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워할 필요 없는 삶에 대하여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노윤기 옮김, 로빈 워터필드 편역 / 푸른숲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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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집중한다

글·사진 박진권

제호 두려워할 필요 없는 삶에 대하여

저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편역 로빈 워터필드

옮김 노윤기

출판 푸른숲



오늘 반드시 무엇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무너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다짐은 확실한 보상이 따라오지 않는 유약한 확언이다. 나는 철인이 아니기 때문에, 저런 유약한 확언으로는 의지를 다잡을 수 없다. 그래서 능동적 심상화를 이용해 거시적인 계획을 세운다. 원하는 삶을 그려보고, 그 삶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고민한다. 핵심 단어를 추리고, 그것을 지키거나 얻기 위해 노력한다.

오랫동안 작문 활동을 하며 비교적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이 나의 꿈이다. 단순하지만, 굉장히 어렵고, 이 꿈을 이루기 위해선 일단 건강해야 한다. 단 한 번의 몰아침으로 작가 생명을 소진할 게 아니라면 모든 꿈의 가장 앞에 있어야 할 것은 단연코 건강이다. 내 인생에서 핵심 단어는 세 가지다. 건강, 사랑, 꿈. 겉으로 보기엔 굉장히 소박해 보이지만, 이것만큼 욕심인 게 없다.

건강

꿈을 이루기 위해선 건강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살포하려면 마찬가지로 건강해야 한다. 건강보다 앞선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정신과 신체의 건강을 세밀하게 살피고 관리할 수 있는 동물은 인간이 유일한데, 그것을 무시하는 것은 정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사랑

사랑이 없으면 꿈을 이룰 수 없다. 인간은 필연적으로 사람과 섞여 살아야 한다. 나는 보편적으로 타인과 얽히는 것을 극도로 꺼리지만,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는 두 팔 벌려 환영한다. 가족과 가족의 목록에 속하게 될 사람과는 깊게 엮이고, 그 과정에서 사랑을 주고받는다.

건강을 관리하며 열심히 사랑했을 때 비로소 꿈이 완성된다. 보통 불행한 경험을 연료로 글을 쓴다. 그렇다고 해서 늘 불행하기만 하면 삶을 영위하기 어렵다. 작문이라는 행위로 불행을 승화하고, 사라지지 않은 작은 부정은 사랑으로 덮거나 해소하는 것이다. 늘 우울을 달고 살기에 인간의 정신은 생각보다 강인하지 않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인간은 건강해야 하며, 일상에서 느끼지 못할 정도로 깊은 사랑을 해야 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처럼 자신을 채찍질하고 싶지 않다. 성향상 그 매가 과해질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성찰을 아예 하지 않을 수 없으니, 글을 쓴다. 작문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생각을 비교하고, 겸사겸사 가벼운 성찰도 할 수 있다. 더해서 적절한 글쓰기 훈련도 따라온다. 인간은 어떤 생각이나 행위를 할 때, 스스로 어떻게 인지하는지에 따라서 같은 행동을 해도 다른 결과를 마주한다. 똑같이 글을 작성해도 자기 연민에만 빠져 있으면 발전 없는 푸념이 된다. 개인의 건강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먹는 영양제가 돈 낭비인 것처럼 말이다. 과거에 작성한 산문이나 저작물은 꿈으로 향하는 길에서 벗어나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빠지는 것을 방지한다. 무슨 일이든, 지금 하는 행동을 낭비로 만들지 않는 것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거대 제국의 황제였기에 자신에게 향하는 채찍에 더 힘이 들어갔다. 자신을 수양할 시간도 부족해, 타인의 행위에 조언한다거나, 비난하지도 않았다. 나는 건강, 사랑, 꿈이지만, 누군가는 돈이 될 수도 있다. 세 가지가 넘을지도 모른다. 그게 무엇이든, 타인이 원하는 것엔 크게 관심 없다. 이루고자 한다면, 그 길로 향하면 그만이다. 나 또한 외부가 아닌 오직 나에게만 집중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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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거리 내게 말을 건다
박성주 지음 / 담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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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란 무엇인가

