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푸른 상흔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모든 일을 거친 나는 이 길로 "돈이 중요하지 않은' 상상과 공상의 세계로 들어갈 것이다. 그렇다. 그것은 나의 권리이다. 내 전집을 사지 않는 것이 모든 독자들의 권리이듯이. 이 시대는 나를 절망하게 한다. 나는 일중독자도 아니고, 양심이 내 장점도 아니다. 그러나 지금 나는 문학 덕분에 내 친구인 반 밀렌 남매와 즐기러 간다. 드디어 할 말을 했다. 휴!" - 본문 중에서

 

사강이 1960년에 발표한 희곡 <스웨덴의 성>에 나온 인물 세바스티앵과 엘레오노르가 이 책에 등장한다. 작가의 첫번째 희곡에 등장하는 인물로 십년전 인물을 다시 불러낸 것이다. 작가의 상상인 소설과 현실의 이야기인 에세이가 교대로 이어진다. 앞부분을 처음 읽어내려갔을 땐 무위도식하는 이 남매의 일상이 그리 달갑게 느껴지지않았다. 게다가 여동생과 맛있는 음식을 즐기기위해 사랑하지도 않는 여인에게 몸을 맞기는 오빠 세바스티앵의 행동은 더더욱 눈쌀을 찌푸리게한다. 부지런히 살아가는 사람들과 달리 멋진 외몰르 내세워 삶을 즐기고 있는 주인공들. 작가는 십년전 인물을 꺼내가면서 왜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했을까를 생각하게 한다. 그런 것들이 궁금해서 <스웨덴의 성>에 등장하는 세바스티앵과 엘레오노르를 알고 싶었는데 우리나라엔 이 책이 출간되지 않는 것 같다. 검색을 해도 나오질 않는다. 이들의 이야기에 푹 빠지기 위해선 십년전 인물이라는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는데 그런 것들을 알 수 없었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나는 이렇게 내 주인공들을 지옥보다 더 지옥 같은, 가장 견딜 수 없는, 가장 추악한 상황에 밀어 넣었다. 그들은 꿈에도 바라지 않았던, 그리고 무엇보다 전혀 예감할 수 없었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느꼈다. 내가 이 책에서 상상력을 예찬한 것도 물론 그런 이유에서였다. 행복과 불행, 무사태평, 삶의 기쁨은 백 퍼센트 건전한 요소다. 우리는 그것을 가질 권리를 백 퍼센트 가지고 있지만 한 번도 만족할 만큼 가지지 못하며 거기에 눈이 먼다. 절망과 버려졌다는 느낌에 빠진 친구의 죽음을 새벽에 알게 된 스웨덴 남매와 프랑스 청년이 처한 상황은 백퍼센트 복잡했다." - 172page

 

초반엔 이 책을 읽어가기가 정말 난해했다. 소설 속 이야기와 작가의 이야기가 번걸아 나오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기도 힘들었다. 그나마 작가가 이 책을 쓰면서 느끼는 점들 작가의 삶에 대한 생각을 들을 수 있는 것은 흥미로웠다. 마지막에 이 책이 난해함으로 남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이 에세이 부분때문이었다. 사강이 이 책의 세바스티앵, 엘레오노르를 통해 사람들에게 말하고자하는 이유를 듣게된다. 그 이유를 알게되니 그제서야 이 난해함이 조금씩 풀린다. 사강작가는 주인공들을 정말 견딜 수 없는 추악한 상황에 밀어넣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사람이 극한의 상황에서 무슨 행동을 하게되고 무슨 생각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사람을 둘러싼 주변에 무슨 일들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담담하게 들려준다. 이 책에서는 아무것도 모자란 것이 없어보이는 한 남자가 '돈'이 아닌 '사람'을 잃고 괴로움과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목숨을 끊는 이야기가 나온다. 물질적 풍족으로는 채울 수 없는 현대인의 외로움을 극한의 상황으로 느끼게 해주는 것 같다. 왠지 이 남자의 마음이 작가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자살하면서 꼭 티를 내는 사람이 이것만은 반드시 알아두었으면 좋겠다. 자살하고 나면 그 뒤에 남는 것은 진심 어린 슬픔도 아니고 후회도 아니다. 자살하는 사람의 목적은 항상 그런 것이지만 말이다. 그가 남기는 것은 과시다. 최소한 절망을 드러내 보이려는 시도만 남는다. 자살한 사람의 친구들은 실제로 느끼는 슬픔이 얼마나 크든, 그들이 얼마나 이해를 못 했었는지, 얼마나 이해를 못 할 수밖에 없었는지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하는데 더 관심이 많다." - 173page

 

 

 

 

소설 속 주인공 이야기보다 사강 작가의 에세이가 더 마음에 와닿았다. 어린 시절 그녀의 사진을 보니 외모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하단 생각이 든다. 그녀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 작가에 대해서도 찾아보게 만든다. 본명은 프랑수아즈 쿠아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소설 속 인물 사강을 필명으로 했다. 사강이란 이름이 정말 잘 어울린다. 어린 시절 반항적인 기질을 보였지만 말더듬이로 열등감이 심했다고 한다. 사강의 또다른 면들을 알게될수록 그녀와 그녀의 책들에 더 눈이 가게된다. 대학을 중퇴하고 18세때 <슬픔이여 안녕>을 발표하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23살 결혼, 이혼후 27세의 재혼 그리고 또 이혼. 50대 마약복용혐의로 기소, 하루밤에 몇억원을 날릴 정도로 도박에 빠지고 결국 파산한다. 202년 탈세범으로 기소 징역형을 받고 결국 재산을 압류당하고 불행하게 노년을 마감하고 만다. 평탄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없는 그녀의 삶이다. 작가의 삶이 소설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 자신을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고 말한 것이 프랑수아즈 사강이었다! 자유주의를 대변하는 명언이라고 하는데 이 말을 한 것이 코카인 복용 혐의로 체포당했을 때 법정에서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말한 것이라고 한다. 지금껏 내가 알고 있는 '나 자신을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사강의 책은 술술 읽히진 않는다. 매번 난해하다고 느낀다. 왠만한 책이라면 그냥 덮어버릴 법도 하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사강 작가를 알고 싶게 만든다. 사강작가의 사진을 보고 그녀의 삶을 알고나면 그녀의 삶이 녹아있는 그녀의 책들이 또 궁금해진다. 참 묘한 매력을 풍기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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