형제들과 함께 칼싸움 한다고 휘휘 팔을 휘둘러보기도 하였던 그 고드름.

도시에서 살면서 찾아보기가 너무나 힘든 그것이

소설의 소재로 활용되면서

어릴 적 추억의 한 장면을 떠올리면서 나의 놀이였던 칼싸움이 정말 누군가에게는 살인의 무기로 사용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고등학생들의 천진한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면서도 혹시? 하는 동요가 되기도 하였다.

실시간으로 뉴스가 올라오는 요즘.

살인과 폭력. 폭행. 이 단어가 너무나 익숙해져가고 있음에 무섭고 불안한 사회 속에 살아가고 있다.

아직은. 오래도록 몰랐으면 하는 학생들의 입에서 살인의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수다의 시작이 단순한 수다였을지라도 함께 동참할 수 없으며

단순한 수다라고 하기엔 너무나 무거운 소재임에는 틀림없다. ​ 


'고드름' 안에는 고등학생과 그의 부모. 그리고 선생님. 고등학생을 가해자라고 생각하는 피해자. 그리고 경찰관

이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모두 자신을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자신은 자신이 아닌 누군가로부터 피해를 받았고

그것을 끊임없이 물고 늘어져 누군가에게 책임을 지우려고 한다.

그렇지만 그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 누구의 책임도 아니고 누구에게 자신이 피해받지 않았음을.

다만 누군가가 자신을 보호해줬으면 하는, 기대고 싶은 마음이 자리하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고드름은 안다.

볕이 조금만 들어도 몸에서 기운이 빠지고 조금씩 녹아내린다는 것을.

그러지 않게 위해선 차가운 기운이 내내 감돌아야 하고 자신의 몸을 꽁꽁 얼려야만 자신만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고드름은 꽁꽁 언 자신을 어루만지는 아이들의 손에서 자신의 마지막을 보내면서 행복해 할 지도 모른다.

자신의 가치를 가장 잘 아는 이의 손에서 자신의 생을 다했기에...


김려령 작가님은

차갑고 날카로워 보이는 살인의 무기로 쓰일 수도 있는 매서운 고드름과 같은 현실에서

누군가의 작은 입김과 마음이 고드름의 마지막 눈물을 흘려보내듯

이 세상의 차가운 벽을

우리의 손길로 녹아내렸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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