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 - 홀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고양이의 행복 수업
제이미 셸먼 지음, 박진희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관계에 노출된다. 나의 선택에 의한 경우도 그렇지 않은경우 속에서도 우린 꽤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소비한 만큼 모든 관계가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며, 고심 끝에 가장 현명한 방법으로 대처했어도 그 관계가 깨지는 경우도 경험하게 된다. 그 만큼 나와 다른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정답이 없으며, 멀고 가까운 거리임을 알 수 있다.

 

today35.JPG

 

"홀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고양이의 행복 수업"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는, 고양이와 집사의 생활을 통해 "관계"와 "거리" 그리로 "온전한 나"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짧은 글과 편하게 느껴지는 그림이 독자에게 부담없이 읽혀지도록 유도하며, 짧은 글에서 느껴지는 여운은 꽤 길게 남긴다.

난 '고양이'란 동물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고양이가 살아가는 방법을 알면 알수록, 그것이 비록 사람들이 미화시킨 것일지라도 그만이 가진 생활 방식들이 부럽기도 하고, 어쩌면 그가 살아가는 방식이 부럽기에 많은 사람들이 애정하는 반려동물로 인기를 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today36.jpg

 

우리는 나를 위해서보다는 타인을 위해서 더 나아가 '함께'라는 관계를 위해 더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는다. 그것이 자신이 피곤하게 한다는 것도 못 느낄 만큼 긴장하고 집중하면서 정작 자신이 혼자 놓여지면 그제서야 피곤이 몰려와 온전한 나만을바라볼 에너지는 이미 사라지고 없다. 내가 아닌 나로 살아간 그 시간, 우리는 '나'를 향해 돌릴 용기가 필요하다. 맞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무조건 GO GO! 이것이 바로 나를 위한 과감한 도전이자 나를 위한 확실한 내 편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아무거나."

"네 맘대로."

"난 상관없어."

이 대답만은 하지 말아줘.

28쪽.

우리는 '우리'라는 말에 꽤 든든한 무게를 달고 살아간다. 그 무게만큼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느낀다. 이건 누가 가르쳐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그렇게 나를 재단했다. 관계 유지라는 이유로.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에 동참하면서 자연스럽게 관계 정리가 되었다는 말들이 나올 정도로 어설펐던, 끌려다녔던 관계들이 서로를 위한 배려라는 이유로 거리를 두게 되면서 끊어질 듯했던 끈들이 과감히 잘려나간 것이다. 이처럼 억지로 매달린다고 그 관계의 끈이 튼튼해지는 것은 절대 아닌 것이다. 나를 위한 거리, 나를 배려한 거리, 나와 너의 거리, 거리만큼에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심어보자. 그 순간 내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나를 돌아보는그 시간이 얼마나 귀한지를 알게 될 것이다.

제발,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 따윈 하지 마.

네 대신 나설 사람도 없어.

네 목소리가 필요해.

그것도 아주 큰 소리.

그것만이 현재를 바꿀 수 있어.

명심해.

39쪽.

『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는 부연 설명을 구구절절 담지 않는다. 하고 싶은 말, 전하고 싶은 말을 담백하게 담는다. 멋지고 고급진 언어도 사치스러운 언어도 사용하지 않는다. 내가 나를 위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내가 눈치보며 주눅들어 하지 못한 말을 해야 하는 강력한 이유를 짚어주고, 관계 속에서 힘든 건 내가 남과 다른다는 명쾌한 결론을 내려준다. 다름을 인정하는 단계에서 다른 만큼의 거리를 두고 서로를 바라보는 것도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모든 관계를 가까이 두려고 하는 건 욕심이고 관계의 사치이며, 나의 에너지 방전의 원인 제공이라는 것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참지 마!

참아서 잘 되는 일보다

참지 않고 소신을 말했을 때 해결되는 일이 더 많아.

발끈하는 것이 천 마디 말보다 가치 있다는 걸

꼭 알아둬!

