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 최고의 풍속 화가 김홍도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그림이 있다.
씨름도. 초등 3학년 수학 스토리텔링 문제 마방진으로도 아주 익숙한 그림이다.
그림에 그려진 사람의 수가 왼쪽과 오른쪽에서의 두 대각선의 합이 12로 모두 같다는 수학적 비밀이 숨어있다고 한다.
김홍도가 마방진의 원리를 알고 이런 그림을 그렸을까? 무척 궁금해진다.
하지만 김홍도는 책 읽기에는 그리 흥미가 없었나 보다.
책에 소개된 내용에 따르면 김홍도는 화가로만 사느라 차분하게 책을 들여다볼 시간이 없었고
관진에 오른 후 치른 시험에서 성적이 좋지 않아 쫓겨나게 되었다고 하니
수학적 재능이 있었던 건 아니지 않을까?
탁월한 그림 실력으로 종 6품에까지 오르고 왕에게 인정받아 어진까지 그렸으니
그림에는 확실하게 천재적인 감각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김홍도를 떠올리면 몇몇 그림들만 생각하게 된다.
이 책에서는 그의 그림과 함께 작가의 생애, 사회 배경의 연관 관계, 비교 그림들을 담았다.
비슷한 다른 작가의 그림을 함께 비교해보면서 어떤 점이 다른지 비슷한지
그런 그림을 그리게 된 배경 등에 대해서도 들려주고 있다.
잘 그린 그림과 함께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김홍도는 양반일거라 생각했는데 그의 할아버지가 서얼 출신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무과와 잡과 같은 기능적인 분야에만 진출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
그의 그림 중 서민들의 삶을 담은 풍속화들이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가 있어서지않을까?
김홍도는 영조 임금의 어진을 그리는데 참여하게 되고 그 공을 인정받아 사재감의 종6품 주부직이라는 벼슬을 받게된다.
사재감은 궁중에서 사용하는 물고기와 소금, 연료 등을 관리하는 부서라고 한다.
할아버지때부터 서얼출신이 된 이후 집안에서 최초로 관직에 오른 것이라고 하는데
그의 생을 알면 알수록 그의 그림속 서민들이 친숙하게 느껴지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책 속 인상적인 부분은 김홍도와 다른 화가들의 그림을 비교해놓은 이야기였다.
구도로보나 그려진 사람들을 보면 어느 한쪽이 따라그린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두 그림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김홍도의 그림은 '채움'과 '비움'이 있다는 걸 알려준다.
그냥 쓱쓱 그린 것같은 느낌의 그림체지만 다른 그림과 비교해서 보여주니 김홍도의 천재성이 더욱 돋보인다.
김홍도의 그림에는 등장인물들의 표정에 이야기가 담겨있고 다른 그림들은 풍경을 담은 관찰자적인 시각에서
그렸다고 하는데 같은 것을 보고 그린 서로 다른 두 그림을 비교해보면 더욱 흥미로울 것 같다.
김홍도는 '활쏘기'와 '빨래터'라는 그림을 강희언의 작품을 보고 그렸다고 한다.
활쏘기와 빨래터를 모두 담은 강희언의 작품을 보고 서로 관련이 없다고 생각해서
자신만의 그림을 그렸다.
김홍도 그림의 특징인 스토리가 있는 풍속화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안타깝게도 어진을 그리던 김홍도의 말년은 순탄치않은 듯하다.
환갑을 맞이했지만 당장에 끼니를 걱정하고 병세도 위독했다고 한다.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듯한 작품이라는 '날아가는 학'을 보니 더욱 안타까운 삶이란 생각이 든다.
김홍도의 그림 100여점과 그의 생애를 흥미롭게 담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