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 비룡소 걸작선 13
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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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미하엘 엔데 "시간을 훔치는 도둑과, 그 도둑이 훔쳐간 시간을 찾아 주는 한 소녀에 대한 이상한 이야기"


기억도 잘 나지않는 아주 어릴 적. TV를 통해 영화 '모모'를 봤던 것을 기억한다. 내용도 잘 기억나지 않고 캐릭터도 기억나지 않는데 그 이름만은 생생하게 머릿속에 남아있다. 판타지라는 것만 어렴풋하다. 시간에 쫓겨 빠듯하게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는 것만 같은데 이 책이 쓰여진 건 1973년이다.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가 이런 이유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무도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을 미리 내다보는 듯한 느낌. 1973년이라면 사람들이 여유를 찾기보다는 좀 더 부지런히 살아야한다는 가치관으로 꽉 차있었을테니, 그 속에서 그렇게 살아가다간 진짜 중요한 것을 잃게된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건 정말 대단하다는 말로 밖에 표현이 안된다.

"어둡고 차가운 그 그늘은 점점 더 자라나 이미 대도시 전체로 번지고 있었다. 그것은 눈에 띄지 않는, 소리 없는 침략과 같았다. 그것을 하루하루 점점 더 진격해 들어왔다. 하지만 그것을 눈치챈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누구도 저항할 수 없었다. 침략자들! 그들은 누구였을까?" - 56page


이 책은 10대가 읽을 때, 20대가 읽을 때, 30대가 읽을 때, 40대가 읽을 때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거란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읽었다면 시간이라는 허무함을 안겨주는 존재보다는 등판에 글자가 튀어나오는 거북 카시오페아나 시간 도둑들과의 쫓고 쫓기는 모험에 흥미로움을 느꼈을 것 같다. 40대에 치열하게 가까워지는 지금, 판타지적인 이야기보다 '시간'이라는 그 자체에 눈이 가게 된다.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가버리고 한달이 월초다를 시작으로 벌써 월말이야로 끝나버리는 요즘. 내 주변에 시간도둑이 있는건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실제로 시간도둑이 존재하는 것도 아닐터, 내 시간은 누가 훔쳐가는 것인지.

"아무도 자신의 삶이 점점 빈곤해지고, 획일화되고, 차가워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점을 절실하게 느끼는 것, 그것은 아이들 몫이었다. 사람들은 이제 아이들을 위해서도 시간을 낼 수 없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은 삶이며, 삶은 가슴 속에 깃들여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시간을 아끼면 아낄수록 가진 것이 점점 줄어들었다."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왜그렇게 빨리 시간이 안가냐고 투덜거렸던 것 같다. 빨리 중학생이되었으면, 빨리 대학생이 되었으면, 빨리 어른이 되었으면... 왜 그랬을까. 어른이 되고 난 후 돌아오지 않는 시간들이 참 허망하다. 요즘은 바쁘게 살지 않으면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여겨진다. 빠릿빠릿하고 늘상 뭔가를 하고 있어야 제대로 살고 있다고 여긴다. 정작 내가 지금 돌아보고 같이 해야하고 시간을 보내야할 것들은 외면하고 있는건 아닌지 내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삶은 가슴 속에 깃들여 있는 것이다라는 문구가 마음에 남는다. 책을 덮고 나니 문득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진단 생각이 든다. 진짜 중요한게 뭔지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야겠다.

 

시간도둑들에게 시간을 저축한 어른들은 아이들을 돌보지 않고 탁아소에 맡긴다. 더이상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재미있는 놀이를 하며 노는 대신 장난감들과 시간을 보낸다. 의미없이 반복적 행동을 하는 장난감과 지루하지않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더 많은 소모품을 필요로한다. 요즘 아이들은 장난감으로 넘치지만 예전처럼 흙바닥에서 동네 아이들과 숨바꼭질하고 놀던 그 재미는 느끼지 못할 것 같단 생각에 참 안타까워진다. 책 속 이야기가 그 당시엔 판타지처럼 다가올 수 있었겠지만 왠지 너무나 현실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책 속에선 모모가 시간도둑들이 훔쳐간 시간을 찾아주지만 현실에선 누가 사라진 내 시간을 찾아주려나.. 내게도 모모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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