167쪽.

today38.JPG

 

'고양이의 삶이 이렇다'라고 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주인의 손길에 자신을 모두 내보이지 않는, 우아한 걸음으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걷는, 때로는 도도하게 때로는 집사의 속마음을 들여다본 듯한 예사로운 눈빛을 건네며 집사와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여유로움을 한다. 그리고 자신의 신체 리듬을 정확히 알고 활동량을 과하게 늘리지 않으며 자신을 먼저 챙기는 조금은 이기적인, 자신을 먼저 챙기는 '나 사랑하기'를 실천한다.

우리는 『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를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적 여유와 자신을 안아줄 수 있는 긍정적 마음을 곁들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서명4.pn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친밀한 타인들 - 소중한 사람과 더 가까워지는 관계심리학
조반니 프라체토 지음, 이수경 옮김 / 프런티어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today2.JPG

 

우리는 '관계'라는 고리 속에 살아간다. 나의 선택에 의해 생긴 관계도 있지만, 나의 선택과는 무관한 관계 속에서 책임과 의무를 지니며 그 고리의 궤도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관계'라는 말에는 소속이 주어지는 든든함과 친밀함이 있는가 하면, 관계의 자리를 지켜내기 위한 진짜 자신을 숨기고자 하는 치밀함과 서로에게 주어진 거리를 유지하기 위한 균형감도 잘 다루어야 한다.


우리는 타인이나 눈앞의 상황과의 관계 속에서 마음과 몸을 움직인다. 단순히 두뇌만이 아니라 몸 전체를 이용해 세계를 지각하고 그것과 상호작용하며 살아간다. 살면서 겪는 기쁘고 슬픈 온갖 종류의 일들, 그리고 거기에 반응하는 방식은 몸과 마음의 균형 상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며 체내 장기와 조직, 세포의 기능에도 영향을 준다.

친밀한 타인들. 21쪽

작가 조반니 프라체토는 과학과 예술, 신경과학적 연구를 기반으로 하여 '인간 관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에 대해 풀어놓으며, 우리가 느끼는 감정 또는 다각적으로 변화되는 심리에 대해 신경학 및 생물학적으로 접근하는 새로운 버전의 관계심리학을 펼쳐보인다. 그것이 바로 『친밀한 타인들』이다.

『친밀한 타인들』은 우리가 주위에서 자주 만나는 사람들 간의 관계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감추고 있고, 감출 수 없는 현실속 심리를 '친밀함'이란 감정의 단어로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today3.JPG

 

상상의 인물에게 위안을 받고자 하는 외로운 아니타와 다르지만 서로의 톱니를 맞춰갈 줄 아는 에이든과 캐리의 낭만적 사랑, 가족이 아닌 또다른 이와의 충동적 사랑으로 일상의 소중함과 갈등하는 바네사와 라이언 그리고 너무나 다르기에 끌려 사랑이란 감정에 지쳐가면서도 헤어나지 못하는 스콧과 리암이 갖는 상처, 죽음을 앞두고 아내와 딸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한 남자의 마지막 순간 등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상황 그리고 그들이 품고 있는 다양한 감정들이 여덟 가지 이야기에 담겨 있다.

 

today4.jpg

 

그들이 가진 일상, 그들이 나누는 사랑, 그들이 서로를 향해 가진 감정들에 대해 솔직하게 표현되었으며,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과 감정들을 만나면서 나와 다름이 아닌, 그들만의 감정 세계가 펼쳐지고 있음에 우리가 관계 속에서 경험하고 느끼는, 관계에서 다루게 되는 감정선이 매우 다양함을 배운다.


나와 타인 사이의 거리는 끊임없이 재설정된다. 특히 상대에 대한 헌신이 줄어들었음이 암묵적으로 또는 노골적으로 느껴질 때가 더 그렇다. 친밀한 관계에는 리스크가 수반된다. 거기에는 본질적으로 기회와 위험이 내재돼 있다. 정서적으로 끈끈해진다는 것은 모종의 이로움과 행복감을 경험할 가능성을 의미하지만, 상처받거나 실망할 위험에 노출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는 누군가와 친밀해질 때, 가까워지고 싶다는 욕구와 상처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양쪽 모두에 다리를 걸치게 된다. 따라서 관계를 유지한 데 가장 큰 노력이 필요한 부분은 '나의 독립성'과 '함께 하는 것' 사이에서 미묘한 균형을 유지하는 일이다. 자유에 대한 욕구가 책임감과 충돌하고, '네가 필요해'라는 마음과 '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라는 마음이 충돌한다.

