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 꽃이 피었습니다 - 마음 장편소설
마음 지음 / 북랩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용문]

[133p] "두려움에 세상과 맞서지 못하는 것과 세상 밖이 더 평온한 건 다른 이야기지요. 아가씨는 그저 지금 세상이 두려워 이곳이 평온한 것입니다. 이곳에서는 두려운 세상과 마주할 일이 없으니까요."


[서평]

하루의 일과가 항상 일정하던 시절이었다. 당시의 나는 새벽 한시쯤 잠에 들고 새벽 다섯 시쯤 일어났다. 눈 뜨자마자 바로 팔굽혀펴기 백회를 해서 심박수를 올리고, 급박해진 심박수를 진정시키며 명상을 했다. 서서히 느려지는 심박수를 세밀하게 관찰하며 오늘을 어떻게 살아낼지 궁리했다. 그렇게 지겨운 출근을 했다. 지루한 업무가 끝난 뒤 집에 도착하면 밥을 먹고 바로 책을 읽었다. 한 시간 동안 독서를 하고 이어서 또 한 시간 동안 글을 썼다. 그렇게 정적인 일을 끝내고 곧바로 한 시간 동안 운동을 하고 또 한 시간 동안 산책을 했다. 그렇게 집에 돌아와 씻고 잠자리에 누우면 새벽 한시쯤이었다. 나는 그것이 발전이라고 착각했다. 몸과 정신이 조금씩 망가지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아한 태도가 가장 강력하다
손서율 지음 / 채륜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

나는 타자와 문제가 있을 때마다 항상 몇 마디 섞지 않고 단절하곤 했다. 아주 조금만 대화를 해 보아도 상대방이 나와 말이 통하는지 아닌지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근 십 년 동안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하면서 얻은 능력이 있다. 바로 나를 싫어하는 사람을 단박에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다. 사람 좋은 척, 관심 없는 척, 싫지 않은 척 해도 결국 그 부정의 느낌은 숨길수가 없다. 사람이 사람을 싫어할 때 나오는 미세한 몸짓과 눈빛 그리고 특히 말투를 보면 아무리 포장하려고 해도 완벽하게 가릴 수는 없다. 그런 사람들과 굳이 대화를 하면서 풀려고 노력하는 행위는 힘이 넘치는 사람이 아니라면 권장할만한 행동은 아니다. 우리는 모든 사람과 친하게 지낼 필요는 없다. 그리고 착한 사람이 아니라도 주변에 좋은 사람들은 아주아주 많다. 나를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가족과 연인 그리고 친구 소수만 있으면 삶을 영위하는 데 큰 문제는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심야의 비밀 수영 클럽 VivaVivo (비바비보) 53
하이은 지음 / 뜨인돌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득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나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하루가 끝나지 않을 것처럼 읽고 쓰는 상상을 말이다. 그러니까, 나는 평안한 하늘 아래서 걱정 없이 읽으며 쓰는 것이다. 누군가의 기대를 받지 않고 그저 한 장씩 써 내려가고 싶다. 그런데, 지금은 쓰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저물었다. 목적도 희미해졌고,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인정 또한 받지 못한 지 오래다. 사실 글을 더 이상 써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이제까지 막연하게 썼던 글들이 애처롭기도 하다. 나는 소설 속 유영처럼 좋은 과정과 결말을 얻어내진 못했다. 나도 다시금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글을 쓰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결정적 선택의 순간들
멜로디 비티 지음, 유지연 옮김 / 올리브나무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

아주 오래전부터 자유의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가 하는 일은 모두 스스로가 결정한 일이고, 지금 겪는 불행 또한 스스로가 자초한 것임을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다시금 그 불행으로 한걸음 다가가는 이유는 아마도 연대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타인과 대화하고 공감하고, 긍정적인 감정이 생기면 생길수록 두려움 또한 무럭무럭 자라났다. 대표적으로 그 관계를 잃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가장 컸다. 그래서 관계를 명료하게 세분화했고, 양을 줄여나갔다. 쓸모없는 사람들을 만나는 횟수를 줄였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일을 늘려 나갔다. 그렇게 건강한 자유의지가 생기는 것이 느껴졌다. 물론 아직도 가족(사랑)을 잃는 것은 두렵기도 하다. 그럼에도 나는 큰 불안함은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걱정은 전부 쓸데없고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아주 잘 알기 때문이다. 혹여라도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가 닥친다면 내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될 일이다. 세상은, 사람은 결국 살고자 하면 살아지는 법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국토박물관 순례 1 - 선사시대에서 고구려까지 국토박물관 순례 1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용문]

[8p] 중국은 동북공정 이후 한국인의 고구려·발해 유적 답사를 통제하고 있어 지금 당장 현지를 답사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다.


