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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인 척 - 슬프지 않은 척, 아프지 않은 척, 혼자여도 괜찮은 척
이진이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0월
평점 :
제목이 마구마구 공감이 가는 책입니다.
슬프지 않은 척 아프지 않은 척 혼자여도 괜찮은 척 어른인 척.
어른은 언제 되는 것일까요?
한해 한해 지나가고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어른'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되는데요.
실제로는 겉모습과 나이만 들었을 뿐 속은 어린 시절 그대로라는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절제하지 못하는 마음, 어린 시절 좋아하는 만화를 좋아하는 걸 볼 때면 내가 언제 어른이 됐다는 거지?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어른은 언제 어떻게 되는 걸까요?
성인! 주민등록증이 나오는 시기가 되면 어른이 되는 걸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진짜 어른이 아니라 자기도 모르게 '어른인 척'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란 생각이 듭니다.
드라마 "끝에서 두 번째 사랑"에서 김희애가 읽은 책으로도 알려진 이 책!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방송에 나온 책들은 드라마에서 하고 싶은 말들을 담고 있기에 더 보고 싶어지죠.
냉큼 저도 한번 읽어봤습니다.
"나도 67세는 처음 살아봐요." 꽃보다 누나라는 프로에서 윤여정 씨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하죠.
그러고 보니 대학 1학년 때 23살을 보고 나이가 엄청 많다고 생각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신입사원 때 마흔이 조금 넘으셨던 사장님을 보고 엄청 나이가 많다고 생각했던 것도 생각납니다.
서른이 넘으면 세상이 확 변하는 줄 알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내게는 안 올 나이 같았던 마흔.
결혼과 함께 이십 대는 훌쩍 지나가고 아이와 함께 사 심대는 후다닥 지나가버렸습니다.
늘 나이를 잊고 살고 해가 바뀔 때마다 비명을 질러댔는데요. 그래도 어김없이 나이에 앞자리가 바뀌었습니다.
스무 살의 세상살이나 마흔 살의 세상살이나 무섭고 설레기는 마찬가지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변하는 건 하나도 없는데 나이만 드는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를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느냐에 따라서 그 변화가 다르게 느껴지겠죠.
이 책은 공감 가는 일러스트와 함께 짧은 이야기들이 담겨있습니다.
한 구절 한 구절 읽으면서 아니 이건 내 이야기네!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람 사는 게 다 똑같구나. 그러면서 위안을 받게 됩니다.
내가 지금 살아가는 것도 그리 나쁜 것은 아닐 거야. 좌절하지 말자.
이상적인 말과 위로가 아니라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기에 더욱 끄덕일 수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남에게 꺼내기 어려울 수도 있는 이야기들도 서슴없이 담아내고 있기에 페이지를 계속 넘기게 됩니다.
어린 시절이야기, 연애이야기, 결혼생활 부부이야기, 시어머니 이야기, 회사 이야기 등
일상의 이야기 속에서 누구나 고민해봤을 법한 생각들이 담겨있습니다.
나도 그런데라는 생각이 들며 아줌마들과 시원하게 수다를 떤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전혀 생각지 못한 이면을 들여다볼 때는 속 좁은 내 마음을 반성하게도 되네요.
"잘해야 한다 뒤쳐지면 안 된다. 열심히 해야 성공한다. 네가 안되는 것은 노력 부족이다.
이런 말들 속에서 지쳐 힘들어 하는 나를 보고 이제는 말한다.
늦어도 괜찮다. 성공보다 중요한 것은 행복이다."
언제부턴가 육아서, 자기계발서를 읽다 보면 '당신이 부족한 탓이다. 더 노력해라.'는 지적을 당하는 느낌이 듭니다.
그냥 위로받고 싶었을 뿐인데 문제는 당신이다!라는 말로 더 상처받고 좌절하게 되는데요.
이 책은 그런 면에서는 마음을 토닥여주는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마음이 답답하고 우울해지는 날, 친구가 옆에서 같이 있어주는 느낌이 들어요.
시원한 사이다같은 이야기도 있고 반성해야할 이야기도 있고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읽는 재미도 쏠쏠했어요.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 꺼내들어보면 위안이 될 이야기들입니다.
짧은 문구들이 상황에 따라 다른 깊이로 다가올 듯합니다.
"이제 어른놀이 하기 싫다......"
나이만 늘었다고 저절로 '어른'이 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몸만 커버린 건 아닌지 나를 좀 돌아봐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한번 사는 세상, 이제는 척하고 살지 않아야 할 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