친밀한 타인들. 124~125쪽

작가가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는, 미처 경험해보지 못한 관계의 나와 지금 내가 속한 관계의 나 그리고 앞으로 놓일 여러 관계의 나를 대입시켜보는 재미와 더불어 깊이 있는 심리와 만나는 기회가 되었다. 친한 관계일수록 우리는 진짜인 내가 아닌 가면을 쓴 나를 보여줄 수 있으며, 먼 거리의 관계라고 생각했던 관계가 어느 순간 나와 밀접한 관계로 이어져 또 다른 나를 만들어내야 하는 벅참을 경험하게도 한다. 타인과 맺게 되는 관계 속에서 '친밀함'이란 어떤 기준으로 정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괴로운 경험은 기억에 복잡한 매듭을 만들어 놓는다. 괴로운 경험은 신체와 정신에 소리 없이 스며들어 흉터를 남기고, 그 흉터는 우리의 행복을 교란하고 타인과 관계 맺는 습관과 패턴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트라우마가 남기는 상처를 절대 지울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는 그것을 치유할 다양한 자원이 있기 때문이다. 262쪽 [중략]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의미 있는 도움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따뜻한 애정과 위로 그리고 사회적·정서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며, 특히 가까이 있는 가족이나 친구들로부터 그런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은 충격적이고 괴로운 경험을 하고 나서 극도로 약해질 수 있는 존재이지만, 거기서 탄력적으로 회복할 수도 있는 존재다. 263~264쪽


우리는여전히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고민하며 살아간다. 나이를 먹고 관계의 고리가 다양해지면서 그 고민의 깊이는 더 깊고 다양해진다. 우리는 관계의 고리를 과감하게 끊을 수 없다. 다만 정리하면서 내가 설 자리, 나다운 자리를 다져갈 뿐이다. 그렇다면 관계 속에서 '나 다움'을 찾으려면? 하면 과제가 남는다.

난 여전히 힘든 관계의 고리가 하나 있다. 오래된 그 관계가 난 여전히 힘들고 벅차다. 과감히 잘라내고 싶은 마음과 잘 정리해서 다져진 관계의 고리로 곁에 두어야 한다는 강박이 공존한다. 조금 뒤로 물러서서 관계 속을 들여다보고, 조금 더 유연한 마음으로 다가서면 나아질까? 과연 내가 그걸 해낼 수 있을까?하는 의문은 여전히 들지만, 이해보다는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든다.

'관계'라는 고리와 함께 묶인 친밀함 그리고 타인, 우리의 관계를 객관적이고 분석적인 접근으로 바라본 『친밀한 타인들』 사람과 관계의 소중함을 아는 당신에게 권하고 싶다.

 

 

서명4.pn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엘사와 안나, 우리는 매일 어른이 되고 있어 - 어제보다 좋은 내일을 살아갈 너에게 디즈니 레이디스 시리즈
겨울왕국 원작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벌써 5년이란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반가운 노래

♬♪ 같 이 눈사람 만들래? 제발 좀 나와봐. 언니를 만날 수 없어. 같이 놀자 나 혼자 심심해 ♬♪ (같이눈사람 만들래?中에서)

♬♪ 그럼, 정신 나간 소리 하나 해도 될까요? 네, 얼마든지요! 항상 닫혀진 문 안에서 살던 제가 그댈 갑자기 만나게 됐죠 ♬♪ (사랑은 열린 문 中에서)

우리 집의 기상 알림음이 되고, 등교하기 전까지 영화 OST를 끊임없이 들었던 것이 벌써 5년이란 시간이 지났고, 그 노래를 들으며 영화를 무한 재생으로 감상했던 두 소녀가 이제는 다음 버전의 영화를 보며 그 다음 버전을 추리하며 기다릴 만큼 성장했다.

