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이 된 거인 책가방 속 그림책
김태호 지음 / 계수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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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뼈와 살은 단단한 돌로 이뤄졌고,

심장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 용암은

강물처럼 이어진 혈관을 타고 차가운 돌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섬이 된 거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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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거인은 휩쓸고 지나가는 발길에 채이고 삶의 터전을 침범하는 두려움의 대상이고, 거인에게 인간은 땅에 사는 한낱 미물일 뿐 미안함조차 느껴지지 않는 존재일 뿐이다. 그런 독의 눈 앞을 막은 은이와의 만남은 어떤 변화를 일으키게 될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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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번이나 일어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독이 발버둥 칠 때마다 땅이 울리고, 먼지는 구름처럼 솟아났다.

'나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독은 처음으로 몸을 짓눌러 오는 두려움을 느꼈다.

[중략]

"우리가 거인을 도와줘야 해요!"

은은 서면중을 보자마자 말했다.

" 따뜻한 피가 흐르는 생명이에요.

어쩌면 거인과 친구가 될 수 있는 기회라고요."

'쓰러진 거인을 사람이 어떻게 도울까?' 방법이 있다 해도 두려운 존재를 도와줘야 할 이유는 없었다. 서면중은 고개를 저었다.

『섬이 된 거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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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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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수집가 I LOVE 그림책
크빈트 부흐홀츠 지음,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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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수집가

크빈트 부흐홀츠 글 · 그림

보물창고』

2021년의 가을 어느 날, 나는 그림책을 한 권 앞두고 한참동안 머릿속에 담긴 기억들을 돌리고 돌렸다. 내가 언젠가 보았던 그림 같고, 내가 언젠가 읽었던 글 같고, 작가님의 이름이 익숙치 않아 여러번 소리내어 불러봤던 기억 또한 슬며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서가의 그림책 영역을 한참을 둘러보아도 보이지 않아, 초등학교 3학년 조카에게 전화를 했다. 이모가 보내준 그림책 중에서 하며 장황하게 늘어놓기 시작하자, 조카가 한참을 책장 앞에서 찾는 듯 하더니, "고모, 있어요. 제목이 '순간 수집가'가 아니라, '그림 속으로 떠난 여행'이에요." 한다.

맞다. 한참 오래 전에 친구를 기다리면서 잠깐 들린 서점에서 구입했던 바로 그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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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이라고 하기엔 꽤 많은 글밥에서 순간 당황했던 기억까지 모두 소환되면서 또다시 만나는 '크빈트 부흐홀츠'의 작품, 시간이 지나 다시 읽게 되는 그림책,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기대를 해 본다.

선과 점으로 많은 정성과 시간을 들여 그린 그림이 담긴 그림책 표지는, 고요한 풍경과 어딘가로 시선을 보내는 한 남자의 뒷모습 그리고 그 곁을 지키는 거위 한 마리, 울타리 밖으로 몸을 쭉 빼고 간절히 무언가를 기다리는, 바라보는 듯한 여인의 모습이 한데 어우러진다. 서로가 바라보는 방향이 다른 그림 한 점에서 나도 잠시 무언가를 향해 시선을 돌리게 되는 여유를 선물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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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막스 아저씨가 소년이 살고 있는 주택 5층으로 이사를 오면서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만나고, 그 만남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소년는 막스 아저씨와 특별한 약속 없이 만날 뿐 아니라, 아저씨의 작업실이자 집의 문이 열려 있다면 들어가도 된다는 것을 신호로 알고 있지만, 5층 손잡이를 잡을때 소년은 매우 조심스럽다. 그림에 빠져 있는 아저씨의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은 소년의 배려가 귀엽게 느껴진다.

그림에 빠진 막스 아저씨의 곁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은 소년은 아저씨의 그림을 궁금해하지도 억지로 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다만 그 곁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다. 아저씨의 부탁으로 연주하는 바이올린, 어설프기 짝이 없는 연주 실력이지만 "예술가 선생님"이라고 불러주는 아저씨 앞에서 소년의 바이올린 연주는 최고의 교향곡이자 바리올리니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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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며 잠시 아저씨의 화실을 맡게 된 소년은, 자신만의 전시회를 위해 둘러진 그림들 가운데 서게 된다. 아저씨가 한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그림들이 소년을 향하고 있다. 그 가운데 서 있는 소년은 아저씨가 써 놓은 그림들 옆 쪽지들을 하나씩 읽으면서 그림 속에 숨겨진 비밀들을 하나씩 찾아가는 시간을 갖게 된다. 그 비밀이 무엇이어도 비밀을 찾아내지 않아도 굉장하고도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이 그림 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만 같다.

