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를 위한 심리 코칭 - 성장하는 십대, 마음이 단단한 아이로 키우기
매들린 러빈 지음, 김소정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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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를 위한 심리코칭 성장하는 십대, 마음이 단단한 아이로 키우기


아이 키우기. 정말 어렵다. 큰 아이 키워봤다고 작은 아이가 수월하느냐 결코 그렇지만도 않다. 아이를 대하는 자세가 조금 유연해졌다는 것 빼고는 늘 어렵다.

유아 때는 아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튼튼하게 키우는 것에 집중했다면 유치원에 들어가는 순간부터는 '공부'라는 것에 집중하게 되는 것 같다.

남들 다하는 것이라고 한글을 가르치고, 다들 하는 거라고 숫자를 가르치는 것을 시작으로 거기에 영어와 등등의 미술, 체육, 음악 등의 활동을 하나씩 더해간다.

남들 다하는 것이니 중간이라도 가라고. 어릴 땐 그저 건강한 게 최고라며 굳은 결심 흔들리지 말자 다짐하지만 학교 시험이라도 보면 머리는 애써 차분하다 생각하지만 심장은 벌써부터 두근두근하기 시작하고 스마트폰을 들고 마크 게임에 열중하거나 TV 앞에 코 박고 있는 아이를 보면 심기가 불편해지고 버럭 하는 소리가 나오게 된다.


"누구나 내 자녀가 정말 좋은 삶을 살기를 소망한다!

누구나 내 자녀가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보다는 정말 좋은 삶을 살기를 소망한다.

부모로서 우리는 아이들이 자기 자신을 알고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열정을 가지고 세상에 나갈 수 있도록, 흥미롭고 만족스러운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사랑과 신뢰를 나눌 친구와 배우자를 찾을 수 있도록, 아이들 스스로 자신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런 도움을 주는 것, 그것이 바로 아이를 잘 가르치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


내가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는 것도 공부를 하라고 하는 것도 결국은 아이를 위한다는 명분하에서다.

지금의 내 상황이 학창시절 공부를 조금만 더 열심히 해서 좋은 학벌과 좋은 직장을 가졌다면 달라졌을 수도 있다 생각하기에 아이들에게 그런 후회를 하지 않게 하기 위해 공부라는 것을 들이밀게 된다. 현재의 상황에 만족스럽다면 그런 이야기 외에 너의 꿈을 찾으라던 가, 하고 싶을 것을 마음대로 해봐라는 여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으로 아이들 클 때 정작 돈이 제일 많이 든다는 대학 때까지 어떻게 먹고살지를 걱정해야 하고 뭘 해야 평생 먹고살지를 걱정해야 한다면.

'공부' 좀 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에 다니고 원하는 월급을 받으며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가질 수 있는 기회를 가지라는 말을 안 할 수가 없다.


현실적으로 아이가 예술 쪽에 흥미와 관심과 재능이 있다고 해도 부모의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계속 밀어주기가 힘들다.

방과 후 수업으로 새롭게 시작한 플루트. 악기를 개별 준비해야 한다고 해서 준비를 해줬는데 40만 원대의 거금이 들었다.

뭐가 이렇게 비싸냐면서도 만 원짜리 내 옷 하나 사는 건 아까워도 그런 건 눈 찔끔 감고 지르게 된다.

아이가 좋아한다고 하고 싶다고 해서 해줄 수 없는 심정. 그것만큼 부모를 비참하게 만드는 것 없다.


내가 엄마가 되고 나서 친정엄마의 이런 마음을 듣게 되었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 두툼한 외투 한번 제대로 사주지 못했다며 한탄을 하시던 울 엄마. 그때는 참 힘들었다며 말끝을 흘리시던데 그 마음이 어찌나 와 닿던지.

나는 그때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엄마는 지금까지도 그게 언제인데 마음에 담아 두시는 듯하다.

아이를 가진 부모의 마음은 다 이런 게 아닐까.