 

TODAY3.JPG

 

아이 어른 나이와 성벌과도 무관하게 모든 이의 사랑을 받았던 [겨울왕국] 이야기의 중심이 된 "엘사와 안나"가 그들의 친구인 "크리스토프와 올라프"와 함께 우리에게 행복한 어른이 되기 위한, 우리에게 전하고픈 메시지를 담아 낸 책이 새롭게 세상을 향해 걸어온다.                            

엘사와 안나, 우리는 매일 어른이 되고 있어

 

 

 

TODAY4.JPG

 

엘사와 안나, 불의의 사고로 부모를 잃고 왕국에 남은 유일한 친구이자 자매이다. 자매가 다시 왕국의 문을 열고 세상과 맞서 나가는 것이 영화 [겨울왕국]의 중심 스토리이다. 그들이 가슴 속에 품은 불안을 이기고 다시 세상으로 나오기 위한 과정 속에 담겨진 메시지를 영화 속 장면과 더불어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디즈니 레이디스 시리즈》 중 하나인 『엘사와 안나, 우리는 매일 어른이 되고 있어』 이다.

 

1. 나 자신을 믿고, 스스로를 사랑할 것

2. 함께 할 때 더욱 빛나는 순간들

3.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세 챕터로 구분하여,

'나'로 시작하여 '함께' 그리고 '행복'으로

맘의 온도를 높이는 방법들을 담담하고도 진실된 목소리를 전달한다.

 

TODAY5.jpg

 

우린 자신의 나약함에 대해 관대하지 못하다. 자신이 가진 많은 능력 중에서 가장 힘없고 나약한 것을 중심으로 두고 자신에게 스스로 상처를 입히는 실수를 한다.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줄 아는 눈과 자신을 안아주는 포용력이 간절히 필요한 우리다.

올라프의 초긍정적인 마인드와 나의 변화를 칭찬할 줄 아는 여유로움이 우리를 한 뼘 더 성장시킬 수 있음을 믿어보자. 그리고 기억하자.

 

현재의 나는 실패를 겪어야만 했던

과거의 나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TODAY6.jpg

 

우리는 때로 외롭지만 때로 즐겁고 때로 행복하다. 혼자만의 고요가 나를 힐링시킨다면 함께 하는 분주함과 쾌활함이 나의 시간을 생기있게 채워주기도 하다.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에너지 "함께"는 다소 버겁고 힘에 부대끼는 순간도 있다. 모두를 위한 '참아내기' 기술이 잠깐은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국은 누군가에게 화 또는 미움으로 번지기 마련이다. "함께" 라는 에너지를 현명하게 발산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입장을 전달하는 대화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한 소통의시간이 필요하다.

나와 우리 그리고 함께 걸어가는 길이 행복이길 원한다면, 동심을 잃지 않고, 나의 행복을 믿으며, 시련의 시간을 견뎌낸 나를 믿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어린 아이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Let it go"처럼 지나간 시간 모두 잊고, 지금의 나를 깊이 사랑하고 믿어주는, 오늘보다 좋은 내일을 살아가길 힘차게 응원하며 책장을 덮는다.

 

서명4.pn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28호실의 원고
카티 보니당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행을 가거나 놀이동산에 가면 기둥마다 의자마다 새겨진 글자들을 보면서 눈살을 찌푸려왔다. 왜 굳이 여기에 이름을 남겼을까. 여전히 '훼손'이고 '민폐'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아마 자기만의 추억을 회상하고 싶어서 오늘 이 순간이 그에게는 특별한 날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는 그 글귀를 보며 새로운 시작을 할 용기를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128-1.jpg

 

안느 리즈는, 프랑스 서부 피니스테르주의 보리바주 호텔 128호실에 묵는다. 책을 좋아하는 안느는 책을 챙기지 못한 자신에게 심술이 나고 잠을 이루지 못할 상황에서 더블침대 오른쪽 협탁 서랍에서 원고 하나를 발견한다.

