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집에 머물다
박다비 지음 / 상상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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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된 제주도 집에서 배우는 살아가는 이야기 "오래된 집에 머물다"

스물다섯. 사랑하는 남자와 제주에서의 삶이라니!

도시인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곳 중 하나나 '제주'가 아닐까.

요즘 효리네 민박을 통해 접하는 제주에서의 삶은 정말 멋졌다.

이건 불가능한 삶이야. 연예인이나 가능하지란 생각을 했는데.

여기 그런 생각을 깡그리 없애버리는 젊은 신혼부부가 있다.

거금을 주고 멋진 집을 산 것이 아니라 아르바이트한 돈으로 중고 살림살이를 들이고

100년 된 제주도 집을 얻어 하나하나 자신들의 손으로 만들어간다.

이게 가능할까?

정말 가능했다.

100년 된 제주도의 집 처음 사진부터 시작해서 화장실 타일 붙이고 화덕을 만들고 잔디를 까는 모습까지

모든 과정을 사진과 함께 담았다.

이게 가능할까?라는 생각에서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젊기에 가능한 무모한 도전일까!

아니 이들의 도전은 누군가에겐 꿈이기만 한 것을 현실로 만들어 버린 일이다.

 

"잠깐 눈에 안 보인다 싶으면 어느새 밖에 나가 뚝딱이며 무언가 새로 만들고 있다.

시골에 산다는 것은 이런 재미가 있는 것 같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내 손으로 무언가 뚝딱뚝딱 만들 수 있다는 것. 멋지거나 근사하지 않아도 괜찮다.

누구도 못났다고 타박하지 않는다. 직접 땀 흘리고,

손에 흙먼지 묻히며 해볼 수 있는 것, 살아볼 수 있는 삶."

 


고급스럽고 세련된 집이 아니라도 집안 구석구석 손때를 묻혀가는 모습이 그 자체로 참 부럽다.

젊음의 용기가 부럽다.

무턱대고 제주도로 내려가 막연하게 살고 싶다는 감정만 갖는 것이 아니라 내집에 장판을 직접 깔아보고 싶어진다.

여유돈이 생기면 100년이 안된다면 300년이 된 집이라도 하나 장만해 둘까.

아이들 다 크면 오붓하게 우리 부부 내려가서 이들처럼 할 수 있을까?

"나는 "제주에 살고 싶어."라고 말했고, J는 "난 어디라도 상관없어.

'어디야'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인지'가 더 중요하니까."라고 말했다.

그렇게 우리는 누군가 '귤'이라 부르는 섬, 제주에 살게 되었다."

 


세상에 이런 남자. 정말 존재한다.

여자가 제주에 살고 싶다고 했다고 어디라도 상관없다며 바로 제주에서의 삶을 준비하는 남자.

도대체 저자는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것인지!

100년 된 제주도 집의 모습은 사진으로 보기에도 처참했다.

공포영화에 등장할 것 같은 툭하고 건드리면 벌레들이 후두두둑 떨어질 것 같은 집이다.

이런 집을 하나하나 고쳐간다.

어떻게 고쳤을까 궁금해하며 한장 한장 넘기게 되는데

마지막 모습은 정말 깜짝 놀랄 모습이다.

이 부부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둘다 금손이야!

​공사장에서 얻어온 흙으로 고무장갑을 끼고 천장에 흙을 바른다.

시멘트도 온몸에 새똥처럼. 하지만 이들의 모습이 참 예뻐 보인다.

나는 신혼 때 왜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요즘 젊은 신혼부부들의 도전이 담긴 책들을 보면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내 삶은 참 아무것도 없는 미적지근한 삶이었다 싶다.

"너와 함께여서 나도 이렇게 뭐든 할 수 있는 거야."
 

힘든 고난의 순간에 부부의 진짜 모습이 드러난다.

이들은 사서 고생을 하면서도 달달하다.

이 남자 도대체 뭘까?

변기, 세면대 설치부터 난망, 화덕, 창문달기의 금손의 소유자이면서 아내에게 한없이 달달하기까지 하다니!

신혼부부가 이 책을 보게 된다면 남편이 한동안 고생스러울 듯하다.

나야 이미 신혼이 훌쩍 지나 포기라는 걸 하고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책 속 남편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괜히 옆에 있는 서방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곁눈질하게 된다.

완성된 집이 정말 어마어마하다. 환골탈태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거다.

멋진 집보다 마지막 이들의 행복한 모습에 더 눈이 간다. 이 부부는 제주도가 아닌 어디에 있어도 늘 행복할 것 같다. 아니 매순간이. 신혼부부라면 이들처럼 시작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참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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