예전처럼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절도 아니지만, 지금의 현실을 벗어나기 위한 복권 같은 게 바로 '공부'이기 때문에 그걸 아이들에게 계속 강조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다른 걸로는 어찌해볼 수가 없으니까.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것이, 눈에 보이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 생각되기 때문에...

얼마 전 TV에서는 아이들 학습시키는 것을 보고 '신분상승'의 기회라고 말했다. 신분상승, 그 거북한 어감에 그때는 뭐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며 욱하며 한소리 했는데

돌아보면 지금 내가 아이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공부가 격한 말로 신분상승의 기회'가 아니면 뭘까란 생각도 해본다.

이 책은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불안해하는 부모들에게 그것만으론 아이들이 단단한 아이로 키긴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이가 행복한 삶을 살길 바라는 건 너무도 추상적일 수도 있다.

사회에 나가면 아이들이 직면하게 될 수많은 고난과 시련들이 존재한다. 학교생활에서조차도.

그때마다 아이의 옆을 지키며 편을 들어 줄 수도 없고 앞에 나서서 방패막이가 될 수도 없다.

아이 스스로 심지를 굳건하게 자기를 보호하고 지킬 수 있는 단단한 아이가 될 수 있는데 그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공부만 잘하면 나중에 다 잘 될 거야. 나중에 놀면 돼. 오롯이 공부에만 집중해. 이런 부모의 마인드가 아이를 망칠 수도 있다는 걸 직시하게 한다.

모든 부모들이 알고 있으면서도 뒤로 미루게 되는 것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내 인생은 우리 아이들이 모두 자란 뒤에 다시 찾으면 돼요.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아이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는 거예요.

그게 내가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유산이에요."

"세상은 아이들 중심으로 돌아가고, 가족(노인도 구성원이 될 수 있다)을 돌보고 지원할 의무가 있는 어른의 욕구는 열두 살짜리의 축구 시합보다,

열여섯 살짜리의 수학 시험보다 가치가 없다는 생각을 아이들에게 심어준 사람은 엄마인 당신이다. 그런 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는 가족의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는 아이인 자신에게 써야지 어른인 부모에게 써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53 page



책 속 이 문구에는 또 뜨끔하게 된다. 예전보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아이들이 내 생활보다 우선이다. 아이들이 다 자란 후에 그때 나를 돌아보면 된다고 생각한다.

엄마라면 그 정도는 희생할 수 있다고. 그런데 이게 아이에게 정말 도움이 될까. 정작 먼 미래에 나를 돌아보면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긍정적인 대답을 할 순 없다.

책에서 제시된 사연들처럼 엄마는 잔소리쟁이라고 기억되고 정작 엄마의 존재가 무의미하게 아이들에게 인지된다면 엄청난 자괴감에 빠질 것 같다.

많은 육아서적에서 이 문제를 경계한다.

아이를 위해 희생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자신을 좀 찾으라고.

어쩌면 아이들을 위한다는 핑계로 이런 반복된 삶에 안주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학창 시절 교우관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내향적이고 소심하다면 부모의 걱정은 더 늘어나는데 이 책에서는 다양한 아이의 성향에 따른 이해를 돕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내 아이를 잘 파악해서 아이에게 맞는 조언과 옆 지킴을 해줄 수 있는 것이 필요할 듯하다. 부모가 아이의 삶을 대신 살아가 줄 수 없으니 말이다. 넘어지지 않도록 평탄한 길바닥을 언제까지 만들어 줄 수는 없다. 아이가 엎어져서 잠시 눈물을 흘릴 기회도 벌떡 일어나 훌훌 털고 일어나는 단단한 마음을 가질 기회도 줘야 할 것이다.


책을 덮고 나니 속이 후련해지기보단 한숨이 훅하고 나온다. 부모는 정말 해야 할 일이 많지만 하지 말아야 할 것도 참 많다.

부모 되기 정말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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