 

128-2.jpg

 

잠을 이루지 못할 거라 생각한 그 밤에 안느는 원고를 읽어나가기 시작했고, 그 원고가 주는 설렘과 원고 뒷편에 연필로 쓰여진 시를 읽으면서는 누군가 우리를 위해 쓴 것이라는 확신이 들만큼 가슴에 여운으로 남는다. 안느는, 원고 뒤에 쓰여진 주소로 원고를 보내면서 원고를 만나게 된 자신의 사연과 함께 감동을 편지에 담아 보낸다.

그 후로 몇 년 동안 저는 원고를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내 인생이 어떻게 됐을까 상상해보곤 했답니다.운명의 주사위를 다시 던지듯 훌륭하게 끝마친 원고를 편집자에게 들이밀고 문단에서 인정받으며 살아가는 젊은 작가의 모습을 상상하곤 했지요. 보시다시피 저는 어렸을 때 꾸었던 미완성의 꿈을 여태껏 끌고 온 것 같군요.

- 실베스트르 파메가 안느 리즈 브리아르에게. 2016년 5월 2일. 21쪽

 

몬트리올 여행길에 잃어버린, 33년이 지난 후에 원고를 받게 된 작가 실베스트르는 잊고 있던 원고를 받는다. 갑작스런 소포에 담긴 원고와 편지, 실베스트로에게 33년은 어떤 시간이었을까.

안느 리즈는 어떻게 프랑스 호텔 128호실에 협탁 서랍에 원고가 있게 되었을까, 원고가 긴 시간동안 여러 사람을 거치게 된 사연과 원고의 결말을 채운 또 다른 이는 누구인지 추적해 나가보기로 결심한다.

저는 이번 만남이 어떠한 결과를 만들어낼지 상상하고 있어요. 상처 난 감수성과 예민함을 지닌 당신과, 적절한 곳에 꼭 맞는 단어를 실수 없이 넣을 줄 아는탁월한 이야기꾼인 그 사람의 만남, 하지만 어떤 만남은 실현되어서는 안 됩니다. 걸작이 될 수도 있는 작품의 탄생을 방해하고 마니까요…….

- 안느 리즈가 실베스트르에게. 2016년 5월 5일. 25쪽

안느는, 가족들의 야유와 부질없음에도 굴하지 않고 절친 마기의 도움을 받아 원고의 마지막 종착지가 된 보리바주 호텔 128호실에 묵었던 손님부터 찾아나기가 시작한다. 원고를 읽은 그들의 행적을 추적해가면서 안느는 많은 이들과의 교류를 맺고, 편지를 나누면서 원고가 그들의 시간 속에 일부가 되었던 추억과 마주선다.  

마기, 그 소설은 그 누구의 마음도 무장해제하는 힘이 있는 게 분명해. 128호실에서 그것이 등장한 뒤로 우리는 계속 독자를 따라서 거슬러 올라가고 있잖아. 우리가 그 소설을 거론할 때마다 문이 열리고 사람들의 얼굴에서 빛이 나고 말이야.

- 안느 리즈가 마기에게. 2016년 6월 2일. 58쪽

안느의 용기와 무모해보이는 도전이 지난 시간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으로 가슴에 묻어둔 감정들을 다시금 꺼내고 용기내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준다. 사랑하는 여인의 잊혀진 기억 속에 남겨진 한 남자의 이야기와 사랑하는 여인을 잃고 용기마저 잃어 딸에게 떳떳하지 못한 아빠의 이야기 그리고 첫사랑을 기다리는 여인과 원고와 함께 첫사랑을 되찾게 된 작가의 이야기를 전한다.

128-3.jpg

 

그들은 우연히 만나게 된 '원고'를 중심축에 두고 자신이 원고와 만나게 된 그 때 그 시간들을 안느에게 글로 전달한다. 나는 안느의 편지를 몰래 들여다보는 듯한 착각에서 조심스레 그들의 속내를 알게 되었고, 그들의 삶이 얼마나 고되었는지, 기다림과 잊혀짐이라는 감정 속에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이 지나온 시간 앞에 당당했다. 원고가 주는 힘과 안느의 용기 그리고 소중한 시간 앞에 놓인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는 막연함이 그들의 용기를 이끌어낸다.     

