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마약 8할은 멕시코, 콜롬비아 등 중남미에서 유통된다. 그것에 미국에서는 수차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대마초 밭을 통째로 불태우거나, 카르텔 두목을 사살하는 등 나름의 총력을 기울여 소정의 성과를 거두었지만, 근원은 조금도 사라지지 않았다. 2010년 이래로 멕시코의 주요 마약 카르텔 범죄는 늘어만 갔다. 2022년 세계에서 가장 살인율이 높은 인구 30만 이상 도시 1~8위를 모두 멕시코가 기록했다는 전무후무한 기사도 찾아볼 수 있다.
대한민국도 이제는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2011년 약 7,000건에서 2023년 약 27,000건으로 12년 동안 4배 가깝게 증가했다. 2025년 현재도 20,000건이 넘는다. 마약 사범이 늘어난다는 것은, 단순하게 범죄자의 수가 늘어난 것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투약으로 인한 정신착란 등으로 타인에 대한 위해를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매해 2만 명의 노동력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고, 그 2만 명 중 절반만 일반 시민에 금전적, 신체적 손실을 입히면 더 높은 수치로 경제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정부에서는 대체로 그 피해를 ‘세금’으로 메꾼다. 실상 득 보는 것은 마약을 유통 판매하는 범죄 집단과 그것을 비호 하는 부패 정치인이다.
중남미의 관료들은 적어도 납(총탄), 즉 죽음이라는 협박이 있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오롯이 플라타ᴾˡᵃᵗᵃ, 뇌물밖에 없다. 정의로운 공무원이 많은 것보다, 악행을 저지르는 공무원이 다수인 것이 더 우려되는 부분일 수밖에 없다. 양아치(조폭)는 아직도 존재한다. 그러나 그들이 높은 관료를 협박할 수단은 많지 않다. 오롯이 뇌물이 전부일 것이다. 심지어 높낮이를 구분했을 때, 자연의 물이 위로 솟아오를 수 없듯이 양아치의 알력에 굴복하는 의원은 존재하기 어렵다. 그만큼 한국의 정부 인사들이 얼마나 썩어 있는지 알 수 있다.
좌우 할 것 없이 누구든 범죄와의, 마약과의 전쟁을 해주길 간절히 바란다. 앞으로의 대한민국이, 그곳을 살아가야 할 우리 아이들이 청정한 국가에서 행복한 삶을 누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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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한적한 아침,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열어보니 어떤 영상이었는데, 사막에서 남자 둘이 포박당해 있었다. 그들은 손과 발이 묶인 채 체념과 두려움이 섞인 눈을 멀뚱히 뜨고 있었다. 주변엔 중무장한 남성 네댓 명이 보였고, 무어라 말했지만,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때 갑작스레 마체테를 들고 있던 남성이 묶여 있는 남자의 목을 썰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돼지 멱따는 음성과 서걱서걱하는 섬뜩한 소리가 퍼져갔다. 살아있는 사람을 무차별하게. 그것이 카르텔 델 걸프ᶜᵃʳᵗᵉˡ ᵈᵉˡ ᴳᵒˡᶠᵒ 와 로스 세타스ᴸᵒˢ ᶻᵉᵗᵃˢ, ᵀʰᵉ ᶻˢ 의 타마울리파스ᵀᵃᵐᵃᵘˡᶦᵖᵃˢ, 누에보레온ᴺᵘᵉᵛᵒᴸᵉᵒⁿ, 베라크루스ⱽᵉʳᵃᶜʳᵘᶻ 등을 중심으로 벌어진 조직 간 전쟁이라는 것은 아주 오랜 후에야 알게 되었다.
참수 영상을 목격한 후부터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느껴졌다. 원래부터 죽음에 대한 집요한 생각이 있었던 고교 시절이었지만, 그토록 본질적인 두려움을 접한 것은 처음이었다. 범죄의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한 어떤 무력함에 신경이 곤두섰다. 나는 더욱 운동에 몰두했다. 나와 가족은 내가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온몸에 퍼지는 염증도 외면하게 했다. 대한민국에도 존재하는 양아치들만으로도 이렇게 불쾌함과 불편함이 느껴지는데, 정부와 긴밀하게 연결된 마약 카르텔이 산재하는 나라에서 살아가는 것은 얼마나 큰 고난일까. 우리나라도 현재 마약이 미친 듯이 유통되고 있다. 심지어 접하는 나이도 너무 어려지고 있다. 범죄자는 합당한 죗값을 받지 않고 쉽게 풀려난다. 멕시코가 범죄 천국이 되어가는 과정과 흡사하고 느끼는 것은 과한 해석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