[13p] 일찍이 1933년 함경북도 종성에서 구석기시대 동물 뼈와 흑요석 석기가 발견되었으나 당시 일제는 우리 역사가 일본보다 앞선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이 사실을 덮어버렸다.


[20p] 박정희 대통령은 천마총 발굴 때도 거액의 후원금을 주었는데 전곡리 발굴에도 특별 후원금을 내주었다.


[21p] 30여 년간 총 17차례 8,500점가량의 유물을 수습하는 엄청난 고고학적 성과를 거두었다. 이리하여 세계 고고학 지도에 서울을 안 나와도 전곡리는 명확히 표시되게 되었다.


[23p] 현장 고고학자는 인적 드문 오지에서 땅을 파는 인부나 마찬가지인 삶을 살아야 한다. 더욱이 젊은 시절 한번 발굴단에 투입되어 현장을 지켜야 하는 입장에서는 청춘을 그 땅에 다 바쳐야 한다.


[31p] 시도 아닌 군에, 그것도 휴전선을 맞대고 있는 이 외진 고을에 이처럼 멋지고 당당한 박물관이 있다는 것은 연천군의 자랑이자 국토박물관의 긍지다. 


상선전시실로 들어가면 입구 정면에 그레그 보엔이 처음 발견한 주먹도끼 5점이 독립 유리장 안에 '거룩하게' 전시되어 있다.


[32p] 이성적 사유능력, 이것은 모든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자 자랑이다. 이성의 탄생에는 경험의 축적, 시행착오, 상대평가 등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33p] 고인류학에서 유전자 분석 방식이 도입되면서 인류는 단일 계보로 진화한 것이 아니라 그때마다 여러 비슷한 종이 혼재해 살아오면서 생성·소멸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지구상에는 최소한 25종의 호모가 등장했다고 생각되어, 근래에는 비슷한 유형을 끼리끼리 묶은 '계통수'로 이해하고 있다.


[53p] 점점 밤이 도둑처럼 찾아오는데 땀과 기침이 그치지 않고 항상 미열이 난다. 술맛을 잃었고 내 목숨은 몇 달 남지 않았다. 그 모습은 비록 애처로워 보이지만 내 의지는 변함없다. 신이란 인간이 만든 조작이다. 극락 지옥 일체가 허상이고 모두 실체가 아니라고 삼불은 굳게 믿는다. 원컨대 속히 꿈에서 벗어나 이 세상을 떠나 태형의 향유지향으로 돌아가고 싶다. 1993년 7월 6일 자화상을 삼불 그리다.


[60p] 말은 행동을 가리지 못했고 행동은 말을 실천하지 못했다. 한갓 요란하게 성현의 글 읽기만 좋아했지 허물을 하나도 다듬지 못했다. 이를 돌에 새기노니 후인들이 경계로 삼기 바란다.


[서평]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사실이 놀라우며 흥미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1부를 읽는 동안에 절반도 이해하지 못한 자신이 애석하다. 그럼에도 참 좋은 사실을 하나 더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국토박물관 순례의 책에서 여러 가지 좋은 뜻이 담긴 글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삼불 김원용 선생님과, 조선 후기의 문신 미수 허목의 짧은 글은 나를 경탄하게 만들었다. 특히 허목, 그의 마지막 명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그의 글은 나의 좌우명중 하나가 되었다.


국토순례책답게 우리나라 국토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특히 1부에서는 연천에 관련된 글이 길게 언급되며 연천 박물관을 칭송한다. 이 책을 읽고도 연천 박물관을 가지 않는 것은 말이 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하루라도 빨리 짐을 싸서 연천으로 떠날 준비를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