제가 그곳을 가려는 단 하나의 목적은

바로 누군가에게 다가가기 위함이에요..

그 소설을 좋아했고

그러한 감성때문에

이미 제게 친근하게 느껴지는 사람에게로.

- 안느리즈가 다비드 아길롱에게. 2016년 8월 24일. 182쪽

우연히 발견한 원고 하나가 프랑스를 넘어 작가의 손에 돌아가고, 33년이란 시간동안 거쳐간 독자들을 만나는 시간 여행이 '편지'라는 형식을 빌어 『128호실의 원고』 라는 제목으로 우리에게 전해진다. 우연을 우연이 아닌 운명으로 받아들인 안느의 용기와 친구의 무모한 실행에 온 힘을 다해 도와준 절친 마기의 믿음 그리고 안느의 용기에 서서히 마음을 열어가는 미완성 원고의 작가 실베스트르의 변화가 많은 이들의 추억과 사랑을 기억되도록 한다.128-4.jpg   

 

 

서랍 속에 넣어둔 원고의 긴 여정을 따라가며 만들어낸 이야기 『128호실의 원고』 는 편지 형식으로 이루어진 만큼 진솔한 화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글을 쓰고 읽는 이의 다른 시점으로 일어난 오해들까지도 마치 청자의 입장이 되어 점점 빠져들게 된다. 관찰자의 입장으로 쓰여진 여느 소설과는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 『128호실의 원고』 다양한 이들을 추억 한 켠을 들여다볼 수 있어 두근거리고 설레였다.

우연은 운명과 아주 닮아 있는 것 같아요. 그 둘 모두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고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벌어지니까요. 그렇지만 우리는 우연은 별일 아닌 것으로 치부하고, 운명은 뭔가 더 큰 존재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죠. 운명이라는단어 앞에서 우리는아주 작은 존재가 되어버려요. 운명은 거스를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하면서요. 하지만 저는 이 책을 읽고 난 후 우리에게는 운명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운명이라는 것의 지분은 모조리 우주에게 달린 일이 아니라 결국은 우리에게도 약간의 역할이 주어졌다는 것을요. 그리고 그것은 작은 우연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것도요.

옮긴이의 글 중에서.318쪽

 

 

서명4.pn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안의 천재적 이기성을 깨워라
이성운 지음 / 다연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가 사는 세상은, 착함과 배려를 너무나 당연시하게 요구하고, 그렇게 행동해야만 좋은 사람이라고 인정한다. 그런데 착함과 배려의 기준은 무엇이며, 그것을 누가 인정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것은 그 누구도 답할 수 없다. 기준도 없고, 인정받으면 증명할 것 그 무엇도 없다는 것이다. 이는 곧 기준은 없지만, 나에게만은 배려하고 착함을 보이라는 것이다. 너 하나만은 나에게.

 

igi1.jpg

 

"천재적 이기성"이란 말에 호기심이 발동하고, 나에게 숨겨진 이기성 그것도 천재적 이기성은 어떻게 활용되어야 하는지 또는 나의 이기성이 민폐로 보이거나 상대에게 상처를 남기게 되는 건 아닌지, 적절한 경계를 알고 싶어 책장을 열게 되었다.

나는 천재적 이기성이야말로

행복한 인생을 만들어가는데 가장 강력한 실전 도구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이를 출발점이자 종착점으로 삼아 총 5장에 걸쳐

그동안 봉인되어 있던 천재적 이기성을 끄집어내고

온전히 발휘하게 해 줄 것이다.

이제 이 책과 더불어 천재적 이기성을 제대로 활성화하자.

이로써 나 자신을 구하고, 타인을 구하고,

나아가 세상을 구하는 존재로 거듭나자.

작가의 말 중에서.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이기성'을 단순히 나만의 이익을 위한 계산적이 아닌 천재적으로 온전히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활성화해 나간다면, 우리의 삶은 분명 변화될 수 있음을 전하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는 책이다.