나는 왜 막스 아저씨가 자신이 이곳에 없는 동안

그 그림들을 보게 했는지 서시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저씨는 화실에서 직접 설명을 해 주고 싶지 않있던 것이지요.

그림 앞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내가 궁금했던 것에 대해

스스로 하나 둘 답을 찾아가길 바랐던 것입니다.

『순간 수집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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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막스 아저씨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어떤 그림이든 비밀이 있어야 하지. 나조차 그게 뭔지 모를 수도 있어. 그리고 사람들이 내 그림에서 나보다 훨씬 더 많은 걸 발견할 수도 있단다."

그리고 나서 아저씨는 덧붙였습니다.

"나는 수집가일 뿐이야. 난 순간을 수집한단다."

그때는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이제야 난 아저씨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순간 수집가』 중에서

막스 아저씨는 여행 중에 발견한 한참이나 멀리 떨어진 섬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 또 다른 그림을 위해 이사는 꼭 필요한 거라고 말하는 아저씨의 말을 소년은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아저씨는 소년과의 시간을 아름다웠다 기억하며, 소년은 특별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예술가 선생님, 보고 싶을 거예요."

아저씨의 마지막 인사말은 소년의 가슴에 기쁨과 그리움으로 채워질 것이고, 소년의 뺨에 흐르는 눈물은 자신을 특별한 사람으로 바라봐준 막스 아저씨에 대한 고마움과 믿음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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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에 빨간 소파와 그림들, 그 한가운데 서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소년의 모습에서 그리움이 베어나오고, 소년의 연주는 파도소리와 어우러져 또다른 선율이 퍼져나갈 듯 하다.

남들보다 뛰어나지 않은 소년의 연주를 최고의 연주곡으로 들어주고, 스스럼없이 "예술가 선생님"으로 부르며 그에게 연주를 부탁하는 막스 아저씨는, 그야말로 진정한 예술가이며 한 소년의 꿈을 키워내는 진정한 어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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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을 수집하는 순간 수집가 막스 아저씨 그리고 그 곁에서 아저씨의 마음에 바람을 불어준 바이올린 연주자 소년, 두 사람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엮어진 그림책 『순간 수집가』는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 또다른 순간의 기억을 담는 기회를 안겨줄 것만 같다.

다가오는 겨울, 눈코끼리를 만나는 순간을 맞이해 보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하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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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키드 2 Wow 그래픽노블
제리 크래프트 지음, 조고은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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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키드2

제리 크래프트 지음, 초고은 옮김

보물창고』

작년 봄에 만난 「뉴 키드」에 이어 올해 가을에 『뉴 키드 2』를 만난다. 조던 중심에서 드류 중심으로 펼쳐지는 『뉴 키드 2』 역시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경험했을 학교와 친구, 인종과 차별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속에서 고민하고 때로는 좌절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펼쳐내는 '그래픽노블'을 통해 좀 더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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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학교가 아닌 엄마가 추천한 사립 리버데일 학교에 입학하여 1년을 무사히 마친 조던은, 새학년을 맞이한 시점에서 키가 많이 자라지 않았고, 여전히 좋은 냄새가 나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빠의 위로를 받지만 조던은 친구들의 변화가 자극이 되어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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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류는 학교에서 손으로 꼽힐 만큼의 소수 유색인종이다. 조던 또한 유색인종이지만, 같은 계급으로 놓이지 않아 더 많은 편견과 차별로 학교 생활이 순탄치만은 않다.

미국이란 사회가 가지고 있는 인종 차별에 대한 이야기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우리도 알고 있다. 그 모습을 마치 눈 앞에서 보듯 조던 아빠가 경찰과 만났을 때 흑인이라는 이유로 손을 들어 공격할 의사가 없음을 알리고, 총을 꺼낼 의사조차 없음을 확인시키는 과정에서 그들이 겪고 있는 차별과 조심스러움이 느껴져 불편한 맘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또한 차별인 줄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사회를 하루 아침에 바꿀 수 없기에 나름의 현명함으로 대처하는 수 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모범 예시 답안이라는 생각에 미친다.

