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2 - 내일을 움직이는 톱니바퀴
다니 미즈에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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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접하는 일본소설들은 마음을 움직이는 소소한 이야기들이 주가 되는 것 같습니다.

살인사건이나 영화에서나 일어날 법한 충격적인 사건이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접할 수 있을 것 같은 이야기들.

그래서 뻔하게 소소한 이야기지만 나를 들여다보는 것 같은 기분으로 공감하면서 볼 수 있게 됩니다.

 

 

 

"시계는 자신의 주인을 기억해. 함께 새겨간 추억과 사랑도."

지금처럼 스마트한 시대에 태엽을 감아 손목에 차는 오래된 시계를 쓰고 있는 사람은 흔치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 시계는 이제는 고가의 제품이겠죠.

어린 시절 이런 아날로그시계를 선물 받아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을 수 있다면 정말 멋진 일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드는데요.

내 아이들에게 오래 간직할 수 있는 시계, 엄마와의 추억을 담은 시계 하나 선물하면 좋겠다 싶습니다.

 

"당신의 시계를 수리해드립니다."라는 간판에서 '계'자가 떨어져서 "당신의 시를 수리해드립니다."라는 간판을 달게 된 오래된 시계방.

이곳에는 상처를 안고 있는 슈지가 살고 있습니다.

맞은편에는 그런 슈지의 아픔을 보듬고, 자신 또한 마음을 의지하는 연인 아카리가 살고 있습니다.

1권에서 이 둘은 단순한 이웃에서 마음을 나누게 되는 연인 사이로 발전하게 되는데요.

서로 상처를 안고 있던 두 사람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 모습이 훈훈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사람들이 자주 찾지 않는 쓰쿠모 신사 거리 상가에 아픈 추억을 수리하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을 치유해주는 모습이 참 따뜻했어요.

소소하지만 뭉클함을 주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그렇다. 원래부터 아무것도 없었다면 수리할 수도 없다. 왠지 그 사실에 카나는 작은 충격을 받았다." - 32page"

"네, 틀림없이. 시계는 살아 있어요. 당신도 같이 살아주세요. 그러면 말을 걸어올 겁니다. 함께 시간을 새겨줄 테니까요." - 81page

"전자음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 다이치가 그런 말을 했었다. 사악한 기운을 없애주는 데는 쓸모가 없는 걸까.

딱딱한, 하늘 높이 울려 퍼질 듯한 금속음이 아니면 어둠 속에서도 잘 보이는 이정표 역할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아카리는 멍하니 그런 생각을 했다." - 86page


​이야기가 흘러갈수록 주인공들의 감추고 싶어 하는 사적인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아카리는 배다른 여동생이 있었습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동생으로 어린 시절을 잠깐 같이 보내고 독립한 후로는 만나 지도 연락도 하지 않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여동생이 아카리를 불쑥 찾아옵니다.

무슨 일로 찾아온 것일까. 이제 평온한 자신의 삶에서 빠져달라는 말을 하고 싶어였을까. 아카리는 불안합니다.

이때 또 시계가 매개체가 되어 갈등을 해소하게 되는데요.

살다 보면 갖게 되는 소소한 오해와 갈등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말로 풀어버리고 내뱉어버리면 될 것을 속으로 꿍하고 갖고 있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생각보다 이런 것들이 마음에 참 오래 상처로 자리 잡게 됩니다.

이 책 속에서는 이런 추억의 시간을 수리해갑니다. 일상에서도 이런 일들이 자주 일어나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스트레스받을 일도, 트라우마가 생길 일도, 서로 얼굴 붉히며 보고 싶지 않은 경우도 없어질 텐데 말이죠.

 

"슈지의 시계방 쇼윈도에는 '추억의 시時 수리합니다'라는 간판이 걸려 있다.

할아버지 때부터 있던 그 간판이 예전에는 '추억의 시계 수리합니다'였다는 것을 상가 사람들도 당연히 알고 있다.

그저 '계計'라는 글자가 떨어져 나간 것뿐이라서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손자가 가게를 이어받고 나서도 간판 글자를 그대로 놔두는 게 아무래도 약간 묘한 느낌을 주는 모양이었다.

그래서인지 다들 농담처럼 혹시나 과거를 되돌릴 수는 없을까 하고 생각할 때면 자연스럽게 이다 시계방의 쇼윈도를 떠올리고 마는 것이다." - 91page

 

과거는 돌이킬 수 없다는 말을 합니다.

그렇기에 추억의 시를 수리하는 시계방이 정말로 존재하면 좋겠단 생각이 듭니다. 내 과거를 되돌릴 수는 없을까 하고 말이죠.

번화가에서 이제는 잠든 상가가 돼버린 이곳은 참 정이 많은 곳입니다. 은퇴하여 가게를 접은 노인들이 많은 이 상가는 젊은 사람들을 자식처럼 응원하며 신경을 써줍니다.

젊은 사람들도 귀찮아하지 않고 가족과 같이 있는 것 같은 안도감을 느낍니다.

예전 이웃집 밥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았다던 시절을 떠올리게 되는데요. 그만큼 정도 많았던 시절이겠죠.

다른 사람의 걱정을 내일처럼 신경 써주는 사람들, 그런 정 있는 모습.

이 책을 읽다 보면 훈훈한 느낌이 드는 것은 더 이상 그런 것들을 가깝게 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내 얘기를 들어주고 추억을 수리해주는 '추억의 시간을 수리하는 시계방'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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