 

igi2.jpg

 

우리는 누군가에게 불려지는 '천사표', '배려의 아이콘'이라는 말을 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만들어주고, 나로 인해 모든 이들이 좋은 환경 속에서 지낼 수 있게 된다는 착각을 하곤 한다. 그건 단지 나의 베품을 받은 이가 좀 더 수월하게 업무를 처리했고, 좀 더 편하게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딱 거기까지만인데 우리는 '나로 인해'라는 조건을 달아 마치 대단한 일을 한 듯 스스로를 치켜세우며 다음을 보장하는 실수를 범하고 만다.

착하고 배려하고 나누는 것은 아주 훌륭한 미덕이며, 이 미덕이 잘 활용되면 많은 이들에게 긍정적 영향력으로 파급효과 또한 클 것이다. 그러나 훌륭한 미덕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의 구분이 정확해야 하며, 나의 베품이 다시 나에게 베품으로 돌아온 경험을 충분히 갖춰졌을 때 가능한 일이다. 이는 상대를 봐 가면서 베풀어야 한다는 말이 결코 아니다. 먼저 나! 나를 먼저 챙길 수 있어야만, 상대를 챙기는데 어려움이 없으며, 나와 상대 모두 제대로 된 환경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는것이다.

천재적 이기성은

자기 자신을 위해 눈치보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삶이다.

내 안의 천재적 이기성을 깨워라. 186쪽

 

igi3.jpg

 

『내 안의 천재적 이기성을 깨워라』 는, 자신이 가진 성격과 재능, 관심사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그것을 남과 비교해서 잘하고 못하고가 아닌, 온전한 나에게 집중하고 그것이 행할 수 있는 그것만큼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바로 나를 존중하는 그 마음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한다. 내가 가진 것보다 더 잘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무척 훌륭한 자세이지만, 누군가를 위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함은 나에게도 상대에게도 민폐일 뿐,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되지 못하며, 결국 스스로에게 상처를 주는행위라고 말한다.

그 동안 우리는 나보다는 너 그리고 우리에 집중한 삶을 살았다는 것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증명해주며,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하고 실천한 성공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에게 집중했을 때 보여지는 시너지 효과를 보여준다.

우린 어린 시절부터 배려하고 착하게. 남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교육을 받으면서 나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잊거나 생각하고 대답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였다. '이기성'이란 말이 부정적으로 들리는 우리에게 내 안의 이기성을 깨우라는 제목이 다소 부담스럽고 그렇게 해도 될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를 잘 들여다보면 나만의 이익을 위해 타인에게 폐를 끼치라는 것이결코 아니다. 나를 위해 내가 집중해야 하는 나에게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며, 그것이 부르는 결과와 감정에 책임을 지며, 남의 뒤를 따르는 것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에 당당하라는 것임을 알 수 있다.

 

igi5.jpg

 

『내 안의 천재적 이기성을 깨워라』 를 읽으면서, 내가 진정으로 원한 삶이 무엇이었는지, 스스로 내 안에 상처를 낸 것은 무엇이었는지, 나는 내 자신에게 당당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타인이 원하는 것에 집중했던 시선을 나에게 돌리는 연습을 하고, 타인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아닌 내가 나의 시간에 만족하고 주도하는 시간이 되도록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바로 나의 존재를 나에게 일깨워주는 것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당신의 삶이 어떤 상황에 있든 자만할 이유도, 낙담할 필요도 없다. 인생은 생각보다 긴 여정이다. 단편적인 승리는 진정한 승리가 아니다. 이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바가 아니다.

 

눈 앞의 일이 아무리 긴급하고 중요해 보여도, 때론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보여도 그저 긴 인생의 점일 뿐이다. 당신의 과거를 돌아보라. 당신이 당시 그토록 안달복달했던 일들 중 지금 돌아봐도 정말 중요했다고 느껴지는 게 얼마나 되는가? 대부분의 일이 오히려 '그때 뭐 때문에 그렇게 조마조마했고 심각했지?'라고 자조와 후회가 들지 않는가? 지금 당신의 눈앞에 있거나 앞으로 다가올 일 대부분이 그런 것이니, 대범한 마음가짐을 갖길 바란다.

내 안의 천재적 이기성을 깨워라. 209쪽

 

 

서명4.pn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