추수 감사절 방학, 리암네 집에 방문한 드류는 대규모 저택과 넘치게 많은 선물, 용도별로 준비된 다양한 공간들을 경험하게 된다. 할머니와 단둘이 살면서 남들보다 두 배는 애쓰며 살아가는 자신과는 너무나 다른 환경에 살고 있는 리암에게 거리감이 느껴진다. 또한 리암과 자신은 다른 계층의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빠져들면서 우정이란 무엇인가라는 고민에 빠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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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에 거쳐야 하는 수많은 고민 중 하나인, "나"에 대한 고민이 『뉴 키드 2』에도 담겨 있다. 나의 진로와 친구 관계, 비교라는 장벽에 부딪혀 나약해져가는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 또한 겪어나가야 하는 과정 중 하나이다. 이 과정을 겪어나가면서 우리는 성장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좌절하고 자신에 대한 믿음조차 잃기도 한다. 그 때 내 곁을 지켜주는 것 또한 '친구'라는 관계이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면서도 다행스럽다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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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우리 학교에서 나이가 제일 어리잖아, 조던.

그러니 지금 네가 이렇게 성숙한 사람이라는 건 이미 기적이야!

그리고 그림 절대 그만두지 마!

그게 네가 제일 좋아하는 일인데!

우리 할머니는 늘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후회를 두려워하라고 하셨어.

『뉴 키드2』 173쪽

청소년기에 경험하는, 우리와 다른 문화권의 청소년들의 생활을 들여다보면서 세계 어디에서나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동질감과 스스로 그 시간을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통해 건강한 성장이 주는 의미를 새길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또한 사회의 문제점으로 이슈화되는 인종차별에 대한 나의 생각을 키울 수 있으며, 우정이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답을 구해본다.

『뉴 키드 2』 또한 1편과 비슷하게 작품 중간에 조던의 관찰 일기와 드류의 고민을 담은 에피소드가 담겨 있어 보는 재미와 더불어 인물들의 생활과 생각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공감할 기회를 제공받는다. 또한 화제가 되고 있는 다양한 그래픽노블의 표지 일러스트 패러디로 재미를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주고 있어, 보는 재미, 읽는 재미, 공감하는 재미까지 다양하게 느낄 수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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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미쓰비시 사거리의 거북이 15
안선모 지음 / 청어람주니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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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미쓰비시

안선모 장편소설

청어람주니어

사거리의 거북이 15』



2021년 11월, 출판사 청어람주니어에서 마지막 신간 소식과 함께 나에게 책을 한 권 보내주었다. 너무나 생소한 말 「미쓰비시」 대체 이 낱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도통 알 길이 없다.

『굿바이, 미쓰비시』라는 제목의 책, 멀리 보이는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캐한 연기와 그곳을 향하다 멈춘 듯한 소년, 소년이 가고자 한 그곳엔 무엇이 있을까, 소년이 가고자 했던 그 마음은 무엇일까. 「미쓰비시」라는 낱말이 마치 소년의 비밀을 품고 있는 듯한 궁금증에 나는 책장을 서둘러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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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미쓰비시』는, 작가 안선모 선생님이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냈던 지역 이름이 '삼릉'이라 붙여진 것에 대한 호기심과 머물렀던 집이 품고 있는 역사의 한 장면을 담고 있다.

나에게 너무나 생소했던 「미쓰비시」는, 일제강점기였던 그 시절에 무기를 만들어내던 조병청을 도와 철판을 만들었던 군수공장이다. 그리고 선생님의 어린 시절 추억을 안고 있던 집은, 강제 동원된 노동자들의 숙소인 줄사택이었던 것이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선생님은, 아이들을 위한 동화를 짓겠다 결심하게 되셨고, 지금 내 손에 들린 『굿바이, 미쓰비시』가 바로 그 결과물이다. 모르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끝까지 모르는 척하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라 생각한다. 선생님의 노력과 열정은, 「미쓰비시」군수공장에서 일했던 수많은 강제 노역자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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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 인수는, 부모를 잃고 훈장어른에서 길용 아재 손으로 옮겨가며 자란다.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이는 없지만 인수는 학교에 다니며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꿈을 키우는, 맹랑하면서도 당당한, 절대 기죽지 않는나름 꽤 멋진 녀석이다.