글·사진 박진권

제호 낯선 거리 내게 말을 건다

저자 박성주

출판 담다





의미 없는 여행은 뿌연 안개 속을 걷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굳이 돈을 들여 어딘가를 가야 한다면, 반드시 어떤 의미가 있어야 했다. 빌 게이츠의 독서 여행처럼 무언가 목적이 있고, 그로 인해 개인의 삶에 아주 작은 변화라도 있지 않다면 여행은 그저 ‘허세’였다. 남들이 가는 곳만 방문하고, 똑같은 구도에서 다르지 않게 찍은 사진, 심지어 비슷한 복장까지 입은 사람들을 보면 한심했다. 어쩌면 나는 일그러진 우월감을 냉철함으로 착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무분별한 여행이 안목을 넓혀준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저 뽐내기 위해 밟는 타국의 땅은 값비싼 허영일 뿐이다. 그러나, 목적이 없어도 영양가 있는 여행은 존재한다. 어떤 이와 함께 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혼자 하는 여행은 반드시 목적과 의미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여행에는 굳이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다. 함께 보고, 느끼고, 걸었다는 게 중요하다. 소중한 관계에서 오는 추억이 목적이고, 끈끈한 연대감이 의미다. 이후에 닥칠 결별, 이혼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사별이 아니고선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다는 듯이 오늘을 살고, 지금에 집중하면 그만이다.

여행 같은 하루를 맞이하려고 노력한다. 그러기 위해 매일 죽음을 생각하며 잠에 들고, 탄생을 엿보며 잠에서 깨어난다. 짧은 인생과 닮아있는 일과를 보내다가 다시금 죽음을 맞이하는 것처럼 잠든다. 인간의 하루는 인생의 축소판을 여행하는 것과 같다. 의식하지 못할 뿐 우리는 항상 여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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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건우, 베토벤의 침묵을 듣다
김재철 지음 / 열아홉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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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랑

글·사진 박진권

제호 백건우, 베토벤의 침묵을 듣다

저자 김재철

출판 열아홉





예술가는 사랑에 실패하거나 빠졌을 때 그리고 고독하거나 내적으로 풍족할 때 그 예술성이 더욱 깊어진다. 사랑, 추억, 감성, 후회, 반성 등이 농축되어 좋은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건전한 관계에서 생성되는 감수성이 있어야 비로소 글이 써지고, 작문으로 승화함으로써 행복을 되찾으며, 건강한 정신으로 돌아와 다시금 사랑을 표출한다. 반대로 사랑을 표출해야 감수성을 발산할 수 있고, 승화했던 기억이 작문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어떤 예술이든 표현과 결과물이 다를 뿐 결국은 사랑이 전부다. 형태와 방식이 다를 순 있어도, 사랑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사랑을 모르는 사람은 예술을 할 수 없고, 즐길 수도 없다. 사랑이 없는 사람이 보는 예술은 반쪽짜리다. 그들이 논하는 예술은 예술이 아니며, 그들이 누렸다고 주장하는 예술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을 우습게 또는 한심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말로는 공허뿐이다.

사랑의 정의는 정립하기 어렵다. 백날 설명해 봐야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이미 부정으로 물든 시야에 걸린 사랑이라는 단어는 허무맹랑할 뿐이다. 그저 혐오와 편 가르기에만 열중하는 그들에게 사랑은 유니콘과 다름없다. 돼지 눈엔 돼지만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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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하기, 소유되기
율라 비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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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과 파괴 그리고 아름다움

글·사진 박진권

제호 소유하기, 소유되기

저자 율라 비스

출판 열린책들



사람은 복합적이고, 모순적이다. 무엇인가 한쪽에 치우친 사람을 보고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줏대나 이념이 없어서가 아닌, 생물학적으로 타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은 스스로에 더 관대하고, 타인에겐 인색할 수밖에 없는 이기적인 동물이다. 사회적 약자에 감정을 이입하고, 기부금을 선뜻 내놓지만, 지하철 시위에는 인상을 찌푸린다. 연탄 나르는 봉사를 하며 보람을 느껴도 주변으로 다가오는 노숙자는 멸시한다. 노인 복지가 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전철 안 노인의 특정 행동은 과하리만치 1225혐오한다.

