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제목이 무척 독특하다 생각했는데 책을 읽고 나니 '라이스에는 소금을'이라는 문구를 이해하게 됩니다.이 책은 제법 두툼한데요. 일본 여성 월간지에 4년 넘게 연재되었던 글이라서 그런데 580page가 넘는 제법 두툼한 분량입니다.장편소설답게 1960년대부터 2006년까지 야나기시마 일가 3세대의 이야기를 꾹꾹 눌러 담았습니다.


그동안 접했던 에쿠니 가오리의 책들은 양장본으로 얇게 나온 책들이고 등장인물도 그리 많지 않았던 걸로 기억됩니다. 평범하다고 하기엔 애매한 조금은 독특한 사고의 소유자들이 등장한단 이미지가 강한데요.이 책들에도 물론 범상치않은 인물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하지만 기존 캐릭터들과는 다르게 따뜻한 느낌이 강합니다.이들이 모두 따로 따로인 삶을 살아가곤 있지만 결국 '가족'이라는 것으로 연결되어있기 때문이지않나 생각됩니다.

 

일본을 배경으로 하기에 우리와는 좀 생각하는 것이 다르겠다 생각되지만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는일본이라도 색다를 건 없는 것 같습니다. 그게 그거, 도 긴 개 긴이라고 할까요.

 

러시아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모두 잃고 일본인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져 일본에 와서 살게된 할머니.할머니의 사연때문이었는지  야나기시마 일가 3대는 결코 평범한 가족구성이 아닙니다.겉으로 보기에는 할머니와 자식, 손자, 이모와 외삼촌까지 대가족이 서양식 대저택에 살고 있는 야나기시마 일가는 문제가 없어보입니다.어찌보면 돈걱정없이 사치스러운 생활과 함께 아이들은 과외 선생을 집으로 불러 홈스쿨을 합니다.아이들은 우수하고 대학에도 들어가고 돈에 구애받지않고 유학도 합니다.TV를 보지않지만 가족들이 모두 모여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고 스포츠를 즐깁니다.서로를 참 아끼고 사랑한다는 모습이 많이 느껴지고 아이들도 우애가 아주 좋습니다.샘이 날만큼 행복해 보이는 이들에겐 저마다 마음으로만 안고 있는 비밀이 있습니다.

 

이 책은 야나기시마 일가를 구성하는 가족들 하나하나의 이야기, 그들을 알고 있는 주변 사람들이 보는 이 가족의 숨겨진 이야기를

하나씩 하나씩 들려줍니다. 어찌보면 막장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평온해보이기만 한 이들 가족의 이야기는 충격적입니다.

 

러시아인 할머니는 일본인 할아버지와의 사이에서 딸 둘, 아들 하나를 낳았습니다.큰딸은 할아버지의 속박을 견디지 못하고 7년동안이나 가출을 하고 유부남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가진 후에야 집으로 돌아옵니다.그리고 정략결혼을 하기로 약속된 남자와 아무렇지도 않게 결혼을 하고 그 아이를 키웁니다.그런데 아이의 아버지 유부남은 한번씩 자신의 친딸을 데리고 야나기시마 일가에 아이를 보러 찾아옵니다.이 아이둘은 둘도 없는 친구같은 자매가 되죠.정략결혼을 약속했던 여자가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애까지 낳았는데 여자와 아이를 받아주는 남자.도대체 이 남자는 뭘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 역시 지독하게 현실적인 사람이었습니다.정이나 사랑이나 그런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더군요. 마지막에는 처절한 복수를 하는 아니 그보다 더 심하게 여자에게 되갚아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둘 사이에 낳은 아이 넷이 서로 엄마와 아빠가 다른 아이가 섞여있다는 것에서부터 문제는 잠재되어있었습니다.아이들은 초,중,고등학교를 보내지않고 집에서 교육합니다. 그래도 과외선생을 붙였기에 아이들 성적은 우수합니다.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외삼촌,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기에 이들의 어린 시절은 참 행복해보입니다.하지만 아이들은 언제까지나 아이로 남을 수 없죠. 사회라는 곳에 나가기 시작하면서 하나 둘 그 행복이 삐걱거리기 시작합니다.

 

"나는 생각하고 만다. 아까 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 건 사랑스러웠던 어린 고이치의 모습일까,

아니면 그 무렵의 젊고 건방졌던 내 자신일까. 그리고 바로 결론에 도달한다. 아무려나 좋다고.

뭐가 됐든 이미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니까."

​​

안타깝게도 책을 읽어가면서 이 아이들이 더이상 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사랑많은 가족들 품에서 사이좋게 행복한 모습이 참 보기 좋았는데요.세월은 아이를 어른으로 만들어버리죠.그동안 꾹꾹 눌러왔던 잠재된 비밀들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하면서 아이들도 어른으로 성장합니다.어른들은 그동안 함께했던, 자신들에게 꼭 달라붙어 애정을 표현하고 의지하던 아이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죠.그 순간이 참 허무해지는 순간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요즘 문득문득 아이들을 키워가면서 느끼는 생각들인데요.책 속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며 더 그런 감정들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정말 잔잔해보이기만 하는 일가에 막장드라마적 요소는 다 들어있었습니다.덕분에 아주 읽는 가속도는 최고였던 것 같습니다.평범하지 않은 이들이지만 결국은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들이었습니다.태어나기 전부터 어른이 되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모습까지 다 담겨있기 때문일까요?야나기시마 일가가 굉장히 가깝게 느껴지고 책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때는 참 아쉬웠습니다.꼭 드라마 마지막회를 보는 느낌이었어요.

사는게 이런건가?라는 말이 툭 튀어나오게 되는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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