길용 아재의 벌이가 신통치 않아지면서 인수는 학교를 그만 두게 되고, 배달꾼이 되어 가게 한 켠에 머물게 된다. 일본의 강제 명령으로 문을 닫게 된 서당이 야학으로 다시 열린다는 소식에 인수는 배달가는 길이 설레기만 하다. 일본어를 가르쳐야 한다는 조건으로 다시 문을 열게 된 야학이지만, 조건은 조건일 뿐이었다. 우리 조상들은,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는 지혜로운 민족임에 틀림없다. 야학은 우리의 역사와 문화에 더욱 힘을 실으며 조선 땅에서 우리가 당당히 설 수 있는 힘이 무엇인지를 가슴 속에 심어주는 역할을 하고자 노력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꼬맹이, 아무리 힘들어도 꿈은 가져야 돼."

깍두기 형이 어쩐 일인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우리 조선이 다시 일어나려면 힘이 있어야 해.

힘은 꿈이 있어야 생기는 거고."

"형, 나도 꿈은 있어."

"무슨 꿈?"

"조병창에 취직하는 꿈."

그 말을 듣자, 형의 얼굴이 먹구름보다 더 어둡게 변했다.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굿바이, 미쓰비시』 59~60쪽

 

무기를 만든다는 것만으로 인수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조병창, 야학에서 훈장어른과 깍두기 형이 조심스레 하는 말, 일본인들의 안하무인 행동과 같은 조선인임에도 조선인을 무시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더해지면서 인수는 "왜?"라는 의문을 품는다.

인수의 "왜?"는, 조병창 취직을 꿈으로 가졌던 인수와 또다른 세상으로 발돋움으로 인수로 변화하는 시작을 알려주는 신호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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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는, 매우 똑똑하며 당당한 소년이지만, 열세 살 철부지일 뿐이다. 뿌연 연기를 내뿜으며 매일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내는 조병창이 최고의 직장으로 손꼽힐 수 있고, 조병창 내부를 구경하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일 수 있다. 그러나 인수는 그것이 조선을 짓밟은 일본인들의 횡포이며, 조선인을 노예 취급하는 일본인들의 무력 행세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무지에 탄식한다. 조선땅에서 조선인이 당당하지 못한 세상, 인수는 이제 안다. 조선을 찾기 위한 힘이란 것이 무엇인지도 말이다.

 

괜히 화가 났다. 왜 화가 났는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 보지 않고 그냥 살고 있다는 것에 대해 화가 난 것 같았다. 또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날씨가 더운 탓만은 아니었다.

『굿바이, 미쓰비시』 98쪽

 

역사는 우리에게 말한다. 바르게 알고 당당하게 서라고. 이것은 우리 조상들이 우리에게 남겨준 선물이자 지혜이며 뉘우침이다. 인수가 역사를 알고 자신의 무지를 탄식했듯, 역사를 바로 아는 것은 우리의 삶에 새로운 의미를 새기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일본이란 나라가 조선에서 당당했던 그 때 그 시절의 아픔은, 우리에게 참된 힘이 무엇인지를 일깨우게 해 주었으며, 서로를 부둥켜 안고 일어서는 결의를 가슴 속에 심어주었다.

우리는 "굿바이, 미쓰비시"를 외치던 그 날, 역사 속에 새로운 삶의 시간을 채워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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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모 선생님의 어린 시절 기억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우리의 아픈 역사의 한 장면과 새로운 삶을 열게 된 '인수'라는 소년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인수의 "왜?"라는 의문에서 시작된 역사는, 단순히 흘러간 것이 아닌 삶을 들여다보는 우리의 눈을 성장시키는데 크나큰 역할을 했음에 틀림없다.

『굿바이, 미쓰비시』의 신간 소식과 함께 전달된 책갈피 두 장은, 마치 총알의 모양을 본딴 것 같기도 하고, "굿바이, 미쓰비시"를 외치는 함성이 하늘을 뚫고 지나는 듯한 형상을 닮은 듯 하다. 사실 나는 책갈피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책갈피의 두께로 인해 책장이 벌어지거나 구김이 남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그러나 『굿바이, 미쓰비시』 책갈피는 아주 얇아서 책장에 전혀 무리가 없어서 보고 또 봐도 마음에 쏙 든다. 꽤 오래도록 나와 함께 할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든다.