모든 부분에서 완벽하게 이타적이거나 배타적인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진보적인 성향의 사람도 어떤 부분에선 보수적일 수 있고, 보수적인 성향의 사람도 어떤 부분에선 진보적일 수 있다. 사내 복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노동자 친화적인 회사가 방산업이라거나, 직원을 착취하는 회사가 되려 사회적 기업인 경우도 빈번하다. 외부의 특이 사항과 변수를 배제한 채 한 곳만 파고드는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보다 위험하다. 투자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보다 투자를 나쁘게만 생각하는 사람이 더 현명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대한민국의 중산층은 자신이 중산층이라는 사실을 숨기거나 인지하지 못한다. 더 심하게는 가난하다고까지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것은 중산층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SNS의 과도한 과시와 왜곡 때문일지도 모른다. 매년 해외여행 사진을 올리고, 매해 고급 레스토랑을 방문한다. 비싸 보이는 가구와 집 그리고 차와 명품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그런 이들의 실재를 아는 사람들은 현혹되지 않겠지만, 대부분은 그것들이 중산층이라고 착각한다.

율라 비스의 《소유하기, 소유되기》의 글은 위의 글과 비슷하다. 개인의 사상과 논리를 열거하지만 딱히 뜻은 없다. 물론 말하고자 하는 바나 내포하고 있는 것은 있겠지만, 그것조차도 별 의미는 없다. 굳이 파헤치자면, 작가는 본인의 이념과 삶이 모순적이지만, 이념을 계속해서 상기하기 위해서 발버둥 치고 있다는 것을 문학적으로 풀어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글을 읽을 땐 마치 시를 읽는 것처럼 곱씹어야 한다. 나는 마치 한 마리의 소가 된 것처럼 되새김질을 반복하고, 책에 빠져들었다.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고 싶었다.

글의 부분을 살펴보면 너무도 훌륭하다. 율라 비스라는 사람은 문학적으로 완성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 하나만 놓고 보자면 결론은 한 가지다. ‘굉장히 모순적이면서 자기 파괴적인 아름다움을 문학에 녹여낸 죄의식과 신경증 환자그럼에도 나는 조만간 그녀의 다른 책을 읽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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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투라 CULTURA 2026.2 - Vol.140, 배우 안성기
작가 편집부 지음 / 작가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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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하게

산다는 것

월간 문화전문지 쿨투라 140호(2026년 2월호)


20대 중후반엔 선하게 살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오랫동안 고민했다. 양보하고, 대신하는 것에 적절한 보상이 따라오지 않았다. 5의 노력을 기울였을 때 돌아오는 것은 5였고, 10의 노력을 기울여도 여전히 5의 보상만 돌아왔다. 어쩌면 궁색한 변명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때부터 손해 보는 게 참으로 싫었다. 저 멀리서 관조하며 쓸데없이 첨언 하는 이들이 하이에나 무리처럼 주변을 어슬렁거렸고, 그것을 방관하는 승냥이 떼는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피하거나 교묘하게 동조했다. 나는 고독한 늑대라도 된 것처럼 할 수 있는 일을 대신했고, 모두가 선호하는 것을 양보하며, 마음에 울분을 쌓아갔다. 그들은 양보를 바라지 않았기에 고마움도 없었다. 나선 것은 오롯이 내 마음뿐이었다. 그 나섬의 대가는 당연한 기대였다.



“이거 원래 네가 하던 거잖아.”

“너 이런 거 좋아하잖아.”

“당연히 네가 할거지?”

“뭐, 얼마나 힘들다고!”



결국 나도 어떤 날은 승냥이처럼 간을 봤고, 또 다른 날은 하이에나처럼 기력을 다한 타인을 맹렬하게 물어뜯었다. 여전히 고독한 늑대라고 착각하면서. 잘못된 지각을 바로잡았을 때, 회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더는 저열해지고 싶지 않았다. 하이에나도, 승냥이도, 늑대도 결국 짐승이기에, 이제는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었다.



해야 했던 일을 외면하고, 하고 싶은 일로 눈을 돌렸다. 물론, 그곳에도 혐오의 핏물이 고여 있었지만, 괜찮았다. 시선이 닿는 곳 구석구석엔 꽤 멋진 것들이 즐비했으니까. 더 여유로울 때도 하지 않았던 기부를 시작했다. 타인을 위해 자리를 양보했고, 길거리 쓰레기를 주워 휴지통으로 옮겼다. 계단에서 힘겹게 내려오는 유모차를 대신 들었고, 안에 있는 천사의 미소를 보았다. 그 사소한 행위 덕분에 편안함이 찾아왔다. 여전히 선하게 사는 것은 손해 보는 것이고, 바보 같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비교하고, 분석한 후 행동할 때가 많다. 그럼에도 한 번씩 바보 같은 사람들을 떠올린다. 그들과 나란히 걷기엔 스스로 타락했음을 잘 알고 있기에, 한발 물러서서 발자취를 따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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