『굿바이, 미쓰비시』을 읽었다면, 생각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막연하게 줄거리 파악과 총평이 아닌, 인물이 처한 상황과 대화, 인물들의 생각을 따라가는 또 다른 경험을 한다면, 책을 좀 더 깊이 이해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사거리의 거북이 15. 『굿바이, 미쓰비시』 독후 활동지는

생각 그물

낱말 퍼즐

독서 퀴즈

독서 토의

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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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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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2022 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추천도서 I LOVE 그림책
피레트 라우드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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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귀

피레트 라우드 지음, 신형건 옮김

보물창고 』



지난 주부터 내내 나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그림책 한 권,

책표지부터 시작해서

이야기와 그림이 좋아 한동안은

나의 최애 그림책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그림책 한 권,

바로 피레트 라우드 작품의 『귀』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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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색 바탕에

단조로운 형태를 한, 표정만큼은 영낙없는 개구쟁이 귀와

그와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걸어가는 다양한 동물들,

그들 또한 단순한 선으로 그려졌지만,

다양한 무늬로 색을 대신하여 표현한 그림에 시선이 머문다.


작가가 그려놓은 선과 모양들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자꾸만 의미를 찾아보게 한다.

단순하다 단정지으면 단순한 그림일테지만,

새로운 그림 기법에 무언가를 찾으려고 하니,

단순한 선 하나 모양 하나를 쉬이 지나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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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제목과 함께 그려진 그림 한 점.

턱수염이 가득하고, 머리 부분에 그려진 해바라기 한 송이,

귀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쥔 인물 하나,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빈센트 반 고흐"이다.


빈센트 반 고흐가 스스로 잘라낸 귀,

그것에서 영감을 얻어

'혼자가 된 귀'가 세상과 만나게 되는

기발하고도 건강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림책, 『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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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와 떨어져 세상에 혼자가 된 귀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막막하다.


머리와 함께 있을 때 귀는,

자기만의 능력을 발휘하며 존재감을 내세웠지만,

혼자인 지금은 자신의 존재가 무의미해진 것만 같아

눈물이 절로 흘러내린다.


자신의 존재가 세상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했을 때

우린 좌절감을 맛보고

삶에 의기소침해진다.


혼자가 된 귀가 지금 딱 그런 상황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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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혼자인 귀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


노래를 부르며 무거운 마음을 달랜다는

개구리의 노래를 들어주어야 하고,

집을 떠나 멀리 오게 되어 가족을 그리워하는

코끼리의 외로움과 걱정을 들어주어야 하고,

눈사람의 코를 먹고 난 후 내내 마음이 무거운

토끼의 후회가 담긴 고백을 들어주어야 했다.


그들의 노래와 걱정, 고백을 들어주는 것은

머리가 없어도 가능한 일이기에

귀는 기꺼이 들어주었다.


말하는 이들은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귀는 조금씩 조금씩 더 행복해져간다.


그렇게 귀는 많은 이들에게

이 땅에서 가장 잘 들어주는 존재로 성장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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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세상은 편한 것만은 아니다.

행복한 순간에도 위기는 찾아오고

그 위기는 또 다른 행복으로 번져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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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는 모든 이들의 고민을 들어주었고,

모두들 기분이 나아졌어요.

귀는 단지 듣는 것만으로도

모두를 도울 수 있어서 기뻤지요.

『귀』 중에서

개구리는 간절함이 담긴 노래를

코끼리는 걱정을 담은 외로움을

토끼는 미안함을 담은 고백을

귀에게 들려주며 무거웠던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다.

귀는 그들의 평온해진 모습을 보며

행복함을 느낀다.

다른 이의 마음을 들어주는 것,

그것은 상대에게 해 줄 수 있는 최선의 위로이며

가장 따뜻한 배려이다.

귀는,

머리가 없어도 자신있게 할 수 있는,

귀이기에 가능한 들어주기를 실천함으로

말하는 이의 마음을 따듯한 온기로 채워주었고,

혼자이기에 가능했던 자신의 존재를 되찾게 된다.

우리에게 부여된 존재의 의미

그것은 곧 사랑이며 믿음이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수용하고 인정하는 그 마음으로

마음을 들어주는 귀를 열어둔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온도는

좀 더 따뜻해지리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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